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2화(27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2화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버프를 받은 헌터들의 손에 무참히 토벌되는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이 빌어먹을 녀석들!”
“죽어라!”
몬스터들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 내면서 악에 받힌 목소리로 소리치는 헌터들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떠난 뒤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을 떠나보냈는지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는 헌터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았다.
성공적으로 회귀를 하게 된다면 자신의 복귀 소식을 화려하게 전 세계에 알릴 방법으로 생각해 낸 물건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지은을 보며 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건…….”
“아, 이태서 씨가 만들어 준 영상 저장 아티팩트예요.”
이태서의 이니셜이 박혀 있는 아티팩트. 이태서의 이름을 꺼낸 지은의 말에 주혁은 뭐라고 반응을 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지은의 손에서 저 불결한 물건을 빼앗아 멀리 집어 던져 버리고 싶었다. 그런 주혁의 반응을 보며 지은이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은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
“제가 있던 시간대에선 이미 이태서 씨도 저희 편으로 만들었거든요, 제가.”
“그게 정말입니까?”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를 같은 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애초에 교화가 불가능한 이태서까지 같은 편이 되었음에도 어째서 지은은 지금의 회차로 다시 돌아온 것일까.
의문에 가득 찬 주혁을 향해 지은이 입을 열었다.
“아직 핸드폰까지 못 쓸 정도로 세상이 멸망하진 않았겠죠?”
“……그렇습니다. 갑자기 핸드폰은 왜 찾으십니까?”
“1회 차에서도 너튜브로 데뷔를 해 보려고요.”
“네?”
당황한 주혁의 표정을 보며 씨익 웃어 보인 지은이 아티팩트를 하늘 높이 던져 올렸다.
파앗! 하는 소리와 함께 던전화가 진행되어 버린 서초구 일대 전체가 영상 아티팩트 안에 담기기 시작했다.
“컴백은 언제나 화려하게 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 * *
“길드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을 제외하면 원년 멤버들을 모두 불러왔습니다.”
“아, 바쁘실 텐데 모두 불러오실 것 까지는 없었는데…….”
“지은 씨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매일 베테랑들은 물론이고 향후 작전에 참가할 모든 길드원들과 작전 회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회의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성공적인 지상 거점 확보 작전을 마치고 한껏 들뜬 분위기를 느끼며 안전지대로 돌아오자마자 지은은 주혁에게 부탁해 현재 길드의 모든 랭커들을 불러 모은 상태였다.
“후…….”
급하게 만들어 둔 티가 나는 회의실 문고리를 잡은 채 지은이 긴장감에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이 사람들은 지금의 그녀를 모른다.
회귀 전의 마지막 회식에서 무슨 일이 있든 자신의 말을 믿고 따라 주리라 한 것과 달리,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를 말 그대로 남인 관계.
“긴장이 되십니까?”
“아, 아무래도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1회 차의 기억을 떠올려 봤지만 언제나 자신은 혼자였다. 어디에도 소속되는 것을 거부하고 그저 창조의 권능의 대리자로서 자신의 의무만을 기계처럼 수행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있었고, 언제나 소리 없이 등장해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남겨진 사람들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신의 정신 공격에 오염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힘들면 그만하라고, 그녀의 희생을 기억해 주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서 왜 그렇게 목숨을 바치느냐고 속삭였다.
창조의 권능을 너무 많이 사용해 온몸이 무력해질 때마다 그런 속삭임들에 흔들려 자신이 구해 줬던 사람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조차 관심에 두지 않았다.
그저 까망이의 독려를 받아 가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만을 수행했던 지은은, 그래서 1회 차로 회귀한 지금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어떤 얼굴로 맞이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런 지은의 말에 주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네?”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비롯해서 바깥의 사람들까지 지은 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미 지은 씨가 다시 복귀하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가 기뻐하고 있거든요.”
회의실의 문손잡이를 잡고 있던 지은의 손 위로 조심스럽게 손을 겹친 주혁이 힘주어 삐걱대는 문을 열며 말했다.
“들어가시죠.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청명 길드의 원년 멤버들이 자신에게 쏟아 내는 시선을 느낀 지은은 아무 말 없이 미리 주혁이 준비해 준 의자에 앉았다. 매일 회의를 한다는 주혁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곧바로 서울의 지도가 마법으로 펼쳐졌다.
수뇌부급 회의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엄숙했다. 지금 지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한국이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파랗게 표시된 한강 이북지역의 구역들과는 다르게 한강 이남의 지역은 모두 빨갛게 표시되어 있었다.
