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0화(28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0화
“세상에…….”
둘 사이를 말리기 위해 끼어들었던 하소연이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지은과 주혁, 거기에 덧붙여 남운의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방금의 대화로 감을 잡은 탓이었다.
자신들과 함께 싸우러 돌아온 것이 아니라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하소연은 그녀가 얼마나 큰 부담감을 가지고 이 시간대에 돌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만.”
“…….”
하소연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은을 품에 와락 안았다.
떨리는 지은의 몸에 안정을 찾아 주려는 듯 부드럽게 등을 쓸어내리는 하소연의 손길에서 따뜻한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만 울어요.”
“흑…… 흐읍……!”
“많이 힘들었겠네요.”
흐느끼는 지은을 다독이며 하소연도 감정이 북받쳤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람이 있기에 사람을 구하러 다니던 모두의 영웅. 그 영웅이 어깨에 얼마나 큰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도 똑같았다.
다시 돌아온 지은에게 은연중에 또 얼마만큼의 기대를 넘겨줬는지 하소연은 반성했다. 설령 지은의 말대로 이곳이 실패한 시간대라고 할지라도, 지금도 미래도 자신은 유의미한 삶을 보내고 있다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알려준 것이 바로 지은이었다.
단 한 번도 파티를 맺어 본 적 없이 혼자 다니던 지은이 그쪽 시간대에선 자신과 파티를 맺었다는 사실이 감정을 더욱 북받치게 했다. 지금의 시간대에서 지쳐 쓰러졌던 지은이 그쪽 시간대에선 외로움을 잊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졌다.
“진작에 지은 씨에게 사과를 건네야 할 건 바로 우리였어요.”
“…….”
“외롭고 힘들었는데, 우리를 외면할 수 있었는데.”
“흐읍…….”
“그래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요.”
10회 차의 모두에게 1회 차의 지은은 그토록 원하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더욱 기억을 떠올리고 난 뒤 단 한 번도 1회 차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다. 기껏 받은 사랑이 또다시 사라질까봐. 또다시 혼자가 될까봐.
그렇게 전하지 못했던 진실된 마음을 지은은 이곳에서 풀어내야 했다.
그런 지은을 보면서 주혁은 1회 차의 자신이라면 어떤 말을 했을지 생각해 봤다.
지은이 떠나고 난 뒤 덩그러니 남겨진 자신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낸 자신 혼자만이 죄인이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저희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주혁은 1회 차의 자신이라면 가장 하고 싶어 했을 것 같은 말을 골랐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지은 씨는 이 세계를 책임지러 왔다고 했으니, 자신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이것이 1회 차의 자신을 대변하는 말이라면, 지금부터는 구도자의 자격을 시험받는 회귀자로서의 자신을 대변할 차례였다.
“제가 남운을 찾아갈 방법을 압니다.”
“……!!”
“당신이 남운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을 때부터, 저는 당신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순간 주혁은 눈앞에 찬란하게 떠오른 시스템 알림을 마주했다.
– 깨달음을 얻은 자여, 당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펼치는 길에 마주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지어다.
[한정 퀘스트 완료!]– 때론 옳다고 믿었던 신념을 가지고 걸어가는 길에 무수한 고난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그 어떤 고난도 뛰어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 구도자는 이제 선지자로서의 자격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찬란히 떠오른 알림창에 주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시험한 까망이의 뜻이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의 진실된 고백을 듣고도 지은의 곁에 남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 기껏 얻어 놓은 구도자의 자격을 박탈당할까 두려워서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의 시스템 알림창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히든 클래스 : ‘구도자’가 ‘선지자’로 각성합니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대신 걸어 줄 존재가 있습니까?]‘네.’
[그 존재를 위해 남보다 먼저 깨달아 알고 있던 당신이 먼저 길을 밝혀 주시길.]그것이 선지자의 사명.
깨달음을 구하는 구도자의 자격을 이미 증명했다면, 남은 것은 그 깨달음을 멀리 퍼트리는 일.
구도자로서 길을 찾는 방법을 알았다면, 이제 그 길을 먼저 걸어가 밝히는 선지자가 되리라.
주혁의 손에서 퍼져 나온 새하얀 빛이 어두컴컴한 던전을 환하게 밝혔다. 어지러이 피어오른 그 순백의 빛이 이내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어 바닥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지은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분명 지금 주혁은 스스로 그녀를 보좌하는 구도자라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책임을 질 기회를 달라고 하셨죠.”
“……주혁 씨.”
“제가 당신의 길을 밝히는 존재가 되겠습니다.”
“…….”
“당신의 어깨에 놓인 그 책임의 무게를 감히 같이 나눠 들어 보겠습니다. 그러니 이 길을 따라가시길. 먼저 가서 지은 씨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말도 안 돼…… 주혁 씨, 설마!”
비록 자신이 선지자로 각성해서 구도자일 때만 적용되는 [1회 차 퀘스트 실패 시 기증명된 자격 요건 상실 및 구도자의 자격 박탈] 페널티는 없어졌지만, 또 하나의 페널티인 10회 차로의 강제 송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대리자와 구도자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시스템의 권한을 통제하고 있는 지은이 자신이 선지자로서 새롭게 각성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다음으로 지은이 뱉을 말을 통해 강제로 10회 차로 다시 송환될 자신의 처지를 직감한 주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주혁 씨도 ‘그거’예요?”
