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2화(28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2화
[시스템 알림 : 대상자 ‘남운’이 아르바이트 계약을 수락했습니다!]남운이 아르바이트 계약을 수락했다는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지은은 망설임 없이 푸드 트럭을 소환했다.
트럭이 소환되자마자 곧바로 펼쳐지는 안전지대. 이제 이 안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지은과 아르바이트 계약을 맺은 주혁과 하소연, 그리고 남운뿐이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다양한 형태의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던 이태서는 물론이고 남운의 그림자를 빼앗았던 키드까지 곧바로 강제 추방되어 영역 밖으로 날아갔다.
“커헉…….”
마법사에게 있어서 캐스팅하던 마법을 강제로 취소당했다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었다. 곧바로 찾아온 마나 역류의 고통에 이태서가 몸부림치며 바닥에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깨끗하던 정장은 어느새 흙먼지를 흠뻑 뒤집어써서 너덜거리고 있었다.
“쿨럭…….”
복부가 관통 당한 채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남운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곧바로 지은이 남운의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붉은 피에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남운 씨!”
“……지은 씨?”
“말하지 말아요!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인벤토리에서 다급하게 엘릭서를 꺼낸 지은이 남운을 바닥에 눕히고는 상처 부위에 엘릭서를 콸콸 쏟아부었다. 다급한 표정으로 상처 부위를 지혈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남운은 흐릿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씨익 미소 지었다.
“꿈인가…….”
“꿈은 무슨! 불길한 소리 하지 마요!”
“……꿈이 아닙니까?”
그제야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남운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금, 어떻게 지은이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고통도 잊은 남운의 품 안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하고 피어올랐다.
<주인…….>
빛이 사라지고 등장한 것은 까망이었다.
지은은 여전히 상처를 지혈하는 데 집중했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까망이에게 시선을 돌리기엔 남운의 상처가 너무 컸다.
대답 없는 지은의 품으로 쪼르르 날아간 까망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정말로 주인이 맞느냐! 정말로…… 다시 돌아온 거냐?>
“돌아오지 않았어!”
<뭐?>
“일단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지금은 조금만 참아 줘!”
남운의 상처에 세 번째 엘릭서를 들이붓는 지은의 머리는 지금 밀려드는 수많은 생각 때문에 포화 상태였다.
인과율이 간섭하고 있는 1회 차에 남운이 이렇게 위기에 몰렸다. 때맞춰 선지자로 각성한 주혁이 남운에게 가는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목숨을 잃었을 부상이었다.
‘이것도 1회 차에 일어났던 일이라는 소리야?’
남운이 던전으로 향할 것이라 알고 있었기에 던전으로 들어왔다. 1회 차의 남운은 까망이가 직접 정령왕들의 기운을 회수하는 것을 돕기 위해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막상 확인한 남운은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런 부상을 안고 이태서와 키드에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남운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리 없었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1회 차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인과율의 위에서 되풀이되어야 할 1회 차의 사건들이 변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내가 회귀를 해서?’
차분하게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골라 생각을 정리해 봐도, 결국 지은 본인이 회귀를 했기에 1회 차의 인과율이 틀어진 것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분명 10회 차의 자신이 회귀를 한 것을 10회 차의 신은 모르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1회 차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남운이 던전에서 이태서를 비롯한 신의 수하들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내가 1회 차로 회귀한 것을 들켰어!’
어떠한 이유로 10회 차의 신이 지은이 1회 차로 회귀한 것을 눈치채고 인과율에 간섭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그녀가 어떤 이유로 회귀했는지 정확히 의도를 파악하고, 애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끔 남운을 처리하려고 하기까지.
표정에 혼란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지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남운이 지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태서의 계획을 들어 보셔야 합니다.”
“……이태서 씨의 계획이요?”
“네, 분명 이태서는 제가 발악할 시간을 주지 않고 저를 처리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던 건, 다 이태서가 시간을 벌어 준 덕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저보고 자신의 계획에 동참하라는 듯 말했습니다. 계획에 저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걸 남운 씨는 거절한 거고요?”
“그렇습니다. 제가 거절하니, 자신의 계획이 실패하면 반드시 죄를 갚겠다고 했습니다.”
남운의 말에 지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갔다. 1회 차의 이태서에게 도대체 무슨 계획이 있다는 것일까.
결국 신의 명령대로 남운을 처리하러 온 것이 분명할 텐데, 죄를 갚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니.
이태서의 가슴팍을 즈려밟은 채 완전히 제압한 주혁, 꼬리를 말고 도망치려던 키드를 공중에서 낚아챈 하소연의 피닉스가 지은의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할까요, 지은 씨?”
회귀해 온 주혁 역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1회 차의 사건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서 빠른 판단을 마친 상태였다.
“키드는 처리하고, 이태서 씨는…… 완전히 제압해 줘요.”
