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7화(27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7화
어떤 심정으로 주혁이 자신에게 손을 건넸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손을 말없이 잡은 지은이 말했다.
“사실 던전을 안내해 줄 필요는 없어요.”
“…….”
“10회 차에서 제가 사용하던 스킬을 지금도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거든요.”
“아…….”
“기억 동기화.”
[시스템 알림 : 해금된 각성자의 스킬을 동기화합니다]– 동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이 일부 해금되었습니다.
– 사용 가능한 스킬 목록 : [강화된 1종 대형 면허],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 [오늘의 추천 요리], [이거 방탄 트럭이야!], [열려라 신비의 문]
목록을 확인해 보던 지은은 그중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스킬을 망설임 없이 골랐다.
“열려라 신비의 문.”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내거나, 다른 간섭을 할 순 없지만 애초에 이렇게 사용하기 위해 시스템의 권능을 가지고 회귀한 지은이었다.
‘방문 판매 스킬을 사용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혼자 갈 순 있지만…….’
가장 빠르게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문 판매] 스킬이 해금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막상 방문 판매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열려라 신비의 문 스킬을 골랐을 것이 분명했다.
‘……혼자서 움직일 순 없어.’
지금 지은은 절대로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신세였다.
그녀의 모든 스킬은 창조의 권능을 기반으로 했다. 그렇기에 창조의 권능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시스템의 권한을 이용해 이 정도의 동기화를 이뤄 낸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의 권한 자체도 창조의 권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페널티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지은은 기다렸다는 듯 떠오르는 시스템 알림창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스템 알림 : 동기화가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합니다.]– 동기화 실패로 인한 페널티 발생 : 다음 동기화 시도까지 남은 시간 : 24시간.
– 동기화에 실패할수록 대상자가 가진 10회 차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합니다.
‘아…… 좋지 않은데.’
어느 정도의 페널티는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시스템 알림창의 마지막 줄을 확인한 지은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무려 10회 차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실상 최악의 경우 다시는 원래 시간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킬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해. 나오지 않은 스킬을 아쉬워해선 안 되겠어.’
지금의 상황에서 지은은 앞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수를 두 가지로 좁혔다.
까망이를 만나 남은 창조의 권능을 넘겨받는 첫 번째 방법.
두 번째는 아직 던전에 봉인된 정령왕들을 직접 정화해 보는 것.
대리자로서의 권한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인벤토리에 있는 집행자의 심판은 쓸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회차의 까망이를 혼자 만날 자신도 없으니…….’
자신이 사라지고 난 뒤의 까망이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지은이 그렇게 지켜 내고 싶어 했었던 지상의 일상들이 신과 시스템에 의해 파괴당하는 것을 방치했을까.
회귀를 하고 마주한 지상의 상황을 보고 나니 더더욱 1회 차의 까망이를 대면할 자신이 없었던 지은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1회 차의 자신이라면 분명 이런 상황에선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지은은 1회 차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지금 자신을 선뜻 따라와 준 하소연과 주혁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세상에…… 이건!”
구 던전의 입구에 생성된 거대한 문.
문손잡이를 잡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하소연은 본능적으로 이 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눈치챘다.
“그럼 가 볼까요, 우리.”
주혁과 하소연의 손을 포개서 잡은 지은이 남은 한 손으로 문을 벌컥 밀었다.
열린 문틈 너머로 들어선 순간, 환한 빛이 몸을 휘감는 것을 느끼며 지은은 눈을 감은 채 간절히 빌었다.
‘제발 생각한 대로 일이 잘 흘러가기를.’
* * *
“여긴…….”
문을 열고 들어온 던전 내부를 살펴보던 하소연은 이곳이 말로만 듣던 [타락한 풍요의 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많은 1세대 헌터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1층의 계층 보스인 타락한 대지의 정령왕이 토벌된 곳.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언제든 들어올 수 있는 저레벨 헌터들의 무대가 되었지만, 1차 대균열 당시 토벌전에 참가했던 1세대 헌터들의 평균 레벨이 30임을 감안했을 때 레벨 50대의 계층 보스였던 타락한 대지의 정령왕은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공포였을 것이다.
문을 열고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푸드 트럭을 소환한 지은이 다급히 비석으로 달려가 비석에 손을 대고 마치 뭔가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며 비석을 멍하니 바라보다 마치 실망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아직이었다니…….”
아직 인간에게 토벌당한 드루이얼의 기운이 비석 안에 봉인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지은은 자신의 계획이 어딘가 모르게 어긋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빠졌다.
이미 하소연의 말대로라면 남운은 이곳을 통과하고도 남았을 텐데, 아직도 드루이얼이 멀쩡히 봉인되어 있다니.
‘지금쯤이면 적어도 아실리아 님까지는 회수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그녀가 봉인된 정령왕들을 불러낸다 하더라도 창조의 권능을 회수할 순 없었다.
결국 창조의 권능을 흡수하기 위해선 까망이가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기 위해 모아 둔 힘을 넘겨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는데, 아직 드루이얼의 힘조차 회수되지 않은 상태였다니.
도대체 남운과 까망이는 어디로 간 걸까.
