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7화(28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7화
“그런 셈이지.”
처음 이상 현상이 발생한 지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상위 균열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 전역을 뒤덮은 결계는 결계 밖으로의 진출도, 결계 안으로의 진입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지은이는 알면 알수록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지은은 이미 노아와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운영했던 직책을 살려 각 지방의 방어를 담당하는 핵심 랭커들을 제외하고 이름값 있는 헌터들을 모두 서울로 불러들인 상태였다.
거기에 길드 연합을 구성하는 주요 길드의 정예들까지 모두 서울에 남아 있었다. 그녀가 돌아오고 난 뒤 서울에서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대비해 둔 지은이었다.
“그러면서도 몰래 휑하니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괜한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 했던 거겠지.”
지은이 회귀했을 때의 공백조차 신이 노리지 못하도록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까망이에게 들어서 다들 알고 있었다.
“지은이가 빨리 돌아와야 할 텐데.”
“……믿고 기다려 봐야지.”
지은이 1회 차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지만, 모두가 그녀를 믿고 있었다.
반드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돌아와 칭찬해 달라는 듯 환하게 웃을 지은의 얼굴을 생각하며 유라도, 이태서도 하늘을 바라보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운은 까망이하고 일은 다 끝냈으려나?”
“그쪽도 나름 믿을 만하니까 걱정말자고. 네 말대로 좀 쉬어야겠다.”
“그래, 내가 통제부에 있을게.”
일주일 동안 꼬박 밤을 지새운 이태서였다. 기다렸다는 듯 들어가서 좀 쉬라고 말하며 손짓하는 유라를 향해 멋쩍은 듯 웃어 보인 이태서가 말했다.
“갑자기 이런 말 하긴 좀 어색하지만.”
“응?”
“마지막 싸움까지 다 끝나고 나면…… 그때 너 좋아하는 한우나 먹으러 같이 가는 게 어때? 내가 사 줄게.”
“……뭐야, 갑자기?”
“뭐 하고 싶은 말도 있고.”
그렇게 말하고는 쑥스러운지 남은 커피를 한 번에 들이켜는 이태서를 보며 유라가 피식 미소 지었다. 음흉한 유라의 시선을 느낀 이태서가 머리를 벅벅 긁고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시간 좀 내 줬으면 해.”
“이거 데이트 신청이야?”
“……그래, 약속을 받아 놓고 싸우고 싶어서. 마지막 싸움이라고 하니까 괜히 긴장도 되고…….”
“그게 뭐야. 완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새드 엔딩 클리셰 같잖아. 부정 타게 왜 이래?”
“새드 엔딩의 클리셰가 아니라, 해피 엔딩의 클래식이라고 생각해. 아, 그래서 같이 먹으러 갈 거야, 안 갈 거야?”
부끄러운지 버럭 목소리를 높이는 이태서의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소리를 치면서도 자신의 눈을 끝까지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는 이태서를 보며 환하게 웃은 유라가 말했다.
“네가 사는 거면 뭐, 생각해 볼게. 나 많이 먹는 거 알지? 지갑을 아주 탈탈 털어 줄 테니까 각오해.”
“너 먹는 거 하나 감당 못 할까. 나 돈 많아.”
“푸하하하! 돈은 나도 많은데?”
“내가 더 많아. 좀 그냥 알겠다고 해 주면 안 돼?”
“술도 사.”
“……그래, 알겠어.”
* * *
남운과 하소연, 까망이와 이그니스를 비롯한 모든 정령왕들이 복귀한 것은 그로부터 하루가 꼬박 지난 뒤의 밤이었다. 남운이 인벤토리에서 꺼내 놓은 검은 돌을 바라보던 이태서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어둠의 정령왕의 봉인석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이 작은 돌에 지은이 마지막으로 남겨 둔 어둠의 정령왕이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지만, 봉인석에서 그 말을 증명하듯 흘러나오는 강한 마나가 느껴졌다.
“창조의 기운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요?”
지은이 1회 차로 회귀하며 시스템의 권한을 빌려 간 이유가 더 이상의 창조의 기운의 손실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이미 들었던 걱정스러운 유라의 물음은 당연했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답한 것은 이그니스였다.
“창조의 기운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네? 그럼…….”
<남은 정령왕들이 다 같이 몰려가서 싸워 이뤄 낸 쾌거다.>
“간만에 말 안 듣는 막내 손 좀 봐 주고 왔지.”
“세상에…….”
타락한 어둠의 정령왕을 사실상 패서 잡아 왔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까망이와 이그니스의 말에 이태서와 유라, 성진이 흠칫하며 봉인석을 내려다보았다.
“장난 아니었다.”
“어둠의 정령왕님이 너무 불쌍해 보였…….”
드루이얼이 안내하는 길로 따라갔던 남운과 하소연이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집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출동한 정령왕들이 얼마나 살벌하게 어둠의 정령왕 니케를 몰아세웠는지 직접 목격한 두 사람의 반응과는 달리, 다른 정령왕들은 서로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기 바빴다.
“막내를 정화하지 않고 봉인하느라 상당히 힘들었어. 얼마나 반항을 하던지.”
