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4화(28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4화
도와 달라는 간절한 지은의 부탁에도 선뜻 먼저 나서서 말을 꺼내지 못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남운이었다.
“떠나야 한다고 하셨죠.”
“……네.”
“그렇다면 지은 씨가 떠나고 난 뒤 이곳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민감한 주제에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곳에 필연적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는 남운과 이태서, 하소연, 그리고 까망이까지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듯 지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은 지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곤란하다.’
주혁이 입술을 짓씹었다.
회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곳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이 회차가 멸망한다는 말을 듣고도 제대로 된 도움을 주려 할지 문제였다.
거기에 지은과 주혁 자신까지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 곧바로 떠난다고 한다면 더 큰 배신감에 휩싸일지도 몰랐다.
만약 주혁 본인이 지은의 상황에 처했다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희망찬 이야기를 하며 저들을 거짓말로 속여 넘겼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이곳은 이미 끝난 회차가 아니던가. 잠깐의 거짓말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과연 그 선택을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기에 어쩌면 지은도 쉽게 가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주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주혁은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은이라면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기만해 본 적 없는 그녀였다. 오직 순수하게 자신의 목적을 밝히고 덩달아 그 대상으로 하여금 똑같은 신뢰를 요구해 오는 사람.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결연한 눈빛을 확인한 주혁은 이어지는 대답을 듣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이곳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네?”
“…….”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모두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런 1회 차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지은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는 반드시 10회 차로 돌아가야 해요. 그곳에서 마지막 싸움을 준비해야 하고요. 그래서 목적을 달성하면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남겨질 저희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셨군요.”
차가운 목소리로 고개를 돌린 남운도.
“함께 싸우려고 다시 돌아온 건 줄 알았는데…….”
자신의 영웅에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하소연도.
“함께 싸워 달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배신감에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듯, 타락의 기운이 온몸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이태서와 거기에 마치 이 상황을 방관하듯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까망이까지.
그런 모두가 이제 지은의 대답을 기다리듯 일제히 시선을 부딪쳐 왔다. 그러나 지은은 확고했다.
“죄송해요. 염치없는 건 알지만 부탁드려요.”
“…….”
“…….”
“…….”
“저는 반드시 이곳에서 창조의 권능을 회수하고 돌아가야만 해요.”
그녀가 책임져야 할 것은 앞으로의 싸움이었다. 그렇기에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얼굴에는 어떤 일말의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흔들린다면 이곳에 남겨진 사람들은 물론이고, 10회 차에 두고 온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지은의 대답을 들은 까망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미 9번의 기회 동안 방관한 것은 물론이고, 기회가 왔음에도 이곳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니.>
“…….”
<참으로 뻔뻔하구나.>
그런 까망이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은은 입을 앙 다문 채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확고한 지은의 표정에 주혁은 1회 차 사람들의 협조를 구하기엔 이미 어려워졌다고 생각했다.
지금 지은은 창조의 대리자의 자격으로 1회 차로 회귀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정령왕들의 창조의 기운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푸드 트럭을 이용한 스킬들을 활용할 순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은이 가진 히든 클래스의 스킬일 뿐. 그 스킬들을 활용해 정령왕들을 정화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지은이 창조의 대리자라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주혁은 이곳에서 더 이상 시간 낭비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회 차로 지은이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면 선지자의 권능을 활용해 길을 열어 줄 수 있었다.
아무리 지은이라고 할지라도 이곳 사람들의 협조를 받지 않는다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지은 씨, 돌아…….”
<합격이다, 주인.>
“……!!”
드드드드드!
돌아가자고 말을 하려던 주혁이 이내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지의 정령왕이 봉인되어 있는 비석이 심하게 흔들리며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쩌적, 쩌적!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비석에 금이 가며 커다란 소리가 났다. 주혁은 이 낯익은 상황이 주는 기시감에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아실리아가 키드에 의해 강제로 봉인이 해제되며 등장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지은은 아무런 동요 없이 그저 까망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 떠올랐어.”
<…….>
“그러니까, 이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책임을 질 수 있게 해 줘.”
지은은 숨기지 않고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잘못을 고했다.
당연히 자신이 돌아올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 놨었던 계획들을 이행하지 않았던 과오. 그 과오를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행하기로 마음먹은 지은의 말에 방금 전까지 차가운 눈빛을 보내고 있던 남운과 이태서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지은 씨.”
