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7화(26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7화
자신들을 1회 차로 보낼 생각이라는 까망이의 말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모두의 심정을 대변한 주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저희 전부를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이어진 남운의 말에 까망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시스템의 권한을 이용한다고 해도 지은이 회귀를 시작할 시간대에는 이미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일행들이 죽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황이었다.
고개를 저으며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까망이의 의도를 알아챈 남운과 주혁의 얼굴이 결연하게 변했다. 이곳에서 지은을 따라 회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은 씨를 따라서 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다른 누구보다 너는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저 말씀이십니까?”
주혁을 향해 까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에겐 구도자라는 사명이 따로 있지 않더냐.>
구도자.
깨달음을 구하는 자이며, 깨달음을 얻고자 그 마음을 일으킨 자. 대리자인 지은의 곁에서 대리자의 뜻에 반하는 추악한 대상을 섬멸하는 자.
이미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는 지은이, 그림자인 키드는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고 소멸했지만 1회 차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리고 그 시간대엔 아직 키드도 있지. 그놈이 주인을 먹어 치웠다.>
“지은 씨의 유해조차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그래, 그러니까 가서 복수해 다오.>
이미 소멸된 키드였지만, 그의 죄는 한 번의 소멸로 쉽게 용서될 것이 아니었다.
까망이의 분노를 이해한다는 듯 주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혁 역시 키드를 몰아세우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손으로 키드를 처단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키드는 맨해튼 상위 균열에서 지은을 함정에 빠트린 것도 모자라서 최성찬을 시켜 그녀의 몸에 상처까지 입히지 않았던가.
“저도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습니다.”
다급하게 말하는 남운을 향해 까망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1회 차보단 지금 여기에서 너의 기억이 필요하다.>
“아…….”
지은이 떠나고 난 뒤에 이곳에서 그녀의 역할을 수행할 시스템을 도와줄 존재가 필요했고, 까망이는 그 대상으로 남운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 까망이의 말에 고민에 빠졌던 남운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그래, 이미 넌 구도자와는 다르게 주인에게 용서를 받지 않았더냐.>
“…….”
회귀자의 권한을 회수하면서 이미 지은에게 위로를 받았던 남운과는 달리, 자신은 아직 1회 차의 지은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것 같은 까망이의 말에 주혁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주혁의 태도에 까망이가 힘내라는 듯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가서 주인을 도와라.>
“…….”
<그러면 너 또한 주인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지은 씨가 저를 용서하실 거라 생각하십니까?”
<네가 치를 죗값은 다 내가 치러야 했던 죗값이지. 너에게 짐을 안겨 주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주혁은 그저 지은을 잃을 수 없다는 까망이의 말을 충실하게 따랐을 뿐이었다. 결국 까망이도 주혁도 지은을 강제하는 것이 그녀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잘못 생각했을 뿐, 지은을 위한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까망이와 주혁, 그리고 남운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일행들 중 손을 들고 유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과거에 뭔가 잘못이 많으신 분들, 잠시만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당연히 엄청 많지만 사정도 복잡해 보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 같으니 일단 그건 제쳐 두고, 지은이를 좀 보실래요?”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 채 완전히 술에 취해 뻗어 있는 지은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그제야 지은이 회귀를 진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까망이가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완전히 뻗어 버렸구나.>
“회귀를 하든, 가서 신을 때려잡든 일단 지금 지은이에게 필요한 건 충분한 휴식이에요. 일단 집으로 옮겨 줘야 할 것 같지 않아요?”
“그래, 일단 내일 해장이라도 시키고 보내야지.”
“북엇국 끓일 줄 아는 사람?”
본래대로라면 이미 혼자서 모든 것을 떠안고 회귀를 진행해야 했을 지은이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안기기 싫었던 지은이 떠올린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까망이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믿어 달라는 지은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던 것이었다. 시스템의 권한으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을 보내 지은을 몰래 도우면 그만이었으니까. 이미 지은은 혼자서 너무 많은 일들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짊어진 상태였다.
이미 1회 차의 자신의 안배를 모으고 모아 판을 완성시킬 계획을 짜 두고 그것을 실행할 결단력까지 갖췄던 지은은 오늘 이곳에서 이렇게 술에 취해 뻗어 버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게 주인의 생각대로 되지 않은 유일한 일이구나.>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잠에 빠진 지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까망이가 미소 지었다. 잠에서 깨어나고 나면 지은은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훌쩍 떠나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이곳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좋은 사람들과의 행복한 일들이라면, 오늘 이 자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원하던 대로 모든 일을 끝내고 다시 돌아왔을 때, 지은의 기억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지켜 내겠다고 다짐하며 까망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좋은 꿈 꾸거라, 주인.>
“으음…….”
<너의 사람들은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 * *
“으으윽…….”
번쩍 눈을 뜬 지은은 이곳이 어디인지 떠올리기 전에 먼저 찾아오는 격렬한 두통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온 세상이 자신에게 덤비는 것 같은 끔찍하고 지독한 숙취가 느껴졌다.
“여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돌아본 지은은 이곳이 자신의 방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분명 바로 1회 차로 회귀를 진행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과음을 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집이라니!
“내가 미쳤지.”
기분이 좋아도 너무 좋았었나 보다. 중요한 일을 미뤄 두고 이렇게 정신을 놓을 정도로 술을 먹다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쥔 지은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음?”
솔솔 풍겨 오는 알싸한 냄새. 이 냄새는 분명 북엇국이 분명했다.
