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6화(27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6화
“출발하죠.”
설득을 해 봤지만, 이곳의 상황도 중요하다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지은의 말에 결국 구 던전으로 가는 멤버는 지은과 하소연, 단둘로 정해졌다.
잠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사라졌던 지은이 어깨에 두르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담요였다.
“바깥이 조금 쌀쌀하길래요.”
그렇게 말하며 담요를 꽈악 잡은 지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담요를 챙기러 다녀오신 거예요?”
“아…… 네.”
잠깐의 텀을 두고 대답하는 지은을 보며 하소연은 의아함을 애써 감췄다. 구 던전이 있는 강남구로 통하는 정찰 통로를 나서면 곧바로 쏟아지는 몬스터와 전투를 벌여야 할 텐데, 다른 장비가 아니라 굳이 담요를 챙겨 오다니.
그런 하소연의 마음도 모른 채 지은이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가 볼까요!”
* * *
이미 던전화가 진행된 지상. 다른 헌터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사실 던전이야말로 지은의 홈그라운드였다.
시스템의 권한으로 강제 각성시킬 수 있는 것은 비단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은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제 각성 : 푸드 트럭 사장님(히든)]– 이미 해금된 능력입니다.
– 각성자의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스탯과 스킬 레벨을 동기화합니다.
지상은 이미 청명 길드의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오직 지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뚫고 갈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정찰을 위한 통로를 사용해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푸드 트럭을 소환하니 곧바로 마나를 느끼고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튕겨 나가는 진풍경을 보며 하소연은 생각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익숙하게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켜는 지은의 모습을 보면서도, 사실 강남구에 위치한 구 던전의 입구로 가는 길을 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아직 미숙한 자신을 데리고 뚫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하소연은 지상에 올라온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지은을 잠시나마 의심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운전하니까 신나네요!”
“히익!”
“꽉 잡아요!”
드드드드!
커다란 트럭에 닿지도 못하고 튕겨져 나가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하소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꽉 매고 광란의 질주가 빨리 멈추길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냥 걸어가고 싶은 대요!’
처음에는 분명 신이 났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핸들을 거칠게 돌리는 지은의 모습을 보면서 덕질하던 영웅의 새로운 면모를 놓치지 않고 눈에 담으려 노력까지 했다.
“지은 씨, 앞에! 앞예요!”
“꽉 잡아요!”
“끼야아아악!”
헐리웃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이 탄 차가 아슬아슬하게 장애물들을 피해 가는 장면을 편안한 영화관 의자에 기대 4D로 감상하던 시절에는 액션 영화를 즐겨 시청하던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영화 속으로 직접 들어와 보니 주인공이 모는 차의 조수석에 타 있는 사람의 심정이 어땠을지 체감이 되는 기분이었다.
‘X드맥스에서조차 장애물은 어느 정도 피하고 갔는데!’
애초에 지은이 소환한 트럭. 그러나 지은 본인은 푸드 트럭이라고 말했지만, 앞으로 굴러도 뒤로 굴러도 누가 봐도 푸드 트럭이 아니라 전차라고 명명해야 할 것 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전차처럼 길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을 부수며 전진할 줄은 몰랐던 하소연은 비명을 지르다 지쳐 목이 쉬어 버린 지경이었다.
몬스터들이야 안전지대라고 불리는 배리어에 닿기도 전에 튕겨 나갔지만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은 아니었다.
콰르릉!
두꺼운 콘크리트 잔해들을 거침없이 부수며 전진하는 트럭 조수석에서 하소연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 상태창을 확인하고는 작게 탄식을 터트렸다.
[시스템 알림 : 미약한 상태 이상 상태에 빠집니다!]– 적용 상태 이상 : 혼란, 공포, 불안
– 상태 이상이 중첩된 상태입니다! 최상급 불의 정령 피닉스가 계약자의 몸 상태와 동기화되어 수면 상태에 빠집니다!
“아…….”
“으아! 스트레스 풀려! 그렇지 않아요, 언니?”
“……지은 씨, 이게 주마등인가요?”
“네?”
“뭐가 막 눈앞에 휙휙 스쳐 가는데…….”
“언니? 왜 그래요? 정신 차려요!”
조수석에 축 늘어져 정신없이 흐느적거리는 하소연을 보면서도 지은은 브레이크가 아니라 액셀을 밟았다.
“금방 도착해요! 조금만 버텨요!”
“제발 천천히…….”
기운을 쥐어짜내 간신히 내뱉은 하소연의 작은 바람은 시끄러운 바퀴 소리와 엔진 소리에 묻혀 지은에게 닿지 못했다.
“살려 줘…….”
소리 없는 절규를 마지막으로, 하소연은 그렇게 강제로 수면에 빠졌다.
* * *
“우에에엑!”
구 던전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조수석에서 탈출하듯 뛰쳐나온 하소연이 구토를 하는 동안 지은은 익숙한 던전의 입구를 보며 상념에 잠겨 있었다.
“흐어…….”
한참 먹은 것을 쏟아 내고 핼쑥해진 얼굴로 기력과 마나를 보충하기 위한 포션을 마신 하소연이 서러운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그래도…… 이런 권능이 존재하다니.’
