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6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8화(26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8화
정화의 성녀로 불리던 지은이 사라진 1회 차의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함정이었나…….”
[국가 재난 문자 알림!] [현재 서초구 일대 <클리어 불가능> 판정을 받은 균열이 발생함에 따라, 지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헌터 및 각성자분들은 신속히 안전 구역 S-11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 구역 S-11로 향하는 지하 통로 정체 알림…….]지상 거점 확보 작전 시행 전 마지막 지상 정찰을 지휘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균열. 재난 문자 알림 시스템창을 확인한 윤혜민 팀장의 눈이 흔들렸다.
“으아아악! 살려 주세요!”
사방에 비명 소리가 가득했다. 무너져 내린 건물들의 잔해에 가로막혀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저 눈앞의 거대한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히는 헌터들. 절망에 빠진 헌터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곤충류 몬스터들의 날갯짓 소리에 묻혀 사라져 갔다.
“빠르게 철수해야 합니다!”
지하의 몬스터들에게 빼앗겨 버린 지상. 속수무책으로 인간들은 수천 년을 살아오던 지상의 터전을 빼앗긴 채 지하로 숨어 들어가야 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마법 결계와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과 기술자들의 목숨을 갈아 만들어진 지하의 안전지대.
그러나 지하 대피소는 기본적인 사람들의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이 아직은 너무나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그동안은 지상에 발생한 균열들을 수많은 헌터들이 목숨을 바쳐 클리어해 내면 다시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3차 대균열의 여파는 기존까지의 싸움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일정 지역에 발생해 주변을 잠식해 가던 균열의 장막에서 새롭게 피어난 것은 바로 불길한 모양의 꽃봉오리였다.
마치 번식을 위해 씨앗을 뿌리듯 무수하게 피어난 꽃봉오리가 활짝 펼쳐지며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간 검은 기운들은 내려앉는 땅 위에 똬리를 틀고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나의 균열이 생성됨과 동시에 그와 똑같은 무수한 균열들이 좁게는 몇백 미터, 넓게는 몇십 키로미터까지 생성되기 시작하자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터전을 빼앗기고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의 마법사들과 헌터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심각한 [꽃씨 균열]의 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지하의 안전지대였다.
한국의 로컬 랭킹 1위인 송주혁에 의해 처음 꽃씨를 뿌린 균열을 닫으면 확장된 균열이 자연스럽게 소멸한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로, 사람들은 안전지대로 숨어들어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격의 기회는 자주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3차 대균열 초기에 수많은 베테랑 헌터들이 목숨을 잃었다. 간판 랭커들을 잃은 길드 연합은 점차 와해되기 시작했고, 통제할 수 없는 공포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헌터들은 오늘 서초구의 꽃씨 균열의 숙주가 되는 첫 균열을 토벌하기 위해 정찰을 나온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처음으로 인류에게 균열에 반격의 횃불을 지펴 준 주혁이 직접 이끄는 이번 [서초구 거점 확보] 작전에 호기롭게 참여했던 정찰조 헌터들은, 바로 자신들의 눈앞에서 팀원들이 사방에서 날아온 벌레들의 다리에 찔려 죽는 모습을 보면서 도망치는 것도 잊은 채 그저 무기력하게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들이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다니…….”
미처 안전 구역으로 대피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던 교회가 사실은 헌터들을 한곳으로 몰아세우기 위해 몬스터들이 파 놓은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찰조원들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살려 주세요…… 제발!”
“헌터님들! 제발 저희를 구해 주세요! 버리고 가지 말아 주세요!”
잔인하게도 헌터들이 민간인들의 구출을 가장 최우선으로 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몬스터들이 파 놓은 함정. 마치 미끼처럼 민간인 생존자들을 한곳에 몰아 놓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헌터들을 사냥해 온 몬스터들이 이번에도 함정에 걸린 인간들을 보며 사악하게 울부짖었다.
“키에에에엑!”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증거로 피 칠갑을 한 몬스터들의 붉은 안광이 살아남은 사람들을 향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그 기세에 압도당한 사람들이 저마다 삶을 포기하고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미 오랜만에 안전지대에서 빠져나온 헌터들이 풍기는 마나에 반응해 흥분한 몬스터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다.
“다들 포기하지 말아요!”
지레 포기하고 고개를 떨궜던 헌터들의 귓가에 울려 퍼지는 악에 받친 목소리. 얼마 전 청명 길드에 입단한 신입 헌터 하소연이었다.
모두가 절망하고 있을 때 오직 그녀만이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우리가 물러서면!”
“…….”
“이곳에 몬스터들이 파 놓은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본대에 누가 알려 줄 수 있겠어요!”
주먹을 불끈 쥔 채 앞으로 나선 하소연이 소환한 하급 불의 정령 샐러맨더 세 마리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파이어 월!”
하급 불의 정령사.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 중 가장 약하고 경험이 없는 그녀였지만, 마나를 쏟아부은 거대한 불의 장막이 몬스터들과 헌터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두려움을 잊으려는 듯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모두가 포기하고 있을 때 오직 그녀만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앞에 나선 것이었다.
