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0화(26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0화
잠시 테이블 위에 방치되어 있던 세계수의 가지를 인벤토리에 챙긴 지은이 짐짓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음…….’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물까지 보인 남운의 눈가가 꽤 붉어져 있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낸 뒤로 쭉 시선을 피하고 있는 남운이 지금 자신과 똑같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지은은 알 수 있었다.
감성적인 해프닝이 끝나고 이성을 앞세워야 할 상황으로 돌아오니 어색한 긴장감이 지은과 남운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그…….”
“저…….”
그런 분위기를 깨보고자 운을 띄운 지은이었지만 그건 남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둘 다 입을 꾹 다문 채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이어졌다.
식어 버린 커피를 말없이 한 입에 털어 넣은 지은이 머그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아무튼, 이제 저도 드디어 인과율이 정해 준 시간선 위로 다시 발을 디디게 되었네요.”
“그 말씀은…… 그전까지는 정말 지은 씨는 인과율을 적용받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까?”
이미 지은이 세계수의 가지의 소유권을 넘겨 달라며 자신이 회귀자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을 때 짐작했던 이야기였지만, 막상 직접 말로 설명을 들으니 지은이 정말로 그를 위해서 어떤 결심을 했는지 실감이 난 남운의 눈가가 다시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뚝!”
“……!”
“이제 울어도 다독여 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뚝 그쳐요.”
마치 우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지은의 말투에 남운은 신기하게도 북받쳤던 감정이 고요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제가 애도 아니고…….”
“지옥 같은 결말을 몇 번이나 보고 온 사람이 눈물이 그렇게 헤플 줄 알았나요.”
“방금은 정말로 눈물을 흘릴 만했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남운의 말에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주혁 씨랑 이태서 씨에게 말해 줘도 되나요?”
“…….”
“말해 놓고 보니까 두 사람의 반응이 정말로 궁금하긴 하네요?”
“그것만은…… 제발.”
주혁과 이태서가 자신이 지은의 앞에서 울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잠깐 상상한 것만으로도 끔찍했는지 남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장난이에요. 말 안할게요.”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세 날아갔다. 그제야 지은이 어째서 세계수의 가지를 받으면서까지 인과율이 정해 둔 시간선에 다시 발을 디딜 결정을 했는지 궁금해진 남운이 말했다.
“세계수의 가지로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음…… 그게요.”
이미 잎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세계수의 가지였다. 사실상 정해진 회차를 알려 주는 알림판 같은 역할에 불과했던 세계수의 가지를 지은은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걸까.
말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던 지은이 남운의 눈을 빤히 응시하다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하나 약속해 줄 수 있어요?”
“네? 갑자기 어떤 약속을…….”
“자세한 건 밝힐 순 없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저를 믿고 버텨 줄 수 있을까요?”
“…….”
“절대로 1회 차의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거예요. 정령왕들을 정화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진짜 싸움이 시작될 거예요. 그러니까…….”
“물론입니다.”
긴 설명을 이어 가려던 지은은 남운의 대답에 말을 멈췄다.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지은을 바라보던 남운이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은 씨가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
“그러니 저는 지은 씨를 믿을 겁니다.”
“아…….”
“지금껏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지은 씨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요. 그러니 걱정하시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남운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이내 그를 따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 * *
“시스템을 잡으러 가자.”
집에 돌아오자마자 성지훈을 이용하려는 작전을 뒤엎었다고 통보한 지은이 대뜸 내뱉은 말이었다. 당초 예정했던 계획보다 더 빨리 작전을 수정한 지은의 결정에 까망이가 당황하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
“응, 너랑 나 단둘이서만.”
그제야 지은이 이번 작전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주혁과 이태서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까망이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주인의 힘을 더 이상 사용하는 건 안 된다.>
“왜?”
<그건……!>
“까망아, 너는 내가 그동안 뭘 고민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
<……!>
자신의 말을 자른 지은의 차가운 음성에 까망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알고 있었나 보네. 미안해. 속일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지은이 품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세계수의 가지였다.
<이걸 네가 어떻게…….>
지은이 사라지고 난 뒤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은 것도 모자라서 제 손으로 타락한 정령왕들의 힘을 회수해 완성할 수 있었던 회귀 아이템.
“남운 씨에게 받아 왔어.”
<…….>
아홉 개의 앙상한 가지와는 다르게 하나 남아 있는 잎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가지는 아직 생기를 머금고 있었다.
오직 하나.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알려 주는 듯 잎이 달려 있어 생생한 나뭇가지를 손으로 쓸어내린 지은이 말했다.
“쭉 고민해 봤어.”
<주인…… 설마.>
“어째서 정령왕들을 계속해서 정화하고 있는데 힘이 늘어나는 양이 적을까. 네 말대로 그저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권능이라서?”
온전히 감당하기 힘든 힘이라는 것은 몸으로 여실히 느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느낀 지은이었다.
“아실리아 님과 드루이얼 님에게 다 들었어.”
<뭐…… 뭐를 들었다는 거냐, 주인.>
“까망이 너의 능력으론 신을 완전히 몰아낼 수 없다는 걸.”
<…….>
“그래, 애초에 너의 권능은 창조의 권능이니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걸 생각을 못 했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지은의 얼굴을 보며 까망이는 정말로 당황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는 주인을 속이려던 게…….>
“알아.”
