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69화(27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69화
반드시 본대에 이 상황을 알리자고 호기롭게 소리친 것치고는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려는 듯 하늘 위를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곤충 몬스터들의 붉은 안광을 바라보던 혜민이 시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정찰팀인 우리가 예정 시각대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분명 구조대가 움직일 거다.”
“지금 상황에서 구조대가 의미가 있을까요?”
“크흠…….”
자칫 구조대까지 전멸당할 수 있는 상황. 고민을 하던 혜민이 생각을 정리한 듯 무전기를 하소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상황 설명은 해 놨다. 시간을 벌어 줄 테니, 네 불을 사용해서 너만이라도 빠져나가라. 구조대와 접선은 무전으로 하고.”
“그게 무슨……!”
“무전기 사용할 줄은 알지?”
“팀장님!”
“뒷일은 맡기마!”
무전기를 던지다시피 하소연에게 떠넘긴 윤혜민이 곧장 검을 뽑아 들어 마나를 끌어올렸다. 곧바로 마나에 반응한 몬스터들이 하늘에서 쇄도해 오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몬스터 무리들을 향해 돌진했다.
하급 정령사인 하소연의 마나를 덮고도 남을 강렬한 마나. 수많은 전장을 넘어온 베테랑의 돌진을 뒤로하고 하소연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구조대! 구조대! 여기는 정찰팀! 현재 CP 3번 교회 인근에서 다수의 몬스터와 조우! 신속한 증원 바람!”
구조대를 이미 불렀다는 윤혜민의 말과는 달리 무전기에선 구조대의 답신이 아닌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만이 울려 퍼졌다.
“제발 응답해라, 응답해!”
크게 울려 퍼지는 검과 두꺼운 몬스터들의 견갑이 부딪치는 소리를 뒤로하며 달리던 하소연이 눈에 차오르는 눈물을 빠르게 훔쳐 냈다.
윤혜민이 언급한 민지은이 누구인지는 하소연 역시 알고 있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균열과 던전을 토벌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선사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순간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 지금, 세상은 다시 혼란해졌다.
각성 유무로 민간인들과 각성자가 분류되기 시작했다. 던전과 균열을 공략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민간인들과 각성자로 철저하게 나뉜 등급에 인간이 인간과 싸우게 된 현실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다.
더욱더 슬픈 현실은 바로 같은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헌터이냐, 비전투 계열 각성자이냐에 따라 등급이 또 나뉘었고, 헌터들 중에서도 권능의 격의 차이를 두고 또다시 등급이 세분화되었다는 것이었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힘이 곧 법이고, 권력이 되어 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위 등급으로 분류되는 윤혜민 팀장이 고작 하급 정령사인 하소연을 살리기 위해서 저렇게 애를 쓰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처참하게 망해 가는 세상 속에서도 아직 저렇게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만이 서로를 의지하며 싸워 가고 있었다.
“제발…… 아무나라도 좋으니까 대답해 줘!”
수지가 맞지 않았다. 절망밖에 남지 않은 이곳에서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적어도 앞으로의 싸움을 생각해 본다면 이곳에서 희생되는 것은 하소연 자신이었어야 했다. 아무리 불러 봐도 답신이 없는 무전기를 거칠게 입고 있던 방호 슈트에 꽂아 넣으며 하소연이 온통 잿빛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제바아아아알!”
그 순간, 간절히 기도하면 닿는다고 했던가.
하늘을 날아다니던 몬스터들의 두꺼운 견갑을 무참히 뚫어 버리는 거대한 창.
“키에에에엑!”
거센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섬광의 창. 혼자서 능히 상위 균열을 상대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한국이 배출한 전투의 신. 1대 다수의 싸움은 물론이고 보스전까지.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버서커이자, 신창의 주인 송주혁.
“몬스터들을 제압하고 정찰팀과 민간인들을 구출하십시오!”
무너진 건물들이 높이 쌓인 잔해들 너머에서 창을 손에 든 채 도약하는 송주혁과 그 뒤를 따르는 랭커들의 얼굴을 확인한 하소연이 자신도 모르게 탁, 하고 풀리는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아…….”
가장 바라던 순간에 기적처럼 등장한 영웅들. 민간인들을 구출해 내기 위해 무너진 건물 잔해들을 완전히 부숴 버리자 드러난 것은, 이미 이곳까지 달려온 그들의 뒤로 산처럼 쌓여 있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시체였다.
처음 각성한 이후로 줄곧 동경해 왔던 랭커들. 송주혁을 비롯해 김성진과 한유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 젊은 3세대 신성이라 일컬어지던 청명 길드의 3인방. 그 누구보다 빠른 성장으로 어느새 길드 연합을 이끄는 주축이 되어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싸우는 영웅들.
“괜찮아요?”
그중에서도 평소 가장 동경하던 한유라의 부축을 받으며 하소연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0명 남짓한 정찰팀을 구하고자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랭커 세 명이 달려오다니.
“무전은 들었는데, 워낙 몬스터들이 많았어서…….”
“아…….”
“미안해요.”
그렇게 말하며 달려드는 몬스터를 거슬리는 파리 한 마리를 쫓아내듯 주먹을 한 번 내지르는 것만으로 바닥에 내리꽂은 유라가 비척대는 몬스터의 머리를 콰악 밟으며 말했다.
“그리고 고마워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 있어 줘서.”
구원자가 구원을 받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감사 인사.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 줘서, 무력감에 떨지 않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고개를 꾸벅 숙이며 전한 유라가 곧바로 다른 곳으로 도약해 날아갔다.
그런 유라의 뒷모습을 보며 하소연은 가슴 깊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힘에 대한 열망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구해 주고도 오히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강자의 여유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강해지고 싶어…… 반드시.”