“어차피 깨어나면 기억 못 해. 괜찮아. 그리고 내가 팔 잡았다.”
“이참에 서열 정리 좀 확실하게 했다고 치지 뭐.”
마치 사춘기가 찾아와 말 안 듣는 막내의 반란을 제압하고 방에 가뒀다는 듯 말하는 정령왕들의 표정엔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서려 있었다.
집안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지은이 복귀해 이 봉인석에 담긴 어둠의 정령왕 니케를 정화하는 일뿐이었다.
“그래서, 지은 씨는 언제 복귀할 것 같습니까?”
<하나 묻겠다.>
질문에 오히려 질문으로 응수하는 까망이의 태도에 남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남운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망이가 말했다.
<어긋난 운명의 회귀자여. 그동안 네가 받았던 고통들이 사실은 감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고통이라고 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으냐.>
“……그 말씀은.”
<사실은 네가 그렇게 고통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너 대신 회귀를 해야 했던 사람은 바로 주인이었으니까.>
“……!!”
까망이의 느닷없는 고백에 남운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1회 차에서 형벌을 받아 지금까지 9번의 회귀를 해 오면서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고통.
회귀자이면서 인과율에 묶여 회귀자라 밝히지 못하는 그동안의 세상은 마치 남운을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듯했다. 아무도 자신을 믿어 주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9번이나 목격했다. 까망이의 말을 곱씹던 남운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애초에 제가 주인공이 아니었던 세계들이었군요. 이제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그렇게 절망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까.”
<……주인이 등장하지 않으니, 그 세계는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멸망을 막을 수 없었던 거다.>
“그럼 다행이군요.”
<뭐?>
“마지막에 주인공을 찾지 않았습니까? 저는 제 역할이 주인공이라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하는 남운의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까망이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계획했던 대로 지은이 2회 차에 곧바로 등장했다면 경험하지 않았을 그 수많은 괴로운 순간들이 이미 남운의 기억 속에서는 마치 사라지고 없는 듯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애초에 창조의 정령인 당신이 내세운 이 싸움의 주인공은 지은 씨 아닙니까?”
<……주인이 지금의 너희에게는 물론이고, 지난 회차의 너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는데도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냐?>
“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은 씨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니까요. 전 9번을 회귀하면서 지은 씨를 처음으로 다시 만났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에서, 지은이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사람임을 깨달았던 순간의 기쁨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지었던 모든 죄를 사면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누가 더 큰 죄를 지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죄인이었으니까요.”
<…….>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는 둘을 향해 유라가 끼어들었다.
“둘이서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말하자면 지은이가 의도적으로 그동안의 회차에서 등장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안 그래?”
“나도 그렇게 들려.”
“나도.”
“애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요?”
어깨를 으쓱하며 그렇게 말하는 유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태서와 성진의 모습을 보며 까망이는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인이 언제 돌아올 것 같냐고 물었지.>
“네, 보고 싶습니다.”
1회 차에 남겨진 인간들. 그 인간들과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인간들이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지금 이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한다면 남겨져 있던 사람들 역시 똑같은 마음으로 지은을 대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지은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잘못 앞에 마주 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은 역시 자신의 잘못을 당당히 마주 보고 설 준비가 되었기에 1회 차로 회귀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떠올리고 그동안 기억하지 못하던 본인의 계획을 알아낸 순간이, 바로 완전히 달라진 주인이 돌아올 때였다.
그 순간. 모두의 앞에 찬란한 시스템 알림창이 떠올랐다.
[시스템 알림 : 신격 존재 강림!] [인간의 몸으로 신의 권한을 품은 최초의 업적을 달성한 존재가 지상에 강림합니다!] [월드 랭킹 순위가 변동합니다!] [랭킹 업데이트 – 행성 주관자 교체!]<……바로 지금인 것 같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귀환한 유일한 주인이자, 이제는 영원히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된 지은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시스템 알림에 까망이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갑자기 떠오른 시스템 알림창에 모두가 놀란 것도 잠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청명 길드의 길드원들이 통제실 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하늘! 하늘에!”
“하늘에…… 뭐가 나타났는데?”
[주관자 : 민지은] [클래스 : 푸드 트럭 사장님!(히든)] [각성 타이틀 : 새로운 인간계의 주관자] [이명(異名) : ‘창조의 대리자’, ‘새로운 기적의 창조자’, ‘첫 번째 대리자’, ‘두 번째 대리자.’, ‘신화의 창조자’(NEW!)] [전체 순위 변경 – 민지은 : 월드 랭킹 1위(▲??)]연거푸 떠오르는 시스템 알림이 지은이 귀환했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테라스로 뛰쳐나간 일행들의 눈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던 하늘에 강렬한 빛줄기가 서서히 퍼져 나가는 광경이 들어왔다.
“아…….”
“세상에…….”
대엥- 대에엥-
행성 주관자의 교체.
인간의 몸으로 신의 권한을 품은 최초의 존재.
새로운 인간계의 주관자가 되어 다시 돌아온 신화의 창조자.
<이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해도 될 것 같구나.>
나지막한 까망이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이상 현상에 사로잡힌 하늘에서 눈을 뜬 지은이 지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함께 싸우러 돌아왔어. 까망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