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7화(25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7화
<으음…….>
지은이 푸드 트럭 출장을 나간 사이, 맛있게 식사를 끝낸 두 남자와 한 정령이 어색하게 집안에 남아 있었다. 지은도 일을 하러 갔으니 이제 길드에 출근해 보겠다며 일어선 주혁과 이태서를 잡은 건 바로 까망이었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두 사람을 잡아 놓고 한참을 고민에 찬 신음만 흘리며 괴로워하는 까망이의 모습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결국 분위기를 참다못한 이태서가 불쑥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뭡니까?”
“저도 궁금합니다.”
이렇게까지 말을 꺼내길 주저하는 이유는 분명 지은과 관련되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게 된 이태서와 주혁이 까망이의 앞에 바짝 붙어 앉았다.
결국 두 남자의 시선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까망이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하, 그래. 너희 둘에겐 말해도 되겠지. 요즘 주인이 이상하다.>
“어떤 점이 이상하게 느껴진단 말씀이십니까?”
“지은 씨의 건강 문제입니까?”
지은이 한 달을 꼬박 누워 있었던 병원에서 나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당장 요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창조의 권능으로 관문을 계속 소환한 것도 모자라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끝내 자신의 손으로 엘라임까지 정화했다.
그 과정의 마지막에 신이 남겼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주혁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모습이 역겹구나. 네가 말한 그때까지 과연 너의 몸이 버틸 수 있을까?]’
민감하기 짝이 없는 주제였다. 지은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오히려 전과 다를 거 없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지만, 사실은 정말로 그녀의 몸에 문제가 생겼다면?
<주인의 몸 상태에 대해선 나도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주혁만큼이나 답답한 건 까망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회차에선 날이 갈수록 힘겨워하는 지은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겉으로 보기엔 강한 힘을 사용하고도 건강을 회복한 것도 모자라서 창조의 권능을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걱정 말라는 듯 오히려 쾌활하게 대답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심증이 쌓이고 있었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었기에 답답한 상황이었다.
<이러다 정말로 쓰러진다면…….>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뭐?>
자신의 말을 끊은 주혁의 태도에 놀란 까망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얼 말하려고 했는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젓는 모습에서 까망이도 주혁이 뭘 걱정했는지 깨달았는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제 절대 보호라는 명목 하에 주인을 막는 일은 하지 않을 거다.>
지난 회차에서 보호라는 명목 하에 지은을 대리자의 공간 안에 가뒀던 까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참담했다.
“다행입니다.”
까망이가 또다시 지난번의 실수를 반복하려 했다면 주혁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정면으로 까망이와 맞서더라도 지은이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을 터였다.
“일단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하는 게 우선 아니야?”
이태서의 말대로였다. 몸 상태에 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일단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그녀가 완벽히 되찾는 것이 먼저였다.
<문제는 정화를 하기 위해서 계속 힘을 쓰다간, 애써 찾은 권능의 힘이 온전치 못할 수도 있다는 거다.>
흩어진 힘을 온전히 합치기 위해서 불안정한 힘을 써야 하는 역설에 걸린 지금. 그렇게 해서 되찾은 권능이 과연 지은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
<오롯이 인간의 몸으로 감당 가능한 힘의 크기가 아니다.>
“그릇에 비해 너무 많은 힘이 넘치는 것을 우려하고 계시는군요.”
한계가 없는 창조의 권능. 그 힘의 크기만큼이나 용량도 엄청났기에 미처 지은의 몸으로 다 담지 못할 권능이 새어 나간다면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지은의 몫이었다.
<주인의 그릇이 깨어질까…… 나는 그게 가장 겁이 난다.>
정령왕들을 모두 정화해 온전한 권능을 되찾고 나면 끝날 전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온전한 권능을 되찾는 것은 인간계에서 신을 몰아낼 싸움을 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서는 것이었다. 신과 까망이의 전쟁은 그때부터 새로운 인과율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금은 회귀의 시간선에 묶인 상태다. 남은 결말은 두 가지다. 주인이 정령왕들을 모두 정화시켜 온전한 힘을 되찾거나, 그렇지 못해 인간계가 멸망하거나.>
“당신이 창조의 권능을 포기하려 했기 때문입니까?”
<그래, 맞다. 난 권능을 신에게 넘기려 했고 그걸 새로운 판도로 올려놓은 것은 정령왕들의 선택이었으니까.>
정령왕들이 까망이의 결정에 반발해 준 덕분에, 그들이 신에게 대항해 힘을 나눠 가진 채로 던전에 봉인된 덕분에.
그 누구보다 인간들과 오랜 시간 어울렸던 드루이얼과 아실리아가 인간들을 공격하고, 죽이고. 끝내 인간들의 손에 토벌당하고 나서야 까망이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결정을 뒤집었다.
<내가 너희에게 진 빚이 많다.>
“…….”
<그러니 마지막의 마지막엔, 내가 모든 걸 안고 가야겠지.>
* * *
“국물만 먹지 말고 이것도 먹어 봐. 엄청 맛있어.”
“이건 뭐지?”
“오징어를 데친 건데, 맛이 기가 막히지. 콩나물이랑 김을 같이 싸 먹으면 더 맛있다.”
