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화(2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화
쏟아지는 질문 세례가 지은이 참석한 회의 내내 이어졌다. 토벌전에 대한 최종 회의였지만 길드원들의 관심사는 오직 밥이었다.
밥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갈망과 진심들을 담은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기 벅찼던 지은이 조심스레 손을 들고 말했다.
“저기, 제가 준비해 온 자료가 있는데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지은이 꺼내 든 건 USB였다.
입단식에 대한 긴장감에 12시에 잠이 깬 지은이 무려 5시간 동안 작성한 식단표와 운영 지침이었다.
거의 밤을 새운 거나 다름없는 상태였지만 길드원들이 밥에 진심인 만큼 지은도 요리에 진심이었다.
“지도 당장 내려!”
누군가의 외침에 중요한 던전의 지도가 금세 스크린에서 사라지고 지은이 짜 온 식단표가 대문짝만하게 띄워지자 길드원들이 오오!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제가 구상한 식단표예요. 요리 재료는 그날그날 정해져서 세끼분을 한 번에 수령해야 해서 당일 메뉴 변경은 못 하고요.”
마치 학교 급식처럼 1일 차부터 50일 차까지 작성되어 있는 식단표였다.
얼마나 던전에 체류하게 될지 날짜를 예상하지 못해 50일이나 되는 식단표가 완성된 것이었다.
“밥과 국, 김치는 기본적으로 제공해 드릴 거예요. 거기에 아침, 점심, 저녁 최대한 겹치지 않게 주요 반찬들을 제공할 예정이고요.”
“힘든 일 하시는 분들이니까 매끼 식사는 80인분 기준으로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열화와 같은 요청에 어느새 마이크와 레이저 포인터까지 손에 든 지은이였다.
레이저 포인터로 반찬의 개수를 짚어 가며 확인시켜 준 지은이 이내 말을 이었다.
“보시는 것처럼 반찬은 김치를 제외하고 서너 가지가 한계에요. 죄송하지만 준비한 식판이 반찬 칸이 4개뿐이라.”
“연금술 공방에 전화해 당장!”
“내 친구가 연금술 공방에 있는데 지금 전화 중이야!”
“야, 혼자 요리하시는 거잖아. 조용히 안 해?”
“급식도 반찬 4개면 많아, 이것들아!”
반찬 칸이 4개라서 죄송하다는 말에 진심으로 연금술 공방에 식판을 주문하자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내 혼자서 요리하시는데 지은 씨가 쓰러지시면 책임이라도 질 거냐는 사람들의 말에 진압되었다.
“어쩔 수 없이 반찬이 겹치게 될 경우도 있는데, 주 단위로는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하겠습니다.”
“생쌀을 주셔도 특식이라 생각하고 먹을 자신 있습니다!”
“저기 비워져 있는 부분은 뭔가요!”
“제가 임의로 선택한 날짜들인데요. 이때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음식을 제공해 드릴 예정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입단식 때부터 들었지만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진심 가득한 환호성에 멈칫한 지은이 이내 말을 이었다.
“꼭 전날까지 의견을 종합하셔야 반영해 드릴 수 있으니 유의해 주세요.”
“미리 조별로 정해라!”
“몬스터 처치 숫자로 정해!”
“부상자 없는 조는 가산점 주는 거 어때!”
“저…… 계속 말해도 될까요?”
“다들 조용히 하자!! 지은 씨 말씀하신 댄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대회의실.
지은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길드원들의 눈빛이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후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후식이 있다고요??”
“당연히 밥을 먹었으면 후식도 있어야죠?”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러실까?’라는 말투로 당연히 후식이 제공된다는 지은의 말에 길드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주 잘 배우신 분이여!”
“그라지요. 밥을 먹었으면 후식도 땡겨 줘야지요!”
“후식은 크게 믹스커피나 아이스크림, 각종 과일과 사탕, 초콜릿 등으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너무 큰 박수 소리에 마이크에 대고 목소리를 높인 지은이 다음은 푸드 트럭 영업 방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토벌대가 50명인 관계로, 제가 전부 설거지하긴 조금 힘들 거 같아요. 식사가 끝나면 바로 다음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 식사가 늦어질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지은 씨는 요리만 하소!”
“설거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은 씨가 쉬셔야 우리가 싸울 수 있습니다!”
설거지 문제가 바로 해결되어 버렸다.
“배식은 자율 배식이 원칙이긴 한데, 양은 넉넉히 넘치게 할 거지만 그래도 모자라서 못 드시는 분이 나오면 가슴 아플 거 같아요.”
“배식조 선정해!”
“공정하게 하루 단위로 해! 배식조 오래 하면 나중에 배식조만 폭리를 취한다니까? 다들 양성소 때 생각 안 나?”
“양심껏 줘라!”
배식 문제도 연달아 클리어.
“다음은 테이블이랑 의자인데…….”
“거 누가 던전에서 고상하게 의자에 앉아서 밥 먹나? 의자 필요한 놈 있어?”
“테이블은 무슨, 테이블 다들 무릎 위에 올려 두고 바닥에 앉아서 먹어라!”
테이블과 의자를 실을 공간이 없었는데 식사 장소까지 클리어.
지은은 고민했던 문제들이 너무나 쉽고 빠르게 해결되자 당황해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깡충깡충 뛰며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그런 지은과 길드원들을 보며 방금 전까지 회의를 진행하던 주혁과 성진은, 중요한 토벌전 최종 회의 때는 ‘거 귀찮게 하지 말고 길드장이 알아서 명령이나 내리쇼.’라고 말하던 길드원들이 파를 나누어 격렬하게 토론하는 모습에 기가 차서 웃음을 흘렸다.
