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0화(29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0화
사람들의 비명도, 까망이의 다급한 외침도, 신의 비열한 웃음소리까지도 들리지 않고 사라졌다.
고요해진 하늘 속에서 지금껏 들어 보지 못한 목소리가 자신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것을 느끼며 지은은 감았던 눈을 떴다.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자마자 지은이 불러낸 것은 인과율이었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말투였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이 상황을 오래 끌어 줄 믿음직스러운 존재였다.
【아직 온전한 창조의 권능을 다스릴 줄도 모르면서. 무모했구나, 새로운 창조의 주관자여.】
‘얻어 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 내야 해.’
까망이가 신과 싸울 때 중립을 지켜 줄 시스템을 창조해 냈듯이, 지은 역시 신과의 싸움에서 중립을 지켜 줄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다.
자아를 가지게 된 시스템과는 달리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적인 중립을 지켜 줄 존재이면서, 신조차 거스를 수 없는 단 하나의 존재.
【말해라, 새로운 창조의 주관자여. 오직 인간에게만 허용된 창조의 권능으로 나를 이곳에 소환한 이유가 무엇이더냐.】
“당신이 정해 놓은 인과 관계를 거스르려 하는 존재가 여기 있습니다.”
【뭐라?】
“방금 말했듯, 창조의 권능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용된 권능입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창조의 권능을 손에 쥐는 것은 인과율, 당신이 정한 절대적인 균형에 맞지 않습니다!”
【허…….】
일명 ‘쟤가 잘못했습니다!’ 전술이었다.
신이 인간계에 창조의 권능을 노리고 개입하는 것 자체가 인과율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고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은은 어깨를 쭉 펴고 자신의 말이 맞지 않냐며 항의하듯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전부 창조의 정령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니, 너의 주장은 이치에 어긋난다. 이미 일어났었던 일을 감히 내 앞에서 없었던 일이라 주장할 셈은 아닐 터.】
“……쳇.”
【이미 벌어진 사건을 주워 담을 순 없다. 태초의 신이 창조의 권능을 손에 쥐는 것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결과다.】
예상했던 대로 당연하다는 듯 신의 손을 들어 주는 인과율의 말을 들으며 지은은 속으로 후,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지은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회귀의 주체가 되었던 남운도, 1회 차에서 모든 판을 설계해 두고도 다시 만난 자신에게 어떤 언질조차 줄 수 없었던 까망이도 인과율에 매여 있었던 상태였다.
인과율의 말대로 신이 승리를 하는 결말이든, 자신이 승리를 해 인간계를 지켜 내는 결과든지 간에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끝맺음을 맺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대답을 듣기 위해 인과율을 이 자리에 소환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너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인정하느냐?】
‘그래도 희망적이야.’
비록 신의 개입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막지 못했지만, 창조의 권능으로 인과율을 불러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싸움의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인과율에 의해서 신에게 패배하는 결과밖에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인과 관계를 거스르는 자신의 힘은 발동되지 않았을 테니까.
신이 창조의 권능을 손에 쥐는 결과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결과라고 했지,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쉽네요. 그렇다면 제가 원하는 것은 하나예요.”
【나에게 무엇을 원한다는 것이냐?】
“이 싸움의 심판이 되어 주세요. 지금은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거든요.”
【공정하지 않다?】
“네, 신성 전쟁을 주관할 시스템을 이미 제가 흡수한 상태니까요.”
이미 신성 전쟁이 선포되었지만, 지금 신과 자신의 전쟁을 주관하는 것은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스템은 지은의 영혼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 불리한 싸움도 시스템이 강제 개입해 지은의 손을 들어 준다면 인간계를 지키는데 한결 수월할 것은 분명했다.
[이이익……!]신이 이를 악무는 것을 지은은 가뿐히 무시했다.
굳이 인과율에게 그런 이점을 밝히는 것은 혹여라도 있을 신에 의한 인과율의 개입을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지은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흡수하고 1회 차로 회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신이 이 전쟁을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만약 지더라도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떼를 쓰려고 판을 깔아 둔 걸 모를 줄 알았어?”
[……하, 머리 하나는 교활하게 잘 쓰는구나.]“교활한 건 너지. 물론 그렇게 다시 싸워도 내가 이긴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테지만.”
[뭐라?]“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는데 뭐 하러 귀찮게 질질 끌겠어?”
[……건방지구나.]인과율을 이용하는 것을 보험으로 깔아 뒀는데, 그것조차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지은이 파훼해 버리자 신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하하하하!】
지은과 신의 말싸움을 경청하고 있던 인과율이 별안간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맞는 말이다. 신격 존재를 가리는 싸움은 공정해야겠지.】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이미 알고 있었구나, 창조의 주관자여.】
[시스템 알림 : 신성 전쟁 동안 시스템의 권한이 ‘태초의 관리자’에게 넘어갑니다!] [신성 전쟁 개시까지 남은 시간 : 12:00]‘좋아!’
