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1화(29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1화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민간인들의 안전이 보장된 전용 필드가 생성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창이 헌터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앞에 떠올랐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천문의 종.
오직 이 전쟁의 승자만이 울릴 수 있는 종 위로 전쟁 시작까지 남은 시간이 표기되고 있었다.
“지은 씨,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일단 모두 모여야 해요!”
곧바로 길드 연합의 수뇌부들이 모여 있는 컨트롤 타워로 복귀한 지은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서울에 미리 모아 둔 헌터들의 집결이었다.
순식간에 천여 명이 넘는 헌터들이 지은의 이름 아래에 집결했다. 현시점에서 길드 연합은 물론이고 센터 직속의 헌터들까지 포함해 모일 수 있는 최고이자 최대의 전력.
지금 이 많은 사람들을 모은 이유는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 1회 차로 회귀하기 전부터 치밀하게 짜 놓았던 계획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오직 헌터들만의 전쟁이라니 믿어지지 않아.”
“그니까.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모여 있던 헌터들이 작게 속닥거렸다. 미지의 던전 토벌대와 지상에서 일어날 균열을 해결하는 일. 그 두 가지를 놓고 난도를 비교해 봤을 때 체감상 힘든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균열을 봉인하는 일이었다.
애초에 균열이라는 것이 발생하고 난 이후엔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은 채로 시작하는 것이었기에, 1차 대균열부터 시작되어 3차 대균열까지. 대균열이라 불리는 균열들은 그야말로 국가 재난을 넘어 재앙 수준이었다.
국토 전역에서 발생하는 균열들은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희생자들과 재산 피해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균열에 휘말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투입되거나 우연히 균열이 발생했던 곳에 있었던 헌터들의 희생까지도.
이 자리에 모인 헌터들 모두 동료를 잃어 본 경험이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술 한 잔 기울이며 일상을 공유하던 동료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혹은 시체조차 건지지 못한 가슴 아픈 기억들을 쌓아 두고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었다.
던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수조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미개척 던전에 들어가 보스를 클리어하고, 계층 보스가 있는 던전을 찾아 균열을 막는 일.
이 혼란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몸 하나 정도는 건사할 수 있는 헌터가 된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스스로 원해서 헌터가 된 사람은 없었다. 어쩌다 보니 각성하게 되었고, 각성한 순간부터 헌터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저마다 살아오고 있었다. 그것이 설령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지라도 스스로의 목숨을 거는 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은이 일으킨 시스템 창을 통한 균열 조기 경보는 물론이고, 한 번 들어선 이상 보스를 토벌하거나 모두가 전멸하기 전까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던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관문이라는 첫 번째 기적은 모두에게 있어서 한 줄기 희망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도 모자라서 시스템 창을 통해 지은이 선물해 준 두 번째 기적.
누군가를 구해야만 한다는, 사람을 지키며 싸워야 한다는 거대한 압박감에 짓눌려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헌터들의 눈빛이 한결 편해져 있었다.
설령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고 할지라도 이 끔찍한 의무감을 다른 세대에 이어 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반드시 자신들의 손으로 이 비정상적인 세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가 모두에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지은의 등장은 모두에게 그 의지를 더욱더 활활 불타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신비로운 사장님. 아무것도 의지할 곳 없는 던전에서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 주는 던전 안 푸드 트럭에서 직접 음식을 구매해 먹어 본 적 있는 행운을 경험한 사람도, 그런 행운을 마주하지 못했더라도 매일같이 헌터 마켓의 식품 코너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구매하기 위해서 새로 고침을 반복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헌터들의 시선을 느끼며 강당에 선 지은은, 누가 말해 주지 않았음에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헌터들이 그들의 모든 것을 바쳐 마지막 전쟁에 임해 줄 것이란 강한 믿음이 들었다.
“후…….”
이 많은 헌터들이, 랭커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중압감. 그리고 앞으로 반나절도 채 남지 않은 신성 전쟁을 어떻게 치러야 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기 위해 마이크를 든 채로 잠시 고개를 숙였던 지은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모르게 꽉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지은 씨.”
“괜찮아.”
양옆에 선 주혁과 남운, 이태서가 그런 지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동시에 괜찮다고 말했다.
바로 그 순간 세 사람이 자신에게 똑같이 전해 준 괜찮다는 말에 지은은 떨림이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이내 그녀가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괜찮겠죠?”
답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쯤은 지은의 환하게 웃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주혁과 남운, 이태서가 말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세 사람의 믿음에 대해 보답하듯 마이크를 잡은 지은이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모두 모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민지은입니다. 우리는 지금 마지막 전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 전쟁.