“……!!”
꼼짝없이 페널티로 강제 송환될 것을 각오하고 있던 주혁의 눈이 번쩍 떠졌다.
“맞죠? 어쩐지 계속 수상하더라니! 주혁 씨도 ‘그거’였던 거였어요? 어떻게…….”
그가 선지자로 각성하자 곧바로 그가 자신을 따라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언제 눈물을 보였냐는 듯 눈가를 비벼 닦아 내고는 환하게 웃었다.
지은이 그 역시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챘음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정 퀘스트의 실패 조건을 떠올린 주혁이 말을 더듬었다.
“이게…… 대체, 잠시만요. 아니, 어떻게?”
당황한 주혁이 완료된 한정 퀘스트의 실패 조건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실패 조건 : 창조의 대리자가 구도자의 회귀를 직접적으로 언급 시 퀘스트 실패.]유일한 실패 조건은 바로 지은이 자신의 회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유일한 실패 조건을 깨부순 지은이었다.
“저도 ‘그거’ 하면서 얼마나 많은 페널티를 받았는데요.”
“……세상에.”
“말실수를 한 뒤 주혁 씨가 왜 말을 하려다 말았을까 생각해 봤어요.”
“…….”
“제가 아는 주혁 씨는 설령 남운 씨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해서 저를 돕지 않을 사람이 아니니까.”
“지은 씨.”
“그리고, 무엇보다 흐릿한 기억 속에 지금의 주혁씨는 저에게 그렇게 살가운 표정을 지어 보인 적 없었거든요. 바로 아까까지만 해도요.”
던전으로 오기 전, 자신을 죄인이라 칭하던 주혁은 분명 지은에게 다시 다가오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려는 듯 따뜻한 행동과는 다르게 표정만은 어두웠다.
“하…… 하하!”
페널티 때문에 고민했었던 게 너무나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신을 다시 본인의 곁에 설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찾아낸 지은의 모습에 주혁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시험을 통과했다. 선지자여.’
지은에게 도움을 주고 나면 더 이상 그녀 곁에 특별한 존재로 머무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아슬아슬한 선택의 갈림길.
그곳에서 자신의 욕심보다는 지은을 위한 길을 택한 자신에게 마치 머릿속에서 까망이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번에는 같이 가요.”
“네?”
“옆자리에 타시라고요. 길을 안내해 줬으니 거기까지 한번 빠르게 달려가 보죠, 우리.”
부아아아앙!
그렇게 말하곤 빠르게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건 지은이 창문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중탑석과 조수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해요! 빨리 타요!”
“딸꾹!”
불과 몇 분 전의 끔찍한 분노의 질주가 떠오른 하소연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조수석에 탄 것만으로도 다양한 상태 이상에 걸렸었는데, 하물며 던전에서의 주행은 어느 정도일까.
딸꾹질을 하던 하소연과 주혁의 눈이 마주쳤다.
“……제가 조수석에 앉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주혁이 빠르게 몸을 던져 푸드 트럭으로 달려갔다. 그나마 창문틀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조수석이 지은의 운전을 버티기에 한결 수월할 것이 분명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본능적인 움직임에 상대적으로 반응이 늦은 하소연이 그제야 달리며 소리쳤다.
“당신 로컬 랭킹 1위잖아!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잖아!”
* * *
어두운 던전 안에서 번쩍하며 섬광이 일었다. 검이 휘둘러진 잔상 그대로 남았던 섬광이 사라지고, 단 일격에 두꺼운 방어구가 두동강나며 베어진 가슴팍에서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피어올랐다.
“말…… 도 안 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차가운 던전의 바닥에 풀썩 쓰러진 헌터의 등줄기에 검을 꽂아 넣은 남운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5명의 헌터들을 향해 검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들어와.”
“괴물…….”
“괴물 새끼……!”
어둠을 밝히기 위해 설치한 등불이 던전에 나부끼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불빛이 닿았다가 사라졌다. 그곳에서 섬뜩하게 빛나는 남운의 검날에 붉은 피가 검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부상이 깊다! 아무리 대한제일검이라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검날에 흐르는 피가 자신의 피인지, 방금까지 베어 낸 헌터들의 피인지 모를 정도로 이미 온몸은 만신창이었다.
던전으로 향하라는 창조의 정령의 명령에 자신과 뜻을 함께하던 헌터들을 데리고 들어온 것이 벌써 열흘이 넘었다. 그러나 바로 그 헌터들이 자신의 등에 비수를 꽂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남운이었다.
“전능하신 신을 부정하는 악마 같으니!”
부상이 깊어 온몸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꺼지지 않는 눈빛으로 자신들을 압도하는 남운의 모습에 헌터들 중 한 명이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바람이 일어나고, 방금 전까지 소리를 치던 헌터의 목이 잘려 바닥에 뒹굴었다.
그를 무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남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능하신 신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