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2화(26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2화
“세 번째 조건이 뭔지 정말로 들어보지 않아도 되겠어?”
“그렇다. 네가 내 제안에 맞는 걸 제시만 해 준다면.”
언제든 거래에 응할 거라고 하더니, 여우같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밝힘으로써 질질 끌려가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스템의 의도를 파악한 지은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세 번째 조건이 당신의 죽음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다시 살려 준다면?”
<건방진 것!>
뻔뻔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의 태도에 까망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처음 시스템이 등장했을 때부터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던 까망이었다.
“너무 화내지 마시길. 어차피 보아하니 대리자는 내가 필요해진 것 같은데.”
<이 빌어먹을 놈이…….>
“그만. 협상은 나랑 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시스템.”
까망이를 도발하는 시스템을 저지한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세계수의 가지를 꺼내 들었다. 한눈에 그것이 어떤 아이템인지 알아본 시스템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상황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회귀 아이템인가?”
“그래, 맞아.”
“잎이 한 하나뿐인 걸 보니 이번이 마지막이었어! 그래, 그랬던 거였군!”
줄곧 의심해왔던 문제가 해결된 시스템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회귀를 반복해야 이 싸움이 끝날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래서 나와 거래를 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대리자!”
“…….”
“잘 생각했다. 너희에게도 마지막 기회라면 승기를 잡은 지금 나와 거래를 하는 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을 거다.”
방금 전까지 분위기에 위축되어 있었던 시스템은 이제 완전히 기가 살아나 으스대고 있었다. 협상의 기본 중의 기본인 자신의 패를 노출하지 않는 것.
‘역시 능력에 비해 아직 어린 인간일 뿐이었군.’
약점이나 마찬가지인 패를 지은이 순순히 오픈했으니, 이제는 협상의 주도권을 자신쪽으로 끌고 오면 되었다. 어떻게 이 대리자를 요리해 자신의 입맛대로 협상을 이끌어 나갈지 머릿속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시스템을 빤히 바라보던 지은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다 보여.”
“뭐?”
“내가 너에게 이 세계수의 가지를 보여 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지은은 전혀 동요하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녀의 태도에 시스템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래, 네 말대로 우리에게 남은 기회는 딱 한 번뿐이야.”
“…….”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에게 제발 손을 잡아 달라고 사정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그건 큰 오해지.”
“허세가 심하군. 기 싸움으로 끌고 가려고 하지 마라, 대리자.”
“기 싸움? 내가?”
“…….”
“너랑? 푸하하!”
정말로 웃기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지은의 태도에 시스템이 기분이 나쁘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한참을 웃던 지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직도 네 처지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시스템.”
“…….”
“너의 도움이 없어도 난 이번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어. 다만 조금 귀찮아질 뿐이라서 너를 이용하려고 했던 거야.”
“뭐?”
단언하는 지은은 자신이 뱉은 말대로 당당해 보였다. 절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과 태도를 보며 시스템이 말했다.
“그래서, 그걸 나에게 보여 준 이유는 뭐지?”
“보여 줄 게 있어서.”
“뭐?”
“내가 너랑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보여 주려고.”
그렇게 말한 지은이 손을 펼쳐 보였다. 손안에 모여드는 정순한 기운. 틀림없는 창조의 기운에 시스템이 몸을 흠칫 굳혔다.
“뭘 하려고…….”
“마지막이 아니거든. 이건 다시 만들면 그만이니까.”
밝은 빛으로 빛나던 지은의 손에서 창조의 기운을 감지한 세계수의 가지가 마치 자아를 가진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가지 중 하나를 지은이 손으로 덥석 잡으며 말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애초에 창조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아이템인데.”
“…….”
“다시 기운을 보충해 주면 그만 아닐까?”
창조의 기운을 흡수하듯 빨아들이는 세계수의 가지에 이변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말라 비틀어져 있던 가지가 점차 생기를 되찾으며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생기를 되찾은 가지에서 새로운 잎이 나타나 자라나는 것을 보며 시스템의 안색이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회차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지은의 손짓 한 번으로 곧바로 새로운 회차의 기회가 생겨났다.
“이젠 마지막이 아닌데.”
“…….”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에 테이블에 올려 뒀던 시스템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시선을 살짝 내려 확인한 지은이 팔짱을 끼고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쉽게 됐네?”
“……이런 능력이 있으면서 나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이유가 뭐지?”
“말했잖아. 조금 귀찮아질 것 같아서야. 난 언제든 이 싸움을 이길 때까지 반복할 수 있어. 그렇지만 그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지은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까망이와 다른 정령왕들의 표정에도 변화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정말 그녀는 더 이상 이 싸움을 길게 끌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할 세 번째 제안은 무엇이냐.”
시스템은 그제서야 자신이 지은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한 입장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지은은 시스템과의 거래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고 싶어 했던 것이었다. 어둠의 정령왕의 통제권을 넘기고, 자신의 모든 권한을 까망이에게 넘기는 것도 모자라서 아직 시스템은 들어줘야 할 조건이 남아 있었다.
“세 번째는…….”
