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5화(27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5화
[시스템 알림 : 각성자 하소연이 최상급 불의 정령사로 각성합니다!]“아아…….”
각성 알림과 함께 온몸에 가득 들어차는 마나를 느끼며 하소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식간에 최상급 정령사로 각성한 하소연은 자신이 알고 있는 최상급 불의 정령의 이름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나의 부름에 응하라, 피닉스.”
계약자의 부름에 응답하듯 허공에 나타난 작은 불꽃이 일렁이더니 이내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꺼지지 않는 불의 정령 신수 피닉스가 하소연의 팔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세상에…….”
피닉스에게서 느껴지는 정순한 마나는 물론이고, 기다랗고 뾰족한 발톱을 조심스럽게 갈무리하며 자신의 팔을 다치지 않게 감싸 쥐는 발을 보며 자신이 정말로 불의 최상급 정령인 피닉스를 소환해 냈다는 것을 실감한 하소연이 감격해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강제 각성이라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일으켜 자신을 최상급 정령사로 각성시키다니.
처음 지은에게 구해진 이후로 본격적인 덕질을 했건만, 그녀가 이런 능력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하소연이었다.
“말했잖아요. 언니는 정령왕과 계약한 유일한 정령사라고.”
감격한 하소연과는 다르게 지은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10회 차에선 이그니스와 계약했던 하소연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곳에선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알려 주는 것 같았다.
‘10회 차의 인과율이 1회 차의 인과율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까망이와 남운을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하소연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를 이곳에서 만나게 된 것은 천운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에 대해서 동경하고 닿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진 데에다, 그렇게 믿고 있는 정의가 절대선에 가까운 하소연이라면 갑자기 강한 힘을 쥐게 된다 할지라도 걱정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하더라도 하소연의 입을 통해서 강제 각성의 효과가 퍼져 나가는 것은 막아야 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간사해서 쉽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지은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은의 힘을 원하게 될 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지은은 강제 각성을 절대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사용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힘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뻔했다. 다행히 눈치가 빠른 하소연은 그런 지은의 마음을 다 읽었다는 듯 말했다.
“음…… 아무래도 이건 저희 둘만의 비밀로 남겨야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지은을 보며 피닉스의 머리를 쓰다듬던 하소연이 피닉스의 소환을 해제하고는 말했다.
“하급 정령사가 하루 만에 최상급 정령사가 되었다면 엄청 시끄러워지겠죠. 능력은 제가 알아서 조절할게요.”
“고마워요.”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지은 씨에게 두 번이나 구해진 거나 마찬가진걸요.”
“…….”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우리 같은 파티였다면서요. 유일한 지은 씨의 파티원으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은 씨의 말을 따를게요.”
같은 파티.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었다. 다행히 지금의 하소연은 10회 차보다 더욱 암담한 환경 속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쉽지만 유일한 파티원은 아니에요. 같은 파티원을 한 명 더 찾으려고 하는데.”
자신 말고도 파티원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소연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지은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금방 얼굴을 싹 바꾼 하소연이 말했다.
“그게 누군데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남운이라고…….”
“으엑.”
지은이 남운의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간신히 표정을 감추고 있었던 하소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진심으로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지은은 어딘가 모르게 일이 수월하게 풀릴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 재수 없는 놈이 정말…… 저희 파티원이었다고요?”
“아는 사이에요?”
“모르고 싶은 사이에요. 같은 양성소 동기거든요.”
“…….”
1회 차에 와서까지 ‘한 다리 건너면 우리 모두 아는 사이!’ 어메이징 인맥 코리아를 실감하게 될 줄 몰랐던 지은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녀석이라면 지금쯤 아마 구 던전의 입구를 통해서 던전으로 들어갔을걸요?”
홱.
뚜둑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린 지은의 모습에 놀란 하소연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목에서 나면 안 될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시스템 알림으로 자가 치유하면 돼서 괜찮아요.”
“……편리하네요.”
“제 목 상태는 신경 쓰지 말고 하려던 말을 계속해 주면 안 될까요?”
지은의 간절한 눈을 바라보던 하소연이 뒷머리를 긁으며 겸연쩍다는 듯 말했다.
“구 던전을 통해서 던전을 계속 공략한다고 했어요.”
“구 던전이요?”
“1차 대균열이 발생하고 처음으로 열렸던 던전의 입구에요. 거기에서 남운이 길드원을 모집하고 있었거든요.”
지은도 익히 알고 있는 곳이었다. 3차 대균열까지 발생해 던전의 입구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들으며 지은은 1회 차의 사람들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려 있는지 새삼 다시 실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청명 길드에 들어오기 전에 제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이 오더라고요. 저 같은 뚝심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아, 부끄럽네요.”
“……지금도 연락이 되는 건가요?”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말해 봤지만, 역시나 고개를 젓는 하소연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남운 씨가 구 던전의 입구를 고집한 이유가 있을까요?”
“모두의 관심이 3차 대균열로 열린 입구에 쏠려 있을 때였는데, 오히려 남운은 구 던전의 입구에만 해답이 있다고 했어요.”
“……!!”