“다들 뛰어요!”
본능적으로 불을 두려워하는 곤충 몬스터들의 습성을 이용해 거대한 불의 장벽을 소환한 하소연이 소리쳤다.
비록 하급 정령사에 불과한 그녀가 이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잠깐의 틈을 벌기 위해 앞으로 나선 용기에 감응한 헌터들이 그제야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녀가 만들어 준 하나의 통로를 향해 일제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젠장…… 뭐 하고 있어, 다들! 달려!”
“민간인들을 구출해!”
정신을 차린 정찰팀원들이 곧바로 하소연이 만들어 준 활로를 따라 저마다 민간인들을 업거나 부축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능력이 월등한 헌터들인 팀원들을 위해 앞으로 나선 하소연이 부족한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드는 모습을 보며 정찰팀장이 소리쳤다.
“너도 어서 뛰어!”
“팀장님부터 빨리 빠져나가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도 가야 해, 어서!”
다급한 팀장의 외침에도 하소연은 더욱더 넓은 범위로 불의 장막을 넓힐 뿐이었다. 거센 불길에 몸을 움찔거리며 다가오지 않고 있던 몬스터들이 생각만큼 화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불나방처럼 거침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3차 대균열을 직접 겪으신 베테랑이시잖아요! 저보다 팀장님이 훨씬 중요해요!”
“그게 무슨……! 빨리 가야 해!”
다급하게 손을 잡아끌고 가는 팀장의 손을 애써 뿌리치며 하소연이 소리쳤다.
“제 마나에 반응해서 이미 수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을 거예요! 어차피 표적이 된 건 저예요!”
“뭐라고…….”
“제가 시간을 끌게요! 곤충류 몬스터들은 불을 무서워해요!”
그 증거로 두꺼운 불의 장벽을 금방이라도 뚫을 것처럼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몸에 작은 불길이 옮겨붙자마자 마치 질색하듯 물러나는 광경을 가리키며 하소연이 소리쳤다.
“본대가 올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어요!”
“너…….”
“제 걱정은 말고 어서요!”
정식 토벌 경험도 제대로 없는 애송이에 불과한 하소연이 미끼가 되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을 보며 토벌대 팀장 윤혜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굴 닮았나 했더니…….”
불과 몇 달 전, 전국에 하루에도 수십 개의 균열이 개화하는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결국 몬스터들에게 지상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희망이 있었다.
단신으로 균열을 봉인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맨 앞장서 균열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던 정화의 검의 주인 민지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균열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한국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정화의 성녀라 불리던 그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그녀의 호위팀을 맡았던 혜민은 혼자서 시간을 끌겠다는 이 당찬 신입 헌터를 본 순간 익숙한 이 장면이 어떤 기억인지를 떠올렸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다.”
“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던 소중한 사람을 우린 이미 잃어버렸으니까!”
“…….”
“그러니까, 이제는 모두가 같이 살아야 해!”
하소연이 뭐라 말을 더 꺼내기 전에 곧바로 그녀를 어깨에 강제로 짊어진 윤혜민이 활로를 통해 빠르게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본대가 이용하는 지상 통로까지는 멀었지만, 죽을 각오로 뛰어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내려 주세요!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불의 장막이……!”
“신입 주제에 어딜 감히 건방진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살고 싶으면 마나를 아껴!”
한 명 한 명의 헌터가 아쉬운 지금, 살 방법이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남고 살아남아서 이 지긋지긋한 몬스터들을 한 마리라도 더 쓰러트려야 했다.
“어디 가서 함부로 희생하겠다는 말을 또 한다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다, 너!”
“……팀장님!”
“말 시키지마! 너 짊어지고 뛰어가기도 벅차니까!”
하급 정령사인 하소연의 기본 스탯으로는 절대로 뛰어서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이 당찬 신입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각오를 짊어진 혜민이 길잡이의 스킬인 헤이스트를 사용해 더욱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팀장님, 위예요! 세상에…….”
교회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제히 날개를 펴고 추격해 오는 수많은 곤충 몬스터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머리 위로 진 수많은 그림자를 보며 고개를 들은 혜민이 퉤, 하고 바닥에 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네가 시간을 벌어 줬어도 곱게 돌아가긴 힘들었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몬스터가 지상에…….”
“그동안 우리가 몬스터들에게 제대로 속고 있었던 게 분명해.”
다른 정찰팀원들도 분명 본대에 지원을 요청하러 간다면 힘들게 개척한 지상 통로를 발각당할 위협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몬스터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방향을 선회한 다른 팀원들이 전투를 시작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처절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그동안 수많은 정찰 활동 간 몬스터들의 군세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곳 서초구를 지상 확보의 거점으로 정했던 것이었다.
그동안 몬스터들이 숨을 죽인 채 인간들을 유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지금, 반드시 이곳에서 살아남아 본대에 지상의 상황을 전해야 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굳은 결심을 마친 혜민과 하소연이 인벤토리에서 각자의 무기인 검과 정령사의 완드를 뽑아 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본대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