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2화(29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2화
자신의 죽음을 말하면서도 담담한 지은의 태도에 주혁과 남운, 그리고 이태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런 세 사람의 표정을 보면서도 지은은 그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할 뿐이었다.
“유일한 신격 존재의 자리를 걸고 하는 전쟁인데, 사실 당연한 일이잖아요.”
“…….”
“제가 특별한 게 있나요. 저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랑 똑같은 처지인걸요.”
지키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 살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는 것은 똑같았지만, 그렇다고 자신도 모두와 같은 상황이라는 지은의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모든 공격이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민간인들을 먼저 보호 대상으로 정한 지은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뻔한 일이었다.
체스 판 위에서 움직임이 제한된 킹이 가장 앞에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지금의 상황에 가장 먼저 폭발한 것은 다름 아닌 주혁이었다.
“어리석으셨습니다.”
“네?”
“적어도 지은 씨의 안위만큼은 생각하셨어야 했습니다.”
“…….”
“지은 씨가 죽으면 끝나는 전쟁이라 하셨죠. 반대로 말하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갔을 때, 저희가 다 죽어도 지은 씨만 살아 있으면 이기는 전쟁 아닙니까?”
“무슨 말을 그렇게…….”
“안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안위가 그렇게 중요하셨습니까? 어차피 지은 씨가 있는 곳으로 모든 신의 전력이 부딪혀 올 텐데!”
버럭 소리를 치는 주혁의 말이 강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저마다의 역할을 정하느라 소란스럽던 강당 안에 일순간 숨 막힐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모두의 시선이 주혁과 지은을 향하고 있었다.
길드 연합의 리더로서 언제나 민간인들의 안위를 가장 중요시 여기던 주혁이 내뱉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말이었다.
“야, 송주혁!”
“주혁 씨, 잠시…….”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이태서와 남운이 나섰다. 다급히 어깨를 잡으며 진정하라는 듯 소리치는 이태서의 부름에도 주혁의 시선은 오로지 지은을 향하고 있었다.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
“지은 씨가 없어지고 난 뒤, 1회 차에 남겨진 저희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동안 기억하지 못하셨던 1회 차를 보고 오셨음에도 정말 깨달으신 것이 없는 겁니까?”
“…….”
몰아치는 말에 지은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 던전 공략에 대해 진심이었고, 힘을 가진 헌터로서 민간인들을 지키는 사명을 관철해 오던 주혁이 그간 행했던 정의를 모두 집어던지고 오직 그녀의 안전 때문에 모두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가 행성 주관자라서? 처음으로 인간의 몸으로 신격을 얻게 된 존재이기에?
침묵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주혁의 눈을 보며 지은은 지금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단지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은 씨도…… 저희와 같은 사람 아닙니까.”
“…….”
“힘들면 힘들다고, 두려움을 느낀다면 두렵다고 토로해도 되는 똑같은 사람이란 말입니다. 왜 언제나, 지은 씨는 항상……!”
“…….”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는 겁니까.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
“이렇게 많은데요. 대체 왜……! 지은 씨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송주혁!”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지 점점 더 커지는 목소리에 다급히 주혁을 제지한 이태서가 남운과 함께 그를 질질 끌고 데리고 나섰다.
‘……정말 화나면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그동안 주혁이 단 한 번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지금껏 행해 왔던 행동과 신념을 모두 등지고 자신을 소중히 하라고 소리치다니.
지은이 푸드 트럭 사장님에서 창조의 대리자로, 대리자에서 주관자로 각성했듯 주혁 역시 구도자에서 선지자로, 선지자에서 사도로 각성했다.
지은이 사라졌던 1회 차에서부터 10회 차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지은 씨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주혁이 끌려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머릿속에 어지러이 남아 맴돌고 있었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너무나 오래되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줄곧 혼자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다.
“지은아.”
어느새 제일 맨 앞으로 나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길드원들. 유라, 나운, 새봄, 수영을 제외하고도 저마다 맡은 일이 막중함에도 단 한 번의 불만 없이 자신의 계획을 따라 주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컨트롤 타워를 총책임져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은 성진이 어느새 지은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
“주혁이가 말을 저렇게 해서 그렇지, 나도 같은 생각이야.”
“……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똑같은 생각일걸? 그 누구도 너에게 희생을 강요한 적 없어. 얌마, 너 대단한 존재가 되었잖아?”
“…….”
“대단한 존재가 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처음부터 대단한 존재였을지도 모르지만. 뭐 아무튼 높으신 분이라고. 옛날 조선시대 같았으면 아마 쳐다보지도 못할 지체 높으신 분. 행성 주관자라고 했으니까 아마 왕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게 뭐예요…….”
그렇게 말하곤 마치 평소 장난을 치는 것처럼 웃어 보이는 성진을 보며 지은이 굳었던 얼굴을 피며 살짝 웃었다.
지은의 미소에 성진이 피식 웃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그게 뭐야.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닌데 이 현대 사회에서 네가 우리를 전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어?”
