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5화(28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5화
환한 빛과 함께 비석이 완전히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빛에 눈을 잠시 감았던 지은은,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건…….”
완전히 자라난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지은은 이 나무가 바로 세계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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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 나무에 손을 짚자 넘치는 창조의 기운이 생생히 전달되어 왔다.
[시스템 알림 : 던전 아래 봉인되어 있던 세계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여섯 정령왕의 기운을 흡수한 세계수는 아직 온전한 모습을 되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 세계수의 정화율 : 99퍼센트
<내가 인간계를 관장하며 보낸 최초의 안배가 바로 세계수였다. 이 세계수가 바로 이 세계의 정령들의 고향인 정령계이지.>
“정령계…….”
그동안 정령왕들을 정화시킬 때마다 까망이가 정령왕들과 함께 복구에 힘쓰던 정령계.
사실 그건 대리자의 공간처럼 특별한 곳이 아니라 사실은 세계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지은이 풍성한 가지와 잎을 늘어트리고 서 있는 세계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던전이 정령왕들만을 봉인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 세계수를 봉인하고 있던 거였어?”
<주인은 모르는 던전의 비밀을 이제야 밝힐 수 있게 되었구나. 이 세계수가 바로 인간계에 내가 내린 창조의 권능의 근원이지. 이건 신조차 소유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의 것이다.>
그제야 지은은 어째서 정령왕들이 까망이에게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까망이 본인의 허락이 없다면 절대로 양도가 불가능한, 오직 인간에게만 내려 준 창조의 근원을 포기하겠다고 말을 꺼냈기에 신이 인간계를 탐하기 시작했던 거였다.
하지만 정령왕들은 설령 고귀한 자신들이 세계수를 봉인한 던전에 타락하게 될지라도 끝까지 인간계를 포기하지 않았다.
창조의 정령이 유일하게 자신의 주인으로 인식한 지은에게 화답하듯 지은의 머리 위로 가지를 늘어트린 세계수에서 다양한 자연의 기운이 느껴졌다. 정화율 99퍼센트라는 시스템 알림이 알려 주듯 이미 이 안에 모든 속성의 정령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세계수의 정화가 모두 완료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야?”
<주인이 바로 이 세계수가 품고 있는 모든 창조의 권능을 양도받을 수 있게 되겠지.>
“……!!”
<내가 인간계에 내린 모든 창조의 권능과 정령왕들이 가지고 있는 창조의 권능을 합치게 된다면…… 그때 온전한 창조의 권능의 주인으로 주인은 각성할 수 있다.>
양도가 불가능한 까망이의 권능을 이곳에서 가지고 10회 차로 복귀할 수만 있다면, 사실상 지은은 온전한 권능의 주인으로 각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
마지막 정화만을 남겨 둔 어둠의 정령왕.
그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한다면 지은은 비로소 완전한 권능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남은 정화율을 채우는 것은 주인에게 달려 있다.>
“1퍼센트를 어떻게 채워야 해?”
<이미 주인은 1퍼센트를 채우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그동안 남운이 왜 주인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느냐?>
“그건…….”
<세계수의 가지를 주인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
본래 회귀의 주체가 될 것은 바로 지은이었지만, 지은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형벌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회귀자의 역할을 떠맡은 남운.
그가 자신을 찾자마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지은 씨를 찾기 위해 아홉 번을 회귀해 왔습니다.’
담담한 까망이의 말에 지은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세계수의 가지의 잎이 10개였던 이유. 마지막 하나를 남겨 놓고 등장한 자신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는 까망이의 말에, 지은은 가슴속에서 감정이 울컥하고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미 다 준비되어 있었다.>
“…….”
<주인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주인을 대리자가 아니라 이 세계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 마지막 안배였다.>
“내가 만약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땐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 모든 힘을 사용해서, 설령 내가 소멸된다할지라도 모든 것을 원상 복구하려 했다.>
“…….”
<내가 다시 살아갈 의미를 선물해 준 게 바로 인간이었고, 그중에서도 주인은 내가 포기할 뻔했던 이 세계를 다시 붙잡을 수 있도록 해 준 유일한 인간이었으니까.>
까망이는 영겁의 세월 동안 차곡히 쌓인 의무감과 권태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변화하는 인간계를 주관하면서, 창조의 권능의 주인임에도 정작 그 주인인 자신은 변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야 하는 존재.
그렇기에 인간을 동경해 왔다. 그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정령왕들에게 제공해 줬을 뿐이었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며 영겁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진화해 온 인간들에 비해 스스로가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본인 스스로는 변화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창조의 정령이었다.
“그럼 어째서 그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처음부터 이걸 설명해 줬으면…….”
<주인이 그걸 원하지 않았으니까.>
“…….”