* * *
“하아…….”
지상 통로로 다시 돌아와 정찰팀들의 보고와 생존한 민간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주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주혁의 한숨에 지상으로 올라간 김에 아공간 가방에 대형 마트의 모든 음식들을 쓸어와 사람들에게 분배하던 성진이 말했다.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쉬어?”
“작전을 계속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돼서. 몬스터들의 지능이 날이 갈수록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잖아.”
몬스터들의 지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정찰대가 몬스터 토벌보다 최우선으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몬스터들이 생존자들을 이용해 헌터들을 유인했다는 정보를 들었을 땐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태서…….”
이것이 다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가 개입한 결과였다. 인간의 힘으로 타락의 기운을 지배하고 있으니, 그 기운에 깃들은 이태서의 사념이 몬스터들에게도 전이가 된 것이 분명했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일어나고 있는 서울은 이미 절반이나 씨앗 균열들에 잠식된 지 오래였다.
“아무리 신의 대리자라곤 해도 던전과 던전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한국에서의 볼일은 끝났다는 듯 이태서와 그 끄나풀들은 한국을 떠나 곧바로 미국에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간들을 배신하고 이태서의 편으로 붙은 인간들에 의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태서의 목적이 뭐지?”
이태서가 조금만 더 자신의 권능을 뿌려 댔다면 분명 한국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은이 사라지자마자 마치 흥미를 잃었다는 듯 다른 나라들을 차례로 공략하기 시작한 그의 의도가 좀처럼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 주혁의 말에 통로에 등을 기대고 있던 유라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만만하게 보고 있는 거지.”
“…….”
“우리는 가장 강한 패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결과적으론 그 패조차 지키지 못했으니까.”
“한유라…….”
“아, 말을 정정해야지. 지키지 못한 게 아니라, 지킨답시고 꽁꽁 싸매다가 말려 죽인거지.”
“야!”
신랄한 유라의 비판에 주혁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급격한 감정 변화에 미처 통제되지 않은 마나가 강하게 일렁이며 날아왔지만 유라는 팔짱을 낀 모습 그대로 기운을 끌어올려 그런 주혁의 마나와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콰아아앙!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마법진이 둘의 기운이 충돌하자 곧바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기세를 줄이긴커녕 더욱더 기운을 끌어올리는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든 성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유라, 그만해.”
“내가 틀린 말했어? 이게 다 송주혁하고 그 창조의 정령이 일으킨 비극 아니야!”
“…….”
“차라리 남운이 옳았어. 지은 씨가 가장 원하던 게 뭐였는지 알면서도, 넌 결국 지은 씨를 이용하려던 것뿐이잖아!”
“내가 지은 씨를 이용했다고?”
“그래! 지은 씨가 네 뒤에 있어서! 너를 지지해 줘서! 모든 헌터들이 네 통제를 따랐잖아! 애초에 네가 그리고 있던 큰 그림이 뭔지는 난 아무런 상관없었어!”
“너…….”
“지은 씨의 이름과 능력 아래로 모든 헌터들을 규합해 던전을 공략한다는 명목은 아주 번지르르했지! 실제로 그렇게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고 말이야!”
뭐라 반박하려던 주혁은 좀처럼 자신의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느끼곤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둘의 싸움을 말리려던 성진도 그저 고개를 숙이고 유라의 신랄한 비판을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사용한 대가로 점차 말라 가면서도 유라는 언제나 일선에서 사람들을 구할 때 가장 밝게 웃던 지은의 모습을 기억하고는 소리쳤다.
“그런데 지금 결과를 봐! 너희 둘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무슨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길래 가장 중요한 지은 씨를 그렇게 묶어 둬? 지은 씨가 정말로 뭘 원했는지 너희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긴 했어?”
“…….”
“…….”
“입이 뚫렸으면 반박해 보지그래. 그럴 양심이 남아 있다면 말이야. 아, 양심도 없었지. 남운을 반역자로 몰고 가서 결국 쫓아낸 게 너희였으니까.”
“너…….”
“남운의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이 덕분에 대거 이탈했지. 지은 씨가 있을 때 간신히 묶어 둔 연합을 너희 손으로 깨부순 거야. 송주혁, 김성진.”
“…….”
“한 명 한 명의 랭커가, 고위 헌터가 중요한 이 시기에 그렇게 너희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힘들었어? 아니면 던전이고 균열이고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로 너희가 원했던 건 사실 지은 씨의 이름값을 빌려서 우리 길드가 실권을 잡는 것이었나?”
“그만해, 한유라!”
버럭 소리친 주혁이 괴롭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은이 스스로 지금의 세계에서 퇴장하고 싶었다고 말하던 남운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 오히려 그렇게까지 지은을 몰고 간 주혁을 비판하는 듯한 그 싸늘한 눈빛과 말투.
‘다 네 잘못이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남운의 모습에서 주혁은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저 지은의 이름 아래 모여든 랭커들을 잘 규합하면 어쩌면 던전의 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부모님을 집어삼킨 가증스러운 몬스터들을 모두 도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커질 대로 커져 버린 욕심에 눈이 멀어 지은을 이용했다. 거기에 지은의 계약자인 창조의 정령 역시 그녀를 잃지 않고자 대리자의 공간에 가두고 주혁을 감시자로 놓기까지 했다.
던전의 끝을 보겠다는 자신의 욕망을 관철한 결과는 끔찍했다.
“나도 알아…… 나도…….”
“…….”
지은의 마지막 순간을 직접 목격했던 기억이 떠올라 주혁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책하듯 중얼거렸다.
“내가…… 지은 씨를 말려 죽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