지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피닉스의 몸에서 타오른 불이 키드를 비명 소리와 함께 집어삼켰다. 새빨간 불과 함께 타오르던 키드의 몸이 이내 재가 되어 흩어졌다.
“속이 시원하군. 뭐 하고 있어? 완전히 제압해 달라고 하셨지 않나.”
같은 신의 수하인 키드가 죽었음에도 오히려 홀가분하게 웃어 보이는 이태서였다. 반항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양손을 붙인 채 건네는 이태서를 빤히 내려다보던 주혁이 마나 구속 수갑을 채우며 말했다.
“너는 내가 기억하는 이태서가 아니군.”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원래부터 이럴 기회가 있다면 이렇게 되고 싶었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이태서가 바닥에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지은을 바라보았다. 지은과 눈이 마주친 이태서가 씨익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민지은 씨.”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는 이태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지은은 1회 차의 모든 계획이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어쩌면 아무런 성과도 없이 이곳을 떠나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 * *
상황은 정리되었다. 다행히 즉사하지만 않는다면 삼도천을 건너고 있던 사람도 다시 이승으로 끌고 와 준다는 엘릭서를 무려 다섯 개나 사용한 덕분에 남운의 상처는 완벽히 회복되었다. 다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에 충분한 회복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잠시 눈 좀 붙이고 있어요.”
남운을 살려내긴 했지만 지금 지은에게는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1회 차에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일어난 지금, 지은의 머릿속엔 온통 두고 온 10회 차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신이 개입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을 일단 확인하기 위해 고민을 마친 지은이 무릎을 꿇고 결박된 이태서의 앞에 다가가 섰다.
“이태서 씨.”
“네, 민지은 씨. 생각은 다 정리하셨습니까?”
“남운 씨를 죽이라고 신이 명령했나요?”
“……그렇습니다.”
“뭐라고 하면서 남운 씨를 죽이라고 했죠?”
“민지은 씨가 온전한 창조의 기운을 회수하러 회귀해 왔으니, 그걸 방해하라고 했습니다.”
정말 신이 온전한 창조의 기운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이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이태서의 입으로 들은 지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면 하나 물을게요.”
“…….”
“그 사실을 이렇게 저한테 순순히 밝히는 이유가 뭔가요?”
1회 차의 이태서는 분명 신의 대리자였다. 신의 명령에 대해서 물어봤다고 해서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숨기지 않고 발설하는 이태서의 저의가 궁금했기에 지은이 다그치듯 말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던 거예요, 당신? 듣자 하니 남운 씨도 분명 바로 죽일 수 있었는데 시간을 끌어 줬다면서요.”
자신의 계획에 꼭 남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던 이태서가 생각하고 있던 계획이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계획이기에 자신을 완벽히 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남운을 설득하려 했을까.
지은의 그런 고민을 알아챘는지 이태서가 씨익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왜 순순히 신의 명령을 따랐을 거 같습니까?”
“……당신이 신의 대리자니까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확실히 당신은 제가 기억하고 있던 지은 씨가 아니군요.”
“……네?”
“혹시 저와의 마지막을 기억하십니까?”
“…….”
“저를 구할 방법을 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지은은 기억 속 한편에 1회 차의 자신이 이태서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제가 당신에게 안전장치를 하나 걸어 놨거든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만약에,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땐 우리 편에 서 줄래요?] [그러니까 한번 믿어 봐요. 이번에는 제가 졌지만, 언젠간 제가 이길 테니까. 우린 딱 한 번만 이기면 되거든요.]“설마…….”
“언젠간 이기실거라고 장담하셨죠. 딱 한 번만 이기면 된다고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1회 차의 이태서는 신의 대리자의 권능에 물든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었기에 신과 계약의 형태로 신을 도왔던 것이었다.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지은에 의해 알게 되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 버렸다.
1회 차의 지은은 걱정했다. 신이 원하는 대로 창조의 권능을 모두 손에 넣는다고 해도 이태서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었고, 설령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더라도 그 세계에 이태서는 없을 것이라고.
그래도 1회 차의 지은은 분명 이태서에게 반드시 이길 거라고 말했다.
“민지은 씨, 당신이 저에게 걸어 뒀다는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지금의 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들은 후로 저는 확신했습니다.”
“…….”
“바로 지금이 당신이 말했던, 같은 편에 설 기회라고요.”
“하…….”
자신을 희생하려 했던 것은 1회 차의 지은뿐만이 아니었다. 타락한 신의 그릇을 품어 버린 인간으로서 책임을 지려 했던 1회 차의 이태서는 모든 일이 마무리된 뒤 자신의 존재를 없애는 대신,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때로 시간을 돌리려 했다.
자신을 희생한 과거로의 회귀. 그렇기에 지은이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모든 것을 걸 생각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소원은 이미 지은의 말대로 이뤄질 수 없으니까.
이태서가 지은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쪽 세계의 전, 아직 늦지 않았습니까? 저도 온전히 원래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