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6화(26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6화
시원한 맥주가 가득한 잔을 비워 낸 지은이 잔을 들고만 있는 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꼭 같이 마셔요.”
“음…….”
술이 무척이나 약한 주혁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 짠!”
금세 자신의 술잔을 채운 지은이 환하게 웃으며 잔을 맞부딪혀 오자 결국 주혁은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결심한 듯 단숨에 잔을 비운 주혁이었다.
“크으……!”
“크으……!”
똑같은 표정으로 잔을 비운 지은과 주혁이 이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둘이 못마땅하다는 듯 의자를 끌고 와 합석한 이태서가 말했다.
“송주혁이 술도 마실 줄 알았어?”
“청명 길드 회식에 눈치도 없이 참석한 다른 길드 사람이면 구석에서 찌그러져 있어.”
“난 중요한 물건을 전달해 준 사람이야. 나도 당연히 이 회식에 참석할 자격이 있다고.”
“중요한 물건?”
“너한테는 없는 지은이와 나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어.”
“…….”
어머니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도시락 통을 지은의 부탁이라는 말에 흔쾌히 내준 이태서였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을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그게 없으면 전 이 계획을 떠올리지 못했을 거예요.”
“거봐, 알지도 못하면서.”
까드득.
으스대며 어깨를 으쓱이는 이태서를 보며 주혁이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지은은 연신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길드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자신을 죽일 듯 쳐다보는 살벌한 주혁의 표정에도 한 방 먹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이태서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넌 아직도 지은이랑 말을 높이고 있잖아.”
“…….”
“난 지은이랑 말 놓은 지 오래거든.”
“너처럼 경박한 말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야.”
“어? 내가 들은 건 아니던데. 너만 길드에서 지은이한테 존대한다고…….”
“혼자는 아니야. 남운도 있어.”
“아, 그 녀석도 있었지. 왜 그렇게 거리를 애써 두려고 하는 거야?”
사실 주혁도 한때는 지은이 자신을 제외하고 토벌대의 모든 사람들과 말을 편하게 한다는 것을 부럽게 생각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1회 차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지은에게 그렇게 격 없이 다가갈 엄두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아, 설마 너랑 남운이 지은이에게 있어선 죄인이라서 그런 건가?”
“…….”
“내 말이 맞나 보네?”
1회 차의 지은을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가둔 것은 분명 까망이었지만, 그것을 묵인하고 동조한 것은 주혁이었다. 대리자의 공간에 갇혀서 자신을 꺼내 달라고 했었던 지은에게 조금만 버텨 달라며 강요했던 것은 주혁 본인의 의지였다.
남운도 그런 이유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바로 지은과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으면서도 억지로라도 선을 지키고 있는 이유였다.
“너도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그렇게 따지면 1회 차의 난 지은이하고 피 터지게 싸운 신의 대리자인데.”
“누구처럼 얼굴에 철판 깔지는 않았단 증거겠지. 넌 지은 씨가 구해 주지 않았으면 진작에 내 손에 죽었어.”
“성격도 지랄 맞으셔라.”
“성격 지랄 맞은 사람하고 뭐 하러 같이 있어?”
“내 성격도 만만치 않거든.”
누가 앙숙 아니랄까 봐 서로 마주 보고 앉자마자 덕담을 날리고 있는 주혁과 이태서를 보며 푸짐한 안주를 받아 온 지은이 피식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서로 양성소 동기라고 했죠? 그래서 이렇게 사이가 좋은가?”
“네?”
“뭐라고?”
사이가 좋다는 말을 듣자마자 두 남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는 것에 또 발끈한 두 남자 중 먼저 반응한 것은 이태서였다.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주혁을 보며 이태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양성소 때는 나를 쳐다보지도 못했어, 저거.”
“또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
“맞잖아. 난 그때 이미 랭커였고, 너는 그저 그런 각성자였으니까.”
대현자인 아버지와 같은 마법사로 각성한 이태서는 이미 양성소에 입소했을 때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촉망받는 랭커였다. 공간을 지배하는 마법사인 이태서의 마법 능력은 특별했고, 그 실력 또한 이태백의 집중 수련으로 인해 수준급인 상태였다.
“그 그저 그런 각성자에게 일대일 대련에서 처참하게 발린 게 누구였지?”
“…….”
“네가 만들었던 마법이 내 연습용 창에 산산조각 났을 때의 표정을 찍어 놨어야 했는데.”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둘도 없는 천재 마법사, 공간의 지배자 등으로 불리던 이태서의 높은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버린 사람은 바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창술사 주혁이었다.
“애초에 마법은 일대일에 특화된 능력이 아니잖아.”
“왜, 대련을 앞두고 네가 나한테 했던 말…….”
“그걸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야? 우리 그때 서로 많이 어렸잖아! 질풍노도의 시기였다고.”
다급히 주혁의 입을 막으려는 듯 손을 뻗는 이태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 그 상대가 미묘한 라이벌 관계인 두 사람이었기에 금방 호기심이 동한 지은까지 달라붙어 주혁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궁금해요! 말해 주세요!”
“뭐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어?”
작은 소란이 일어나자 테이블에 요리를 마치고 돌아온 유라와 성진, 그리고 남운까지 합류했다.
지은에게서 주혁과 이태서의 양성소 시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는 설명을 들은 유라의 표정이 금세 재밌는 안줏거리를 찾았다는 듯 환하게 변했다.
“아, 그때!”
“너, 너 그 입 다물어 제발!”
“불쌍한 창술사여! 내가 통제하는 공간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해 주겠다!”
“야아아아아!”
“무력한 네 모습을 보며 너와 나의 격의 차이를 느껴 보도록.”
“아, 나도 생각났다.”
