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3화(26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3화
‘이게 무슨……!’
강한 반발심과 함께 찾아온 것은 이 상황을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었다. 서슬 퍼런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시스템이 굴욕적이라는 듯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종속 계약이라…… 나에게 뭘 얻어 낼 속셈이지?”
불평등한 종속 계약으로 묶였으니 이제 시스템의 결정권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지은이 원하는 대로 이용당할 뿐. 배신의 대가가 이렇게 처절하게 돌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시스템의 얼굴엔 절망감만이 감돌고 있었다.
“일단 까망이에게 네 권한을 전부 양도해.”
그렇게 말한 지은이 손을 펼쳤다. 새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것은 바로 금제의 계약서였다. 계약서를 본 순간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지은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 시스템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나에게 거절할 권한은 없겠군.”
“물론이지. 그러려고 너와 종속 계약을 한 건데. 나도 너랑 계약하기 싫었어.”
바닥에 나풀거리며 떨어진 계약서 위에 시스템이 손바닥을 올려놓고 말했다.
“……지금부터 나는 창조의 정령에게 받은 모든 권한을 다시 창조의 정령에게 양도한다.”
[시스템 알림 : 시스템의 모든 권한이 창조의 정령(민까망)에게 양도됩니다!]담담한 시스템 알림이 울려 퍼지고, 이내 시스템의 몸에서 까망이의 몸으로 밝은 빛이 옮겨 가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만들어 내면서 사용했던 창조의 권능까지 다시 온전히 돌려받은 까망이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손실되었던 내 권능을 모으려는 거였구나, 주인.>
“그렇지, 너무 많이 흩어져 있었잖아.”
세계수의 가지 말고도 시스템 역시 까망이가 창조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존재였다. 시스템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한 창조의 권능은 온전하게 회수되지 못했다.
“정령왕들과는 달리 시스템은 창조주인 까망이 너의 의지를 저버렸으니까, 반드시 회수해야 했거든.”
결국 시스템이 배신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면 회수될 일 없이 계속해서 유지될 권능이었다. 자체적으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발전할 수 있는 인간들과는 달리, 정령왕들이나 시스템같이 저마다의 의무를 가지고 만들어진 존재들은 창조주인 까망이의 의지를 배신해서는 안 되었다.
“내가 창조의 정령을 배신해서 힘을 회수하려 했던 거였군.”
“맞아.”
“그렇게 따지면, 창조의 정령의 결정에 반기를 든 정령왕들도 역시 힘을 회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똑같진 않지만 결국 1회 차에 신에게 창조의 권능을 넘기려 했던 까망이의 뜻에 따르지 않고 신에게 반발했던 정령왕들 역시, 넓게 보면 창조주의 결정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역시 이곳저곳 붙어먹으려 했던 녀석답게 눈치가 빠르네.”
“…….”
“정령왕들이랑 너를 비교하려 하지 마. 정령왕들은 단 한 번도 까망이를 배신한 적 없으니까.”
“그게 무슨!”
“정령왕들의 의무는 인간들을 도우며 함께 공존하는 것이었어. 정령왕들은 창조의 권능을 넘겨받은 신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
“의무를 지키려 자신들을 희생하려 했던 정령왕들의 고결함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마. 그저 존재 의미만을 찾으려 했던 너랑은 근본이 달라.”
신랄한 비판을 쏟아부은 지은이 손에 든 계약서를 자신의 인벤토리로 옮기며 차가운 눈으로 시스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배신자는 고쳐 쓰는 거 아니라 했는데, 너를 잠깐이나마 믿으려 했던 내가 멍청했네.”
한풀 기세가 꺾인 시스템이 지은의 말에 항변하듯 말했다.
“……그래도 계약으로 묶인 이상 넌 나의 바람을 들어줘야 해.”
“그렇지, 그러려고 종속 계약을 한 거니까.”
자신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지은의 모습에 시스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애초에 자신을 소멸시키고 창조의 권능으로 다시 재창조할 수도 있었던 지은이 정말로 자신의 바람을 들어줄 생각이 있었다는 것처럼 보였다.
희망이 생기자 자신도 모르게 시스템이 바닥을 엉금엉금 기며 지은의 앞에 부복하며 말했다.
“내가…… 뭘 해 주길 바라는 거냐?”
“나는 지금부터 결말이 나지 않은 과거를 바로잡으러 갈 거야.”
“뭐?”
“지금까지 과거에서 유일하게 승부가 결정되지 않은 시간대가 있잖아?”
세계수의 가지의 발동 조건은 회귀자였던 남운이 승리하지 못했다고 인과율이 판단했을 때였다. 이미 9번의 회귀를 했다는 것은 그 9번의 회귀에서 남운이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뜻이니, 인과율에 따라 그 회차들의 세계는 이미 멸망했다.
그러나 지금 지은이 말한 대로 유일하게 승부가 결정되지 않은 시간대가 존재했다.
“설마…… 대리자 너!”
유일하게 회귀자인 남운의 패배가 확정되지 않았던, 회귀자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까망이에 의해 끝이 났던 회차. 그렇기에 아직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유일한 과거.
“난 1회 차로 갈 거야.”