<주인이 다시 나와의 약속을 짊어질 준비가 된다면, 그때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럼 적어도 내가 회귀를 한다고 결정했을 때라도…….”
<내가 먼저 언질을 줬다면, 과연 주인이 모든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
<이 세계에서 대리자가 아닌 창조의 권능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주인 스스로 깨달아야 했다. 창조의 권능의 주인이 된다는 건 바로 그런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의 주인이 된다는 것.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는 온전한 권능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한낱 인간이 신격의 권위를 쟁취하기 위해선 스스로 세워 둔 벽을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깨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서운한 말을 하는구나.>
“어?”
<10회 차의 내가 주인을 1회 차로 보내면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
<말했지 않았더냐. 영겁의 시간 동안 오직 주인만이 나의 첫 번째 주인이었다.>
“민까망…….”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주인은 나와 종속 계약으로 묶인 사이가 아니더냐.>
까망이의 말에 지은은 까망이가 어떤 심정으로 지금까지 그녀를 기다려 왔는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참고 기다리며 마침내 그녀가 등장했음에도 끝까지 그녀를 존중하며 지켜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까망이는 오직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다.
왈칵 치솟는 눈물.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 준 까망이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우는 지은에게 포르르 날아간 까망이가 그녀의 품에 와락 안기며 말했다.
<그럼 이제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갈 준비가 되었느냐.>
“……응.”
<돌아가자. 가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자꾸나.>
“……응!”
[시스템 알림 : 세계수의 가지를 본래의 품으로 돌려놓으십시오!] [현재 세계수의 가지의 소유자 : ‘민지은’]때맞춰 뜨는 시스템 알림에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세계수의 가지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세계수의 가지 중 잘려진 부분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에 가져다 대라는 듯 빛나는 부분에 지은이 홀린 듯 잎이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세계수의 가지를 댔다.
“와…….”
본래의 자리에 돌아간 세계수의 가지에서 빠르게 잎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던 가지가 무성한 잎으로 뒤덮이는 모습을 보며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냈다.
[시스템 알림 : 세계수가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스템 알림 : 온전한 세계수가 대상자 ‘민지은’을 두 번째 주인으로 인식합니다.]– 인간계에 내려진 창조의 정령의 온전한 권능의 소유권이 대상자 ‘민지은’에게 양도됩니다.
– 권능을 양도 받는 순간부터 양도받은 대상자는 신격 권위를 얻게 됩니다.
– 권능의 양도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ES/NO
“이걸 수락하게 된다면, 나는 창조의 권능의 주인이 되는 거랬지.”
<그렇다. 인간의 몸으로 처음으로 신격을 가지게 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더 이상 인간일 수 없게 된다는 뜻일 테고.”
<…….>
지은의 말에 까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격 존재가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다.
<주인에게 어려운 선택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욕심을 부리고 싶다. 나와 함께 인간계를 주관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겠느냐?>
유일한 인간계의 신으로 영겁의 세월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외로움에 몸서리쳤다. 자신과 뜻이 맞는 대상이 없었기에 오로지 혼자서 인간계를 지탱해 왔던 까망이었다.
자신과 함께 이 무거운 의무를 짊어져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곤 까망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까망이를 바라보던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좋아.”
<……!!>
함께 인간계를 관장하는 의무를 지게 될 동반자로서 신격 권위를 얻는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영겁의 세월 동안 변화하는 인간들을 보면서도 스스로는 변화하지 못하고, 마음대로 끝낼 수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따분하고 외로우며, 지겹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 싸움의 시작이 그저 이 모든 의무에서 해방되고 싶었기에, 순간의 선택으로 수많은 인간들을 고통받게 한 것이 오로지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은이 만약 동반자가 되는 것을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까망이는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자신의 권능을 양도하려고 했다.
까망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정말이냐? 주인?>
“그래.”
<나와 같이 이 지겹고 외로운 의무를 짊어지겠다고?>
“그래, 너와 나는 종속 계약을 한 사이니까.”
<아아…….>
“앞으로 계속 함께하자, 우리.”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녀를 믿고 기다려 준 까망이었다. 그녀가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인간계를 지켜 낼 각오를 하고 있었다는 까망이. 자신이라면 절대로 결정하지 못했을 각오였다. 조건 없는 신뢰와 우정에 대한 보답을 꼭 하고 싶었다.
“대신 내 소원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다만 한 가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지은에겐 존재했다. 지금껏 없었던 규격 외의 존재가 되었으니, 지금껏 존재할 수 없었던 새로운 룰을 정립하고 싶었다.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주인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마.>
“너의 권능을 소유하게 되는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완전한 인간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인간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어.”
<…….>
“이 싸움을 모두 끝내고 나더라도, 나와 같이 인간계에서 같이 살자.”
<나도 함께 말이냐…….>
“그래, 나랑 함께. 앞으로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