그렇게 말한 지은이 곧바로 방금 만들어낸 잎을 떼어내 시스템에게 건네고는 이어 말했다.
“이걸 당신이 먹는 거예요.”
“뭐?”
“이걸 당신이 먹고 앞서 말한 조건들을 이행하는 것이 제가 제안하는 마지막 거래 조건이에요.”
창조의 기운을 담은 채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세계수의 가지의 잎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스템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이 잎을 먹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좀처럼 빠른 판단이 서지 않고 있었다. 망설이는 시스템의 모습에 지은이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이걸 먹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죠?”
“……그래.”
“이건 까망이의 기운이 아니라 제 기운을 담은 매개체에요. 지금 당신의 창조주가 누구죠?”
“창조의 정령이지.”
“그래요. 그렇지만 이걸 먹는 순간 당신의 몸에는 제 의지를 담은 기운이 같이 공존하게 될 거예요.”
까망이는 신과 자신의 싸움을 중재할 중재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두 번째 지은의 조건이 바로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모든 권한을 다시 까망이에게 넘기는 것이었고, 그렇게 된다면 시스템은 존재의 의미를 잃어 소멸해야 마땅했다.
“당신이 소멸하지 않게 제가 도와주는 거예요.”
“허…….”
“말했잖아요. 제가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고.”
“대리자, 너의 의지를 담은 새로운 권능으로 말이냐?”
“바로 그거예요. 그리고 제가 당신에게 기회를 주면서 새롭게 맡길 의무도 당연히 있겠죠?”
“…….”
온전히 그의 뜻에 맡기겠다는 듯 시스템의 손 위에 잎을 올려준 지은이 말했다.
“선택하세요. 이걸 먹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지. 아니면, 언젠가 반드시 승리할 우리를 그저 바라보면서 그때 이 기회를 걷어찬 당신을 저주할지.”
“…….”
“그건 당신의 판단에 맡길게요.”
흔들림 없는 지은의 눈을 바라보던 시스템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애초에 자신이 어떻게 비벼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지은은 애초에 협상이 아니라 그저 통보를 하러 나왔던 것이었다.
“거래를…… 받아들이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은의 거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뿐이었다. 짧은 고민을 마치고 곧바로 손 위에 올려진 세계수의 잎을 입에 넣은 시스템은 그 순간 자신의 몸에 새로운 창조의 기운이 가득 차는 기분을 느꼈다.
마치 처음 까망이의 부름에 이 세상에 나왔을 때처럼 온몸이 새롭게 구성되는 기분을 느끼며 시스템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좋은 선택이에요.”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강요겠지.”
“아뇨, 선택이에요. 왜냐하면 당신이 먹은 건 세계수의 잎이 아니니까요.”
“뭐라고!”
“애초에 당신의 권능을 까망이에게 넘기는 것을 요구한 이유가 뭐였을 거라 생각해요?”
“그건…….”
지은은 분명 자신의 권능을 까망이에게 넘기기 전에 이 세계수의 잎을 먹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그녀의 의지를 담은 창조의 기운이 몸 안에 있어야 까망이에게 받은 권능을 넘기고도 자신이 소멸하지 않게끔 도와주겠다고 했었다.
“애초에 이미 같은 권능으로 창조된 존재를 어떻게 제가 새롭게 간섭할 수 있겠어요.”
“너……! 으으윽!”
대놓고 자신을 속였다고 고백하는 지은의 말에 시스템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다 몸을 휘청였다. 지은에게 적대심을 표출하자마자 이마에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건방진 대리자……!!”
그녀에게 반항적인 말을 하자마자 더욱더 심해지는 고통에 결국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시스템에게 다가간 지은이 그런 그를 빤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주인에게 그런 불손한 태도를 보이면 되겠어?”
“……!!”
“넌 나랑 종속 계약을 한 거야.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를 절대로 배신할 수 없을 테니까 허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이…….”
“보통은 유대가 쌓인 관계에서 평등하게 맺는 계약이거든. 이 계약을 맺은 순간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묶이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
“하지만 내가 너랑 한 계약은 절대적으로 내가 주인이 되는 계약이야. 넌 나를 거스를 수 없고. 내가 너에게 공급해 주는 기운을 끊으면 넌 그 순간 흔적도 없이 이 세계에서 소멸하게 될 거야.”
애초에 지은은 까망이는 물론이고 인간계를 배신하고 신에게 붙은 시스템을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신경을 살살 긁으며 마치 자신이 그를 구원해 주겠다고 느끼게끔 시스템을 몰아붙였다.
자신이 먹은 것이 까망이가 만들어 낸 세계수의 잎이 아니라 지은이 의지를 담아 만들어 낸 종속 계약의 계약서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스템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조금만 생각을 해 봤으면 눈치챘을 텐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너도 많이 궁지에 몰린 상태였나 보네.”
“너……!”
“눈 착하게 뜨고 날 봐.”
흠칫.
서슬 퍼런 지은의 명령에 시스템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이미 온몸에 각인되어 버린 종속 계약의 효력이 곧바로 발휘되며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시스템은 한결 온화한 눈빛으로 지은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시스템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만족스럽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말 잘 듣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