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8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8화(28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8화
커다란 구멍에서 넘실거리는 타락의 기운을 눈에 담은 지은은 신의 공간인 심연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신의 군대로구나.>
“민까망!”
어느새 곁에 나타나 그녀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까망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지은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까망이를 바라보았다.
<어땠느냐?>
“어떤 게?”
<외면하고 있었던 주인의 잘못을 똑바로 마주 보고 왔지 않더냐.>
“……그래, 그랬지.”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릴 때가 되었다.>
“…….”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지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까망이가 말을 이었다.
<두려운 것이냐, 주인?>
“두렵냐고?”
<지금부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될 싸움이 두렵냐고 물었다.>
예정된 1회 차의 패배. 그러나 패배 직전에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돌렸다.
그렇기에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은 1회 차와 10회 차는 지은이 온전한 창조의 권능의 주인이 된 지금 필연적으로 다시 이어져야 했다.
그것을 신 또한 알고 있었다. 그저 창조의 권능을 빼앗을 대상이 까망이에서 지은으로 옮겨졌을 뿐이었다.
예정된 싸움 앞에서 신의 군대가 쏟아져 나올 구멍 너머를 바라보던 지은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두렵지.”
<…….>
“지금이 만약 1회 차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두려웠을 거야.”
혼자라면 포기했을 것이다. 1회 차에서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회귀를 결정한 이유는, 바로 이 모든 판을 완성했을 때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은 나 대신 모두가 노력해 준 덕분에 아무도 잃지 않고, 어떤 방해도 없이 신과 싸울 준비가 됐어. 그러니까…….”
<…….>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 사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은, 처음 너를 만나고 던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 그곳에다 두고 왔으니까.”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말이냐?>
“응, 기억나?”
지은은 스스로 만들어 낸 방어 기제를 주변에 두른 채로 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까망이에게 선택되지 않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라고 있었기에, 각성 전 평생을 던전에 관심조차 두고 살지 않았다.
‘헌터 따위에 관심 갖지 말고 평범하게 살거라.’
‘할머니, 헌터가 왜요?’
‘그래야 네가 산다, 아가.’
‘응……?’
‘……아가, 그래야 네가 살아남는다. 알겠지? 알겠다고 대답하렴.’
‘……헤헤. 알겠어요, 할머니. 사실 전 이렇게 할머니랑 요리하는 게 좋아요 우리 같이 오래오래 살아요!’
‘그럼 그럼. 내가 우리 아가를 두고 어딜 가겠니.’
오래전 할머니와의 대화가 사실은 그렇게 살기를 염원했던 그녀의 소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던전을 등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까망이를 만난 뒤, 지은은 마침내 무의식 속에서 자신이 진짜로 원하던 삶을 살기 위해 처음으로 각성했다.
‘<나를 믿고, 이 트럭을 믿어라냥.>’
‘<앞으로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다냥.>’
무책임하게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는 주인을 잊지 않고 찾아 준 까망이에 덕분에 지은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두르고 있었던 두려움이라는 이불을 발로 차고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다시 나설 수 있었다.
“날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인 지은의 목걸이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은 온몸에 전율이 돋는 것을 느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세상에…….”
“저…… 저게 뭐야?”
사아아아아…….
오직 검은색밖에 담겨 있지 않던 하늘에 선명하게 퍼져 가는 새하얀 빛.
그 빛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지은의 목걸이였다.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빛을 잃었던 하늘에 점점 넓게 퍼져 가는 희망의 빛이었다.
지은이 1회 차로 회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행들은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제야 믿을 수 있었다. 정신이 없었던 탓에 쓱쓱 넘겼던 시스템 알림창을 다시 확인한 일행들이 그 내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행성 주관자…….”
“새로운 인간계의 주관자라니…….”
“미치겠네, 정말.”
범상치 않은 사기 능력을 가진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 되어 화려하게 귀환할 줄이야. 대단한 존재가 되어서 돌아온 지은의 등장에 모두가 피식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이게 뭐야?”
몸 밖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새하얀 빛. 고개를 갸웃하던 유라가 시선을 돌렸을 때엔 모든 사람들의 몸에서 저마다 다른 크기의 환한 빛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떠오르고 있었다.
“이건……!”
이상 현상과 함께 찾아온 어둠에 뒤덮이고 마치 유령 도시처럼 변해 버렸던 서울. 그 빛에 감응한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공포에 떨며 숨어 있었던 사람들이 다시 마주한 찬란한 빛 앞에 일제히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민지은! 민지은!”
“또 한 번 기적을 내려 주세요!”
저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들이 품고 있는 것은 하나의 소망이었다.
각자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목소리가 마치 지은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무수한 빛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에 반응하듯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간 작은 빛줄기들이 한데 뭉쳐 거대하게 몸집을 키워 나갔다.