“음! 진짜 맛있구나!”
지은은 지금 아실리아와 드루이얼의 먹방을 바로 앞에서 관람하고 있었다. 정령왕들 중에서도 이 지구에서 가장 먼저 태어났다는 빛의 정령왕과 대지의 정령왕.
금발의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콩나물 국밥을 열심히 들이켜고 있는 아실리아. 그리고 그런 아실리아의 옆에서 제대로 국밥 먹는 방법을 계속해서 전수하고 있는 드루이얼.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으셨다는 게…….”
“드루이얼이 매일 자랑했단 말이다.”
“그러니까 진작에 나랑 같이 놀러 다니자니까.”
“정령계를 지키는 것은 정령왕들의 의무다! 그 의무를 매번 저버린 건 네가 유일했지.”
“어휴, 고리타분한 녀석. 다른 놈들은 그래도 인간과 계약하기도 하고, 나처럼 몰래 놀러 다니기도 했는데.”
“뭐?”
그동안 드루이얼만 뺀질거리게 자신의 의무를 내팽개치고 인간계로 놀러 다니는 줄 알고 있었던 아실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만 고리타분하게 살고 있었다고, 이것아.”
“세상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정령왕으로서의 고결한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던 아실리아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화나신 거 같은데요.”
“……뭐야. 진짜 몰랐어?”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화를 참는 것 같은 아실리아의 모습을 보며 지은과 드루이얼은 저절로 그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이……!”
화난 표정으로 잔에 가득 따라 둔 소주를 벌컥 들이켠 아실리아가 잔을 식탁에 쾅!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이 좋은 것을 너희들끼리만 즐기고 있었다고?”
“……아, 화난 포인트가 그쪽이셨구나.”
소주를 글라스 채 따라 먹는 진기명기를 보여 준 아실리아가 입가심을 하려는 듯 콩나물 국밥을 연거푸 숟가락으로 떠먹는 모습을 보며 드루이얼이 킬킬댔다.
“그러니까 이제 자주들 놀러 다니자고.”
“……일단 막내부터 데려오고 나서 생각을 해 보자.”
“그래, 니케 그 녀석은 네 앞에선 한없이 약해졌으니.”
어둠의 정령왕인 니케를 정화하기 위해서 지은이 꺼낸 카드는 바로 아실리아였다. 성아현의 몸을 빼앗고 강제 각성으로 니케와 계약을 맺은 시스템을 공격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곤 하지만, 그 본체인 성아현은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일반인이었다. 거기에 강제 계약이긴 하지만 정령왕의 계약은 쉽게 끊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계약자인 성아현이 잘못되는 것은 절대로 바라지 않으니, 이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니케를 토벌해 계약을 일방적으로 끊어 내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간과 계약해 보니 좋지?”
“…….”
지은이 아실리아와 임시 계약을 맺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상성상 니케가 이길 수 없는 아실리아의 힘을 빌려야 했다.
‘아직 내 힘이 완전한 것이 아니니까.’
감히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권능.
그것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의미를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지은이었다.
하나는 말 그대로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무리가 가는 몸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의 몸에 온전히 힘을 담을 수 없다는 뜻일 것이 분명했다. 그건 이미 처음 이그니스를 정화했을 때부터 어렴풋이 눈치챈 사실이었다.
‘이그니스 님 다음에 아실리아 님, 드루이얼 님, 그리고 실피드 님에 엘라임 님까지.’
정령왕들을 정화할 때마다 창조의 권능이 점차 커지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화되는 정령왕들이 늘어날 때마다 늘어나는 힘의 양이 점차 줄어든다는 느낌이었다.
그건 감당할 수 있는 총량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바로 얼마 전 엘라임을 정화해서 마지막 조각을 남겨 놓고 있는 지금도 그때 사용한 힘을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힘을 사용하면 안 돼.’
이 이상으로 정령왕들을 정화하는데 자신의 힘을 낭비하면 안됐다. 니케를 정화하고 나서 얻게 되는 힘이 오히려 정화를 하느라 사용하는 힘보다 적을 수도 있었다.
“정령왕님들은 신과 직접적으로 싸울 순 없는 건가요?”
“아쉽지만 그렇다. 우린 신격 존재이지, 신이 아니니까.”
“…….”
“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건 우리 중엔 오직 창조의 정령뿐이야. 그는 신과 함께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논외의 존재니까.”
모든 세계를 발아래에 둔 신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태초의 존재. 까망이가 가진 창조의 권능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 고작 인간의 몸으로 그 커다란 힘을 다 담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은의 역할은 그저 까망이의 능력 중 일부를 빌려 쓸 수 있는 대리자였다.
“그럼 까망이도 신과 직접적으로 싸울 수 없는 거예요?”
“그 둘은 이 지구를 포함해 모든 세계의 권한을 양분하고 있는 저울이나 다름없어. 힘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건 둘 다 바라지 않을 거다.”
까망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신을 ‘토벌’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건 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까망이에게서 창조의 권능을 빼앗는 것만을 목표로 했을 뿐, 분명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도 까망이를 직접 공격하거나 괴롭히지 않았다.
“그런 존재야, 그 둘은.”
“오랜 시간 같이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