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59화(26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59화
국밥집에서 나오며 믹스커피에 박하사탕까지 야무지게 챙긴 드루이얼에게 지은이 쪽지를 건네며 말했다.
“시스템에게 이걸 전해 줘요.”
“뭐?”
얼떨결에 쪽지를 받아 든 드루이얼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난 시스템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에이, 다 알고 있잖아요.”
수많은 던전 안에서도 정령왕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드루이얼이 지상에 나와 있는 니케의 기운을 추적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드루이얼 님이 이태서 씨와 함께 움직여 줬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어휴, 티 났어? 눈치도 빠르네.”
시스템이 거래를 제안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은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1회 차에 일어났던 균열들을 신경쓴다거나, 엘라임을 정화하는 등의 모습만을 보여 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거래를 제안했는데 제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까 답답했을 거예요.”
그렇기에 시스템은 두 가지 카드를 손에 들고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자신이 언제든 신을 도와서 인간계에 분란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 이능 감옥을 이용하는 것.
다른 하나의 카드는 거래 조건으로 어둠의 정령왕을 직접 지은에게 온전히 바치는 것.
“내가 시스템에게 접근하면 분명 지레짐작하고 꽁무니를 빼거나, 돌발 행동을 할지도 모르는데?”
“이미 이능 감옥을 이용할 생각은 접었을 거예요.”
“그렇겠지. 네가 가진 패를 버렸으니까.”
성지훈을 이용해 시스템의 계획을 미연에 방지하려던 계획은 이미 엎은 지 오래였다.
지금쯤이면 분명 시스템은 성지훈을 통해서 이능 감옥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지은이 전부 알아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을 터였다.
이태서에게 협조했을 때부터 시스템이 지은에게 무언가를 제시했을 거란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던 드루이얼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떠보듯 말했다.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려는 이유라도 있나?”
“…….”
“설마 시스템과 손을 잡는 어리석은 짓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
“설마요.”
지은이 전해 준 쪽지를 가리키며 드루이얼이 말했다.
“그럼 내가 이걸 확인해 봐도 되겠어?”
“그러세요.”
너무나 허락하는 지은의 모습에 잠깐 당황했던 드루이얼은 이내 굳은 표정으로 쪽지를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이건…….”
“시스템이 제시한 조건대로는 절대로 끌려가지 않을 거예요.”
“허…… 창조의 정령이 펑펑 울겠는데.”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단숨에 깨달은 드루이얼의 말에 지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많이 괘씸하니까 펑펑 울릴 거예요.”
“하하하하! 그래? 그거 정말 기대가 되는군! 이건 내가 제대로 전달하도록 하지!”
자신은 유희를 즐기려고 했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며 작은 투정을 부리던 드루이얼이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드루이얼이 사라지기 전 건넨 박하사탕을 입에 넣은 지은이 입 안에서 느껴지는 달콤하면서 화한 기운에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그럼 이제 온전한 힘을 되찾을 준비를 하러 가 볼까.”
* * *
지은의 연락을 받자마자 모든 일을 뒤로한 채 약속한 장소인 카페에 나와 있던 남운이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짓했다.
“지은 씨!”
미리 지은이 올 시간에 맞춰서 주문해 놓았던 따뜻한 카페모카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회귀자임을 밝혔을 때 카페에서 지은이 마셨던 커피였다.
“미안해요. 피곤할 텐데 갑자기 불러내서.”
“아닙니다. 저는 좋습니다.”
경보가 울리기도 전에 길드 연합을 지휘해 균열을 모두 처리하고 있는 남운은 지금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지은 씨가 정령왕들을 정화한 덕분에 신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지난 회차들에서 상대했던 균열과는 급이 달라요. 너무 쉽습니다.”
“다행이네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 잔을 들어 올리는 지은이 모습을 보며 남운은 자신이 너무 들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흠흠,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 지은 씨야말로 바쁘셨을 텐데.”
“세계수의 가지.”
“네?”
“잘 가지고 있죠?”
“그렇습니다.”
“좀 볼 수 있을까요?”
갑자기 지은이 세계수의 가지에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지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운이 인벤토리에서 세계수의 가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갑자기 이건 왜…….”
열 개의 가지 중 온전히 생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오직 잎이 달려 있는 한 가닥의 가지뿐이었다. 멸망을 막지 못한 회차마다 잎이 떨어지는, 끝이 정해져 있는 회귀 아이템.
“이거 저 주세요.”
갑작스러운 지은의 말에 남운이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이게 무슨 아이템인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네, 분명 회귀자인 남운 씨에게만 종속되어 있는 신화급 회귀 아이템이겠죠.”
