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1화(26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1화
“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할 예정이야.”
온전한 힘을 모으기 위해서 더 이상의 권능의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지금, 시스템을 이용할 방법은 하나였다.
<그래서, 시스템과 무슨 거래를 할 건데?>
“내가 승리했을 때 시스템의 존재를 인정해 주려고.”
<뭐?>
이미 배신을 한 것도 모자라서 인간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스템의 의도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사실상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지은의 말에 까망이가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건 안 된다! 또 무슨 뒤통수를 맞으려고!>
지은은 그런 까망이의 반응에도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담담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간계를 주관하던 게 까망이 너라면, 다른 세계도 분명 있는 게 당연하겠지?”
<그건…….>
“그리고 그 세계를 주관하는 건 당연히 신일 테고.”
<그렇지.>
“지금 우리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어. 하나는 내가 모든 정령왕들을 정화하고 온전한 힘을 되찾는 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세계수 가지의 잎이 떨어지는 길.”
<당연히 첫 번째 길로 가야하지 않겠어?>
“내가 모든 정령왕을 정화한다고 해서 이 싸움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
<…….>
“까망이, 너와의 계약으로 직접적인 힘의 행사를 못 하던 신이 그렇게 원하던 창조의 권능을 허무하게 놓친 채로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해?”
<주인 말대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겠지.>
“바로 그거야. 난 확신할 수 있어.”
지금까지는 회귀의 인과율에 걸려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지만, 만약 까망이 쪽의 승리 조건인 정령왕들의 정화가 달성된다면 그동안 금제라는 조건에 걸려 있던 신은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말했지. 지금 상태대로라면 우린 반쪽짜리 힘밖에 사용할 수 없어.”
승리 조건이 달성되었기에 패배 조건인 세계수의 가지는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했던 창조의 권능은 회수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러면 절대 우린 이길 수 없어.”
담담한 목소리로 단언하는 지은의 말에 까망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주인의 말대로 이 세계수의 가지에 내가 1회 차에 쓴 힘이 남아 있어서, 지금 회차에 정령왕들의 힘을 모두 회수하지 못한다고 치자.>
“…….”
<그렇다고 해서 지금 와서 뭔가를 바꿀 순 없다, 주인.>
까망이의 말대로였다. 지은이 자신의 힘의 총량이 줄어들었다고 확신했던 것처럼 까망이 역시 자신의 창조의 권능이 원래의 양을 담아내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이미 그동안 너무 많은 힘을 써 왔기에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지은의 말대로 이 모든 일이 세계수의 가지를 만드느라 1회 차에 소비한 힘 때문이라 할지라도, 결국 세계수의 가지는 10번의 회귀 동안 혹시라도 등장할 지은을 위해 만든 하나의 희망의 동아줄일 뿐이었다.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고 그 회수를 모두 소진하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아이템이다. 그렇다고 이 세계수의 가지를 건드려 창조의 권능을 회수할 수도 없었다.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낸 창조의 권능이 소멸하는 순간 지금도 위태롭게 달려 있는 저 나뭇잎도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한 번밖에 남지 않았던 기회가 그 순간 증발하며 곧바로 신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세계수의 가지를 이용하면 그 결과를 바꿀 수 있어.”
<그게 무슨 소리냐 주인! 이 세계수의 가지를 건드리면……!>
“세계수의 가지를 흡수할 거야.”
<뭐?>
“정확히 말하면 이걸 흡수하는 거지만.”
지은이 가리킨 것은 작은 가지에 외롭게 달려 있는 푸른 잎이었다.
<이걸…… 어떻게 흡수하겠다는 거냐?>
“다 생각이 있지.”
남운에게서 세계수의 가지의 소유권을 인계받았을 때조차 떠올랐던 시스템 메시지. 분명 이 세계의 룰은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각자 이미 룰을 한 번씩 위반했기에 결과적으론 까망이와 신, 그리고 시스템은 현재 공정한 출발선 위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이 내 거래를 받아들이고 딱 한 번만 나를 도와주면 돼.”
<나는…… 주인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창조의 권능도 조금 사용해야 할 거야. 그렇지만 사용한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클 테고, 어둠의 정령왕까지 정화한다면 분명 온전한 힘을 회수할 수 있을 거야.”
<주인이 위험해지는 건 아니겠지.>
“…….”
<주인!>
까망이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도 지은은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세계수의 가지를 흡수할 자신은 있는데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난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
<제발…….>
“이건 꼭 약속할게. 1회 차엔 내가 너를 버렸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버리지 않을게.”
<…….>
“그러니까, 나를 믿어 줬으면 해. 그래 줄 거야?”
자신을 끌어안으며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품에 안긴 채, 온기를 느끼며 눈을 스르르 감은 까망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난 언제나 주인을 믿는다.>
* * *
“짜잔!”
지은이 관문을 열고 들어온 곳은 다름 아닌 [아리아드네의 천칭] 던전이었다. 이번 회차에서 다시 등장한 지은이 까망이와 계약을 하고 처음으로 각성한 뒤 스킬을 사용해 튜토리얼을 진행한 곳.