국자를 들고 간을 보고 있던 유라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은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어났네? 마침 해장국도 다 끓였는데.”
“세상에…….”
“해장은 하셔야죠, 지은 씨.”
요리를 하고 있는 유라뿐만 아니라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 소분하고 있는 주혁, 그릇들을 세팅하고 있는 남운, 유라의 서포트를 맡았는지 북엇국에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넣고 있는 이태서까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균열을 막으러 가거나 길드에 출근했어. 모두 잘 갔다 오라고 전해 달래.”
“다들…….”
어제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안부 인사를 대신 전한 유라의 말로 자신이 1회 차로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다는 것을 전부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남겨질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혼자 훌쩍 떠나려고 했던 건데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에 한 번, 생각보다 다들 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에 또 한 번 놀란 지은이었다.
“큰일 할 건데 든든하게 먹고라도 가야지.”
“그렇지, 회귀했는데 숙취 때문에 풀썩 쓰러지기라도 해 봐. 그게 무슨 망신이야.”
“앉아요, 어서. 지은 씨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라 씨도 꽤 요리를 잘하더군요.”
“왜 그래요? 나도 지은이 옆에서 같이 보조한 짬이 얼마인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운의 손에 이끌려 식탁 앞에 앉은 지은의 앞에 이태서가 곧바로 국그릇을 놔주고, 손에 주혁이 곧바로 숟가락을 쥐어 주었다.
칼칼한 내음이 훅 올라오는 북엇국에 아직 술기운이 떠나지 않은 머리가 시킨 듯 홀린 듯이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은 지은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우와…….”
“맛있지? 일부러 조금 칼칼하게 했는데.”
“진짜 맛있어요, 언니.”
“그치? 그럼 분점 관리는 나한테 맡겨도 되겠지?”
“네?”
<주인이 어떤 식으로 신의 시선을 묶어 둘지 이미 내가 다 설명해 줬다.>
한참 전부터 잘 구운 고등어를 발라먹고 있던 까망이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해 주고 나서야 지은은 이 모든 상황을 납득할 수 있었다.
믿어 준다고 했던 말이 이런 식으로 믿어 주겠다고 했던 뜻일 줄은 몰랐기에 지은이 까망이를 힐긋 노려보며 말했다.
“알리지 말라고 했잖아.”
<난 주인을 믿었을 뿐이다.>
“뭐?”
<주인이 떠나고 난 뒤에도 주인의 계획을 이 녀석들이 충실히 이행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듯, 나 또한 그런 주인의 믿음을 믿었던 것뿐이라고.>
“…….”
<어차피 다들 주인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녀석들인데, 그럴 바에는 그냥 처음부터 잘 설명해 주는 게 낫지.>
“그렇습니다. 이미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다 회의까지 마쳤거든요.”
술에 취해 정신없이 자고 있는 동안 이미 역할 분담까지 확실하게 마친 모두의 얼굴을 보며 지은이 피식 미소 지었다.
“그래, 생각해 보니까 까망이 네 말이 맞네.”
“돌아오셨을 때 지은 씨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는지 이미 내기까지 했습니다. 가장 역할을 못한 사람은 지은 씨 음식을 먹을 자격을 박탈하는 걸로.”
“아, 리스크가 너무 센데.”
앞치마까지 착실하게 차려입고 국을 배달하던 이태서의 말에 주혁이 건수를 잡았다는 듯 말했다.
“왜. 자신 없나 봐?”
“……너흰 같이 한국에서만 움직이잖아. 난 내가 일을 잘했다고 증명하려면 전 세계 마법사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같은 길드가 아니라고 대놓고 배척하는 거야, 뭐야.”
“그 많은 마법사 인맥들은 뒀다가 어디에 쓰게? 마탑을 움직이는 건 네가 맡기로 했잖아.”
“그렇다고 그렇게 해외로만 뺑뺑이를 돌릴 계획일 줄 알았나.”
마탑의 마법사들을 움직이겠다는 계획에서 곧바로 지은은 자신이 가장 걱정하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아를 비롯해 미국 펜타곤 길드의 협조를 얻어 내긴 했지만,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지은 혼자서의 힘만으로는 벅찬 일이었다.
“너희 중에 제일 먼저 지은 씨의 요리를 먹어 본 사람은 나야.”
“뭐라는 거야. 내가 지은 씨의 첫 손님이었는데.”
“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번 시간대에서 따지고 보면 20년 전의 어린 이태서에게 요리를 처음으로 해 준 게 맞았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태서의 모습에 주혁이 얼굴을 찡그렸다.
해명을 요구하는 듯한 주혁의 표정에도 지은은 하하, 미소 지으며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하며 어느새 잘 구운 고등어의 살을 지은의 밥 위에 올려 주며 유라가 말했다.
“어휴. 무시하고 밥 먹어, 밥. 든든히 먹고 가야지.”
“아…….”
“걱정 말고 다녀오십시오. 여기는 저희끼리 알아서 잘 버티고 있겠습니다.”
<그래, 전 회귀자의 말이 맞다. 주인이 우리를 믿는 것보다 우리가 주인을 더 많이 믿고 있으니까, 주인은 아무런 걱정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고 다시 돌아와라.>
쏟아지는 따뜻한 격려에 지은은 숟가락 가득 밥을 떠 입에 넣고는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울컥하고 올라오는 눈물을 애써 참은 지은이 힘겹게 밥을 삼키곤 말했다.
“……금방 다녀올게요. 모두들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