쩌적! 쩌쩍!
결계에 가로막혀 있던 하늘에 선명하게 금이 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은은 지금 지상에서 올라오는 저 수많은 빛줄기들이 바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전해 주는 창조의 기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어떤 존재도 사용할 수 없는, 오로지 인간만의 권능인 창조의 권능이 자연스럽게 전해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불가능하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적. 그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잠재력이 인간에게 있음을 증명하듯 타락의 기운으로 뒤덮여 있던 결계에 마침내 선명한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특수 효과 발동 : 기운 결집]– 상세 설명 : 대상자 ‘민지은’ 주변의 모든 존재들로부터 창조의 기운이 모여듭니다.
무려 아홉 번이나 반복된 회차 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믿어 준 이 세계의 사람들을 위해, 이제는 정말로 미뤄 뒀던 싸움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아직도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목걸이를 벗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목걸이가 저 혼자 두둥실 떠올랐다.
‘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1회 차의 자신이 가장 갖고 싶었던 마음이 바로 이 목걸이에 담겨 있었다.
처음은 이태서가 만들어 줬지만 그 이후로 주혁의, 유라의, 청명 길드의, 노아의 손까지 거쳐 마침내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의 마음이 가득 찬 목걸이였다.
거기에 지상에서 똑똑히 전해져 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창조의 기운들. 먼 거리였지만 행성 주관자가 된 지은의 가슴속으로 충분히 전달되어 오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들자마자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마지막 불안감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젠 내가 그 믿음을 돌려줄게.”
파아앗!
지은이 손을 댐과 동시에 하늘을 가득 뒤덮었던 검은 결계가 파사삭 가루로 변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스템 알림 : 행성 주관자의 첫 개입이 이루어졌습니다!]– 허락되지 않은 침입자의 개입을 무효화합니다.
까망이를 대신해 행성 주관자의 어엿한 자격을 갖춘 지은의 직접 개입을 알리는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모두의 소망을 담은 새하얀 빛이 검은 기운을 밀어내자 이내 찬란한 태양과 함께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은의 귓가에 신의 믿을 수 없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대리자! 네가 어찌!]”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하늘에 떠 있는 검은 심연. 그곳에서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에 지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회귀를 눈치챘음에도 결국 1회 차에 그려 놓은 판 위에서 보기 좋게 농락당한, 전지전능하지 못한 탐욕스러운 신.
“꼴이 아주 좋아.”
“[이 불경한 인간이!]”
피식.
하늘을 바라보던 지은이 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올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언제나 자신보다 한 발짝 늦는 신에 대한 하찮은 경멸이 담긴 미소였다.
“불경한 인간이라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뭐라?]”
“이제 나도 너와 같은 권한을 가진 신격 존재라는 거, 못 느꼈어?”
“[네놈이…… 감히!]”
“아, 못 느낀 게 아니라 인정하기 싫었던 거였구나? 내가 없는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던 소감은 어때?”
지은이 온전한 정령왕들의 힘을 얻는 것을 방해하려던 신은 애초에 1회 차 지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거였다.
정령왕들을 정화해 창조의 기운을 얻는 것이 아니라, 까망이의 창조의 권능을 모두 받아들이고 돌아온 지금.
온전한 창조의 권능의 주인이자 창조의 주관자가 되기 위해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이번 10회 차에 남겨 둔 어둠의 정령왕의 기운뿐이었다.
그 덕분에 지은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신은 지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원하던 대로 정령왕들을 손을 빌려 처리하고, 타락한 정령왕들을 자신의 군대로 삼아 창조의 기운을 흡수하려던 신의 계획은 모조리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게 지금 내 손에 있네.”
그녀가 자연스럽게 까망이에게 건네받은 것은 바로 어둠의 정령왕 니케를 봉인시킨 봉인석이었다.
행성 주관자이자, 까망이의 권능을 오롯이 승계한 지은의 손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반응해 봉인석에서 열렬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지은이 원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온전한 권능의 주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인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신의 첫 번째 패배를 의미했다.
“[하! 가소롭구나! 내가 두려워 지금껏 숨어 있었던 네 녀석이 과연 나의 진짜 힘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지금은 까망이와의 계약에 가로막혀 직접 개입을 할 수 없는 신이었지만, 그 계약의 토대가 되는 모든 정령왕들의 죽음과 정화가 눈앞에 있는 지금.
신은 끝까지 창조의 권능도, 인간계의 재창조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너의 모든 것을 걸어.”
“[…….]”
[신성 전쟁을 선포합니다!]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과 함께 지은이 입을 열었다.
“모든 걸 걸고 제대로 싸워 보자, 우리.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