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1화(28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1화
“이 불경한 녀석!”
남운의 비아냥거림에 이성을 잃고 달려든 헌터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며 포위망을 좁히던 헌터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지? 신의 개들아.”
“……!!”
“더 짖어 봐야지?”
헌터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급하게 던전 공략대를 모집하던 남운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방심을 유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구 던전에 입성한 뒤 남운의 뒤를 치는 데까지는 성공했었다.
어깨를 관통당하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전혀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던전 안에서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몬스터들과 추격대를 따돌리며 남운이 한 명씩, 한 명씩 헌터들을 쓰러트린 결과 지금 남은 것은 고작 4명뿐이었다. 그나마 남은 한 명도 방금 한쪽 팔을 잃은 채 전투 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남운은 명성에 비해 레벨이 매우 낮은 랭커였다. 그렇기에 압도적인 숫자로 찍어 누른다면 반드시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경험한 그의 능력은 레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한계를 초월한 각성자라할지라도 그 역시 인간. 부상당한 몸을 혹사시키며 버텨 온 남운의 체력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접근하는 헌터들만을 베어 내고 있는 그의 온몸에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꼴사납군.”
“…….”
“오랜만이야? 남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남운의 눈썹이 들썩였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자신에게 무기를 겨누던 헌터들이 일제히 비켜서며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모습에 남운이 검날을 세우며 말했다.
“……이태서, 네놈이 여기에 어떻게?”
“너라면 꼭 던전으로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거든.”
던전의 모든 기운을 먹어 치우려는 듯 일렁이는 검은 기운을 온몸에 두르고 나타난 남자는 바로 이태서였다. 지은이 끝까지 교화해 보려고 노력했던 로컬 랭킹 3위의 대마법사였으나, 끝내 신의 편에 서는 것을 선택한 신의 대리자.
“우리 사이엔 풀어야 할 문제가 있잖아?”
“…….”
“이리 보니 반갑네, 나의 원수. 꼴이 말이 아닌 게 참 마음에 들어.”
깔끔한 정장 차림과 비교되는 너덜거리는 남운의 도복을 보며 이태서가 씨익 미소 지었다. 남운은 검 손잡이에 더욱 힘을 주었다.
원수. 이태서가 자신을 그렇게 지칭하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지은이 온전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태서는 아직 완전히 타락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점점 바닥나는 창조의 권능을 끌어 쓰기 위해 생명력까지 바쳐 가며 눈에 띄게 허약해진 지은의 모습을 보며 이태서는 이성을 잃고 폭주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을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던 지은이 사라지고 난 뒤 이태서는 완벽한 신의 대리자로 각성했다.
“……한국을 비웠던 것이 아니었군.”
“창조의 대리자를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놓아준 너의 목숨을 내 손으로 드디어 거두게 되는군.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나?”
“가증스러운 위선자 새끼.”
“……뭐?”
“너의 그 썩어 빠진 정신력을 믿고 교화시키려 했던 지은 씨가 얼마나 무리를 하고 있었는지 잘 알면서도!”
“…….”
“결국 지은 씨가 사라지자마자 그렇게 그녀가 지키고 싶어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거둔 놈이, 죄책감을 덜어 내려고 짖어 대지 말란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퉤, 하고 피가 섞인 침을 뱉어 내는 남운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유지하고 있던 이태서의 입가가 작게 경련했다.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이태서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그게 다인가?”
“크윽……!”
공간을 지배하는 이태서의 구속 마법. 거기에 지금 이곳은 던전.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의 마나는 이미 타락의 기운을 지배할 수 있었다. 이태서가 손을 들어 올린 것만으로도 꼼짝없이 발이 묶여 버린 남운이 안간힘을 써 봤지만, 이태서의 구속 마법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아쉬워. 너를 죽이기엔 정말 아까운데, 지금이라도 신께 몸을 의탁하는 것이 어떤가?”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하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그게 네 선택이라면, 강제로 제압해 세뇌하면 되는 일이지.”
일렁이는 검은 기운이 이태서의 손 위로 모여드는 것을 보며 남운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목숨이 여기까지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을 잡은 손에서 힘을 뺄 수 없는 이유는 오직 하나.
‘<기대했는데, 고작 여기까지더냐.>’
지금도 머릿속을 어지러이 울리는 창조의 정령의 목소리가 마치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 평하는 것 같았기에 남운은 검을 고쳐 잡았다.
타락의 기운이라고 했던가. 이태서의 손 위에 모여들고 있는 검은 마나에 공격당하면 지금 자신은 분명 죽는다.
‘움직여라! 움직여!’
말을 듣지 않는 몸에게 속으로 다그치는 남운의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이대로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죽을 순 없다. 자신에게는 아직 이 세상을 이렇게 몰고 온 책임과 지은을 그렇게 보낸 것에 대해 전하지 못한 후회가 남아 있었다.
“으아아아아!”
쨍그랑!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구속 마법을 풀어낸 남운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놀란 이태서의 표정과 다급히 이태서를 보호하려는 듯 일제히 달려드는 헌터들의 얼굴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남운의 눈에 선명히 담겼다.
