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79화(28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79화
“남운 씨를 찾아봐야겠어요.”
드루이얼을 정화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 당장은 남운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아무리 남운이 대한제일검의 칭호를 받을 정도로 강한 랭커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던전.
몬스터의 위협도 모자라서 강제 각성한 여러 헌터들을 그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하소연과 연락이 끊긴 뒤로 날짜가 꽤 지났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틀림없이 남운은 이 던전 안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넓은 던전에서 어떻게 찾죠?”
넓은 던전을 돌아보며 하소연이 고개를 저었다. 남운이 어디로 갔는지 방향도 모르고, 연락할 수 있는 수단도 없는 지금. 1층에 있는 수십 개의 던전을 모두 돌아보는 것은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스템 권한 설정.”
[시스템 알림 : 동기화가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합니다.]– 동기화 실패로 인한 페널티 발생 : 다음 동기화 시도까지 남은 시간 : 23시간.
– 동기화에 실패할수록 대상자가 가진 10회 차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합니다.
“이런…….”
동기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에 [방문 판매] 스킬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악조건을 제쳐 두고서라도 무엇보다 지은을 답답하게 만드는 건 다음 동기화 시도까지 23시간이나 남았다는 것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 내쉬는 지은을 바라보던 주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지은 씨.”
“네?”
“…….”
부를 땐 언제고 뭔가를 고민하는 듯 입을 꾹 다문 주혁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은이 어서 말을 이으라는 듯 눈썹을 들썩였다.
그런 지은의 시선을 애써 피하는 주혁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이걸 말하면 지은 씨가 눈치를 챌 것 같은데…….’
구도자는 대리자를 보좌하는 고유 권능인 구도자. 그리고 구도자의 패시브는 바로 [지정 대상 추적]이었다.
대리자와 연관되어 있는 대상의 기운을 느끼고 추적할 수 있는 패시브. 이 패시브를 바탕으로 10회 차의 주혁은 키드를 추적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은이 적으로 지정한 대상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리자가 가는 길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구도자의 특성상, 지정 대상은 비단 적으로 한정되지 않았다. 그 누구든지 창조의 대리자인 지은이 원한다면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존재가 바로 구도자였다.
문제는 이 패시브의 존재를 지은 역시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주혁은 구도자의 권능을 각성하자마자 키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구도자의 권능에 그런 패시브가 있다는 사실을 지은도 분명 기억하고 있을 터.
지은이 자신이 회귀한 것을 언급한다면 까망이의 검증은 바로 끝나 버린다. 비단 까망이의 시험에서 탈락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1회 차의 그녀를 돕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강했던 주혁은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새롭게 각성한 능력이라고 둘러대 볼까?’
그러나 지은이 퇴장했던 6개월 사이에 새롭게 각성한 능력이라고 둘러 댄다고 하더라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그녀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큰 추궁을 당할 수도 있었기에 주혁은 직전의 생각을 마음속으로 철회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주혁 씨?”
아직 생각을 미쳐 정리하지 못한 주혁의 머릿속을 더 헤집듯이 재촉이 이어졌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이 주먹을 꽈악 쥐었다.
대답 없는 주혁의 모습에 지은의 목소리가 점차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답답하게 도대체 왜 그래요!”
“…….”
“제가 주혁 씨가 아니라 남운 씨를 찾아서 그러는 거예요? 그래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지금 저에게 지금 더 필요한 사람은 주혁 씨가 아니라 남운 씨예요!”
주혁은 주먹에 들어간 힘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을 느꼈다.
분명 지금 그녀는 1회 차의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일 텐데, 주혁의 마음에 닿은 지은의 목소리는 마치 10회 차의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지은 씨! 끝내 저를 버린 것은 지은 씨가 아닙니까!”
“뭐…… 뭐라고요?”
한순간 터져 나온 작은 원망이 크게 폭발했다. 1회 차의 주혁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은 결국 그녀였다.
까망이조차 회귀의 주체로 남운을 선택한 것도 원망스러웠는데, 지은의 말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던 남운에 대한 질투심이 터져 나온 주혁이 지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소리를 높인 지은과 그런 지은에게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 주혁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정적이 흘렀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지은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건 지은에게 소리를 지른 주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사이로 하소연이 다급하게 끼어들며 소리쳤다.
