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89화(29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89화
신성 전쟁의 선포 알림에 침묵하던 신이 이내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물론이지.”
신성 전쟁.
그저 인간계를, 정령왕들을 지켜 내기 위해서 신을 막아 내는 것을 목표로 했던 까망이가 했던 계약과는 달리,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으라는 지은의 말에 신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권능을 손에 쥐더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행성 주관자이자 창조의 권능의 주인인 지은은 승부수를 띄운 것이었다. 이대로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온전한 권능을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은 지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정령왕들을 정화해야 한다는 기존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신 역시 지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처지였다.
‘시간은 결국 신의 편이 되겠지.’
주관자로서 개입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은은 자신이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인과율에 걸고 신과 계약을 했던 까망이가 자신의 힘을 지은에게 양도했으니, 이제 신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인과율이 허용하는 선에서의 이런 개입은 앞으로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온전한 권능을 손에 넣지 못했기에 지은의 창조의 권능의 총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선 어둠의 정령왕을 정화해 한시라도 빨리 온전한 권능을 손에 넣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지금도 계속해서 지은에게 들어오고 있는 창조의 기운.
한 번에 모든 것을 걸고 싸워 결판을 내지 않는다면, 결국 가장 고통받는 건 바로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모든 것을 건다는 게 얼마나 위험 부담이 큰일인지는 지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일어날 일들은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다른 새로운 미래였다.
그 끝에 과연 찬란한 승리가 기다리고 있을지, 절망적인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은은 어깨를 쭉 펴고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더 이상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말을 믿고 따라 줄 사람들이 가득했기에, 그 사람들과 함께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자신이 있었기에.
“적어도 네가 겁이 나서 말이 길어지고 있다는 건 알겠어.”
“[뭐라?]”
“그러니까 두려운 게 아니라면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어때?”
“[……하!]”
[창조의 주관자 민지은이 태초의 신에게 신성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ES/NO]선명하게 떠오르는 시스템 알림창을 보며 지은은 태연한 척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물어라……!’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신이 이 도발을 받아들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번 개입을 어찌어찌 잘 막아 낸다고 하더라도 한 번으로 끝날 싸움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지은 쪽보단 신 쪽이 잃을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지은은 신이 어째서 까망이의 권능을 그토록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원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째서 인간들을 이용하려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인간계를 제외한 다른 세계를 모두 자신의 주관하에 두었음에도 태초의 신이 창조의 권능을 가지고 싶어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그래, 이제 오직 나만이 유일한 신이 될 때가 되었지.]”
“…….”
“[크흐흐흐…… 신성 전쟁을 수락한다!]”
[시스템 알림 : ‘유일신’의 지위를 둔 신성 전쟁이 선포되었습니다!]“[크하하하하! 드디어 내가 유일한 모든 세계의 신이 되겠구나!]”
인간계만을 제외한 다른 차원의 세계조차 전부 자신의 주관 아래 뒀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그 세계를 창조해 본 적 없었던 신이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인간계를 창조해 낸 까망이에게 신은 지독한 열등감을 품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유일한 신격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신이 놓칠 리 없었다고 여긴 지은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광기에 물든 신의 웃음소리가 지은의 귓가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지은은 유일신의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서 신은 절대로 인간계와 창조의 기운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신의 군대가 지상으로 쳐들어올 통로인 타락의 이면.
하늘에 나타났던 거대한 구멍이 점차 빛에 떠밀려 사라지는 것을 힐끔 바라본 지은이 손에 쥔 어둠의 정령왕의 봉인석을 꽈악 움켜쥐었다.
인간계와 다른 차원을 잇는 것이 분명한 저 통로를 통해 들어올 신의 군대를 감당하기 위해선 대비책이 필요했다.
‘제발…… 등장해!’
[현 시간부로 창조의 주관자와 태초의 신의 지위를 건 신성 전쟁이 두 신격 존재의 상호 합의하에 진행됩니다!]이쯤 되면 개입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신이 선전 포고를 수락함에 따라 곧바로 신성 전쟁이 진행된다는 시스템 알림창을 보며 지은은 애타게 이 상황에 개입해 줄 유일한 존재를 기다렸다.
“[자, 그러면…… 우리의 마지막 전쟁을 바로 시작해 볼까?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겠지만 말이다.]”
“…….”
“[오너라! 나의 군대여! 이 건방진 애송이에게 죽음보다 더한 절망을 선사해 주거라! 그렇게 지키고 싶어 했던 하찮은 미물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려라!]”
