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0화(27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0화
“염병하네.”
몸을 떨며 자책하는 주혁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비난을 퍼부었다. 더 몰아붙이려는 유라를 성진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하자.”
“뭐?”
“그만하자고. 너무 심했어.”
“…….”
차가운 성진의 목소리에 유라가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사실 이 정도로 언성을 높일 생각은 전혀 아니었는데, 감정이 격해져 막말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 그래. 내가 말이 심했어. 미안해.”
“우리끼리 싸우면 아무것도 안 돼. 돌아가면서 쉬자고. 내일 지상 거점 확보 작전을 실시해야 하니까. 송주혁, 너도 정신 차려.”
“…….”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주혁을 보며 성진이 말했다. 어찌 되었든 지금 길드 연합 아래 헌터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혁의 이름값 덕분이었다. 리더인 그에겐 작은 흔들림도 용납되지 않았다. 주혁이 무너진다면 다른 헌터들도 무너진다.
짜악!
성진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아챈 주혁이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이미 저질러 버린 실수에 대한 자책을 담아 금방 빨갛게 부어오르는 뺨을 매만지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정신 차려야지.”
슬프게도 주혁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없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 누구보다 지은에게 잘못을 빌고 싶었던 그였지만,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확률이 컸기에 언제나 냉철한 모습만을 보여야 했다.
“내가 후회한다고 해서 지은 씨가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창조의 정령과는 어떻게 된 거야?”
“아, 까망이.”
지은이 ‘까망이’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계속해서 검은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었던 창조의 정령은 지은이 사라지고 난 뒤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나도 어디로 갔는지 몰라.”
“지은 씨가 사라졌으니 새로운 대리자를 구하러 간 건가?”
“아니, 그건 절대 아닐걸.”
창조의 대리자가 계승 직위라는 사실을 주혁은 알고 있었다. 지은은 언제나 버릇처럼 자신을 대신할 대리자를 새로 구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자신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상황이 된다면 새로운 대리자를 임명해 이 싸움을 이어 가야 한다고 했지만, 까망이는 그때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화를 내곤 했다.
그랬던 까망이가 지은이 사라지자마자 새로운 대리자를 구하러 사라졌다?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은의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처절한 비명을 지르던 까망이의 모습을 떠올린 주혁이 말했다.
“새로운 대리자는 없어.”
“그게 무슨…….”
“지은 씨를 대신해서 신과 싸워 줄 대리자는 없을 거란 소리야.”
“…….”
새로운 창조의 대리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 싸움에 과연 승산이 있을까.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애써 갈무리한 성진이 한숨을 내쉬며 주혁의 어깨를 토닥이곤 말했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잘해 봐야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성진의 말대로였다. 그동안 신이라는 존재와 대신 싸워 준 존재가 사라졌다고 해서 이 싸움을 멈출 순 없었다. 남겨진 사람들에겐 남겨진 사람들의 의무가 있었으니까.
지은이 힘을 사용하지 않고 조금이나마 휴식을 가진다면 분명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유라 역시 강하게 말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유라가 주혁과 성진을 비판하긴 했지만, 그녀 역시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했다.
“우리끼리라도 잘해 봐야지. 유라 말대로 지울 수 없는 잘못을 한 건 바로 우리니까.”
그렇게 말한 주혁이 지상으로 통하는 통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로 내일, 그동안 빈틈없이 준비해 온 지상을 수복하는 첫 작전이 시작된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눈앞에 펼쳐지든 그것은 남겨진 사람의 운명이었다.
* * *
“돌입조, 지원조 돌입.”
무전기를 통해 각 조별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주혁의 담담한 오더가 떨어졌다. 이번 선발대의 돌입 작전의 팀장을 맡은 새봄이 완수신호를 통해 자신의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파바박!
여러 곳의 통로를 통해 탐색조원들이 마침내 지상으로 돌입하며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윽…….”
몬스터들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희생자들의 피가 고인 웅덩이들이 바닥에 흥건했다. 비릿하게 피어오르는 피 냄새에 인상을 찡그린 새봄이 급히 돌 틈 사이로 몸을 던지며 엄폐를 했다.
“키이이익!”
기다란 몸과 커다란 갈퀴. 세모난 머리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먹잇감을 찾는 사마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듬이를 놀리며 방금까지 그녀가 있었던 자리를 수색하는 모습을 보며 새봄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정찰 사마귀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너무 많아.”
“네임드는?”
“아직.”
“지원조 마법사들의 지원을 받아 강행 돌파한다.”
주혁의 오더를 기다렸다는 듯 후방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지원조 마법사들의 광역 마법이 하늘에 떠올랐다.
하늘을 수놓는 다양한 속성들의 공격 마법진. 진동하는 마나의 떨림을 느낀 정찰 사마귀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순간.
콰아아아앙!
마법사들의 정수가 담긴 광역 마법들이 본체 균열으로 가는 길을 포격하기 시작했다. 응축된 마나가 일제히 터져 나오며 지상의 모든 것들이 강렬한 속성 마법에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잘 갖춰진 마법 포대의 선제공격에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돌입조의 헌터들에게 새봄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돌격 앞으로!”
“가자!”