“막아!”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네 명의 무기를 검을 들어 유려하게 흘려 낸 남운의 몸이 빙그르르 돌았다. 도약한 남운의 등 뒤로 베어 낸 무기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지며 고통 어린 비명 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이를 악물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낼 마지막 공격. 내뻗어진 검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설령 그 앞에 있는 것이 죽음이라 할지라도 지금 남운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바로 코앞의 당황한 이태서의 표정을 눈에 담으며 남운이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이태서!”
“이…… 미친놈이!”
날아오는 마법 공격을 검으로 베어 내며 폭발과 함께 오직 전진하는 남운. 빠르게 캐스팅한 마법을 계속해서 날리며 거리를 벌리려는 이태서. 둘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발을 잡아끄는 듯한 구속 마법도, 던전 안에 가득한 타락의 기운도 남운의 거침없는 전진을 막을 순 없었다.
“너라도 데려가야겠다!”
“헛소리!”
“머리가 신에게 잠식을 당하더니 말투도 역겹게 바뀌었구나, 이태서!”
“……!!”
이태서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운에게 덤벼들었던 헌터들만 해도 그보다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물론이고 그 숫자도 50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남았던 4명의 강제 각성자들조차 어느새 바닥에 몸을 뉘인 채 차가운 시체가 되어 버렸다.
거기에 이미 빈사 상태나 다름없는 줄 알았던 남운이 무슨 저력으로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갈 수 있는지, 솔직히 말해서 남운이 두려워질 정도였다.
콰아아앙!
다급히 펼쳐 낸 방어 마법과 남운의 검이 부딪치며 커다란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마나와 마나가 충돌하는 강렬한 파동에 던전이 드드드! 울리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쿨럭!”
하지만 방금의 공격으로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고 있던 남운이 거센 기침과 함께 검붉은 피를 왈칵 쏟아 내며 자리에 멈춰 섰다.
잠깐의 틈을 기회 삼아 도약해 거리를 벌린 이태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을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푸욱!
“으…… 으윽!”
자신의 배를 뚫고 나온 검은 가시를 내려다보는 남운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졌다. 남운의 그림자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이태서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키드!”
“대리자시여, 어찌 이런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고 계십니까.”
키드의 등장은 이태서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남운은 이렇게 죽이기엔 너무나 아쉬운 인재였다. 남운을 세뇌하는 것만으로도 창조의 정령의 항전 의지를 꺾을 수 있었기에, 반드시 산 채로 잡아 세뇌를 하려 했던 이태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누가 허락 없이 나서라고 했지!”
“이런…… 대리자께서 많이 위급해 보이시기에 그만.”
주눅이 든 것처럼 몸을 잔뜩 웅크리면서도 킬킬 웃고 있는 키드를 지나치며 이태서가 남운에게 다가갔다. 복부를 관통한 키드의 그림자 가시를 따라 붉은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눈을 부릅뜨고 고통을 견디고 있는 남운의 눈빛은 형형한 채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
“신께 너의 능력을 바치겠다고 말해라. 그럼 살 수 있다.”
“힘…… 든데, 두 번씩 말하게 하지 마라, 인간의 배신자야.”
“나는 네가 필요하다. 내 계획엔 반드시 너 같은…….”
“네 더러운 계획 같은 거 어찌 되든 상관없으니…….”
남운의 목숨이 점점 꺼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창조의 정령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던전에 봉인된 타락한 정령왕들을 모두 쓰러트리면 죄를 만회할 기회를 주겠다던 창조의 정령의 시험에 남운은 발조차 디디지 못하고 탈락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남운은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할 것쯤은 지은의 부탁을 들어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헛소리 그만하고 죽여.”
그렇게 말하는 남운의 텅 빈 눈을 보며 이태서는 더 이상 남운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의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신의 대리자라는 타락한 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에 입술을 질끈 깨문 이태서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 계획이 실패한다면, 그때 이 죄를 갚도록 하겠다.”
“그 죄는 내가 아니라 지은 씨에게 갚아야겠지.”
“……그래, 네 말이 맞다.”
타락의 기운이 아닌 순수한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린 이태서가 남운을 향해 마지막 마법을 날리려던 순간이었다.
남운을 지키려는 듯 환한 빛이 일어났다. 그리고 빛과 함께 단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익숙한 목소리가 던전에 울려 퍼졌다.
“갚으려면 지금 갚아야죠!”
‘……꿈인가?’
시시각각 목숨이 사그라드는 순간, 아득해진 정신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렇기에 남운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두 개의 시스템 알림창 역시 꿈일 거라 생각했다.
[시스템 알림 : 아르바이트생 모집!]– 지은이네 푸드 트럭 아르바이트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ES/NO
[시스템 알림 : 파티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파티장 : 민지은으로부터 파티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NO
그리운 목소리와 함께 그리운 이름이 시스템창에 박혀 있었다.
마지막의 순간에서도 남운에게 선택지를 주는 지은이 마치 자신의 부탁을 이번에도 들어줄 것이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남운이 피식 미소 짓고는 손을 들어 올려 두 개의 시스템창에 YES 버튼을 누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당신의 부탁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지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