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7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8화(27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8화
추가 퀘스트창을 확인한 순간 주혁은 자신이 10회 차에 획득한 구도자의 자격을 1회 차에서 다시 한번 검증받는 심판대 위에 올라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말인 즉슨 구도자의 자격을 증명하는 한정 퀘스트는 1회 차의 자신이 이미 받았던 퀘스트라는 뜻이었다.
한 번 시작된 한정 퀘스트는 반드시 중도 포기를 하거나 클리어를 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버서커로 각성하면서 진행했던 1차 한정 퀘스트.
이미 지은을 한 번 저버렸던 자신이 다시 지은의 곁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포기하지 않았던 퀘스트를 각성했으니, 한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기억이 날 것 같으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 희미한 1회 차. 아무리 구도자의 자격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굳이 까망이가 자신을 이곳에 지은을 돕기 위해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회귀의 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1회 차의 자신이 구도자의 자격을 처음으로 마주친 한정 퀘스트의 발생 시점이라는 것에 과연 아무런 의도도 없었을까.
‘이것이 내 마지막 자격의 증명인 겁니까.’
지금의 이 세 번째 증명이야말로 까망이가 자신에게 내리는 마지막 과제였다.
그제야 어지러이 놓여 있던 퍼즐이 눈앞에서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회 차에서부터 지은을 위해 까망이는 모든 것을 바쳤다. 어떻게든 다시 등장할 지은의 곁에 둘 사람을 신중히 고르려는 까망이의 의도에 주혁은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시험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1회 차의 주혁은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 버티면서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퀘스트를 해결하지 못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를 구해야 할 대상인 지은이 이미 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아홉 번의 회귀 동안에도 절대로 중도 포기하지 않았던 퀘스트.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10회 차가 되어서야 지은이 등장했을 때, 까망이와 계약을 한 그녀가 어째서 자신을 가장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는지, 까망이가 어떤 것을 자신에게 증명하라고 한 것인지 이제는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이 시간대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일 테지.’
결국 자신은 마지막 시험을 남겨 둔 것이었다. 다만 지은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되는 철저한 비밀 시험.
까망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시험을 채점해 줄 평가관이나 다름없는 지은이 주혁이 회귀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공정한 시험이 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왜 말이 없어요? 대답을 해 봐요.”
자신을 제지해 놓고 한참을 말이 없는 주혁을 보며 지은이 의아하다는 듯 다가와 조리대 앞에 섰다. 바뀌어 버린 구도에서 지은을 바라보던 주혁이 애써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게, 그러니까…….”
“…….”
“유교 사상에 입각해 생각해 본다면 무덤의 비석을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황당한 답변이에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지은과 하소연이 주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놓고도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주혁을 보며 지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지은은 지금까지 주혁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의심이 되긴 했어도 더 깊은 의심을 하진 못했다.
적어도 10회 차의 주혁은 지은에게 있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뭐 저도 저걸 지금 부술 생각은 없었어요.”
드루이얼은 정령왕들 중 가장 자아가 강한 정령왕이었다. 봉인이 풀리자마자 유희를 즐기겠다며 이 자리에서 탈주해 버린 탈주 정령왕이기도 했다.
드루이얼의 봉인을 푼다고 할지라도 드루이얼을 잡아 둘 권한이 없는 지금, 섣불리 봉인을 풀 생각은 지은도 없었다. 이 봉인은 반드시 까망이에 의해 풀려야 했다.
검을 다시 집어넣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자신이 의심에서 일단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까망이가 마지막일지 모르는 세 번째 기회를 줬으니, 반드시 이곳에서 지은을 도와 10회 차로 돌아가야 했다.
1회 차에서 10회 차까지 까망이는 남운의 편을 들었다. 유일하게 지은의 진짜 바람을 알아준 사람이 바로 남운이었음을 까망이 또한 인정한 것이었다.
오직 지은만을 생각하는 까망이는 지은의 곁에 끝까지 남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남운인지, 자신인지 저울에 올려 두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아마 지은이 언급한 신과의 마지막 싸움을 끝내고 그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다행이군요. 저희 집안이 종갓집이어서요. 아무리 정령왕이라 할지라도 무덤의 비석을 부수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알던 주혁 씨하고 조금 많이 다르네요.”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지은 씨가 그렇게 느끼신다면 지은 씨가 떠난 뒤 제가 많이 변했나 보죠.”
의심을 완전히 거두진 않은 지은의 눈빛을 여유롭게 받아넘긴 주혁이 다시 한번 조리대 밑으로 발을 움직여 하소연의 발을 툭툭 건드렸다.
그제야 이것이 주혁이 보내는 구조 요청 사인이라는 것을 파악한 하소연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를 꺼내며 소리쳤다.
“세상에, 방긋 바나나 우유! 저 이거 마셔도 돼요?”
“……네?”
“지상이 개판이 난 뒤로 이런 거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 데요! 마침 딱 세 개 있는데 우리 다 같이 나눠 먹어요!”
“그거 좋군요. 저도 달달해서 좋아합니다.”
“……주혁 씨는 달달한 거 싫어하지 않았나요?”
“제가요? 그럴 리가요.”