분노의 질주를 마친 푸드 트럭은 그 자체로 지상 거점이 되었다. 몬스터가 접근도 할 수 없는 넓고 완벽한 안전지대를 조성한 믿을 수 없는 권능.
지금의 길드 연합이 던전화가 진행된 지상을 수복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안전한 피난처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죽을힘을 다해서 본체 균열까지 가는 길을 뚫어 놓는다고 해도, 결국 균열의 꽃을 모두 떨어트리지 않고 다시 재정비를 위해 돌아간다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처음보다 더 많은 몬스터들이 균열을 지킨다.
위험을 감지한 균열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몬스터의 리젠율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높여 버리니 웬만한 길드는 다시 토벌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의 공격으로 씨앗 균열을 토벌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거기에 지상을 잠식한 균열을 처리했다 하더라도 주변의 몬스터들에게 끊임없이 공략을 당하니, 확보한 지상을 지키는 것조차 벅찼다.
이런 작금의 사정을 출발 전에 지은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한시바삐 남운을 만나야 한다는 지은에게 길드에 지원을 요청해 어떻게든 구 던전으로 안내하겠다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이긴 싫어서요.’
‘…….’
‘1회 차의 저는 혼자였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의 저라도 누군가와 같이 움직이고 싶어요. 그게 제 하나뿐인 파티의 멤버라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하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뚫고 가려고요?’
‘다 방법이 있어요. 저만 믿어요, 언니.’
그리고 정말로 방법이 있었다. 자신을 죽음의 진창에서 끌어올려 준 영웅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소연이 완드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들고 말했다.
“여기서부터 던전의 안내는 제가 해 드릴게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을 너무나 쉽게 가능하게 만든 지은을 의심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이곳에선 혼자가 아니고 싶다고 말했던 지은이 선택해 준 것이 자신이었으니, 하소연은 그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그만이었다.
“아니요.”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상념에 빠져 있던 지은도,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던 하소연도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올려다보았다.
“앞장은 제가 서겠습니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그렇게 말한 남자는 바로 주혁이었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은과 하소연을 내려다보던 주혁이 트럭의 짐칸 위에서 휙 하고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보인 주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은 씨가 제 처소 앞에 이 편지를 두고 가셨을 때부터요.”
“아…….”
남운과 연락할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했던 주혁이 마음에 걸려 지은이 출발 전에 남겨 뒀던 편지였다.
남운과 연락할 방법을 찾았으니 먼저 움직이겠다, 그러니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내용을 담았던 편지를 흔들어 보이며 주혁이 말했다.
“길까지 험해서 지붕에 매달려 있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지금 저 지붕에 매달려서 따라온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돼…….”
조수석에 안전벨트를 매고 타 있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붕 위에 매달려서 왔다는 주혁의 말에 하소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운전이 거치시고요.”
그렇게 말하곤 웃어 보이는 주혁의 모습을 본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자신이 운전하는 푸드 트럭을 타 본 기억이 있다는 듯한 어투로 말하는 주혁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이전과는 다른 것 같았다.
‘에이, 설마.’
하지만 이내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며 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주혁 또한 회귀를 했다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애초 1회 차로 회귀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사실상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인과율의 저항을 뚫고 회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구 던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 건 하소연 씨인 것 같고.”
“……크흠.”
“이곳으로 바로 움직이신 걸 보니 지은 씨가 생각해 둔 던전이 있을 것 같은데, 맞습니까?”
“……네, 맞아요.”
자신이 사라진 뒤 타락한 정령왕들을 정화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까망이는 결국 모든 정령왕들을 자신의 손으로 거뒀다.
그러니 남운이 까망이의 지시를 따라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면 가장 먼저 경유할 던전은 정해져 있었다.
“그곳이 어디입니까?”
“대지의 정령왕이 봉인된 ‘타락한 대지’ 던전이요.”
“다행이군요.”
“네?”
“제 생각과 지은 씨의 생각이 같아서 다행입니다. 저도 그동안 던전의 비밀을 어렴풋이 알게 되고 난 뒤부터 던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까망이가 알려 줬나요?”
“네, 자세히 설명해 주진 않았지만 창조의 정령은 지은 씨의 상태가 위독해졌을 때 마지막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방법이요?”
“창조의 기운을 다시 지은 씨에게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던전에 있다고 했습니다.”
“…….”
“그때는 긴가민가했지만 지은 씨가 급하게 이곳으로 온 지금, 이제는 타락한 정령왕들이 지은 씨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더군요.”
“까망이도 주혁 씨도, 마지막까지 저를 살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군요.”
“……네. 지은 씨는 비록 믿어 주시지 않겠지만, 그때가 돼서야 제 사심을 덜어 낼 수 있었습니다. 멍청하게도 그 결심이 너무 늦어서…….”
“…….”
“지은 씨가 저를 떠났고요.”
그렇게 말하며 지은에게 손을 건넨 주혁이 덧붙여 말했다.
“가장 최단 코스로 모시겠습니다. 남운을 비롯한 헌터들은 던전을 공략해 본 적이 없어서 타락의 대지까지 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
“그러니…… 제발 저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