“갑자기 왜 그래요! 싸우지 말아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하소연만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가 되어 버렸다.
차가운 바람이 쌩쌩 날리는 둘 사이에 끼어든 채 속으로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비명을 지르는 하소연이었다.
방금 전까지 하하호호 웃으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
자신과 주혁을 번갈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하소연의 모습에 지은이 먼저 이마를 감싸 쥐고는 얕게 한숨을 내뱉고 사과의 말을 건넸다.
지금 1회 차의 주혁과 실랑이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1회 차라는 과거가 아니라 다시 돌아가야 할 10회 차라는 현재였다.
“제가 미안해요. 정말로 진심은 아니었어요.”
“…….”
“저는 그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었을 뿐이에요. 혹시 무슨 좋은 방법이 있다면 말해 줬으면 해요. 저도 지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
“이런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니, 제가 너무 건방졌어요. 바보 같아…….”
“지은 씨…….”
“지금 저에겐 시간이 없어요.”
“그렇게 계속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지은 씨가 다시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까?”
“……맞아요.”
“그렇다면 지은 씨에게 이 시간대의 저희는 무슨 의미입니까?”
주혁의 말에 지은이 괴로운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해야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기에, 그리고 그 대답이 지금의 주혁에게 방금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오히려 주혁을 비참하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 지은은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쥐어짜내 주혁의 질문에 답했다.
“미안하지만, 정말로 미안하지만, 저는 이곳을 바로잡기 위해서 돌아온 것이 아니에요.”
“…….”
“이미 이곳은 실패한 시간대니까요.”
지은의 말에 주혁은 가슴속에 무거운 추가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주혁 역시 10회 차에서 회귀해 왔지만, 1회 차의 자신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10회 차의 주혁에게 통제권을 빼앗기기 전에 아직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마치 비명을 지르듯 토로하던 1회 차의 주혁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했다.
그렇기에 주혁은 확인하고 싶었다. 지은이 1회 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과연 자신과 같은 심정일지.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릴 생각이 있는지, 그것을 확인받고 싶었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날 선 말투로 되물었다.
“이미 실패한 시간에 그러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뻔뻔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이곳에 책임을 지러 왔어요. 저의 섣부른 포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낳았거든요.”
“책임을 지러 왔다고요…….”
“그래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책임이 저에겐 있으니까요.”
이미 지나가 버린 1회 차. 그 결말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지은은 잘 알고 있었다.
인과율의 간섭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음에도 결국 상황은 그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1회 차의 어긋나 버린 관계를 되돌리려 노력해 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주혁 씨는 저에게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전 감히 주혁 씨에게 그럴 기회를 주고 안 주고 결정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에요.”
“…….”
“저야말로 주혁 씨에게, 남운 씨에게…… 아니, 이 시간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만회할 기회를 구걸하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눈에 차오른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국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창조의 대리자이고, 신과의 싸움을 이끌어 갈 유일한 사람이란 말인가.
자신이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1회 차에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던 모든 사람들의 희망을 꺾어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녀가 떠난 세계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가망이 없다.’라고 말해야만 하는가.
“그러니까 제발…….”
“…….”
지은이 생각했다.
애초에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했더라면, 노력해서도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없었다면 적어도 자신을 위했던 사람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고 외로웠다고 해도, 신의 정신 공격에 당해 피폐해졌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그렇게 이미 도망가 버렸는데, 1회 차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히 다시 한번 자신을 믿어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주혁을 비롯한 다른 청명 길드의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섣불리 이길 수 있다고, 같이 해낼 수 있다고 말하지 못했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주혁과 남운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적대 관계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보면서도 오히려 그 어느 쪽에도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반가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1회 차의 모든 것은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는 엉망진창인 연극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돌아온 순간부터 이미 끝나 버린 연극의 막을 화가 잔뜩 난 관객이 난입해 강제로 들춰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발악해서라도 지은은 이 이야기의 끝을 다시 쓰고 싶었다.
“저에게도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