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3화(29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3화
까망이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헌터들의 표정을 보고 있던 지은의 얼굴에도 점차 미소가 번져 나갔다.
<신의 군대가 강하긴 하지만, 주인이 불러 모은 인간들 또한 강하니까.>
“응!”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주인. 우린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길 거다.>
“당연하지!”
<천문의 종을 울리는 자 또한 틀림없이 주인이 될 테고.>
“응? 아니야. 천문의 종을 울리면 안 되는데?”
<뭐?>
화들짝 놀란 지은이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동그랗게 커진 그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천문의 종을 울리면 안 된다고?>
“아니, 어…… 그게 그러니까, 내가 울리면 안 된다는 소리였어.”
<……거짓말.>
까망이의 차가운 표정에 애써 실수를 덮기 위해 환하게 웃고 있던 지은의 입꼬리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거짓말을 할 때 나오는 특유의 표정. 여기에 더해 방금 전까지 맞춰 오던 시선까지 슬금슬금 피하는 지은의 모습에 까망이가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왜 그러냐, 주인?>
“어? 나 왜?”
<……왼쪽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면서 눈을 피하고 있는데? 거기에 목소리도 떨리고 있고.>
“……내가? 에이, 긴장이 갑자기 풀려서 그런 거지.”
손을 내저으며 완강하게 부정하면서도 살짝 높아진 목소리 끝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지은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까망이가 마침 다가온 유라에게 소곤거리며 말했다.
<수상하지 않느냐?>
“네, 조금 많이 완전 수상한데요.”
“…….”
“뭘 또 숨기고 있는 거야, 지은아? 좋은 말로 할 때 말해 주지 않을래? 우리 방금 전까지 되게 감동적인 상황을 나누고 있었지 않았니?”
“그러게, 우리 지은이는 이렇게 얼굴에 다 티가 나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특훈을 한다고 하긴 했는데, 조금 모자랐나 보네?”
“우리 잠깐 커피 한잔 하러 갈까? 언니들이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씨익 웃으며 말하는 유라는 물론이고,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나운과 수영, 새봄이 어느새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지은의 주위를 에워싸며 말했다.
어깨에 올려진 언니들의 따뜻한 손길이 오늘따라 그렇게 매섭게 느껴졌기에 지은은 결국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게…… 사실은요.”
* * *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주인?>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빠져나와 일행들이 지은을 끌고 들어온 곳은 서울 전역을 비추는 화면으로 가득한 대형 컨트롤 센터였다.
수많은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이 사력을 다해 만들어 놓은 중앙 지휘 통제실이나 다름없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화면 너머로 시시각각 송출되고 있었다. 지은에게 ‘네가 떠난 동안 우리도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 놨다!’라고 이곳을 보여 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 내뱉은 지은의 고백에 자리에 모인 모두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라 있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지?”
“뭐가…… 뭐가 가짜라고요, 지은 씨?”
“저게 어떻게 가짜일 수 있어?”
“지은이 너! 인과율이랑 어쩌고저쩌고해서 신이랑 담판을 지은 거 아니었어?”
잠깐의 침묵 후 믿을 수 없다는 듯 쏟아지는 질문들에 지은이 곤란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괜한 혼선을 줄까 봐 혼자서 알고 있으려고 했는데 얄짤없이 들켜 버렸다.
“갑자기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천문의 종이 가짜라고?”
남운과 함께 주혁을 끌고 갔던 이태서가 지휘 통제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뒤를 이어 들어온 남운과 주혁은 마치 취조를 하듯 지은의 주위에 뺑 둘러앉아 있는 일행들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들도 그 두터운 인간 벽에 합류하기로 했다.
<자세히 설명해 봐라, 주인. 천문의 종이 가짜라니. 아니, 주인의 말대로 가짜라고 치자. 애초에 천문의 종이 가짜라는 사실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냐?>
온전한 권능의 주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신과의 전쟁을 미루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그 생각대로 분명 먼저 신성 전쟁을 선포한 것은 지은이었다.
거기에 직접 중립을 유지할 인과율까지 소환해 균형을 맞추지 않았던가.
자아가 생겼던 시스템과는 달리 인과율은 까망이도, 신도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존재였다. 그 말은 인과율의 존재 자체가 바로 신의 꼼수를 막아 줄 완벽한 방패란 소리였다.