“저 아가씨 말씀 잘하시는데?”
“언제 저렇게 준비해 가지고…… 진짜 요리에 진심인 사람이야. 순수해.”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푸드 트럭 운영 방침에 대해서 설명하는 지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요리에 진심인 사장과 밥에 진심인 손님.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어디 있을까.
입단식에서 지은이 밝힌 포부를 떠올린 주혁이 웃음 지었다.
한마디 하는 게 어떻겠냐는 주혁의 권유에 당황했다가도 이내 잘 접은 종이에 직접 자필로 준비해 온 입단 포부문을 주섬주섬 꺼내 든 지은의 말에 길드가 뒤집어졌었다.
‘밥 못 먹어서 서러운 사람이 없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토벌이나 미개척 구역 확보에 참여하는 기간 동안 확실한 식단표를 제공하고, 영양과 맛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걸 약속드립니다.’
‘우워어어어어어억!!’
거의 신흥 종교의 탄생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 회의실도 그렇고, 지은의 손짓 하나하나에 다들 열과 성을 다해 반응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번 토벌전의 사기가 아주 높아져서 좋은데 뭘.”
주혁의 말대로였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토벌전. 불확실한 던전 안에서 목숨을 걸고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보스를 잡아야만 던전에서 나갈 수 있다는 기약 없는 생사전을 앞두고 이런 활기가 도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내가 영입을 아주 잘한 거지.”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지은에게서 떼지 않은 주혁은 준비한 자료 설명을 모두 마치고 ‘감사합니다!’ 하며 고개를 숙이는 지은에게 다른 길드원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박수를 치며 활짝 웃었다.
* * *
“까망아, 나 너무 긴장되는데?”
길드 합류가 결정되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금세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약속한 대로 80인분의 요리를 매 끼니마다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지은은 쉴 새 없이 조리 과정을 적은 노트를 수정하며 식단 조리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길드에 들어가기 전 그동안 생각만 해 봤지, 도저히 실행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몇 가지 실험을 위해 성진의 도움을 받아 던전에 처음 입장했다.
던전 안에서 스킬을 발동하자, 푸드 트럭이 랜덤이 아닌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에 소환되는 것을 확인했다.
애초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 설명에 던전 안으로 주인이 직접 들어온 경우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에, 트럭 주인의 위치에 소환될 것이라는 지은의 예상이 맞았다.
그렇게 확정된 지은의 토벌대 합류.
4층까지는 매 끼니마다 스킬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을 사용하고, 5층 던전에 진입해 본격적인 토벌전이 시작되면 폐점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트럭을 상주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토벌대와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내가 운전해서 이동하기로 했고.”
처음부터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좋았지만, 길이 좁은 곳도 많고, 애초에 여러 가지 함정 때문에 길을 잃기 쉬웠기에 지은도 체력이 닿는 곳까지는 버프를 받으며 걸어야 했다.
주혁이 말했던 계약금 150억이 한방에 입금되었을 때는 놀라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봉부터 시작해 토벌 기간 동안 주어지는 특별 수당, 던전에 상주하는 야간 수당, 식사값까지 연봉 협상에서 내밀며 아낌없이 다 주겠다고 말하는 주혁을 손사래를 치며 만류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돈은! 연봉만 받을게요!”
“왜죠? 지은 씨는 이거보다 더 요구하실 자격이 있어요. 던전에서 요리를 하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잖아요.”
“아뇨, 어차피 죽으면 가지고 가지도 못하는 돈인데요!”
애초에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지은은 집 주변에 언제나 상주하는 호위 팀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율 판매 허가도 해 주셨잖아요.”
“그것까지 포함해서 당연한 권리입니다.”
“전 돈 많이 벌 생각으로 요리하는 게 아니에요!”
각성하기 전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가게를 내고,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각성을 하고 던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헌터들이 토벌전에서 목숨을 걸면서 싸우는지 알게 된 지금, 지은의 목표는 바뀌었다.
“전 제 요리를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가장 좋아요!”
“지은 씨…….”
“그래서 자율 판매를 꼭 하고 싶었던 거예요. 길드원만이 아닌, 던전에 들어오는 모두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싶어서요!”
극악 같은 확률이었지만, 푸드 트럭은 언젠가 분명 사람이 많은 곳으로도 이동할 것이다.
던전 안에서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하고 몬스터를 사냥하던 헌터들이, 우연히 자신의 푸드 트럭을 발견하고 갓 만든 요리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지은은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해지곤 했다.
“그러니 너무 많은 돈은 제가 부담스러워요. 적당한 선에서 책정해 주세요.”
그렇게 연봉 협상까지 마무리되고, 오늘은 토벌전이 시작하기 전날 중요한 실험을 하는 날이었다.
<에잉, 별로 하기 싫다냥……. 내 주인은 주인뿐인데.>
“쓰읍, 앞으로 정상적인 자율 판매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했지.”
오늘 함께 실험에 참가할 경호팀장인 한유라 헌터의 눈이 커다래졌다.
말하는 고양이를 눈앞에서 보게 된 한유라 헌터에게 정말 싫다는 듯 지은의 품에 안긴 까망이가 한숨을 내쉬고 앞발을 내밀었다.
<손을 잡아라냥.>
까망이의 말에 떨리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까망이의 손을 잡은 한유라 헌터가 감격했는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알고 보니 한유라 팀장이 중증 고양이 덕후였기에 까망이로 쉽게 꼬시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한유라 팀장의 눈길을 뒤로한 채, 까망이가 입을 열었다.
<당신을 지은이네 푸드 트럭 [아르바이트생]으로 임명한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