“쓰읍…… 아닌데. 항상 따뜻하고 쓴 차만 마셨는데.”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리는 말에 지은이 자신의 기호까지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은 주혁이었다. 다행히 위기를 잘 넘겼다는 생각에 주혁이 속으로 크게 한숨을 몰아쉬고는 말했다.
“좋아합니다, 바나나 우유.”
* * *
트럭에 기대 딱 세 개 남아 있던 바나나 우유를 결국 하나씩 사이좋게 손에 들고 비석을 멍하니 바라보던 세 사람 중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주혁이었다.
“남운이 이곳을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하소연이 길드에 합류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꾸준히 남운과 연락을 하고 있었고, 연락이 끊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1층 던전에 아직도 남운의 토벌대가 도착하지 않았을 리 없었기에 당연한 의심이었다.
“이상하긴 하네요. 남운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모두 4세대 헌터들 중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망주기도 했고요.”
“남운 씨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4세대 헌터들이었다고요?”
“네? 아…… 네, 기존 헌터들은 길드 연합을 선호했으니까요.”
“아쉽게도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헌터들은 한데 뭉치지 못했습니다. 저마다 헌터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려고 혈안들이 되어 있었거든요.”
“아, 세상에 이런!”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는 지은의 모습에 놀란 주혁과 하소연의 눈이 커다래졌다. 정말로 답답했는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는 지은을 다급하게 제지한 주혁이 소리쳤다.
“왜 그러십니까, 지은 씨!”
“멍청하게 그걸 생각 못 했다니! 빨리 1층 전체를 돌아봐야겠어요!”
“네?”
“저는 3세대 헌터들까지밖에 알지 못해요! 4세대 헌터들이라면 제가 떠난 뒤로 각성한 사람들일 테고, 그 헌터들이 그렇게 기존 헌터들과 충돌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다면 틀림없이 시스템의 권한으로 강제 각성한 사람들일 거예요!”
“……아!”
강제 각성이라는 말에 놀란 하소연이 입을 틀어막았다. 분명 3차 대균열 이후 각성한 헌터들은 신기할 정도로 강력한 권능에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적응 속도를 보였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탄생한 그 헌터들을 국난의 황금 세대라고 지칭할 정도였는데, 그들은 기존의 길드들에 융화되길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구축했다.
그럼에도 지상이 이 꼴이 될 정도로 밀린 이유는 그 황금 세대인 4세대 헌터들이 지상의 혼란에는 관심이 없고 하나같이 던전을 토벌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민간인들의 안위보다는 본질적인 균열의 발생지인 던전을 토벌하는 것을 주장하며 매일같이 어느 던전을 토벌했다는 선전을 하면서 세력을 키워 나갔다.
“지금 한국에 이태서 씨가 없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이태서는 지금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지상을 수습할 숨통이 트였습니다.”
“아니에요! 애초에 신은 이걸 노린 거예요! 함정이에요! 함정이라고요! 이태서 씨의 뒤에 있는 게 누구인지 주혁 씨는 아시잖아요!”
직접적으로 균열을 소환할 수 있는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가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 때만 해도 압도적으로 길드 연합을 주축으로 한 지상 수복파가 판을 휘어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태서가 미국으로 건너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이고 나자 균열의 본진인 던전을 토벌해야 한다는 4세대 헌터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까망이와 남운 씨도 던전 토벌을 강력히 주장했었어요! 실제로 던전 안의 정령왕들을…… 으윽!”
거기까지 말을 하려던 지은은 머리가 강하게 울리는 고통을 느끼고는 말을 멈췄다.
지상보다 강력한 신의 공간인 던전에서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던 인과율이 통제를 벗어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지은 씨!”
“……남운 씨가 위험해요.”
물론 1회 차에 남운은 던전의 끝을 봤다고 했다.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회수한 어둠의 정령왕의 기운까지 모두 쏟아부어 세계수의 가지를 넘겨받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장 신의 기운이 강력한 던전 안에서 반격을 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해선 남운은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지은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빨리 이곳의 창조의 권능을 회수하고 돌아가야 했다. 대지의 정령왕이 봉인된 비석을 바라보던 지은이 다급히 인벤토리에서 집행자의 심판을 꺼내 들며 말했다.
“아쉽지만 유교 사상은 잠시 넣어 둬야겠어요.”
“네?”
“전 사실 드루이얼 님이 이미 까망이에게 회수되었길 바랐거든요! 그래야 빨리…….”
“그게 무슨…….”
주혁 역시 까망이가 정령왕들의 힘을 자신의 손으로 회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방금 지은의 말은 1회 차로 회귀한 이유가 사실은 그렇게 회수한 창조의 권능 그 자체였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주혁은 지은의 결의에 찬 눈빛을 확인하고는 그녀가 정말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지은이 비석을 확인하고 마치 실망한 것처럼 ‘아직이었다니…….’라고 중얼거린 것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은 씨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있었던 거였어.’
오직 직접 자신이 경험한 10회 차를 지켜 내기 위해, 이미 1회 차의 비틀릴 대로 비틀려 버린 서로의 관계에 대해선 지은은 일말의 미련도 두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