“그걸 잘 알고 계시는데 어떻게…….”
그러나 지은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런 지은의 표정을 확인한 남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템이 필요하시다면 기꺼이 드려야죠.”
분명 자신에게 귀속된 아이템이 분명했던 세계수의 가지가 지은의 손에 넘겨지는 것을 보며 남운은 지은을 잠시나마 의심한 것을 속으로 자책했다.
‘아무렴, 지은 씨가 어떤 분인데…….’
세계수의 가지에 깃든 힘이 바로 창조의 정령의 힘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창조의 정령이 만들어 낸 아이템을 그 대리자인 지은이 소유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 증거로 회귀자 전용 아이템인 세계수의 가지가 너무나 손쉽게 지은의 손으로 옮겨 가 은은하게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시스템 알림 : 세계수의 가지의 소유권이 민지은으로 변경되었습니다!]“따지고 보면 저도 회귀자니까요.”
“아……!”
“정확히 말하면 퇴장했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이겠지만요.”
담담하게 소유권을 인계받은 세계수의 가지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말하던 지은이 하나 남은 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축하해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이 축하의 말을 건네는 지은에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남운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시스템 알림창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은 씨!”
[시스템 알림 : 회귀자 귀속 아이템인 세계수의 가지의 소유권이 변경됨에 따라 가지고 있던 회귀자 페널티가 삭제됩니다!]그동안 아홉 번을 회귀하며 가지고 있었던 페널티의 삭제.
그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리 없는 남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가만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은 씨가 왜…….”
남운을 지긋지긋하게 억누르던 인과율의 페널티. 그동안 그의 시간은 멈춰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계속해서 같은 시간을 반복해야만 했던 그 지옥 같은 인과율에서 비로소 해방된 것이었다.
“저 때문에 까망이에게 받은 형벌이었잖아요.”
“…….”
“사실 남운 씨는 잘못이 없는데, 제가 남운 씨를 이용한 거였고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냐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한 남운이었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지은의 얼굴에서 그저 과거의 잘못을 회개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녀가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먼저 보였다.
“이제 남은 건 제가 다 책임질게요.”
“…….”
“그동안 정말 힘들었을 텐데…….”
“하…….”
“고생했어요, 정말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위로.
당장이라도 다시 세계수의 가지의 소유권을 넘겨 달라고 말하려던 남운은 뜻밖의 지은의 감사 인사에 다리에 힘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을 느꼈다.
말없이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남운이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그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정하게 토닥인 지은이 말했다.
“그리고…… 고마웠어요.”
따뜻한 지은의 손길과 말에서 전해져 오는 진심에 남운의 어깨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남운은 지은의 괴로움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공감해 준 사람이었다.
지은 역시 그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1회 차의 그녀는 절망적인 끝이 보이는 싸움을 이끌어 가야 할 희망이었지만 그 전에 가장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가던 한 명의 불쌍한 사람이기도 했다.
오직 남운만이 가진 권능으로 개개인을 판단하던 혼란의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지은을 한 명의 지친 사람으로 봐줬다.
그래서 1회 차의 지은은 남운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고 부탁했던 거였다. 모두의 뜻을 저버린 배신자가 될지언정,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녀를 이곳에서 퇴장시켜 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남운은 기꺼이 그녀를 위해서 손을 건네준 단 한 명의 사람이었다. 그 결과 자신이 무엇을 짊어지고 견뎌 내야 할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만이 모든 기억을 안고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했을 때 남운은 기대했다. 이미 어떤 비극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다 알고 있었기에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이 싸움을 다르게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인과율에 묶인 남운은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결국 똑같은 결말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했고, 그 기억들까지 가진 채 또다시 회귀해야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결과. 지은이 없는 세상에서 남운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남운은 그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깨닫고 처절하게 1회 차의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지은의 마지막에 기억될 사람이 온전히 자신이었으면 하는 철저히 이기적인 바람에서 시작된 비극이었다.
그런 자신의 시커먼 속내를 지금의 지은이 과연 몰랐을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듯한 지은의 다정한 손길에 남운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때 오직 나를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려 줘서 고마웠어요.”
“…….”
“내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부터.”
“지은 씨…….”
“아니, 당신이 저를 찾아 아홉 번을 회귀해 왔다고 밝혔을 때부터 저는 쭉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
“…….”
“정말 고마웠어요.”
그렇게 말하며 와락 자신을 끌어안는 그녀의 따뜻한 위로를 가만히 느끼며 남운은 마침내 자신의 형벌이 끝이 났음을 깨달았다.
오랜 회귀의 시간 동안 얼어붙어 있던 시간을 다시 선물해 준 지은에게 남운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감사…… 감사합니다, 지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