유라의 연기에 성진도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다고 하더니, 그 시절의 이태서는 자신의 실력에 상당히 심취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듣기만 해도 손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대사에 지은이 주먹을 쥐어 보이며 몸서리치며 말했다.
“으으으! 중2병도 아니고 무슨 그런 대사를 맨정신으로 해요?”
“중 2였으면 그나마 이해라도 했지. 얘 그때 고 2였어.”
“세상에…….”
경악을 표하는 지은의 표정에 이태서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푹 숙인 이태서의 정수리 위로 주혁의 차가운 말이 내리꽂혔다.
“그렇게 말하고 이기기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저한테 아주 개박살이 났죠.”
“와…… 세상에.”
“그 영상, 지금도 교육 자료로 있을 걸? 대인전에서 마법사를 상대하는 정석이었거든.”
“그게 왜 교육 자료로 남아 있어, 도대체!”
“네 인권 보호를 위해서 대사는 다행히 잘라 놨더라고.”
“…….”
맛 좋은 술과 안주를 앞에 두고 술술 풀려 나오는 옛날이야기들의 향연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성진의 고백을 도와준 이야기, 이태백의 제자로 들어가 던전에 맨몸으로 던져진 채 굴려진 이야기, 이태서가 유라를 태백 길드로 스카우트하려 했었던 이야기 등등 한 번 시작된 수다는 끝날 기미가 없었다.
“유라가 너 겁나 재수 없다고 깠잖아.”
“지금도 그건 유효해.”
“너도 마찬가지야, 한유라.”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지 않으면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오랜 앙숙이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쉴 새 없이 웃었던 지은이 지쳤다는 듯 테이블에 털썩 널브러졌다. 이야기 도중에 끊임없이 테이블로 찾아와 말을 걸어 준 다른 길드원들 때문에 술을 계속해서 마시고 있었기에 지은은 지금 꽤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아…… 진짜 웃기다.”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은 지은이 푸,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즐거운 대화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신을 완전히 몰아내야 했다.
“헤어지기 싫다…….”
무심코 툭 튀어나와 버린 본심에 남운과 유라가 웃으며 말했다.
“금방 다시 돌아오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회귀를 할 수 있다는 말에도 놀랐는데 지은이 너 혼자 간다고 해서 얼마나 기겁했는지 알아? 이럴 거면서 인사도 안 하고 가려 했다니. 아주 혼나야 해.”
“헤헤, 언니 미안해요.”
자신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는 유라의 손을 잡고 지은이 헤실헤실 웃어 보였다. 그런 지은의 애교에 유라가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윽…… 너무 귀여워! 너 없으면 언니 어떻게 살아.”
점점 올라오는 취기에 속절없이 눈이 감기는 지은이었다. 버티려고 해 봐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졸음기에 지은이 눈을 감는 것을 보며 유라가 다른 일행들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가서 민까망 잡아 와.’
* * *
지은이 세상모르고 잠이 든 사이에 정령왕들과 회포를 풀고 있던 까망이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까망이는 그대로 불쑥 들려져 꼼짝없이 연행되어야 했다. 자신을 둘러싼 주혁과 이태서, 남운, 유라를 올려다보며 까망이가 말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
“자, 민까망 씨. 알고 있는 사실을 있는 대로 말해 주세요.”
<뭐가 궁금한데?>
“지은 씨의 계획이요.”
<…….>
“1회 차로 회귀해서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가지고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린 그 이후의 지은 씨의 계획이 궁금한 겁니다.”
지은이 이곳에 시스템을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인형으로 두고 1회 차로 회귀할 예정이라는 사실은 이미 까망이가 설명해 줬기에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술자리를 가지면서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을 티 내는 지은의 태도가 영 마음에 걸렸다.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얻기 위해선 1회 차의 내가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내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미 말해 주지 않았느냐.>
“그 계획엔 허점이 있습니다.”
지은 이전의 유일한 회귀자였던 남운이 까망이의 말을 반박하며 나섰다. 지은이 1회 차에서 까망이가 창조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을 막는다고 해도, 결국 1회 차의 시간대에서 신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1회 차로 회귀를 한 이상, 지은 씨는 그 시간대의 결말을 보고 와야 합니다.”
<…….>
“그런 곳에 지은 씨만 보내는 것을 동의한 당신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계획을 설명하면서도 담담했던 까망이의 태도에 모두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그런 당연한 의심을 이해한다는 듯 까망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을 믿어 주기로 약속했다. 이제 와서 주인의 결정을 반대하고 싶진 않아.>
“아무리 그래도 지은 씨가 위험해지실 수도 있는 일입니다! 회귀의 시점이 지은 씨가 마지막 소원을 빌었던 때라면, 이미 승기가 많이 넘어간…….”
남운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미 기울어 버린 상황을 아무리 지은이라도 혼자서 바로잡긴 벅찰 것이 분명했다. 그런 남운의 말에 까망이가 혀를 차고는 말했다.
<내가 미쳤다고 주인의 계획을 무턱대고 지지하고 있었을 줄 알아?>
“역시……!”
“그럼 어떤 방법으로 지은 씨를 도우실 생각인 겁니까?”
“그걸 알려 줘야 우리도 대비를 하지. 뭔가 지은이가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영…….”
마치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보듯 어느 정도 술에 취해 진심이 드러난 지은의 눈빛은 아련하기까지 했지만, 모두 자꾸만 고개를 드는 불안감을 애써 지은에게 티를 내진 않은 상태였다. 까망이가 잠든 지은을 힐긋 바라보고는 말했다.
<시스템의 권한으로 너희를 1회 차로 보낼 예정이다. 다만 회귀자인 주인에게 절대로 티를 내선 안 돼. 인과율이 그걸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