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5화(26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5화
소울 마나를 두 개로 나누는 것은 이태서를 보고 떠올린 생각이었다. 하나의 영혼에 창조의 기운과 타락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영혼이 둘로 나뉘어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은의 품에 안겨 정신을 잃은 성아현을 실피드가 받아 들며 말했다.
“이 인간 여자는 걱정하지 마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다.”
까망이가 곧바로 시스템의 권능을 사용해 몸을 빼앗긴 기억을 모두 없앤 뒤였다. 올바르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너무나 올바른 사고를 가지고 자란 성아현이었다. 그런 그녀가 시스템에 의해 원치도 않는 아버지와 접촉한 기억 같은 건 사라지는 게 옳았다.
“부탁드릴게요. 잘 데려다 줘요.”
“그래, 알겠다. 달콤한 꿈을 꾸고 일어난 것처럼 느낄 거다.”
그렇게 말한 실피드가 곧바로 바람이 되어 성아현을 감쌌다. 찰나의 순간 스쳐 가는 바람처럼 곧바로 실피드와 성아현이 모습을 감췄다.
성아현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몸을 빼앗고 이용했을 시스템을 생각하니 지은은 너무 쉽게 시스템을 몸에 받아들였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금 더 힘을 보여 주고 정신 차리라고 뒤통수를 내리쳤어야 했는데.
<그런데 어떻게 1회 차로 회귀할 생각이냐, 주인.>
애초 목표였던 시스템의 권한을 빼앗기도 했고, 1회 차로 회귀할 준비도 다 되었지만 지은은 아직 창조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회귀를 할 것인가에 대해선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남운이 세계수의 가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지은 역시 회귀를 하려면 회귀의 주체가 되는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런 아이템을 창조해 내려면 많은 힘을 써야 했는데, 지은은 창조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차였다. 그런 까망이의 질문에 지은이 드루이얼을 바라보며 말했다.
“드루이얼 님, 그걸 주세요.”
“아, ‘그거’ 말이냐?”
드루이얼이 지은에게 건넨 것은 바로 이태백의 추억이 담긴 도시락 통이었다.
[아이템 : 2단 도시락 통]– 지금은 완전히 기능을 잃은 도시락 통이지만 사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전용 아이템입니다.
– 사용 횟수가 충전되는 충전식 아이템입니다.
– 현재 상태 : 사용 가능 (1회)
한정 퀘스트를 통해 열렸던 비틀린 시간의 축. 그곳에서 지은은 1회 차의 어린 이태서와 젊은 이태백을 만나 퀘스트를 해결했다. 그 뒤로 이태백이 보관하고 있었던 도시락 통을 가져와 달라고 미리 드루이얼을 통해 말을 전달했던 지은이었다.
<그 아이템은!>
“나를 쓰러트렸던 인간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가져왔다.”
이태서가 시스템의 뒤를 쫓는데 드루이얼의 협조를 받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지은이 드루이얼에게 이태백을 찾아가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까망이가 이마를 탁, 짚으며 말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미리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었던 거냐, 주인.>
“한정 퀘스트를 받았을 때부터야. 그런 식으로 1회 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허…….>
“난 이미 한 번 1회 차로 회귀를 경험해 본 거나 다름없으니까.”
한정 퀘스트가 발생했을 때부터 쭉 떠올리고 있었던 방법이었다. 비틀린 시간의 축을 이용하고, 거기에 1회 차로 회귀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면 분명 회귀의 주체가 되어 이동할 수 있다는 확신.
“자, 그럼 이제 1회 차로 회귀를 진행하자. 나한테 퀘스트를 내려 줘.”
둘로 나뉜 소울 마나. 자신의 반절을 이쪽에 남겨 두기 위해 시스템을 이용했으니, 이제 지은은 반절의 소울 마나를 가지고 1회 차로 회귀하면 되었다. 비틀린 시간의 축을 연 것이 바로 시스템이었으니 까망이가 시스템의 능력을 가지고 자신에게 퀘스트를 내려 줄 차례였다.