‘시스템이 대놓고 지상에 활보하고 있길래 까망이가 시스템과 계약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은과 종속 계약을 맺었던 까망이가 그녀를 다시 이 세계에 등장시키기 위해 시스템과의 거래를 하면서 개입했다면, 그건 그녀를 다시 불러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확보한 다음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유일한 방법은 분명 정령왕들의 창조의 권능을 모두 회수한 시점일 것이 분명했다. 퇴장했던 자신이 10번의 기회 중에 한 번이라도 등장하길 간절히 바라며, 마지막 권능을 쥐어짜내 세계수의 가지를 만들어 냈다고 했으니까.
그 이후 남운이 던전으로 향했다는 소식에 까망이가 본격적으로 정령왕들의 권능 회수를 시작했을 거라 생각했고, 1층의 드루이얼부터 차근차근 뒤를 밟아 볼 예정이었던 지은은 세워 둔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할 위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
고민하고 있던 지은의 눈에 자연스럽게 조리대 안에 들어간 주혁이 하소연을 불러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뭐 해요?”
“음…… 신기해서요.”
“…….”
“이거 정말 푸드 트럭이었군요.”
싱크대는 물론이고 기다란 철판에 여섯 개의 화구까지.
공간 활용도를 최대로 높인 대용량 전문의 푸드 트럭 조리대 내부를 신기하다는 듯 살펴보고 있는 주혁과 하소연의 모습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진짜 푸드 트럭이지 뭐겠어요.”
“대지의 정령왕의 비석에 제사라도 드리려고 하는 겁니까?”
“……네?”
“저도 창조의 정령과 함께 지내며 들은 것이 많아서요. 이 비석들이 인간들이 토벌한 정령왕들의 무덤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까망이가 그렇게 말했다고요?”
“네.”
무덤이 아니라 토벌된 정령왕을 본격적으로 타락시키는 제단이었지만, 주혁의 표정은 거짓말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했다.
“이 안에 대지의 정령왕이 봉인되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이건 무덤이 아니라 제단이에요.”
“제단이요?”
“타락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는 성물이나 다름없는 거죠. 그래서 이걸 지금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어요. 부숴 볼 수도 없고.”
“지은 씨, 잠시만요.”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집행자의 심판을 꺼내 드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이 다급히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금방이라도 마치 비석을 부술 것처럼 검을 휘두르던 지은이 멈칫하며 주혁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다급한 얼굴을 하고 있는 주혁을 보며 지은은 심한 이질감을 느꼈다.
마치 이 비석에 봉인된 드루이얼을 자신이 어떻게 정화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듯한 주혁의 반응이 수상했다.
안전지대에서 대화를 할 때만 해도 자신을 따라올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주혁이 트럭에 매달려 가면서까지 찾아왔다는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는데, 비석을 보자마자 반응을 보이는 주혁의 모습에 지은의 마음속에 합당한 의심이 피어올랐다.
“왜 말리는 거예요? 지금 시간이 없는데.”
“꼭 이 비석을 부숴야 합니까?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방법이요?”
“네, 다른 방법이요. 던전으로 향했던 남운이 아직까지 저 비석을 남겨 놓았다면 저 비석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뜻일 텐데, 지금 비석을 부수는 건 섣부른 판단 같습니다.”
“흠…… 그럼 주혁 씨가 생각하는 다른 방법이 있나요?”
“…….”
“마치 이걸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것 것처럼 보여서요. 까망이가 그런 것도 설명해 줬을 린 없을 거 같은데.”
“그냥…… 제 감이…….”
“그러니까 그 감이 뭐라고 말하는지 설명을 해 보란 거예요. 이걸 부수면 안 되는 이유요.”
들어 올린 검을 천천히 내려놓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지은은 자신이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텐데 눈을 흘겨 뜨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은의 눈을 자연스럽게 피하는 주혁의 등줄기에 한 줄기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금 주혁은 자신이 지은을 따라서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들키면 절대로 안됐다.
‘미치겠군. 반응하면 안됐는데, 지은 씨가 뭔가 눈치를 챈 건가?’
구도자의 권능으로 자신이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본래 바로 밝힐 예정이었던 주혁은 지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회귀 페널티를 받은 상태였다.
바로 1회 차의 자신의 몸의 통제권을 넘겨받으면서 발생했던 한정 퀘스트가 갑자기 클리어된 덕분이었다.
[클래스 한정 퀘스트 발생!]– 깨달음을 구한 자여. 그 깨달음을 증명하라.
[퀘스트 클리어!]– 자격 증명 완료! 퀘스트 대상자가 이미 깨달음을 얻어 증명을 받은 상태입니다.
자신이 지은에게 저지른 죄를 이미 깨달은 주혁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지은을 도와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지은에게 사죄를 해야 하는지는 이미 이곳으로 회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정해 놓은 상태였다.
무엇보다 이미 주혁은 10회 차에서 구도자의 자격을 얻었다.
[추가 퀘스트 발생 : 증명을 거쳐 실행하라.]– 성공 조건 : 1회 차에 미처 실행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수행하고 창조의 대리자를 도와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회수하라.
– 실패 조건 : 창조의 대리자가 구도자의 회귀를 직접적으로 언급 시 퀘스트 실패.
– 1회 차 퀘스트 실패 시 기증명된 자격 요건 상실 및 구도자의 자격 박탈과 10회 차로의 강제 송환.
퀘스트의 내용을 떠올린 주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여기서 지은에게 자신이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면 자신의 자격은 박탈된다.
‘그건 절대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