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4화(27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4화
아무런 쓸모가 없는 하급 정령사. 자기 몸 하나 지키기에도 벅찬 그저 그런 헌터.
청명 길드 입단 동기들의 하소연에 대한 처절한 평가였다.
아무도 그녀와 팀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다들 그녀를 무시하곤 했다. 이 빌어먹을 세상 속에서 결국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권능의 등급뿐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위험해서 지원율이 바닥 수준인 정찰팀에 떠밀리듯 들어갔던 하소연이었다. 오늘 첫 작전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졌지만, 그 순간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자신이어야 한다고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은 어쩌면 그동안 받았던 경멸과 무시 때문일지도 몰랐다.
‘처음 각성했을 땐 나도 닮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하소연은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거대한 몬스터가 뭉개고 간 건물의 잔해에 발이 끼여 오도 가도 못 하고 까만 어둠 속에서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자신을 환한 빛과 함께 다시 세상으로 끌어 올린 사람.
‘괜찮으세요? 이제 안심하세요. 제가 구해 드릴게요.’
마치 구원처럼 건네진 그 손을 잡고 하소연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감사 인사도 전하기 전에 달려드는 네임드 몬스터를 가루로 만들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경외할 수밖에 없던 영웅.
그렇기에 하소연은 각성한 순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청명 길드에 자원했다.
사람들의 피가 거리를 메우고, 그릇된 선택을 한 헌터들이 정의를 위협하며 싸우는 세상. 모든 것이 혼란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언제나 중심에 서 있던 나의 영웅.
당신에게 받은 것과 같은 용기와 믿음과 구제를 언젠가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도우며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마치 자신의 몸을 불태워 주변을 밝히고 데우는 강렬한 불꽃처럼, 그렇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불씨를 전달해 주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하지만 그 작은 바람은 야속하게도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처럼 처참히 부서지고 말았다.
지은이 사라진 6개월 동안 혼란은 결국 지상을 집어삼켰다. 아무리 기다리고 소원해도 그 든든한 뒷모습을 이젠 정말로 다시 볼 수 없다.
한 순간에 흩어진 바람은 그렇게 하소연을 지독한 무력감에 빠트렸다. 고작 이런 능력을 가지고 영웅의 곁에 서려 했던 그 희망이 바로 오만이었음을 깨닫자 하루하루가 권태로웠다.
그런데 지금 민지은,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문이 길드 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간신히 탈출한 하소연은 이번 지상 거점 확보 작전에 신입들을 대피시키던 조장급들의 무전기에서 분명 ‘민지은’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을 했는지 깨닫고 대충 요기를 처리할 샌드위치를 만든 김에 잠시 산책을 하기 위해서 나온 하소연이었다.
“멍청이. 그렇게 쉽게 삶을 포기하려고 하다니.”
아직 그 그림자조차 따라잡지 못했는데, 그저 지금의 현실에 절망을 느끼고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멍청하게 느껴졌다.
자책을 하며 크게 기지개를 켜던 하소연의 눈에 은은한 등불 아래에 앉아 있는 지은이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구원을 받았던 그날 이후로부터 자신의 중심이 되어 버린 주인공이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이기에 사람을 구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정의. 자신만의 영웅이 아니라 모두의 영웅인 민지은이 내세운 정의였다. 그리고 그녀가 내세웠던 정의에 물들은 사람들은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충실히 그 정의를 이어받아 싸우고 있었다.
지금도 헌터들이 희망을 놓지 않고 치열하게 싸울 이유를 선물해 줬던 영웅이 어딘가 모르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지은의 앞에 다가가 서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지은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자 당황한 하소연이 종이봉투를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저…… 이거 같이 드실래요!”
* * *
주혁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한참을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던 지은은 눈앞에 불쑥 내밀어진 종이봉투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을 마주했다.
“아, 이거 별건 아니고요. 공수해 온 재료들로 만든 샌드위치거든요.”
“…….”
“제가 직접 만들긴 했는데, 맛은 있을 거예요! 저 메브웨이에서 아르바이트 오래 했거든요! 꼭 드셔 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어 보이는 하소연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하소연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곤 종이봉투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혹시 저 알아요?”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요! 지은 씨는 제 우상이에요!”
“고마워요, 언니.”
“허어억!”
“잘 먹을게요.”
언니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하소연이 입을 가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동안, 종이 포장지를 벗겨 낸 지은은 샌드위치를 확인하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BLT 샌드위치네요.”
“어…… 네! 혹시 안 좋아하세요?”
“그럴 리가요.”
처음 각성했을 때 만들었던 BLT 샌드위치를 1회 차에서 처음으로 먹는 음식으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한 입 가득 베어 물자 하소연의 말대로 베이컨과 양상추, 그리고 토마토가 만들어 내는 맛있는 조화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얕은 미소를 띤 채 오물오물 샌드위치를 먹는 지은의 빵빵한 볼을 보면서 하소연은 지금 성공한 덕후로서 쾅쾅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 낸 지은이 어느새 먹는 것에 진심이 되어 샌드위치를 오물거리는 모습에 하소연은 뿌듯함을 느꼈다.
