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1화(27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1화
“지은 씨…….”
첫 지상 수복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목숨까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릴 대로 몰렸던 암울한 상황에서 햇살처럼 등장한 지은의 모습.
주혁은 지금 죽을 때가 되어 꿈을 꾸는 것이 아닌지 눈을 비비며 자신의 앞에 바람과 함께 부드럽게 착지한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요.”
“…….”
“그동안 잘 지냈어요?”
[시스템 알림 : 몬스터를 상대하는 모든 헌터들에게 ‘전장의 고양’ 버프가 발생합니다!]– 버프를 받은 대상이 두려움을 모르는 상태로 각성하게 됩니다.
– 기본 스탯이 두 배 상승합니다.
– 버프를 받은 대상자를 상대하는 몬스터가 위축, 고압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또다시 떠오른 시스템 알림창. 버프 효과로 몸 안에서 넘치는 힘을 느낀 주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은을 바라보았다.
“이게 지금…… 어떻게?”
“복귀 선물이에요. 어때요?”
“복귀…….”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묻는 지은에게 주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감히 잘 지냈다고, 그것도 아니라면 잘 지내지 못했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지은에게 그는 그저 죄인일 뿐이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주혁의 어깨에 손을 올린 지은이 그를 다독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
“이제 다 괜찮아요.”
그제야 주혁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로 지은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떨리는 손을 들어 어깨에 놓인 지은의 손을 조심스레 감싸 쥔 주혁은 손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회귀 전은 물론이고 1회 차에서도 주혁이 우는 것은 기억에 전혀 없었던 지은이 당황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 내며 소리쳤다.
“세상에! 지금 울어요? 제 깜짝 선물이 그렇게 감동이었던 거예요?”
“네…… 너무, 너무 감동적입니다. 지은 씨.”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번 터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주혁이 고개를 돌려 눈가를 슥슥 닦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무슨! 정말…… 다시 돌아온 것이냐! 어떻게?”
갑작스런 지은의 등장에 가장 놀란 것은 바로 한그루의 몸을 빼앗은 상태였던 시스템이었다.
자신의 고유 권한인 시스템 알림창의 통제권을 눈 깜짝할 사이에 지은에게 뺏겼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지은이 반년 만에 재등장한 것도 수상한데, 거기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이전보다 오히려 상대하기 까다로운 권능을 가지고 등장한 그녀를 향해 시스템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창조의 대리자! 무슨 짓을 한 거냐!”
완전히 승기를 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지금 눈앞에 다시 나타난 지은은 그 전보다 오히려 더욱 건강해 보이고, 더욱더 강해 보였다.
이미 기울 대로 기울어져 버린 이 싸움을 조금 더 즐길 생각이었던 시스템은 다시 나타난 지은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고 직감했다.
“와, 너 여기선 이렇게 살고 있었어?”
“뭐?”
버럭 소리를 지르는 한그루의 몸을 빼앗은 시스템을 향해 고개를 돌린 지은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한그루를 자신의 대리자로 삼아 지상을 지배하려 했던 계획을 시스템이 이미 실행 중이었던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신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것도 모자라서 회귀 전에는 자신까지 속여 넘길 생각을 가득 품고 있었다니, 더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이렇게 직접 보니까 더 화나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그래도 이쪽의 너라면 마음껏 화풀이를 해도 되겠지. 주혁 씨, 잠시만요. 금방 끝날 거예요.”
“화풀이?”
“그래, 지금의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난 좀 바쁜 몸이라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지은의 말에 시스템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자리에서 신에게 대항하고 있는 한국의 랭커들을 모두 몰살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배치해 둔 몬스터 군단들은 지은이 등장한 순간부터 마치 포식자를 눈앞에 둔 먹잇감처럼 빳빳하게 몸을 굳힌 채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건 오히려 기회였다. 신은 지은이 사라지고 난 뒤 자취를 감춰 버린 창조의 정령의 힘을 빠르게 손에 얻길 원하고 있었다.
창조의 정령의 힘을 회수하는 첫 단추로 지은을 신에게 바친다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모든 싸움이 끝난 뒤 신에게서 이 인간계를 빼앗을 수 있을 터.
“건방진 인간,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하지.”
“환영한다고? 정말?”
“그래! 내 계획을 이렇게 빨리 앞당기게 해 줬으니 환영하지 않을 수 있겠나!”
“아, 까망이의 뒤통수를 친 것도 모자라서 그렇게 배신하고 간 신의 뒤통수까지 후려치려는 너의 그 얄팍한 계획 말이지?”
“뭣!”
“그렇게 해서 자아를 가진 신격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너의 계획,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창조의 정령도, 신도 눈치채지 못한 은밀한 계획을 발설하며 안쓰럽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지은의 모습에 시스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치욕을 느꼈다.
마치 지금 지은의 표정이 ‘어디 해 볼 수 있으면 해 봐.’라고 말하는 것 같아 보였다.
“뭘 믿고 그렇게 까부는지 모르겠구나. 다시 돌아왔다고 해도 네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때까지만 해도 시스템은 그저 잠시 위기에 빠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창조의 권능으로 지은이 무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지은의 모습은 거의 사라져 가는 권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 얼마 남지 않은 생명력마저 끌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광반조.
인간이 죽기 직전에 잠시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비유하는 말처럼 지금 눈앞의 지은은 멀쩡하게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리라 시스템은 굳게 믿었다.