“서초구의 씨앗 균열 토벌 및 지상 거점 확보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에 따라, 우리는 한강 이남의 중앙 거점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주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빨갛게 표시되어 있던 서초구가 파랗게 표시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이남의 지역은 모두 균열에 잠식되어 던전화가 진행된 것 같았다. 끔찍했던 지상의 광경이 떠올라 지은은 속으로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지은은 이번 서초구 거점 확보가 얼마나 대단한 것임을 깨달았다. 지형적으로 우로는 강남에서 강동까지, 좌로는 동작에서 강서까지 이어진 던전화가 된 지역들의 허리를 자르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거기에 한강을 끼고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강북 지역과도 교류가 가능했다.
주혁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지은이 고민 끝에 그에게 속삭이듯 말을 꺼냈다.
“저, 진행 중에 죄송하지만…….”
“말씀하십시오, 지은 씨.”
“혹시 제가 그렇게 되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많이 지났나요?”
“6개월이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지났네요.”
자신이 1회 차에서 퇴장하고 난 뒤 벌써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듣게 된 지은은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꿔서 생각하면 고작 6개월이라는 시간 만에 이미 서울의 절반이 던전화가 진행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떠난 뒤의 1회 차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었는지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더욱더 비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몰린 상태였다면 정말로 지은이라고 할지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지은이 1회 차로 회귀한 목적은 까망이가 정령왕들을 스스로 거두고 남은 창조의 권능으로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만약 이미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낸 시간대로 회귀했다면, 결국 반복되는 10번의 회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도박이나 다름없었던 이 회귀의 결과는 완전히 대박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패를 손에 넣은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건, 이 패를 어떻게 굴리느냐.’
정말 다행스럽게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레벨을 아무리 올려도 고작 10밖에 되지 않았던 행운 스탯이 모든 힘을 짜내 만들어 준 상황에 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지은의 한숨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제야 지금이 중요한 수뇌부급 회의 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화들짝 놀라 상념에서 깨어났다. 회의 흐름이 끊어진 탓인지 모두가 그녀와 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은 씨가 정말 돌아왔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데.”
적막이 흐르는 회의실의 분위기를 깬 것은 다름 아닌 유라였다. 기억보다 훨씬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지만 그대로인 유라의 말투에 지은이 홀린 듯 대답했다.
“아, 유라 언니.”
“언니?”
자신도 모르게 회귀 전의 유라를 대하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렀던 지은이 합! 하고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이 자리에서 1회 차에서 지은이 접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주혁이 유일했다.
“아, 죄송해요. 습관적으로 그만.”
“습관적으로라면…….”
“제가 회귀해 온 시간대에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과 친하게 지냈거든요. 그래서 그만…….”
멋쩍은 듯 말하며 눈치를 보는 지은의 모습에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미쳐 버린 세상 속에서도 끝까지 헌터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민간인 보호는 물론이고 쏟아지는 몬스터와 균열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서른 명 남짓의 랭커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
길어지는 침묵을 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유라가 소리쳤다.
“그게 뭐야!”
“네? 뭐가요?”
“너무 부럽잖아!”
“네에!?”
“그 시간대의 나! 엄청 복 받은 사람이었네!”
“저는! 저는요! 저는 지은 씨와 무슨 사이였습니까?”
“저는 혹시 같이 겸상도 했습니까?”
“저도 오빠라고 불러 주신 겁니까!”
유라를 시작으로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던 회의실이 삽시간에 경매를 진행하는 시장처럼 왁자지껄하게 변해 버렸다. 열정적으로 질문하며 대답을 원한다는 듯이 눈을 빛내는 사람들을 보며 지은은 몹시 당황했지만, 그래도 착실하게 대답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네, 혜민 씨는 제 첫 토벌전에서 저를 호위해 주셨고, 나운 언니랑 새봄 언니, 수영 언니는 같이 로또 월드도 갔었고…….”
“오! 감사합니다!”
“로또 월드? 세상에!”
“여기 계신 분들하고 던전 안에서 회식도 했었고, 또…….”
말을 이어 가던 지은은 가슴속에서 왈칵 치솟는 감정에 휩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청명 길드는 다른 길드처럼 토벌전에 참가하는 헌터들이 많은 길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소수 정예라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헌터들의 수는 50명 남짓이었지만, 무려 로컬 랭킹 100위권 안에 드는 30명의 랭커들이 소속되어 있고, 나머지도 모두 150위권 내의 상위 헌터들이 소속된 길드였다.
오직 주혁과 성진, 그리고 유라와 뜻을 함께하기 위해 모여든 고위 헌터들. 그렇기에 지은은 5층 토벌에 참가했던 50명의 길드원들은 물론이고 파견을 갔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했던 길드원들 모두와도 일면식이 있었다.
“제가 여기, 1회 차로 회귀하기 전날에도 다 같이 회식을 했었는데…….”
이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은 고작 30명. 단순하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스무 명이 넘는 랭커들이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 빈자리들이 서초구의 씨앗 균열을 정리하고 던전화를 끝냈음에도 이렇게 다시 지하에 있는 안전지대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되니,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는 것을 느끼고 급하게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쳐 내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주책맞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