“진짜 맛있네요.”
“정말요?”
“그런데 같이 먹자면서요.”
그렇게 말하며 절반의 샌드위치를 건네는 지은에게서 하소연이 얼떨결에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마치 옆에 앉으라고 하는 듯 벤치의 빈자리를 손으로 팡팡 내리치는 지은의 모습에 하소연이 엉거주춤하게 앉으며 말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막상 지은이 앉으라고 해서 앉긴 했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샌드위치를 먹는 지은의 반응을 살피던 하소연이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 순간이었다.
“그거 알아요?”
“네?”
“저랑 언니, 파티원이었어요.”
“에에에엑!?”
“언니는 잘 모르겠지만, 저쪽 시간대에서 우린 엄청 친했거든요. 청명 길드의 지옥 교관 유라 언니의 지옥주 훈련을 같이 버텨 낸 사이였어요.”
“…….”
이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지은이 헛된 말을 하진 않을 것이라 믿고 있던 하소연은 저쪽 시간대라는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지은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말 그대로 ‘돌아왔다.’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하소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믿을 수 없지만, 이것이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회귀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 믿기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어?’
생각해 보니 이미 현실이 판타지 소설보다 더한 세상이었다. 눈앞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고 균열이 퍼지는데 회귀라고 못 할 것도 없었다.
짧은 시간 만에 생각을 마친 하소연이 말했다.
“그쪽 시간대의 저는 꽤 행운아였네요.”
“행운아요?”
“지은 씨랑 같은 파티원이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영광이죠.”
“…….”
“물론 지금 이렇게 지은 씨랑 만나서 대화를 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제가 뭐라고…….”
“영웅이요.”
“…….”
뭐라 말을 더 이으려던 지은은 단호한 하소연의 대답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헌터들 중에 지은 씨에게 도움을 받지 않았던 사람이 없거든요.”
“아…….”
“누가 위험하게 목숨 걸고 싸우고 싶겠어요. 그저 이게 옳다고 믿으니까 싸워 보려고 마음먹은 거죠. 그리고 그 믿음은 다 지은 씨가 선물해 준 거고요.”
“…….”
“지은 씨와 파티를 맺은 그쪽 시간대의 제가 너무 부럽네요. 무슨 권능을 가지고 있었길래…… 지금의 저는 그저 볼품없는 하급 정령사거든요.”
그쪽의 자신은 어떻게 지은과 파티를 맺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을까. 다른 시간선의 자신이 해낸 일을 지금의 자신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푹 숙인 하소연은 이어지는 지은의 말에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급 불의 정령사요.”
“……네?”
“똑같이 생긴 세 마리의 샐러맨더를 구별할 줄 알고, 이름도 붙여 주고.”
“…….”
“헌터들 중 유일하게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와 계약했던 왕의 계약자.”
“네에!?”
정령왕과 계약을 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정령사는 없다. 자신이 그런 위대한 업적을 이뤄 낸 정령사였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하소연을 바라보던 지은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하지만 그런 타이틀보다 제가 소연 언니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어요.”
“좋아했던 이유라면…….”
“그 어떤 정령사보다 정령에게 진심을 다했고, 언제나 강해지고 싶어 했어요. 언니가 그토록 강해지고 싶어 했던 이유가 뭔지 알아요?”
하소연은 문득 지은이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쪽의 자신이 그토록 강해지고 싶어 했던 이유.
그것은 지금의 자신이 처음 지은의 손에 의해 구해졌을 때부터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이유와 같을 것이 분명했다.
“랭커들을 동경했거든요.”
“…….”
“시기나 부러움 같은 저속한 감정이 아니라, 강한 힘을 가지고 누군가를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제가 알고 있는 소연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소연 언니는 아닌 건가요?”
“아…….”
“제가 보기엔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말한 지은이 환하게 웃으며 하소연의 손을 마주 잡았다. 갑작스런 지은의 행동에 놀란 하소연은 갑자기 온몸에 돋는 고양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순간.
– 시스템의 권한으로 대상자의 능력을 개화시킵니다.
– 성장 가능성을 판독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상자의 능력을 상승시킵니다.
– 성장 가능성에 따라 능력의 상승폭이 달라집니다.
– 대상자의 성장 가능성을 산출 중입니다…….
“이건……!”
하소연은 지은이 잡고 있는 손을 통해서 엄청난 마나가 자신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언니가 원하는 힘을 얻게 된다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요?]머릿속에 어지러이 울리는 지은의 목소리를 느끼며 하소연은 생각했다.
원하는 힘을 얻게 된다면 자신은 과연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는가.
고민할 것도 없이 하소연은 지은의 목소리에 소리치듯 답했다.
‘사람을 구하고 싶어.’
‘난, 그거면 돼.’
번쩍!
머릿속에 마치 섬광이 치는 듯한 강렬한 충격이 지나갔다. 온몸에 살아 숨 쉬듯 격정적으로 맥동하는 마나에 정신이 몽롱해지던 하소연은 뿌듯한 지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거 봐요. 지금의 언니도 다르지 않은 강한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