비정상적인 일상이 정상이 된 잃어버린 30년. 그 모든 것을 다시 처음으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지은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천문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우리는 기억 속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제가 원하던 대로 상황이 흘러갔습니다.”
그녀의 등장에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던 헌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지은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침묵을 지켰다.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믿고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민간인들의 안전을 확보하긴 했지만, 그래도 철저한 안전 통제가 필요합니다.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해서 완벽하게 신의 군대를 마주하지 않을 순 없을 테니까요.”
신의 군대에 의해서 민간인들이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 하지만 전쟁의 무대를 지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까지는 실패했다.
얼마나 처절하고 심각한 전투가 될지는 지금의 지은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국민 영웅인 이태백의 지도하에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격전지가 될 서울에서 안전 지역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미리 구역을 정해 신의 군대를 상대하기로 결정된 상황. 구역별로 나눠진 헌터들을 지휘하기로 한 랭커들의 명단이 강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떠올랐다.
수많은 던전 토벌전을 진행하며 대소사 전반을 지휘했던 성진이 컨트롤 타워의 수장을 맡았다. 본인 역시 최고의 랭커이자 탱커 중 한 명이었기에 최전선에 참가하는 것을 희망했지만, 이 많은 헌터들을 모두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진뿐이었다.
남운을 비롯해 유라와 나운, 하소연 등 청명 길드의 랭커들은 물론이고 대한 길드의 부길드장인 박무진 헌터를 비롯해 센터장인 임규성 헌터 등, 이미 한꺼번에 밀려들 신의 군대를 맞아 최전선에서 싸움을 지휘할 랭커들이 가득했다.
거기에 한그루가 계획했던 마정석을 이용해 국토 전역에 거대한 결계를 만들어 균열의 침범을 막아 내겠다는 국토방위 계획은 이미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던 상태였다.
회귀했던 1회 차에서 경험했던 지하로 숨어드는 안전지대가 아닌, 지상에 존재하는 안전지대를 만들어 내겠다는 아리아 길드와 마탑의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마침내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는 결계를 지상에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반나절도 채 남지 않은 유예 시간에서 이런 유기적인 협조가 빠르게 이루어진 것은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빠른 전력 세분화가 가능한지에 대해 길드 연합이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었다.
작전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지금도 스크린 상단에 남아 있는 유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신성 전쟁까지 남은 시간 8시간 32분]모두가 자신이 어느 구역에 속해 있는지, 어떤 역할을 맡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끝났다. 확인한 구역과 팀별로 헌터들이 자리 배치를 다시 하는 동안 그 모습을 벅찬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지은에게 주혁이 다가와 말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지은 씨.”
“아, 주혁 씨.”
“승리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시스템 창으로 확인한 전용 필드와 교전 규칙 알림.
지은이 어떤 것을 소망했고, 신이 어떤 것을 바랐는지 나와 있는 알림창에는 당연히 적혀 있어야 할 승리 조건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신의 군대를 격퇴하거나, 신이 스스로 인간계와 창조의 권능을 포기하겠다고 인과율에 대고 선언하는 거예요.”
신의 군대를 격퇴하는 것보다 신이 인과율에 대고 스스로 인간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더욱더 힘든 일이라는 것쯤은 굳이 상상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른 차원의 신의 군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저도 정확히 아는 것이 없네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었던 불확실한 미래니까요.”
이 신성 전쟁은 1회 차의 지은도 지금의 지은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지금은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똑같은 목표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
“패배 조건은 무엇입니까.”
“…….”
주혁의 질문에 방금 전까지 승리 조건에 대해 말하던 지은이 입을 꾹 하고 다물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주혁은 자신이 생각하던 패배 조건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 내기 위해 다시 한번 물었다.
구도자에서 선지자로, 또 마지막으론 신격 존재가 된 지은의 사도로. 끝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지은의 곁에 서는 일. 그것을 이뤄 낸 주혁에겐 지은이 어떤 길을 가려 하는지 훤히 보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은이 원하는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은 씨, 패배 조건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동하는 헌터들이 만들어 낸 소음들을 뚫고 주혁의 차가운 음성이 지은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명단을 확인하고 있던 이태서와 남운도 이 미묘한 대화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는지 지은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 문제를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듯 한숨을 내쉰 지은이 이내 고민 끝에 말했다.
“패배 조건은 지상의 모든 인간들의 소멸, 혹은…….”
“…….”
“저의 죽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