후방에서의 든든한 마법 지원. 갑작스러운 선제공격에 본체 균열을 지키고 있는 몬스터들의 지원은 당연히 늦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사방에서 솟아오른 헌터들의 모습에 당황한정찰 사마귀들이 대열을 이탈하고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대도 바로 돌격한다. 목표는 본체 균열의 모든 꽃을 떨어트리는 것.”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돌입조와 지원조의 무전을 들으며 주혁이 빠른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지성을 갖춘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고, 이 지상 상륙 작전의 최종 결행지를 속이기 위해서 수십, 수백 개의 거짓 지상 통로를 이용해 왔다.
씨앗 균열이 가장 성가신 이유는 광대한 범위의 지상에 던전화가 진행된다는 점도 있었지만, 던전화가 진행되어 버린 지상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몬스터들이 영역 효과를 받아 더욱 강해진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인간들이 설마 가장 경계가 삼엄한 본체 균열 바로 코앞을 뚫고 나오리라고는 몬스터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위험한 곳을 최고의 전력을 부딪쳐 뚫어 내는 것. 아무리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린다고 하더라도, 결국 본체 균열의 가장 큰 꽃을 떨구고 나면 영역 효과가 사라진 모든 몬스터들은 그저 귀찮은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다.
이 날을 위해 지하에서 칼을 갈고 있던 수많은 헌터들이 저마다 페어를 맞춰 주혁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지상으로 돌입했다.
오늘의 작전을 통해 실의에 빠진 헌터들의 사기를 다시 끌어올려야 했다. 결연한 표정으로 광폭화 주문을 외운 주혁도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한 마리도 남겨 두지 마라!”
헌터들의 기척을 느낀 균열의 꽃들이 마치 자신들을 지키라는 듯 몬스터들을 조종하기 위해 일제히 웅크리고 있던 잎을 펼치며 거센 마기를 쏟아 냈다. 하늘은 물론이고 지상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곤충 몬스터 군단의 위용에도 헌터들은 망설임 없이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앞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 괴물 새끼들아!”
주혁이 직접 지휘했음에도 실패했다면 더 이상 지상의 몬스터들과 싸우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헌터들이 숨어들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앞으로의 가망은 없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작전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다!”
서초구의 씨앗 균열의 보스 몬스터인 여왕 사마귀가 균열의 기둥에 기생한 꽃들의 넝쿨 사이로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몬스터답게 토벌대를 지휘하는 것이 주혁임을 눈치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여왕 사마귀를 향해 그가 창을 겨누며 소리쳤다.
“모든 것을 꿰뚫고, 마침내 신화를 이룩한 성스러운 창이여. 이번에도 새로운 신화를 당신의 앞에 선사하리라.”
* * *
“허억…… 허억.”
머리부터 발끝까지 몬스터들의 끈적한 피를 뒤집어쓴 주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팔을 움켜쥐었다. 홧홧한 작열감이 느껴지는 상처 부위에서 피가 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꼴이 말이 아니군.”
“한그루…….”
그 누구보다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 주던 최고위 힐러이자 동료였던 한그루가 여왕 사마귀의 날개 위에 올라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잠적했던 한그루와 이런 식으로 해후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쓰러트리고 쓰러트려도 한그루의 광역 회복 마법을 받은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한그루마저 이태서와 손을 잡았다는 절망적인 사실에 전의를 상실한 토벌대들은 다시 살아난 몬스터들에 의해 무참히 도륙당했다.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토벌대의 대부분을 퇴각시키며 주혁을 비롯한 다른 랭커들은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
“네 공격은 내 회복을 뚫을 수 없어.”
“…….”
“그러니까 포기해. 다른 헌터들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치라고.”
“한그루의 몸으로 뻔뻔하게 이야기하지 마라.”
“뭐?”
“너 한그루 아니잖아, 이 빌어먹을 새끼야.”
“……놀랍군.”
이 몸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조차 알아보지 못했는데, 한눈에 한그루가 몸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눈치챈 주혁을 보며 시스템이 피식 웃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는 주혁을 보며 시스템이 즐겁다는 듯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한 명 한 명의 랭커가 중요한 지금, 다른 누구도 아니고 최고의 힐러인 한그루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을 주혁이 쉽게 죽일 수 있을 리 없었다.
“날 죽일 수 있나? 그럼 언제든 죽어 주지! 난 또 다른 녀석을 찾으면 그만이거든!”
그 순간.
“찾아다니기 귀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잘 찾아온 것 같네.”
절대로 다시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불어온 강렬한 바람에 하늘을 잔뜩 뒤덮고 있던 잿빛 구름들이 빠르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사라지는 구름 사이로 본격적인 균열이 시작되기 전처럼 맑은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이내 밝은 햇빛이 한 줄기 구원처럼 주혁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어둠이 자욱하던 지상을 순식간에 밝히는 선연한 햇살에 몬스터들이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던 몬스터들이 기겁하며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건…….”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강렬한 바람. 하늘을 맴돌며 잿빛 구름을 모두 몰아냈던 그 바람이 이제는 지상에 내려와 토벌대원들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 익숙한 바람에 모두가 홀린 듯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은 씨…….”
지상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을 뒤에 업은 채, 정화의 검을 손에 든 지은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가장 절망적인 타이밍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은의 등장에 지상에 남아 있던 모든 랭커들은 곧이어 떠오르는 시스템 알림을 확인하고는 온몸에 전율이 돋는 것을 느꼈다.
[시스템 알림 : 늦어서 미안해요.] [시스템 알림 : 우린 이길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