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4화(26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4화
그렇게 말하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은의 얼굴을 바라보던 시스템은 그제야 그녀가 어떤 안배를 남기고 1회 차로 이동할 속셈인지 깨달았다.
“설마…… 너!”
“어둠의 정령왕과 계약한 상태잖아, 너.”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거냐!”
“그걸 이제 알았어?”
신과의 새로운 싸움을 준비한다는 지은의 말은 분명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 시간을 조금 길게 가질 뿐이었다.
지금의 시간대에선 신도 까망이도 인간계에 직접 자신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저마다 대리자를 내세운 것이었다. 그러나 대리자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지은과는 다르게 신은 자신의 대리자를 이미 잃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대리자를 다시 선정할 수도 없었다.
대리자였던 이태서가 죽은 것이 아니라 그저 정화되었을 뿐이니, 공식적으로 대리자의 직위 자체가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리자도 새로 임명할 수 없고, 또다시 룰을 어기려 해도 그것을 눈감아 줄 시스템조차 지은에게 속아 종속 계약으로 묶여 버렸으니, 신이 직접적인 권능을 인간계에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지은이 정령왕들을 모두 정화하고 싸움을 끝내는 것뿐이었다.
“내가 어둠의 정령왕님을 정화하면 당장 신은 인간계에서 물러나야겠지.”
“…….”
“그리고 이제 금제를 상관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 부딪쳐 올 거야. 그때야말로 정말 위험해지겠지. 그건 너도 눈치채고 있었잖아.”
“허…….”
“그래서 내가 네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둠의 정령왕님을 나에게 그냥 넘기는 척하려 했지?”
그것이 바로 신이 시스템에게 순순히 어둠의 정령왕의 통제권을 넘겨준 진짜 이유였다. 그리고 시스템 역시 그걸 짐작했기에 지은과의 거래가 틀어졌을 때 유혹할 미끼로 남겨 둔 것이었다.
그때부터는 지은과 거래를 포기하고 신에게 모든 것을 걸을 자신의 생각을 이미 지은이 눈치채고 있었다는 사실에 시스템이 기가 차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완전히 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구나.”
“뭐 생각하기 나름이지.”
인상을 찌푸린 시스템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되진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지은의 편에 붙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속으로 안도했다.
‘내 오랜 바람도…….’
거기에 이미 지은이 자신의 바람을 들어 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니 답답했던 속이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낀 시스템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아왔다.
<주인이 널 살려 준 거다, 멍청한 녀석아.>
“뭐?”
까망이의 싸늘한 말에 돌아왔던 웃음기가 싹 날아갔다. 자신을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까망이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시스템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나를 대리자가 살렸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미련한 것, 쯧쯧…….>
“신도 마냥 멍청하진 않으니까. 나를 낚을 미끼로 어둠의 정령왕님을 너에게 보냈는데, 내가 반응이 없다면 무슨 짓을 할 거 같아?”
“그건…….”
이 싸움이 신의 바람대로 승리하는 공식은 모든 정령왕들이 인간들의 손에 의해 소멸되거나, 균열을 막지 못하고 지상이 타락의 힘으로 뒤덮이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싸움의 결론은 정령왕들의 소멸과 정화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지은이 마지막 남은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시키지 않는다면, 결국 신은 이 싸움을 끝내고 싶어도 끝내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지은이 만들어 낸 관문을 통해서 단결된 인간들의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받으며 모든 던전이 정화되고 나서야 신은 자신의 권능을 직접 인간계에 사용할 수 있을 터.
그런데 지금 지은은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하는 것도, 던전을 모두 공략하는 것도 당분간은 하지 않을 거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제야 신이 취할 수 있는 다음 경우의 수를 떠올린 시스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의 권능을 빼앗으려 했겠군…….”
<그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신이 어둠의 정령왕을 지은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신은 시스템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려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든지 시스템을 이용해 승리 조건을 채울 생각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험해지는 건 너였겠지, 시스템. 내가 1회 차에서 모든 창조의 권능을 회수해서 돌아올 때까지 네가 살아 있었을 거 같아?”
“…….”
“절대 아니지. 너를 소멸시키고 그 권능을 집어삼켰을 거야. 그러니까, 난 너를 속여서 계약하긴 했지만…….”
“…….”
“동시에 너를 지켜야 할 입장이 된 거기도 해.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하니까.”
“내 권능을 창조의 정령에게 양도하라고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였나.”
“그래, 내가 1회 차로 회귀해서 사용할 능력은 창조의 권능이 아니라 바로 시스템, 너의 권능이거든.”
1회 차로 자신이 회귀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은은 반드시 시스템의 권능을 사용해야 했다. 그녀가 가진 창조의 권능은 이제 정말로 조금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대리자라 할지라도 결국 신격 존재가 아닌 인간일 뿐이었다. 회귀가 적용되기 전이라면 분명 정령왕들을 정화한 힘을 온전히 까망이가 흡수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미 회귀는 아홉 번이나 이뤄졌고, 그 사이에 이미 까망이 역시 인과율에 의해 1회 차의 회귀 시점에 모든 것이 묶인 상태였다.