“저희는 애초에 당신을 믿지 않은 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모두의 앞에 시스템 알림창이 찬란한 빛과 함께 떠올랐다.
[시스템 알림 : ‘마지막 안배’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마지막 안배…… 그래, 맞아. 그런 이름이었어.”
<주인이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남기고 간 선물이다.>
“…….”
<창조의 기운이 왜 부족했는지 조금만 일찍 떠올렸다면 더 빠르게 마지막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미안해. 그동안 내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어.”
<이미 지나간 과거에 연연할 순 없지. 어찌 되었든 마지막 기회가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더냐.>
“그럼, 물론이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혁은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환하게 웃는 지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부터 머릿속에 파도처럼 기억들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다. 정령왕들을 모두 정화해 나와의 조약이 끝이 난다면, 아마 모든 것을 부딪쳐서라도 이 인간계를 빼앗으려 할 테지.>’
‘창조의 기운을 얻는 것을 실패했으니, 인간계라도 빼앗으려 할 거라는 거야?’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창조의 권능을 모두 사용하는 것을 바라고 모든 힘을 다해 총력전을 펼칠 거다.>’
‘가지지 못한다면, 아예 없애 버리겠다?’
‘<바로 그거지.>’
‘지금의 우리는 이길 수 없잖아. 온전한 창조의 권능도 아직 회수하지 못했는데, 내 몸 상태가 이렇게 좋지 않으니까.’
‘…….’
밀려드는 기억 속에서 주혁은 이 기억 속 대화가 언제, 어디에서 나눴던 대화인지를 떠올렸다.
절망적으로 변해 가는 지상의 상황에 대리자의 공간 속에서 지은과 까망이가 나눴던 대화였다.
‘<내가 정령왕들의 창조의 권능을 직접 회수하겠다.>’
‘……뭐라고?’
‘<일단 주인은 정신 오염을 막는 데에만 온 힘을 집중해라.>’
‘……’
‘<창조의 권능을 회수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하자. 지금까지 정령왕들이 가지고 있었던 창조의 권능을 모두 주인에게 양도해 주겠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그래, 이 지상에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 준 창조의 권능을 모두 흡수하고, 주인이 새로운 지상의 주인이 되거라.>’
‘…….’
‘<그렇게 되고 나면 남은 내 기운을 모두 사용해 시간을 다시 돌리겠다. 돌려진 시간 위에서 주인이 이 지상을 승리로 이끌어 가는 거다.>’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물론이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나의 주인이니까.>’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노력해 볼게.’
장면이 눈앞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지은의 안색은 너무나 좋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신이 속삭이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려 괴로워하면서도, 잠깐씩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끊임없이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지은이었다.
그래서 지은의 이런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까망이가 자신이 정령왕들에게 나눠 주었던 창조의 권능을 모두 회수해 지은에게 몰아주려는 것은 바로 창조의 권능을 유일하게 발현 시킬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지은은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창조의 정령인 자신이 처음으로 선택한 특별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몸 상태를 회복할 수만 있다면 오직 인간만이 발현시킬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을 더욱 크게 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했다. 인간들은 정령왕들이 조성해 준 터전 위에서 긴 세월 동안 끊임없이 발전하며 여기까지 진화해 왔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인간은 끊임없이 창조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신에게 창조의 권능을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다가올 소모전을 대비해야 할 까망이에겐 자신의 대리자인 지은에게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양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온전한 창조의 권능은 인간의 몸으론 감당할 수 없는 것.
그렇기에 지은에게 창조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대리자의 권한뿐만 아니라 이 인간계를 관리하는 권한까지 양도하려 했던 까망이었다.
‘<……노력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왜!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느냐!>’
기억 속 장면이 뒤집히고 주혁의 눈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까망이가 쓰러진 지은을 붙잡고 절규하고 있었다. 신의 정신 공격에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지은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얼마나 많은 희망을 이야기했는지 익히 알고 있었던 모두는 그녀의 선택을 믿을 수 없었다.
‘<네깟 놈이 주인이 진짜 원하던 것을 감히 판단했단 말이더냐!>’
또다시 장소가 바뀌었다. 주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지은의 마지막 부탁을 이행했던 남운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남운을 바라보는 동안 주혁도 모르게 참을 수 없는 화가 느껴졌다. 이게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라는 것을 주혁은 알 수 있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다. 주인을 이렇게 잃을 순 없다.>’
‘그 말씀은…….’
‘<주인을 다시 불러오겠다.>’
또다시 펼쳐진 새로운 광경.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