만에 하나 있을 변수를 차단한 첫 번째 작전은 성공했다.
기존의 시스템의 권한으로 설정해 둔 전쟁 개시 시간이 뜻하는 바를 인과율이 과연 알아차릴 수 있느냐가 이젠 두 번째 작전의 핵심 키워드였다.
【자, 그러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신성 전쟁을 주관하는 심판이 되었는데…….】
“…….”
[…….]완전히 권한을 가져온 인과율이 말을 멈췄다. 신도 지은도 지금 순간만큼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지은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고 있던 것을 빌었다.
‘제발 직접 개입해라, 인과율!’
지은이 인과율을 불러낸 두 번째 이유.
그것은 바로 인과율이 직접 이 싸움에 개입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지은의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 스쳐 갔다.
태초의 관리자인 인과율이 설정한 창조의 정령과 신의 싸움. 이것이야말로 인과율의 입장에서는 셀 수도 없이 아득한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빅 이벤트나 다름없었다.
아득한 시간 동안 정령왕들이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터득하고 그것을 즐기게 된 것처럼, 인과율 또한 처음으로 맞이한 이 빅 이벤트에 흥미가 돋길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인과율이 입을 열었다.
【창조의 주관자여, 네가 선물해 준 이 유희가 나는 매우 기쁘구나. 무료하던 나의 세계에 이런 재미를 선물해 준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은데. 그것을 선물해 주면 되겠느냐?】
“……!!”
인과율의 말에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떤 형태든 이 전쟁이 일어날 장소가 지상이 아니면 그만이었는데, 지금 인과율은 예상을 한참 벗어나 원하는 전장을 선물해 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공정하지 않다!]곧바로 신이 큰 목소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방금 전 지은이 했던 도발에 넘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지만, 자존심은 일단 뒤로 미뤄 둬야 할 정도로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과율이 뱉은 말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오만하구나.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거늘.】
[…….]【서로 원하는 것을 한 가지씩 말하라. 공정한 전쟁이 되어야 할 테니까.】
[하하하하!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공정한 심판 아니겠나?]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추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제 눈앞에 그토록 원하던 창조의 권능은 물론이고, 모든 차원을 주관하는 유일신으로 남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전쟁을 질질 끌 생각 따위는 전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즐거운 유희거리를 찾는다면 내가 그걸 도와주도록 하겠다. 나의 모든 군대를 이곳에 불러오는 것을 허용해라!]【태초의 신의 주장을 받아들이겠나? 창조의 주관자여.】
“……네.”
신이 한 번에 불러올 수 있는 군대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순 없었지만, 그래도 지은에게는 그런 위협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절대로 전쟁터가 지상이 되어선 안 돼.’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바로 이 싸움이 지상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통로에서 쏟아질 신의 군대에 맞서서 싸울 수 있는 전력은 전 세계별로 충분하다. 다만 그 싸움의 과정에서 꼼짝없이 희생될 수많은 사람들의 재산, 터전, 그리고 목숨까지.
헌터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민간인. 그 민간인들을 전부 지키면서 싸우고 싶다 한들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대피하는 게 필요했다.
그렇기에 지은은 전쟁이 최대한 늦게 시작할 수 있게끔 인과율의 흥미를 최대한 돋우기 위해 신을 일부러 도발하면서 애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건방지구나! 나의 모든 힘을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너무나 쉽게 지은이 제안을 수락하자 의기양양해진 신이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녀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런 신의 조롱을 한 귀로 듣고 흘린 지은은 마침내 자신이 설계한 이 모든 판을 완성시킬 계획을 인과율에게 선포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상의 안전.”
【범위가 넓다. 지상의 안전이라 함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말하라.】
“전쟁은 원래 군대가 하는 거니까, 민간인들의 안전을 보장해 줘.”
[……뭐라?]전쟁이 일어난다면 꼼짝없이 쑥대밭이 될 지상. 그곳에서 이 전쟁의 승패와 관련 없이 가장 고통받는 것은 자신의 몸 하나 지킬 힘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녀에게 전해졌던 수많은 창조의 기운들.
이 모든 사람들을 지켜 내는 것이 바로 지은의 신성한 의무였다.
지은의 말을 들은 인과율이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신 또한 자신의 권능만으로 이 전쟁을 치르려는 것이 아니니 너의 제안은 합당하다. 그렇다면 내가 너희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줘야겠지.】
[시스템 알림 : 천문의 종이 등장했습니다!]– 전용 필드 생성 알림!
– 12시간 후, 태초의 신이 주관하는 모든 차원의 군대가 인간계로 넘어올 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민간인들의 안전이 보장되었습니다!
각성자는 물론이고, 마나를 느낄 수 없는 민간인들조차 전율하게 만드는 거대한 마나의 응집.
하늘에 찬란하게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종이었다.
[신성 전쟁 시작까지 남은 시간 : 11시간 58분]【이 종을 울리는 쪽이 어느 쪽이 될 것인지, 기대하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