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5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8화(25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8화
지금까지 신의 목적이 창조의 권능을 까망이에게서 빼앗고 그를 없애는 것이라 짐작하고 있던 지은이 충격을 받은 듯 되물었다.
“그렇다면 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대체 뭐예요?”
태초부터 함께 공존해 온 신과 까망이. 그 둘의 싸움이 둘 중 누군가를 쓰러트리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지은은 지금까지 이 싸움에 대해 생각했던 모든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 지은의 질문에 숟가락을 내려놓은 아실리아가 질린다는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신은 비열해.”
드루이얼 역시 그런 아실리아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비열하기 짝이 없지.”
“비열하다고요?”
“그래, 원하는 것은 모두 얻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혼자 남기는 두려워하는 비열한 겁쟁이지.”
“그 말은…….”
“신은 이 세계에 자신 혼자 남는 것을 원하지 않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공생해 온 창조의 정령을 자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어.”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한한 시간을 사는 동반자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째서 까망이에게 창조의 권능을 빼앗으려고 그렇게 혈안이 된 거죠?”
“말했잖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가져야 한다고.”
자신에겐 없는 유일한 창조의 권능. 그렇기에 신은 그 권능을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원했다고 했다.
창조의 권능을 빼앗는 걸 원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남겨지는 것은 또 원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까망이에게 창조의 권능을 빼앗으면 남는 게 뭐라고…….”
“그래서 더 원하는 거야.”
“네?”
“아무런 힘도 남지 않은 창조의 정령이 소멸되지도 못하고 자신의 곁에 남아 있는 걸 원하고 있지.”
“세상에…….”
“빈껍데기여도 상관없을 거야. 오히려 아무런 힘도 없는 창조의 정령과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항상 증명하고 뽐내고 싶어 하겠지. 그걸 즐기려는 거야, 신은.”
“정말…… 쓰레기네요.”
분명 까망이는 창조의 권능을 신에게 넘기고 스스로 소멸되는 것을 원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권능을 양도하려 했으나, 비열한 신은 자신과 동급인 존재의 소멸을 원하지 않았던 거였다.
창조의 기운을 넘겨받은 신이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바로 까망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전락시키는 일이었다. 권능을 넘기면서까지 소멸을 바랐던 까망이를 그렇게 옆에 두어 비참함을 느끼게 하고, 그걸 보면서 즐기려 했던 거였다.
그 즐기는 방식이란 바로 자신이 그동안 어쩌지 못했던 인간계를 재창조하는 것.
그 과정에서 까망이가 오랜 시간 동안 공들였던 인간들이 비참하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죽이며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보도록.
그래서 감히 자신을 두고 편하게 소멸하려 한 죄를 뉘우치도록, 그렇게 영원히.
“그래서 우리가 나선거지.”
“맞아. 그런 방법으론 소멸할 수 없다는 걸 알려 주려고 했는데…….”
창조의 권능은 의지를 담는다면 발현자의 격에 따라 어떤 것이든 유의미한 형태의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전지전능한 권능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까망이는 신과 같은 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 무엇도 제 손으로 거둘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창조의 권능으로 허락된 것은 오직 새로운 창조뿐. 창조된 존재의 수명을 거두는 것까지는 허락된 권능이 아니었고, 그건 그런 전지전능한 권능을 가진 까망이 본인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 오던 까망이는 정령왕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창조의 권능을 신에게 넘기면 자신의 시간이 멈출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헛된 희망을 가진 까망이 대신 정령왕들이 나선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까망이가 신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것도 모자라 신에 의해 인간계가 철저히 유린될 것이 불 보듯 뻔했으니까.
“난 그래서 창조의 정령이 대리자, 너와 종속 계약을 맺은 것이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자신을 부정하려던 창조의 정령이 너를 만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깨달은 거니까.”
“다행이지.”
정말로 다행이라는 듯 자신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실리아와 드루이얼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신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을 잡았어요.”
“어?”
“갑자기?”
애초에 그녀가 드루이얼과 아실리아에게 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신의 성향이었다. 니케를 정화하는 것은 이미 지은의 입장에선 확실한 일이었다.
모든 정령왕들의 정화가 끝나면 신과 까망이의 싸움은 끝이 난다. 자연스럽게 둘 다 직접적으로 인간계에 권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금제가 깨진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바로 까망이에게 있었다. 이미 자신과 종속 계약을 한 까망이는 인간계에 직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이미 대리자라는 직위를 가진 지은이 버젓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대리자가 없는 신은 온전히 지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신의 성향이 그토록 비열하고 잔인하다면 한 번 패배했다고 해서 그것을 순순히 인정할 리 만무했다. 오히려 성가신 금제가 사라졌으니 더욱 혈안이 되어 인간계를 완전히 부숴 버리려 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리겠어, 같은 느낌이려나.”
