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3화(27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3화
지은이 다급히 눈물을 닦아 내는 모습을 보며 방금 전까지 왁자지껄하던 청명 길드의 헌터들은 모두 당황했다.
“어, 음…… 지은 씨, 이걸 쓰시죠.”
“아, 감사해요.”
주혁에게서 손수건을 건네받은 지은이 눈물을 닦고는 손부채질을 하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번 벅차오른 감정이 좀처럼 추슬러지지 않아 애써 크게 숨을 들이마신 지은이었다.
“잠시 쉬었다 가실까요?”
“아뇨, 괜찮아요. 계속 진행해요. 서울을 제외한 다른 곳의 상황은 어떤가요?”
회의를 중단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기에 지은은 빠르게 감정을 갈무리했다. 지금 서울의 상태가 어떤지 알았으니 다른 도시들의 상황도 알아야 했다.
“경기도를 비롯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모두 길드 연합과 센터에 소속된 헌터들이 필사적으로 막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아무래도 가장 심각한 건 서울입니다.”
“그럼 서울 수복을 맡은 게 청명 길드인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희 길드는 피해가 아직까진 없었지만, 다른 길드들은 피해가 컸던 탓에 저희 쪽도 지원으로 인원이 많이 빠져서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지원이요? ……아!”
그제야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자신의 생각처럼 우울한 이유가 아니라 다른 길드를 지원하러 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지은의 안색이 한층 밝아졌다. 확 밝아진 지은의 표정을 보며 주혁이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걸 먼저 설명드렸어야 했는데, 놀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저희 길드는 아직 그 어떤 희생자도 없습니다.”
개개인이 상위 헌터들로 구성된 소수 정예였던 청명 길드는 아직까지 유일하게 사상자가 없는 길드였고, 더불어 가장 상황이 심각한 서울 수복을 맡은 상황이었다. 동시에 위기 속에서 새롭게 각성하는 헌터들을 최정예 랭커들이 직접 교육하며 3차 대균열 이후의 4세대 헌터들의 육성까지 맡고 있었다.
“아, 그래서!”
그제야 안전지대에 생각보다 많은 헌터들이 있었던 것이 납득됐다. 다음 세대를 육성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아직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었다.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난 지은이 한층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너튜브 영상은 어떻게 됐나요?”
“그것도 이미 편집을 끝내고 올려 뒀습니다. 말씀하신 화려한 복귀 의도를 최대한 살린 편집이었죠. 실시간 반응도 폭발적이고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장 균열이 크게 일어났고, 그에 따른 피해가 가장 컸음에도 한국은 정화의 성녀로 불리던 지은이 있었기에 수습이 가장 빨랐다.
하지만 균열을 봉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던 지은이 사라진 것이 알려지고 난 뒤 한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까지 침통에 빠졌다.
그랬던 지은이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무려 시스템의 권한을 가진 채, 그 어느 때보다 절망적이던 상황에서 잿빛 구름을 몰아내고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지은의 재등장만으로도 실시간 댓글은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그럼 일단 지은 씨의 계획도 들어 보고 싶습니다.”
“제 계획이요?”
“네, 지은 씨가 다시 돌아오실 때 생각해 두셨을 계획이요. 그 계획에 맞춰서 저희의 서울 수복 계획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계획이 지은에게 있을 것이라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하는 주혁이었다. 맞춰 가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그녀의 계획을 따르겠다고 말하는 듯한 그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혁은 물론이고 유라와 성진, 그리고 수많은 청명 길드원들이 자신의 옆에 있었다.
“이번에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게 하지 않을게요.”
“유라 언니…….”
“우리는 모두 지은 씨에게 수없이 구원받았던 사람들이니까요. 안 그래, 다들?”
“성진 오빠…….”
“당연하죠! 이제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지은 씨를 돕겠습니다!”
“다시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1회 차의 사람들은 주혁을 제외하고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과연 자신이 돌아왔다고 해서 세워 둔 계획대로 모두가 하나 되어 움직여 줄 것인가. 회귀를 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그 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은은 그동안 했던 고민이 정말로 쓸모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그들은 자신이 부탁하지 않아도 함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고민을 모두 털어 내고 상쾌한 기분이 된 지은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고마워요! 그럼 우리 같이 힘내 봐요!”
“물론입니다!”
* * *
“후우…….”
내쉬는 대로 뿌옇게 흩날리는 한숨을 바라보는 지은의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안전 영역에서 훈련 중인 헌터들을 돌아봤지만 찾고자 했던 남운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일단 서울 수복 작전을 진행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남운과 까망이를 찾아보는 것으로 회의는 끝났다.
“어디로 간 거야.”
이미 자신의 마지막을 두고 주혁과 남운의 의견이 충돌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6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주혁을 따르는 헌터들과 남운을 따르는 헌터들 사이에서 많은 마찰이 있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남운을 찾으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주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다는 뜻일 테니 지은은 주혁에게 선뜻 남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들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들을 발로 차며 답답한 마음을 풀고 있던 지은은 자신의 어깨 위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지하라서 공기가 찹니다.”