“오만하구나, 창조의 대리자! 네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잘난 창조의 권능은 이미 닳을 대로 닳아 없어진 지 오래다. 너 또한 그걸 알고 꼬리를 말고 도망친 것 아니었나?”
“내가?”
“그렇다!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 도망쳤겠지!”
“내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도망쳤다고?”
“무슨 짓을 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권능의 진짜 주인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니! 이런 것쯤은!”
지은에게서 손쉽게 다시 권능의 통제 권한을 빼앗아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손을 들어 올렸던 시스템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는 것을 빤히 바라보며 그녀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권능의 진짜 주인?”
“이…… 이이익!”
“왜, 힘 좀 더 내 봐. 이런 것쯤은! 이라며?”
이를 악물고 기를 쓰는 자신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시스템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마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시스템 권한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아, 내가 너를 너무 과대평가했네. 힘을 다 준 거였구나?”
“……너!”
“그럼 이제 시끄러우니까 문 좀 그만 두드리고, 저리 꺼져.”
권능의 진짜 주인에게서 떨어진 명백한 축객령.
지은이 귀찮은 불청객을 내쫓듯 손을 한 번 휘저은 것만으로도 권능의 통제권을 다시 빼앗아 오기 위해 기를 쓰고 있던 시스템이 볼품없이 날아가 균열의 기둥에 처박혔다.
콰아아앙!
“이…… 이게 대체 무슨!”
여유로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온몸에 작열하는 고통에 괴로워하며 시스템은 몸을 비틀며 일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런 시스템의 앞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한 지은이 땅에 처박힌 채 비척대는 시스템의 가슴팍을 지그시 밟으며 말했다.
“내가 하나 알려 줄까?”
“……너!”
“이쪽의 너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조차 없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진 채.”
“…….”
“영원히.”
10회 차의 시스템에게는 맡겨 놓은 역할도 있고, 계약을 한 상태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1회 차의 시스템은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자신의 권능을 잃은 채 한그루의 몸을 빼앗아 인간들을 방해하는 적에 불과했다.
[시스템 알림 : 대상으로 지정한 계약자의 또 다른 영혼에 벗어날 수 없는 저주를 내립니다!]“으아아아악!”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저주에 걸린 시스템이 머리를 감싸 쥔 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고통에 참을 수 없는 눈물과 함께 벌려진 입에서 침이 줄줄 흐르는 비루한 꼴을 내려다보면서도 아무런 감흥 없는 얼굴로 지은이 말했다.
“가서 네 편인 신에게 사정이라도 해 보던지.”
“크헉…… 대리자! 크아아악!”
“아, 그런데 신에겐 네가 뒤통수를 칠 예정이었다고 알려 줄 거라서 그것도 불가능하겠지만 말이야.”
시스템의 가슴팍을 밟고 있던 발을 치운 지은이 와이셔츠를 손으로 털어 선명하게 남은 발자국을 지워 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여기서도 나와.].”
“……!”
지은의 차가운 명령이 떨어진 순간, 시스템의 비명 소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멈췄다.
이윽고 멀끔한 얼굴로 눈을 감은 채 바닥에 누워 있던 몸의 진짜 주인인 한그루가 서서히 눈을 떴다.
“오랜만이에요.”
“……민지은 씨?”
“다행이네요. 저쪽에서 먼저 구해 드리긴 했지만, 꼭 이렇게 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여긴 어디…… 아니, 그전에 당신은 분명…….”
주변을 둘러보며 혼란스러워하는 한그루의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1회 차에서 자신이 떠난 직후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신을 도와 인간계에 개입한 듯 보였다.
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몸을 빼앗겼던 한그루의 혼란을 뒤로하고 지은이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일단 이곳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서요.”
“……아.”
“금방 끝날 거예요. 잠깐 누워 있어요.”
시스템에게 몸을 빼앗기기 전의 한그루는 그 누구보다 던전의 공략에 사활을 걸던 랭커 중 한 명이었다. 부모님을 대균열 때 잃은 이후로 각성한 그에게 있어서 던전의 끝을 보는 일은 삶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지은이 시스템의 권한으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헌터들에게 걸어 준 버프 효과를 느꼈는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낸 한그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럴 순 없죠. 무슨 일인지 아직 혼란스럽긴 하지만,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빼앗겨 버렸던 최고위 힐러의 재참전이었다. 지은이 시스템과의 힘 싸움을 하는 동안 이미 버프를 받은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새까맣게 몰려 들어와 기세등등하게 랭커들을 몰아세우며 입맛을 다시던 몬스터들은 지은의 등장 이후 마치 포식자를 눈앞에 둔 먹잇감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였다.
그런 어수선한 주위의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주혁을 향해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다시 돌아왔다는 걸 제일 효과적이고 화려하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해 봤는데요.”
“……네.”
“일단 여기를 빠르게 정리하고 생각해 봐요, 우리.”
“……우리, 말씀입니까.”
“네, 그럼요! 이 싸움을 어떻게 빨리 끝낼 수 있을지 이제 우리 같이 고민해 봐야죠! 안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이 고개를 숙였다.
이젠 같이 고민하고, 같이 싸울 수 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쿵대며 울리는 것을 느끼며 주혁이 다시 손에 힘을 주어 창을 꽈악 움켜쥐었다.
“물론입니다, 지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