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3화(28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3화
“그쪽에선 우리 모두 같이 싸울 수 있어요. 그러니까…….”
<모두 같이 싸운다? 이제 와서?>
이태서의 말에 맞장구치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려던 지은은 갑자기 말을 끊고 들어온 까망이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이제야 왔으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구나.>
“……민까망?”
까망이의 차가운 목소리에 지은은 몸이 흠칫 떨리는 것을 느꼈다. 까망이와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온몸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신과 동일한 위치에 서 있는 유일한 창조의 권능의 주인.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신위였다.
“다들 어디…….”
간신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방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이태서와 주혁, 하소연, 남운까지 모든 사람들이 사라져 있었다. 오직 까망이만이 공중에 떠오른 채 지은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까망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냐, 아니면 기억하지 않는 것이냐.>
“……뭐라고?”
<네가 이곳에 돌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주인.>
“그건 까망이 네가 만들어 내려던 온전한 세계수의 가지를 흡수하기 위해서…….”
<온전한 세계수의 가지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 했더냐.>
“지금의 너는 모르겠지만, 네가 가지고 있는 창조의 기운으론 10번밖에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어. 그리고 그 기회를 난 모두 날렸고. 이곳에서 창조의 기운을 얻어 가야 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여기서마저 실패한다면 우린 이길 수 없…….”
<그럼 왜 마지막에 와서야 힘을 찾으러 온 거냐, 주인.>
덤덤하게 상황을 설명하던 지은의 말이 차가운 까망이에 의해 뚝 하고 끊겼다.
<9번이나 기회가 있었다면서 왜 이제 왔냐고 물었다, 주인.>
누군가 뒤통수를 세게 때린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지은은 말없이 까망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1회 차. 자신이 포기하고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이곳에도 아직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설령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지은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여기 있는 모두도 사실은 다 너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까망이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순간 지은은 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기억들이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며 머릿속에 억지로 묻어 둔 1회 차의 자신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 벌써 9번을 회귀했나 보네.’
‘지금의 나는 어때? 혼자가 아니지? 난 쭉 혼자였거든.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
‘나는 너무 지쳤거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했었어. 그런데 네가 왔다는 건…….’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했었다니. 도대체 누구에게?
그제야 지은은 기억 속의 자신과의 대화가 어딘가 모르게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떠올려라, 주인. 본래 우리가 계획했던 회귀의 주체는 남운이 아니라 주인이었다.>
“으윽…….”
<회귀자가 되었어야 할 사람은 남운이 아니라 바로 주인이었다는 뜻이다.>
“아…… 아악!”
<그런데 주인은 내가 기껏 만들어 준 기회까지 지치고 힘들었다는 것을 핑계로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으라면서 남운에게 떠넘겼지.>
1회 차의 자신과 나눴던 대화. 그건 10회 차의 자신에게 전할 격려가 아니라, 그저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마지막 책임을 지겠다며 위안 삼으려 했던 ‘진짜’ 지은의 거짓말이었다.
<……나는 주인에게 10번의 기회를 주었다. 주인이 스스로 깨우치고 다시 등장할 기회를 10번이나 주었단 말이다.>
차라리 세계수의 가지의 첫 잎부터 자신이 함께 싸웠다면, 지금의 변명이 부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1회 차의 자신은 지쳤다는 핑계로 이 무거운 짐을 다신 들지 않겠다는 듯 떠나고 돌아오지 않았다.
적어도 10회 차의 지은도 지금 자신의 처지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다시 등장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던 자신이 말과 행동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주인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지 않았지.>
“…….”
<모든 회차에 주인이 다시 용기를 내고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종속 계약을 맺어서 그렇게 약속했었으니까.>
“약속했었다고…….”
<주인은 지금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계획을 이미 세워 뒀었다.>
지은은 그제야 까망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기억해 냈다. 까망이가 버릇처럼 말했던 안배와 계획. 그것이 어떤 것인지 지은은 차가운 일갈에 깨달았다.
[너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너의 계획.]까망이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바로 그 계획.
<분명 주인이 포기하기 싫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
<그런데 어째서 9번을 방관했느냐. 내가 주인을 강제로 다시 불러들여야 할 만큼 그렇게 힘들고 외로웠더냐.>
분명 지은은 사실 이대로 포기하긴 싫었다고 고백했었다. 과연 그 대화가 1회 차의 지은이 남겨 둔 안배였는지, 아니면 이렇게까지 상황을 끌고 와 놓고 ‘사실은 포기하기 싫었어.’라고 준비한 변명인지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9번의 회귀를 방관하며 억지로 기억 한편에 눌러뒀던 계획. 더 이상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했던 자신과 미리 세워 둔 계획이 충돌하고 있었던 거였다.