10회 차에는 존재하지 않던 3차 대균열과 확신을 가지고 구 던전을 공략하러 떠난 남운.
분명 남운에게 까망이가 붙어 있는 것이 확실했다. 던전에 해답이 있다는 말이, 마치 까망이가 정령왕들의 힘을 강제로 회수하는 루트를 찾았다는 것처럼 들렸다.
“같이 가요!”
“네?”
“같이 가자고요! 빨리 가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지도 몰라요!”
[시스템 알림 : 각성자 민지은으로부터 파티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No]선명하게 떠오른 파티 신청 알림창.
믿을 수 없다는 듯 알림창을 바라보던 하소연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Yes 버튼을 누르며 소리쳤다.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 * *
“미치겠군.”
주혁은 자신이 지은에게서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도 내가 아닌 남운을 찾으시니…….”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지은이 우선시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 남운이라는 사실은 그가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은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본인이었음에도 그녀가 마지막을 부탁한 것은 남운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1회 차에서도 지은은 잔인하게도 자신에게 남운의 위치를 물었다.
“한심하군.”
그리고 순간은 물론이고 지금도 남운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져 마음속 깊이 참을 수 없이 화가 올라왔다
그럼에도 결국 지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더욱 주혁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나는 참 한심하군.’
그 순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자신의 음성.
이어지는 깨질 듯한 두통에 주혁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뭐……?”
‘그래도 이곳의 나보단 지금의 내가 더 나은 것 같아 다행이네.’
“하하…… 내가 정말 미쳤나보군.”
마치 자신의 영혼이 둘로 갈라진 것 같은 기분에 주혁은 혼란을 애써 수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넌 누구지?”
‘어리석은 과거의 실수를 이제야 인정한 미래의 너.’
“……내가 어리석다고?”
‘어리석기 짝이 없지. 지금도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되지도 않는 자존심을 부리고 있지 않나.’
“…….”
‘그래선 넌 영원히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에 들어서지 못해.’
갑자기 자신의 목소리가 신랄한 비판을 퍼붓자 주혁은 가슴속 깊이 울컥하고 반발심이 치솟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네가 뭘 보고 지금의 나를 그렇게 깎아내리는지는 모르겠지만.”
‘……’
“그렇게 말하는 너 역시도 결국 뚜렷한 해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은데.”
한번 터져 버린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고 지은에게 자신의 죄를 스스로 고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의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한 것뿐이다.”
꿈이라고 생각하자.
지은에게죄인임을 고했음에도 고개 숙여 사과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비참하게 건네는 얄팍한 위안이라고 생각하자.
“내 방법도 틀리지 않았어. 지은 씨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결국 내 방법이 옳은 결과를 만들어 낼 거라고, 나도! 너도 믿고 있었지 않나!”
차마 자신을 외면하고 떠난 지은에게 하지 못했던 말.
“나를 조금 더 믿어 줄 수 있었지 않나?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었던 나를 조금 더 돌아봐 줄 수 있지 않았나?”
전할 기회조차 사라져 버린 섭섭함에 폭발한, 절대로 지은에게 직접적으로 닿지 못하고 버려질 감정의 찌꺼기들.
“난 결과를 증명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고…….”
오히려 그렇기에 주혁은 더더욱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지은이 사라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녀가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사명의 무게는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죄를 직접 고하지 않았나. 1회차의 나는 구도자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던 거였어.’
“……1회차?”
‘그래서 내가 지금의 너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군.’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지 못한 것도 모자라서, 애초에 애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1회 차의 자신.
‘1회 차의 나는 이토록 어리석었구나.’
한탄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주혁은 마른세수를 했다. 지질하게 담아 두었던 마음의 소리를 내뱉었음에도 결국 돌아온 것은 질타였다.
“그럼 너는 깨달음의 경지에 올라섰나?”
‘지금의 너보단. 이곳에선 적어도 지은 씨의 곁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지.’
“……그럼 네가 얻었다는 그 자격을 증명해 봐.”
본능적으로 주혁은 지금의 자신이 이룰 수 없는 일을 미래의 자신이 대신 이뤄 줄 수 있을 거란 사실을 깨닫고는 말했다.
“내가 지은 씨의 곁에 부끄럼 없이 설 수 있도록.”
‘나에게 맡겨라.’
[클래스 한정 퀘스트 발생!]– 깨달음을 구한 자여, 그 깨달음을 증명하라.
선명히 떠오른 퀘스트 알림창.
지금껏 등장하지 않았던 한정 퀘스트를 확인한 주혁이 피식 미소를 짓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주혁은 자신이 1회 차의 자신의 몸의 통제권을 완전히 넘겨받았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이게 가능하다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지은을 따라 회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까망이의 말처럼 주혁은 자신이 지은의 기운을 따라갈 수 있는 구도자의 자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슴 깊이 박혀 있는 지은에 대한 강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마음이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인지, 아니면 제대로 죄를 빌지 못했다는 아쉬움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지난 과거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였다.
깨달음을 구하는 자로서 발생한 한정 퀘스트의 해답을 과연 어떤 식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시스템 알림창에서 느껴지는 지은의 기운을 확인하며 주혁이 고개를 들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이건 나에게 주어진 과업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