그러니 정령왕들을 정화해도 까망이에게 힘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은에게 힘이 들어온 것이었다. 유일하게 인과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던 지은은 정령왕들을 정화하고도 온전한 권능을 흡수하지 못했다. 거기에 이 이상 창조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정말로 몸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인과율이 적용되는 이상. 내가 회귀할 수 있는 시간대에선 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지 못해. 이미 나 말고 다른 대리자가 싸움을 대신 해 주길 원하고 모든 능력을 사용한 상태니까.”
“……그럼 어떻게 다시 이 시간대로 돌아올 수 있다고 단언한 거지?”
“나랑 역할을 바꾸자, 시스템.”
“뭐?”
“지금 여기서 내가 너에게 너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줄게.”
“그게 무슨…….”
“내 몸으로 옮겨 타라는 소리야.”
지은의 말뜻을 깨달은 시스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몸을 잠시 맡긴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이미 지은을 믿기로 약속했던 까망이조차 눈을 질끈 감은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난 1회 차에 대리자로 가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갈 거니까.”
“…….”
“여기에선 네가 내 역할을 해.”
“나의 뭘 믿고 그런 제안을 하는 거지?”
“감성적인 생각은 넣어 둬. 너, 나랑 종속 계약된 상태잖아. 몸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뒤바뀌는 게 아니라는 건 너도 알잖아?”
“…….”
“몸 바뀌었다고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냥 사람들을 단결하게 할 존재로 가만히 있기만 해.”
“허…….”
“내 몸으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기만 해 봐. 그럼 정말 그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내 권한을 가지고 1회 차로 회귀한다면, 넌 1회 차의 나를 쓰러트려야 할 텐데?”
지금 시간대에서 맺은 종속 계약이 1회 차에도 유지될 일은 없었다. 1회 차의 인과율에서 보면 이 계약은 일어나지 않을 미래였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결국 1회 차의 시스템과 필연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기세가 등등한 신을 등에 업은 시스템을 상대해야함에도 지은의 얼굴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아, 1회 차로 돌아간다고 해도 까망이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 거야.”
“뭐?”
<불평등한 종속 계약을 맺은 건 너뿐만이 아니야.>
“……설마?”
<그래,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주인과 종속 계약을 맺었지만, 주인은 그 계약을 허락한 적 없거든.>
“뭐라고?”
지은이 1회 차에서 퇴장하고 난 뒤 까망이는 그 어떤 대리자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지은만을 자신의 대리자로 인정하는 종속 계약을 했다. 그 계약의 대상인 지은은 없었으니, 그 어떤 조건도 없이 인과율의 방해도 없이 까망이는 지은에게 귀속된 존재가 된 것이었다.
<주인이 어디 있든 난 주인을 따라간다. 종속 계약이란 바로 그런 것이지. 그리고 그건 1회 차의 나 역시 마찬가지다.>
“…….”
<주인은 1회 차의 인과율에서 이미 벗어난 상태였으니, 인과율을 감내해야 할 것은 오직 나뿐이다.>
지은과는 다르게 까망이는 인과율의 영향을 지금도 받고 있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결국 지금 지은이 1회 차로 회귀한다고 해서 까망이에게 적용되어 있는 인과율이 적용되지 않을 린 없었다.
“난 더 이상 창조의 권능을 사용하면 안 돼. 그러니까 내가 온전히 넘어간다고 해도 1회 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
<그렇지만 나는 다르다. 그곳에 있는 나는 너를 분명 다시 주인으로 인식할 거다.>
“그렇게 되면 나는 시스템의 권능도, 대리자의 권능도 사용할 수 있게 되겠지.”
이미 창조의 권능을 너무 많이 사용한 지은이었다. 이 몸 상태로 1회 차로 회귀한다면 다시 지금의 시간대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곳에서 자신을 알아볼 까망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여러 제약에 걸릴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시스템, 네 역할은 내가 1회 차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신이 눈치채지 못하게 행동하는 거야.”
“인형이 되라는 소리군.”
“그래, 내 뜻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돼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그렇게 한다면 나의 바람을 들어준다는 거겠지?”
“그래.”
“…….”
“1회 차에서 온전히 힘을 회수하고 다시 넘어오면, 어둠의 정령왕님을 정화할 거야.”
“그렇게 되면 신과의 마지막 싸움이 시작될 거다. 그땐 이길 자신이 있나?”
의심스럽다는 듯 물어 오는 시스템의 말에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좋다. 네 말대로 하지.”
“소울 마나를 나눠 줘.”
지은의 부탁을 받은 까망이가 손을 내젓자 곧바로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시스템 알림 : 대상자 민지은의 소울 마나를 두 개로 나누려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YES/NO]“동의해.”
[각성자 민지은의 마나가 두 개로 나뉘게 되어 다른 영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자신의 몸에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일은 쉬웠다. 시스템이 통제하고 있던 성아현의 눈이 흐리게 변하더니 이내 작은 빛이 가슴께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 빛무리에 손을 뻗은 지은이 망설임 없이 빛을 입에 넣고 삼켰다.
[각성자 민지은의 영혼에 새로운 격의 주인이 자리했습니다.] [소울 마나에 담긴 대상이 각성자 민지은과 종속 계약된 상태입니다!]‘내 권능으로 너의 영혼을 두 개로 나눌 생각을 하다니.’
귓가에 울리는 시스템의 목소리에 지은이 별거 아니라는 듯 정신을 잃고 쓰러진 성아현의 몸을 안아 올리며 말했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잘 버티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