“1회 차로 돌아간다고 해서 무언가를 바꿀 수는 없다. 이미 지난 시간대의 인과율은 아무리 창조의 권능이라고 해도 간섭할 수 없는…….”
“물론 그렇겠지.”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지금 우리에겐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단 한 번밖에 남지 않은 기회라는 걸 알았지만, 아직 그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바로 결과를 보지 못하고 스스로 퇴장한 자신이 남겨 두고 온 1회 차였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던 민지은이, 1회 차로 회귀한 회귀자 민지은이 될 거라는 소리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은의 말에 시스템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회귀 아이템인 세계수의 가지의 소유권이 지은에게 넘어간 지금. 1회 차를 제외한 지난 회차들에서 인과율에서 벗어나 있던 지은은, 1회 차의 인과율을 다시 떠안은 채 새로운 회귀를 창조해 내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회귀의 뜻이 그런 거 아니었어? 그 시점만 바꾸면 되는 거잖아.”
애초에 1회 차에 세계수의 가지가 발동한 순간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 싸움을 이기기 위해선 반드시 세계수의 가지가 발동하기 전에 어떻게든 1회 차를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다면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없었다.
“지금의 시간에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
“이 세계수의 가지가 발동되기 전에 인과율에서 벗어났던 유일한 사람.”
<주인…….>
“그게 바로 나야.”
그제야 까망이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을 믿어 달라고 했던 지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지은이 말한 대로 1회 차의 회귀는 강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지은이 퇴장하고 난 후 화가 난 까망이가 남운에게 지은을 찾으라는 임무를 주고 강제로 회귀가 시작되었으니까.
“난 내가 퇴장했던 시점부터 다시 1회 차를 바로잡을 생각이야.”
<그건…….>
불가능할 거라는 말이 입 안에 가시처럼 돋아나왔지만, 까망이는 간신히 뒷말을 집어삼켰다. 지은의 표정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 달라고 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대리자, 네가 1회 차로 떠난다고 해도 이곳의 시간은 흘러가야 한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물론이지. 이 시간대에서 나만 1회 차로 돌아가는 거니까.”
까망이 대신 사태를 파악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아직 이곳의 시간 역시 흘러가고 있었고, 결과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반드시 결과를 봐야 했다.
그 결과가 까망이의 승리가 된다면 이 시간대는 계속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1회 차에서 대리자 네가 무슨 일을 벌이든, 결국 이 회차에서 인간계가 패배한다면 넌 그대로 영원히 인과율의 시간대에서 갇히게 될 거다.”
“…….”
그걸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결국 지은은 이 세계가 끝나고 세계수의 가지의 잎이 떨어진다면 그대로 1회 차의 결과에 상관없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갇히게 될 운명이었다. 회귀를 가능하게 했던 세계수의 가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다.
“네가 없는 지금의 시간대에서 과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가장 중요한 전력인 지은이 스스로 위험 부담을 안고 1회 차로 회귀해 온전한 기운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 동안, 과연 다른 사람들이 지금의 시간대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시스템에게 시선을 돌린 지은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물론이지.”
“아무리 지금의 상황이 지난 회차들과는 달리 압도적이라곤 하지만, 그건 다 네가 있었기에…….”
“아니, 내 덕뿐만이 아니야.”
시스템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단호하게 말한 지은이 덧붙여 말했다.
“네가 본 인간들은 어떤 존재였지, 시스템?”
“그야…….”
신조차 갖지 못했던 창조의 권능을 자신들도 모르게 발현하는 특이한 종족들. 어떻게 살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인간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힘까지 만들어 냈다. 항상 무수한 가능성 속에서 옳은 선택을 할 순 없는 존재들이지만, 꺾이지 않는 신념과 의지로 결국 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손에 쥐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
“내가 지금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문제없어.”
“…….”
“나는 그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끔 한 것뿐이야.”
“네 말은 처음부터 이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그제야 지금까지 지은이 보였던 행보에 대한 의문점이 모두 풀린 시스템이 놀라 소리쳤다.
분명 창조의 권능이 소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권능을 사용해 관문을 이 세계에 창조해 내고, 균열을 통제할 수 있게끔 만들어 인간들로 하여금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다!’라는 희망을 안겨 준 것.
“너에게서 회수한 권능으로 우린 지금부터 판을 새로 짤 거야.”
“판을 새로 짠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모을 이름 있는 랭커들도 있어. 거기에 애매한 중립을 유지해야 했던 너의 권한까지 까망이에게 있고.”
“그렇다고 해도 신의 진짜 힘을 너흰 아직 모르지 않느냐! 결국 인간계에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대리자인 네가 없다면 신을 어떻게 상대하지?”
지은이 1회 차로 떠나고 나면 결국 직접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까망이는 창조의 권능으로 인간을 보호해 줄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지은이 일으킨 기적으로 뭉쳤던 인간들은 지은이 없다는 사실을 언젠간 깨닫고 신의 공격에 무너질지도 몰랐다.
당연한 시스템의 반박에도 지은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신이 어떻게 진짜 힘을 인간계에 보여 줄 수 있는데?”
“그야 당연히……!”
“난 아직 어둠의 정령왕님을 정화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