<그 전에 잠시 기다려라, 주인.>
“응? 무슨 일이 남았어?”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까망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지은은 환한 빛을 내며 등장한 관문을 통해 등장한 사람들을 마주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상에…….”
“그렇게 급하게 떠나시려 하시다니 섭섭한데요.”
“주혁 씨?”
“그러니까 말이야. 이렇게 휑하니 떠나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참. 기껏 열심히 도와주면 뭐 해.”
“이태서 씨…….”
“세계수의 가지를 가져가실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파티원을 두고 어딜 가십니까.”
“맞아! 적어도 파티원들한테는 알려 줬어야지!”
“남운 씨, 소연 언니?”
“야, 꼬맹이. 너 너무한 거 아니냐.”
“성진 오빠?”
“지은아!”
“지은이 너! 얼굴은 보고 가야 할 거 아니야!”
“그렇게 훌쩍 가 버리면 우리가 뭐 고마워할 줄 알았어?”
“적어도 마지막 파티는 하고 가야지?”
“유라 언니! 나운 언니! 수영 언니! 새봄 언니까지…….”
“우리도 있다고!”
까망이가 연 관문을 통해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들어온 낯익은 얼굴들.
처음 길드에 들어가고 함께 한 달 동안 시간을 보낸 50명의 토벌대원들은 물론이고 이태서와 남운, 그리고 하소연까지 모두 지은을 배웅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지은이 당황한 얼굴로 까망이를 돌아보았다. 그런 지은의 시선에 피식 미소를 지은 까망이가 말했다.
<주인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
<주인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야지.>
“나도 주인에게 알려 줬다. 어때, 마지막 파티를 하기에 딱 좋은 장소 아닌가?”
이그니스까지 까망이를 두둔하며 이 자리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혔다.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의 눈가가 금세 붉어지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 지은이 운다!”
“우는 거야? 너무 감동했나 본데?”
“우리 복지관리부 부장님이 우신다!”
곧바로 쏟아지는 장난기 섞인 말들에 손으로 눈가를 훔치고는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인 지은이 말했다.
“진짜…… 이럴까봐 그냥 가려고 했는데.”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떨리는 목소리까진 어쩌지 못했다.
처음으로 맺은 인연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각성한 이후로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며 알게 된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이 좋은 사람들을 믿고 있기에 시행할 엄두를 냈던 작전이었다. 자신이 훌쩍 1회 차로 떠나 버려도 절대로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함께 싸울 사람들. 그런 모두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응시하던 지은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 마지막 파티를 해요! 먹고 싶은 거 말만 하세요! 다 만들어 드릴게요!”
“우와아아!”
“술? 술도 먹는 거야, 우리?”
“그럼요! 파티잖아요. 술이 빠지면 되겠어요?”
“회식이다!”
5층 토벌을 눈앞에 두고 술판을 벌였던 바로 그 장소에서 두 번째 회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푸드 트럭에서 의자와 테이블을 꺼내기 시작한 사람들부터, 배식조는 물론이고 취사 지원조까지 알아서 척척 자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지은이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지은을 보며 어느새 다가온 주혁이 한 마디 거들었다.
“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래 보여요?”
“네, 무척.”
“그러네요. 저 정말 지금 행복한 것 같아요.”
* * *
“오오오!”
“저 아이스박스들을 또 보게 될 줄이야!”
처음 던전 안에서 회식을 했을 때와 똑같은 5개의 아이스박스를 보며 모두가 감탄을 흘렸다. 메뉴도 그때와 똑같은 해물파전과 홍합탕, 그리고 오징어 튀김이었다.
아이스박스 가득 들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와 소주, 시원한 맥주들. 자고로 해물파전엔 막걸리, 맑고 칼칼한 홍합탕엔 소주, 갓 튀겨내 바삭한 튀김옷이 살아 있는 오징어 튀김엔 맥주가 최고였다.