엘라임의 정화가 생각보다 쉬웠던 것도, 마지막 남은 정령왕인 니케를 너무나 순순히 시스템에게 맡긴 것도 다 그런 이유였을 터.
이제 신에게 중요한 것은 창조의 권능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건방지게 대든 인간계를 모조리 부수는 것.
가까스로 창조의 권능을 지켜 낸 까망이가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보며 또다시 그를 꾀어내려 할 것이다.
순순히 권능을 넘긴다면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간계를 더 이상 파괴하지 않겠다.
그런 달콤한 속삭임으로 다시 한번 까망이를 흔들고, 그 과정에서 대리자인 지은의 목숨을 방패 삼아 휘두르려 할 것이 눈에 훤했다.
“결국 신과 협상을 해야 하는 건 바로 저일 거예요.”
“……신과 협상을 하다니?”
“절대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거다.”
단호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는 드루이얼에게 지은이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건 이제 두고 보면 될 일이죠. 저에게 신을 속여 넘길 수 있을 만한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마지막 정령왕인 니케를 정화하고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어야 했다.
사실상 모든 싸움의 끝일 줄 알았던 그것이 진정한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행동임을 비로소 깨달은 지은의 눈이 전의에 불타고 있었다.
* * *
“젠장……!”
성아현의 몸을 차지하고 있던 시스템이 거친 욕설과 함께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대리자! 네가 감히 나를!”
자신이 몸을 차지한 여자의 아버지인 성지훈을 이용해 이능 감옥에 수감된 범죄자들을 강제 각성시켜 지은을 쥐고 흔들려 했었던 시스템은, 오늘 세 번째 면회에서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성지훈의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모든 각성자들의 권능을 주관하는 시스템은 이능 감옥을 만들어 낸 이태백의 마법 정도는 손 한 번 휘젓는 것만으로도 무위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가장 인간의 밑바닥적 면모를 보여 준 인간들이 수감되어 있는 이 이능 감옥이야말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지은을 쥐고 흔들 수 있을 만한 것이라 생각했다.
1회 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지은이라면 분명 가장 파멸을 앞당긴 것이 인간이 인간과 싸웠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을 지금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시스템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정말로 지은이 이번 회차에 신을 이기게 된다면 그 이후의 자신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살살 건들면서 간을 보려 했던 건데……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성지훈에게서 이미 자신이 찾아올 것이라 지은에게 전해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시스템은 자신이 그동안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한 발 앞서 움직인 지은이 마치 먼저 배신해 놓고 헛된 수작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기에 시스템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냥 확 저질러 버려?”
지은이 자신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경고에서 그친 것은, 분명 시스템이 성아현을 버리고 다른 인간의 몸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의 희생을 줄이려 하는 것일 터.
이렇게 된 이상 어둠의 정령왕을 지키면서 신의 편에서 끝까지 싸운다면?
1회 차와 마찬가지로 인간들을 강제 각성시킨다면 해 볼만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시스템은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순순히 어둠의 정령왕을 내준 신의 의도를 아직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이대로 만약 정령왕들이 대리자의 손에 의해 모두 정화된다면, 창조의 권능을 절대로 손에 넣을 수 없을 텐데…….”
신의 의도가 도저히 가늠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움직이다 의심을 사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로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할 처지였다.
창조의 정령은 이미 시스템이 그를 배신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그쪽으로 돌아갈 순 없다. 창조의 정령에게도, 신에게도 선택받지 못한다면 자신의 존재는 그대로 이 싸움에서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어 버릴 터.
“그렇게 되어선 절대 안 돼…… 차라리 어둠의 정령왕을 대리자에게 바쳐?”
그것 역시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던 수였다. 차라리 어둠의 정령왕을 온전히 바치며 지은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일.
그러나 이미 자신의 계획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지은이 과연 시스템의 이런 처지를 모르고 있을 리 없기에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몰랐다.
“애초에 창조의 정령에게 내가 배신했다는 걸 밝혔어야 했거늘.”
이 모든 것이 다 자신이 초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시스템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창조의 정령을 배신하고 금제를 먼저 깬 것이 자신임을 속이려 했던 것이 너무나 멍청하게 느껴졌다.
1회 차의 대리자가 너무나 쉽게 무너졌기에 절대로 변할 리 없는 인과율 위에서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을 거라 굳게 믿었는데.
거기까지 생각하던 시스템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퇴장했던 대리자가 다시 등장한 것이 문제였던 거였어.”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제야 모든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
같은 일이 반복되어야 할 정해진 시간대의 회귀에서 어떻게 이런 변수가 발생될 수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신은 이미 이걸 눈치챘던 거였고…… 하! 그래서 새로운 싸움을 준비 중이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