<여기는…….>
곧바로 지은의 의도를 깨달은 까망이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번 회차의 모든 것이 시작된 이곳이야말로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확실히 내가 많이 크긴 했나봐. 이젠 페널티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던 불과 몇 달 전과는 확연히 입장이 달라졌다. 푸드 트럭의 안전 영역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앉은 지은이 턱을 괴고 캄캄한 어둠 속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주혁 씨, 이태서 씨. 그리고 유라 언니랑 성진 오빠, 나운 언니, 소연 언니, 새봄 언니, 수영 언니…….”
마치 먼 길을 떠나는 각오를 한 사람처럼, 눈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손을 꼽아 가며 되뇌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까망이가 말했다.
<얼굴들은 한 번씩 보고 와도 되지 않았어?>
“……안 돼. 마음 약해져. 남운 씨한테 설명해 주고 왔으니까 그렇게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주인의 뜻이 그렇다면…….>
애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지은은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고 싶었다.
상념에 빠져 있던 것도 잠시, 드루이얼의 호쾌한 목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데려왔다, 임시 주인.”
땅이 불쑥 솟아오르며 모습을 드러낸 드루이얼과 성아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시스템을 빤히 바라보던 지은이 자신의 반대편에 놓아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요. 협상을 시작하죠, 우리.”
“……하, 아주 여유로우시군.”
“여유롭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그쪽은 혼자고, 저는 이렇게 든든한 빽이 있는데요.”
까망이를 비롯해 드루이얼은 물론이고 아실리아와 이그니스, 실피드, 엘라임까지 어느새 지은의 뒤를 호위하듯 지키고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시스템이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그래,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진작에 네 쪽에 붙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붙을 기회를 드리려고요.”
“난 이미 너희를 배신했는데도 말이냐?”
“네, 그러니 순순히 제가 하는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네요.”
“……그 제안이 뭔지 설명해 주는 게 먼저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죠. 일단 제가 당신에게 원하는 건 총 세 가지예요.”
“……말해 봐.”
“첫 번째는 어둠의 정령왕을 저에게 넘기는 것.”
“지금 바로 니케를 너에게 넘기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요?”
“신이 과연 내가 자기를 배신할 줄 모르고 니케를 나에게 순순히 넘겼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지난 아홉 번의 회차에서 모두 신을 도왔던 시스템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신이 또다시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인 어둠의 정령왕을 자신에게 맡겼다는 것은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일단 합격이네요.”
“……알고 있었어?”
“그럼요. 신이 당신을 미끼로 쓰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다 간파했죠.”
자칫 방심했다간 무심코 물어 버릴 만큼 너무나 탐스러운 미끼였다. 그러나 덥썩 이 미끼를 물었다간 곧바로 낚시 바늘에 꿰인 물고기 신세가 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저는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려고 해요.”
“……허.”
“그래서 제시할 두 번째 조건은, 바로 당신의 [시스템 알림]과 [강제 각성]의 사용 권한을 까망이에게 넘기는 거예요.”
“…….”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지은의 말에 시스템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사실상 자신의 모든 권한을 다시 까망이에게 반납하라는 소리나 똑같았다.
“미쳤군.”
“순순히 내놓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너에게 말했던 조건이 뭐였는지 기억하고 있는 건 맞겠지?”
“당신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금의 인간계를 유지하는 것.”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서 그런 소리를 해?”
“당신도 제가 했던 말 기억 안 나요?’
“뭐?”
“아, 아직 말은 안 했었구나. 전 당신의 그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애초에 없었어요.”
진지하게 협상을 하자고 거의 반 협박이나 다름없이 드루이얼을 보내 시스템을 이곳으로 납치해 온 것은 지은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지은은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그것도 모자라 가진 모든 것을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화난 얼굴로 씩씩 숨을 몰아쉬며 시스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협상은 결렬이다! 이 빌어먹을……”
“아직 말 안 끝났어요.”
“……”
서슬 퍼런 지은의 시선과 함께 자신에게 쏟아지는 정령왕들의 시선에 시스템이 몸을 움찔 떨었다. 눈짓으로 자신에게 다시 앉으라고 협박하는 지은의 얼굴을 애써 피하며 시스템이 자리에 조심스레 앉으며 말했다.
“내가 권한을 넘기면…… 나에게 어떤 걸 제안할 생각이지?”
“당신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요.”
“뭐?”
“이 싸움이 제 승리로 끝나면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
“온전히 당신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삶이요.”
지은의 말에 시스템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애초에 자신의 존재는 까망이와 신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저 이 싸움을 중재하기 위한 중재자의 용도. 그것에 자신의 의지는 전혀 없었다.
“나를 정령왕들과 같은 신격 존재로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하는 건가?”
“그걸 원해요?”
“…….”
“그걸 원한다면 날 믿고 세 번째 조건을…….”
“아니, 그건 원하지 않는다.”
짧은 고민을 끝내고 곧바로 지은의 말을 가로챈 시스템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영원의 시간을 살며 변화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나는……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야.”
“그럼 뭘 원하는데요?”
“난……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삶을 살아 보고 싶다.”
변하지 않고 정체된 삶을 원한 적 없다. 애초에 까망이도, 신도 배신하고 자신이 온전한 인간계의 주관자가 되기 원했던 것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인간계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인간계를 직접 살아 보고 싶었다.
그래, 항상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처럼.
“그게 가능하다고 약속해 준다면 난 네 세 번째 조건이 뭐라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창조의 대리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