<…….>
“종속 계약까지 선언할 정도로 날 아끼는 너잖아.”
<그래, 맞다. 나는 주인을 그 무엇보다도 아끼고 있…….>
“이 세계가 어떻게 되든 나만 네 곁에 있으면 될 정도로?”
<……!>
흠칫 몸을 떠는 까망이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1회 차의 까망이는 자신이 만들어 낸 정령왕들을 스스로 거두면서까지 회귀를 이끌어 냈다.
게다가 대리자의 직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양보하고 퇴장한 지은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남운에게 이 세계수의 가지를 형벌이라는 이름으로 맡겼다.
‘저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아홉 번을 회귀해 왔습니다.’
남운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했던 말 그대로였다. 힘이 부족했기에 열 번의 회귀밖에 이끌어 내지 못했지만, 그 열 번의 회귀에서 까망이가 원했던 것은 오직 지은을 찾는 일이었다.
“만약 힘이 모자라지 않았다면, 이 가지가 열 개가 아니라…… 스무 개, 아니, 백 개도 됐겠지.”
<……그래, 맞다.>
“내가 다시 이 세계에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네가 나와 종속 계약을 맺은 것도 그런 이유였을 테고.”
<맞다.>
부정하지 않고 무거운 목소리로 곧이곧대로 인정하는 까망이의 모습을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하던 지은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인간계가 어떻게 되든 너하곤 아무 상관없는 거야?”
<…….>
“네가 말했지. 그 어떤 누구도 생각하지 말고 오직 나만 생각하라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유독 그녀의 몸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까망이었다. 1회 차 지은의 죽음이 엄청난 트라우마가 되었을 거라 막연히 생각해 봐도, 까망이는 과할 정도로 지은을 아꼈다.
<난 주인이 없으면 다 필요 없다.>
“…….”
<주인이 없는 인간계가 나에게 무슨 쓸모가 있다는 거냐. 내 권능이 무슨 쓸모가 있다는 거냐! 주인은 이미 날 한 번 버리지 않았냐!>
“너…….”
<난 매일매일이 두렵다! 지난번처럼 똑같이 주인이 나를 두고 떠날까 봐! 또 모든 힘을 쏟아붓고 떠나버릴까 봐 두렵단 말이다!>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날 선 감정을 내비치는 까망이의 태도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지은의 반응에 까망이가 다시 뭐라 소리치려던 찰나였다.
“민까망.”
<…….>
“이리 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양팔을 벌린 지은의 부름에 씩씩대던 까망이가 홀린 듯 그녀의 품에 다가가 안겼다.
“너한테 뭐라고 하려던 게 아닌데. 화났어?”
<……이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려 하지 마라. 나 정말 화났다.>
화났다고 말하면서도 언제 소리를 질렀냐는 듯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에 골골대는 소리를 내고 있는 까망이었다.
“내가 왜 세계수의 가지를 받아 왔는지 알아?”
<…….>
“나, 시스템과 거래를 하려고.”
<갑자기 그게 또 무슨 소리냐? 시스템을 잡으러가자고 할 땐 언제고?>
놀란 까망이가 눈을 부릅떴다.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박쥐 같은 녀석이다! 거래를 하게 된다면 결국 가장 이득을 보는 게 놈이라는 걸 주인도 알고 있잖아?>
다름 아닌 지은이 한 말이었다. 지은마저 시스템과 계약을 하게 된다면 신과 까망이 둘 중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어느 쪽이 되든지, 시스템은 지금의 이 세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신의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누가 시스템이 원하는 거래를 한다고 했어?”
<그건 아니지만…….>
“내가 세계수의 가지를 가져온 이유를 조금만 생각해 봐. 이건 까망이 네가 만든 거잖아.”
<내가 만들긴 했지만, 그걸로 어떤 거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까망이의 볼을 귀엽다는 듯 주욱 잡아당긴 지은이 푸스스 웃어 보이며 말했다.
“어둠의 정령왕을 지금 정화하면 난 분명 반쪽짜리 힘을 가진 대리자가 될 거야. 그건 까망이 너도 마찬가지고. 그래선 우린 진짜 싸움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어.”
<……그게 무슨 소리냐, 주인?>
“정령왕들을 정화할 때마다 늘어나는 힘이 줄어드는 상황이 너무나 걸리는 게 많아서,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 봤거든.”
<…….>
“그러다가 생각이 난 게 바로 이 세계수의 가지였어. 이건 네가 1회 차에 남은 모든 힘을 쏟아부어 만들어 낸 기적이잖아.”
<아?>
그제야 지은이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챈 까망이가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남아 있는 한, 지금 회차에서 모든 정령왕들을 정화한다고 해도 까망이 너의 힘은 온전할 수 없어. 그리고 그건 당연히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한 지은이 까망이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고는 세계수의 가지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오며 말했다.
“그러니 이걸 없애야 해.”
세계수의 가지를 없애야 한다는 지은의 말에 까망이가 불가능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아니, 불가능하지 않아. 하나만 약속해 줄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 믿어 줘.”
<나는 언제나 주인을 믿는다. 다만 주인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두렵긴 하고…….>
“그건 지금부터 설명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