다시 이 세계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이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섰다. 그렇기에 원래의 클래스가 아닌 히든 클래스에 비전투 계열 각성자로 각성하게 되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 왔으니, 다음에는 사람들과 처음부터 함께 싸우고 싶다던 바람대로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만난 것은 구도자의 자격을 가진 주혁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가장 좋아했던 요리를 던전 안에서 할 수 있도록 창조해 냈고, 그 결과 자신과 함께 싸워 줄 사람들을 만났다. 길드에 가입했고 남운을 만났다. 포기하기 싫다고 말했음에도, 포기하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도록 까망이는 그저 가만히 지은을 지켜보고 있던 거였다.
어째서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하지 않고서도 창조의 권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지, 굳이 1회 차로 회귀해서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회수하려 했는지 모든 것이 납득되기 시작했다.
<주인을 기다리느라 나는 더 힘들고 외로웠다.>
10회 차까지 질질 끌고 올 게 아니라, 바로 2회 차에서 지은이 회귀의 주체가 되어 이미 끝을 봤어야 했던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예상보다 너무 늦은 지은의 개입에 까망이는 화가 나 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깨닫게 된 지금 지은은 바른대로 잘못을 고해야 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같이 싸워 주겠다고 말하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게 한 잘못을 지금 이 자리에서 숨기지 않고 털어놔야 했다.
“미안해, 까망아. 내가 미안…….”
<…….>
“난 똑같은 고통을 받기 싫었어. 그래서 도망쳤어. 나 대신 누군가 싸워 줄 거라고, 그렇게 막연히 생각하고 다음 사람을 위한 준비를 했던 건데…….”
처음부터 대신 싸워 줄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세운 계획이었고, 그 계획대로 까망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믿어 줬던 거였다.
그렇지만 그 믿음을 그동안의 지은은 배반했다. 강제로 불려 나와서도 자신의 잘못을 잊고 있었다.
“내가……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거야.”
<너를 어찌하면 좋을까.>
“……내가 잘못했어.”
자신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지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딱 한 번만 이기면 된다고, 그러니까 그런 기회가 온다면 같이 싸우자고 남겨 둔 말을 기억하고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태서도.
정령왕들의 기운을 모두 회수한 이후에 남겨진 것은 등장하지 않을 그녀를 찾아야 하는 고통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까망이의 말을 따랐던 남운도.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주혁도, 모두 이곳에 남겨진 사람들이었다.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서슬 퍼렇던 목소리가 어느새 기억 속의 따뜻한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 주며 까망이가 지은과 이마를 맞대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이제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해 보거라, 주인.>
다음 순간, 모습을 감췄던 사람들이 다시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지은과 까망이가 다시 등장하자 주혁과 남운, 이태서와 하소연이 놀란 표정으로 지은에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돌아오셨군요, 지은 씨!”
“어디 갔었어! 말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 버린 줄 알고 놀랐잖아!”
“같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셨습니까.”
자신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얼굴을 보며 지은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했는지 죄책감에 시리도록 아파 오는 가슴 한편을 부여잡았다. 그녀는 이곳에 남겨진 모든 사람들에게 부채감을 안겨 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더욱 비참한 것은 이곳에 남겨진 사람들을 또다시 남겨 놓고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10회 차에도 남겨진 사람들이 있으니까. 신이 자신이 회귀한 것을 알고 1회 차에 개입을 하기 시작했다면, 자신이 떠난 10회 차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는 뻔했다.
회귀 전 들어 뒀던 마지막 보험인 어둠의 정령왕을 이제는 반드시 신에게서 빼앗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1회 차로 회귀한 목적을 달성해야 했다. 그렇기에 지은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어 말했다.
“전 이곳에서 시간을 오래 끌 수 없어요. 돌아가야 하거든요.”
자신들과 함께 싸워서 이기기 위해 회귀한 것이 아니라 돌아가기 위해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도와 달라고 하다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염치없는 말이라 지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해 보라던 까망이의 말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더 이상 변명하지 않을게요. 저는 겁쟁이였어요. 제가 뿌린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했어요.”
“……지은 씨?”
“갑자기 그게 무슨?”
“왜 그러십니까?”
“…….”
오직 선지자로 각성한 주혁만이 지은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혁을 제외한 모두는 1회 차의 사람들이니까. 가장 오래전에, 바로 지은이 직접 희망을 심어 주고 남겨 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지은은 이 사람들에게 잘못을 고해야 했다.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지막 기회밖에 남지 않았어요.”
“…….”
“염치없지만 부탁드릴게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