지은은 더 이상 어둠의 정령왕의 정화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손에 쥔 정령석에 정화의 기운을 불어넣으며 간절히 자신이 소환하고자 했던 존재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등장해라, 인과율!’
그 사이 빛에 밀려나 소멸되고 있었던 타락의 이면에서 신의 명령에 응답하듯 지금껏 느껴 보지 못했던 거대한 타락의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형태를 갖춰 가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지상에서 그 광경을 모두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하늘에 넘실대는 검은 기운이 점차 형태를 갖춰 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천지가 진동하며 검은 구름이 하늘에 빼곡하게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아…….”
번쩍!
순식간에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붉은 눈동자가 구멍에서 등장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저 거대한 구멍인 줄 알았던 이상 현상이 사실은 어떤 존재의 눈이었다는 사실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붉은 눈동자가 희번덕거리며 지상을 훑어보며 서서히 하늘에 거대한 얼굴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똑똑히 보아라, 하찮은 미물들아!]”
“…….”
“[너희에게 내가 직접 공포를 심어 주러 왔으니.]”
“으아아아아악!”
“저게 뭐야! 살려 줘!”
마치 다른 차원에서 온 것처럼 거대한 얼굴의 등장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공포의 감정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즐기듯이 거대한 붉은 눈동자가 끔뻑대며 지상을 주시하고 있었다.
“으윽…….”
사람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방금 전까지 날아오던 새하얀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지금껏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공포감의 실체를 마주한 사람들의 절망이 어느새 타락의 기운으로 바뀌어 지은의 몸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주인! 정신 차려라!>
“[푸하하! 아주 큰 실수를 했구나, 창조의 대리자여.]”
“……실수?”
“[그래! 창조의 정령이 말해 주지 않았더냐. 겁도 없이 신성 전쟁을 선포하면서 계약을 걸지 않다니!]”
까망이가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지은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바로 까망이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창조의 기운으로 탄생시킨 시스템이라는 억제제를 두고 신과 계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선포된 신성 전쟁은 공증을 거칠 대상이 없으니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면 그만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제약이 걸리지 않은 유일한 신의 직위를 건 전쟁에 간섭할 수 없을 것이기에, 신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크크큭…… 참으로 안 됐구나. 네 녀석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여기서 끝이니라.]”
비열한 신의 웃음소리와 함께 온몸을 따스하게 채워 주던 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두려움 앞에 좌절된 인간의 공포가 그대로 거대한 손이 되어 지은의 몸을 잡아챘다.
하늘에 떠오른 채 검은 기운이 만들어 낸 손아귀에 지은이 온몸을 결박당했다.
그녀의 손에서 어둠의 정령왕의 기운을 봉인했던 봉인석의 정화가 완료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신성 전쟁까지 남은 시간 12시간.]“[뭣?]”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유예 시간에 자신의 군대를 불러들이려던 신의 목소리가 당혹으로 물들었다. 마치 신의 그런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새로운 시스템창이 이어서 등장했다.
[온전한 창조의 권능의 주인이 새롭게 이 세계에 등장했습니다!]“멍청하긴. 내가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지은이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무엇을 이 자리에 불러냈는지 그제야 눈치를 챈 신의 다급한 절규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런 신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지은은 처음으로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부른 대상이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나, 창조의 주관자는 이 신성 전쟁의 신성한 증인을 요청합니다! 나의 첫 창조의 권능을 빌어 이 자리에 등장해 주시길!”
그 무엇이든 창조해 낼 수 있는 창조의 권능의 힘을 빌어 이 자리에 소환이 가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유일한 존재.
이미 정령왕들이 던전에 봉인되어 절반의 기운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까망이 또한 자신과 신의 싸움을 공증해 줄 존재인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온전한 창조의 권능으로 불러낼 수 있는 존재는 더욱더 대단한 존재인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대상이 직접 만들어 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 세계에 처음부터 존재하던 것이라면 더더욱 쉽게 불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현상도 아무런 이유 없이 벌어지진 않는다. 그것이 바로 인과율의 법칙. 창조의 정령인 까망이도, 인간계를 제외한 모든 세계의 절대자인 신도 인과율을 거스르는 개입을 할 순 없었다.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이 우주의 절대적인 균형, 인과율.
신조차 무슨 일이 있어도 뒤집을 수 없는 절대적인 우주의 법칙과 진리가 마침내 부름에 응답하듯 등장했다.
【나라는 존재를 불러낼 생각을 하다니 대담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