유라와 나운이 해물파전을 맡고 지은이 홍합탕을, 하소연과 성진이 오징어 튀김을 맡아 빠르게 요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분들이 정령왕님들이란 거지?”
“허…… 저러고 있으니까 정말 사람 같네.”
미식가인 드루이얼을 비롯해 처음으로 인간의 음식을 맛보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아실리아, 이미 하소연과 계약한 뒤 자주 식사를 함께했던 이그니스, 무심한 척 무표정으로 앉아 있으면서도 시선만은 노릇노릇하게 익어 가는 파전을 바라보고 있는 실피드와 엘라임까지. 정령왕들 모두가 저마다의 기대감을 안고 어느새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정령왕들이 각자 인간의 모습으로 현신해 젓가락을 두 손에 나뉘어 쥐고 열심히 요리를 하는 일행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상황.
“크…… 냄새가 너무 좋구나! 오늘은 여기서 끼니를 해결해야겠다.”
“이 좋은 걸 너희들끼리만 즐기고 있었다는 게 너무 서운하다.”
“결국 고결하신 빛의 정령왕께서도 타락하셨군.”
“오늘 술도 한잔해 보던지. 기분이 엄청 좋아진다.”
혼자서 먼 길을 떠나려는 지은을 배웅할 사람들을 몰래 모으는 동안 자신들도 굳이 참석하겠다며 아득바득 우기던 정령왕들이었다. 두런두런 앉아 마치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정령왕들을 바라보던 까망이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정령계 복구도 다 못 한 것들이 일보단 잿밥에 관심이 있었구나.>
청양고추와 후추를 뿌려 마무리를 한 홍합탕의 시원 칼칼한 국물을 간을 보던 지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보기 좋은데.”
<……그래, 보기 좋아서 하는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자리에 없는 어둠의 정령왕 니케가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지 지은을 빤히 바라보는 까망이었다.
“내가 1회 차로 회귀하고 나면, 내 몸에 남은 시스템을 통해서 어둠의 정령왕님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래…….>
지난 1회 차에서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까망이가 직접 권능을 거둔 마지막 정령왕. 그때도 마지막이었는데, 지금도 마지막까지 고통을 주는 것 같았는지 까망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까망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지은이 숟가락 위로 국물과 함께 잘 발라낸 홍합살을 올려 불쑥 내밀며 말했다.
“맛 좀 봐줄래?”
<…….>
“금방 돌아올게.”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그땐 정말 다 같이 회식하자, 우리.”
지은이 직접 호호 불어 충분히 식힌 국물을 입에 집어넣은 까망이가 엄지를 척하고 치켜들었다. 이젠 말을 하지 않아도 감정이 공유되는 경지에 이르렀는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준 지은에게 까망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정말 맛있다 주인.>
“자, 우리 일단 술잔들부터 채우자고!”
앞뒤로 잘 구운 파전을 먹기 좋게 그릇에 담아낸 유라가 맥주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치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잔을 들어 올렸다.
“술은 언제나 자기 주량껏!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은 막지 않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어라!”
“그것이 바로 헌터의 삶이다!”
“던전 안에서 이렇게 두 번째 회식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해 본 적도 없지만!”
“기쁘다!”
“행복하다!”
“오늘 시원하게 마시고! 우리 모두 시원하게 지은이 배웅합시다!”
“지은아! 첫 잔을 남기면 재수가 없는 거 알지!”
첫 회식 때와 똑같은 대화에 지은이 눈을 크게 떴다. 모두가 이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잔을 든 손이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힘들거나 슬퍼서가 아니라, 온전히 기뻐서 온몸이 떨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지은이 환하게 웃으며 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자! 청명 길드!”
“너무나 좋다!”
익숙한 청명 길드의 회식 선창과 후창이 던전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태백 길드도 좋다!”
유일하게 청명 길드가 아닌 이태서만이 작은 목소리로 태백 길드를 부르짖으며 잔을 비우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행복한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