“아…….”
“여기 있는 아무도 너에게 책임져 달란 부탁을 한 적 없어. 네가 우리를 다스리는 왕도 아니고, 너도 우리랑 똑같은 각성자일 뿐이야. 다만 조금 특별한 각성자. 그러니까 1회 차의 네가 세워 둔 계획대로만 잘 진행하면 돼.”
“맞아. 네 계획은 이미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거든.”
성진의 말을 이어받은 것은 바로 유라였다.
얼른 보라는 듯 자신의 뒤편을 가리킨 유라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너의 계획을 알고 따라온 거야.”
“……네?”
“네가 1회 차로 가 있는 동안 우리도 놀고 있었던 게 아니거든.”
1회 차로 지은이 회귀한 순간부터 까망이를 비롯한 청명 길드와 이태서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은이 마지막 전쟁이라고 했으니, 분명 지금껏 일어났던 균열들을 모두 합해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의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길드 연합의 이름으로 모든 헌터들을 모아야 했다.
길드 연합에 소속된 길드의 길드장들이 모두 소집되는 데는 지은이 떠난 지 고작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처음에는 모두가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가 창조의 정령에 의해서 창조되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 창조의 권능을 노리고 신이 던전을 만들어 내고 정령왕들을 봉인했다는 것. 던전을 모두 정복하는 것으로 싸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는 더 큰 싸움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 등.
모든 것이 곧바로 받아들이기엔 힘든 사실들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헛소리하지 말라고 역정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모두 납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은의 존재였다.
“그렇게 말도 안 된다며 장난치지 말라고 화내던 사람들이.”
“…….”
“네 이름을 거론하자마자 다들 납득했어. 네가 기적을 일으킨 존재니까.”
“그게 무슨…….”
“물론 네가 기적을 일으킨 존재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다들 안 그래요?”
“맞습니다! 지은 씨!”
“맞아요! 저는 푸드 트럭 팬입니다! 지은 씨!”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 찾기 동호회입니다!”
“자취 5년 차입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지은 씨가 푸드 코너에 올리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저희 어머니가 S 호텔 상위 균열 사태 때 지은 씨에게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제 동생도요!”
“저도!”
기다렸다는 듯 손을 번쩍 들며 소리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강당 안에 시끌벅적하게 울려 퍼졌다. 오직 지은만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가지고 있는 고마움의 감정을 쏟아 내고 있었다.
“봐, 지은아.”
“모두들…….”
“우린 그냥 네가 그동안 혼자 감당하고 있던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줬을 뿐이야. 네가 전력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이 정도 숫자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심지어 해외에 파병 가 있는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사람들도, 아직 능력이 미숙한 헌터들도 다들 이 자리에 모이고 싶어 했어. 우리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 본인들이 선택해서 싸우러 온 사람들이야.”
담담하게 사실만을 말하는 유라에게 동의한다는 듯 모두가 그렇다고 소리쳤다.
그동안 지은이 행해 왔던 작은 기적들.
마지막 회차가 되어서야 지은이 등장했을 때, 까망이는 이 모든 사실을 알려 주지 않고 그녀가 자연스럽게 깨닫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까망이는 이렇게 말했다.
‘<주인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 기회에서 답답하게 던전 안에서 음식을 만들고, 던전에서 유일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을 포기하고 제값보다 오히려 싸게 받는 그동안의 행보를 쭉 지켜보면서도 까망이는 단 한 번도 지은을 보채지 않았다.
<봐라, 주인.>
“……민까망?”
어느새 등장해 공중에 떠 있는 까망이를 바라본 지은은 처음으로 까망이가 ‘정말로 기쁘게’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은을 내려다보고 있던 까망이가 한결 벅찬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게 아니었다.>
“…….”
<그동안 주인을 지켜보면서, 나는 주인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평소에 얼마나 이 세계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주인이 정말로 원했던 건 이런 작은 행복들을 선물하는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아…….”
<그리고 나는 이렇게 될 줄 이미 알고 있었다. 인간은 원래부터 선한 존재들이거든. 그동안 쭉 지켜봐 온 인간들은 자신들에게 행복을 선물해 준 사람을 잊지 않아.>
본인의 사정도 여의치 않으면서 천 원짜리 식당을 몇십 년째 유지하고 있거나, 돈이 없는데 배고파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해 주는 식당 사장님 등.
인터넷이나 뉴스, 너튜브에 종종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의 소식을 보며 따뜻한 인정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받은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 주려는 존재들이지.>
그리고 그 사연을 알게 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식당을 도와주기 위해 음식 재료들을 보내 주거나, 돈을 후원한다거나, 착한 사장님을 응원한다며 식당 앞에 줄을 서서 음식을 먹고 SNS를 통해 홍보해 준다.
인간의 선의는 늘 그렇게 순환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주인이 베풀었던 선행은 전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
까망이가 지은을 보며 웃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기적이 바로 주인이 만들어 냈다는 말이다,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