어깨 위로 보온 마법이 인챈트된 담요를 덮어 주며 자신을 바라보는 주혁의 모습을 확인한 지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지하에 이런 대피 시설을 만들어 뒀을지는 저도 예상 못 했는데.”
던전화가 진행된 한강 이남 지역의 민간인들은 이미 이 안전지대를 통해 한강 이북이나, 경기도권으로 이어지는 지상 통로를 따라 대피를 완료했다고 했다. 그 후 안전지대는 이제 한강 이남 지역을 수복하기 위한 지상 정찰 및 거점 확보를 위한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중이었다.
던전화 이전의 지하철처럼, 어지러이 엮여 있는 이 공간을 구축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네, 저는 제가 복귀하면 자연스럽게 까망이가 찾아올 줄 알았거든요.”
애초에 대리자의 권능이 아닌 시스템의 권능을 가지고 왔으니 까망이가 자신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신이 계약을 강제로 끊어 냈을 때 까망이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한시라도 빨리 까망이를 찾아야 했지만 지금 당장 막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남운 씨를 찾아야 해요.”
“…….”
“까망이는 분명 남운 씨와 함께 있을 거예요.”
주혁도 까망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답은 하나였다. 남운은 던전의 끝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 길을 누가 알려 줬는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왔다.
1회 차에서 까망이는 정령왕들을 자신의 손으로 거둔 후, 그 힘으로 만들어 낸 세계수의 가지를 남운에게 넘겨주며 형벌을 내렸다고 했다.
‘저는 당신을 찾기 위해 아홉 번을 회귀해 왔습니다.’
그리고 남운 역시 자신에게 내려진 까망이의 형벌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지은을 찾기 위해 회귀를 했다고 했음에도, 남운은 곧바로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정황상 그토록 찾아 헤매고 있던 사람이 그녀라고 확신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저는 지은 씨와 1회 차에서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서서히 맞춰지는 퍼즐.
1회 차에서 창조의 권능을 써 가며 퇴장했던 지은은 이미 그 세계에서 사라진 존재였다. 당연히 사라진 사람에게 인과율이 적용될 리 없었으니 남운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역시 당연했다.
“까망이는 저를 다시 찾아야만 이 싸움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미 인과율을 깨고 지은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까망이가 남운에게까지 적용될 인과율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시스템에게 부탁해야 했으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지은 씨의 말씀대로라면, 창조의 정령은…….”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주혁은 자신이 까망이에게조차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은 까망이의 뜻에 따라 지은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인데, 결국 지금 까망이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 남운이라면 그건 까망이가 주혁에게 권유했던 자신의 방법이 틀렸었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가 당신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같군요.”
“……그건.”
“역시 창조의 정령은 지은 씨에게 진심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네?”
“저 역시 순수한 의도만을 가지고 지은 씨를 ‘보호’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겠죠.”
“…….”
“지은 씨도 알고 계셨던 것 아닙니까?”
“…….”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지은 씨를 도운 자가 남운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말하며 주혁의 얼굴에 가득 내려앉은 슬픔을 애써 지은은 외면했다.
1회 차의 그녀는 마지막을 부탁할 사람으로 남운을 택했고, 까망이 역시 그런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 남운을 선택했다.
차마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그렇지 않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던 지은은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택했다. 그런 지은의 반응을 보며 한동안 말이 없던 주혁이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고개를 드십시오, 지은 씨. 죄인은 저인데 지은 씨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이상합니다.”
“…….”
“지은 씨의 말대로라면 지금 남운이 있는 곳이 어디일지는 뻔한 것 같으니, 연락을 취할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남운은 지금 자신을 따르는 헌터들과 함께 던전에 들어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을 죄인이라 말하면서도 차마 용서를 구하지 못하는 주혁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라에게 부탁해 지은 씨가 드실 것을 좀 구해다 달라고 했습니다. 통로를 통해 나갔으니 금방 돌아올 겁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잖아요.”
“…….”
“그럼 저는 당분간 던전으로 들어갈 통로를 알아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지은 씨가 남운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서는 주혁의 뒷모습을 보며 지은은 가슴이 무척이나 아려 오는 것을 느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겨 줬다는 이 암울한 상황이 너무나 슬펐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이 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더욱 슬펐다.
모두가 모두에게 죄인이었다. 그녀가 이곳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다시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역시 모두가 알고 있을 터였다.
그것이 바로 지금 주혁이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주혁 본인은 이곳에 남겨질 사람이기에, 떠나야만 하는 지은에게 본인의 마음을 덜어 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주혁의 의지가 느껴져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담요를 내려놓은 지은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주혁 씨만이 죄인이 아니에요. 저도 주혁 씨와 남운 씨에게도, 이곳에 남겨졌던 모든 사람들에게 죄인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