인과 관계에 따라 반드시 일어나야 할 결과를 바꾸는 것은 신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인과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분명 천문의 종을 누가 칠지 기대하고 있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까망이의 재촉에 지은이 마지못해 꺼내 든 것은 내내 차고 있던 목걸이였다.
“다 들켰어. 이제 연기 안 해도 될 것 같아.”
사람들이 전해 줬던 창조의 기운을 흡수하며 환한 빛을 뿜어내던 바로 그 수호 목걸이였다.
그리고 그 목걸이에서 들려온 것은 다름 아닌 인과율의 목소리였다.
【허어…… 이것 참. 벌써 들키다니.】
<인과율? 아니, 너는…….>
“……사실 인과율의 정체는, 내 영혼의 반절인 시스템이야.”
충격적인 지은의 고백에 모두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단연 제일 놀란 것은 바로 까망이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표정으로 놀란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까망이를 보며 지은이 손을 모으고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진짜 미안해, 까망아. 이렇게 연기를 하면 신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실제로 신도 속아 넘어갔고. 너한테 비밀로 하려던 건 아니어서, 나중에 둘이 있을 때 몰래 이야기해 주려 했는데…….”
<……인과율이 사실은 시스템이었다고? 이번 신성 전쟁은 분명 인과율에 걸고 약속을 한 게 아니었나?>
“인과율에 실체가 어디 있겠어. 인과율은 그저 법칙일 뿐인데!”
<뭐?>
생각지도 못한 지은의 폭로에 까망이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생각해 보면 전부 지은의 말대로였다.
인과율은 그저 이 우주를 유지하는 필연적인 법칙일 뿐, 실체가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주인이 내가 시스템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창조의 권능으로 인과율을 불러온 줄 알았는데…….>
“까망이 너조차 그렇게 생각했다면, 신도 분명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 트릭이 먹힐 것이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바로 까망이에게 있었다.
신이 그토록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으려 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전 차원에 걸쳐 유일한 신적 존재가 되길 원해서? 무언가를 스스로의 권능으로 창조하고 싶어서?
짚이는 것은 여러 가지였지만 지은은 신이 정말로 창조의 권능을 탐낸 이유가 다름 아닌 인과율의 제약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일리가 있는 생각이었다. 인과율의 제한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창조의 권능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인과율에 어느 정도 제약을 받긴 했지만, 창조의 권능 덕분에 지금의 10회 차가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신은 최근까지도 내가 회귀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잖아. 그동안 신은 우리가 반복해 온 회차가 사실은 창조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세계라는 걸 깨닫지 못했던 거야.”
<…….>
“하지만 내가 1회 차로 회귀했을 때, 신은 그 사실을 깨닫고 1회 차에 본격적인 간섭을 시작하고 있었어. 거기서 난 이 작전을 시험해 봐도 좋을 거란 확신을 얻었고.”
“지은 씨가 말씀하시는 확신을 준 지점이 어디입니까?”
지은과 함께 1회 차로 회귀했던 주혁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신이 눈치챈 것 같으니 빨리 원래의 회차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지은이 창조의 정령과 신도 모자라서 인간계의 모든 인간들까지 속여 넘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을 받았다는 건지 의아했다.
지은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신이 1회 차로 회귀한 나를 노리지 않고,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들고 있었잖아요.”
“……!!”
지은은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10회 차에 자신의 역할을 시스템에게 대신 맡겼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시스템을 자신의 영혼의 반절에 흡수하고 창조의 권능이 아닌 시스템의 권능을 가지고 회귀했다.
창조의 대리자로 있었던 1회 차의 지은이 시스템의 권한을 가지고 1회 차로 다시 복귀했음에도, 신은 인과율을 거스른 것이나 다름없는 지은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과율에 지배당하고 있는 기존의 1회 차에 남겨진 사람들을 노렸을 뿐이었다.
“바로 거기에서 저는 신이 인과율이란 법칙에 길들여진 존재구나하고 느꼈던 거예요.”
<……인과율을 거스를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거였구나, 신은.>
“바로 그거야. 신에게도, 까망이 너에게도 인과율은 사실상 우리 인간들이 말하는 운명이나 다름없으니까.”
<운명…….>
“그래, 운명. 인간들을 제외하곤 그 어떤 존재도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진 않지.”
<하…….>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운명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고도 생각하는 게 우리 인간이거든.”
태초부터 지금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러운 법칙에 따라 유지되었던 세계. 그 세계를 주관해 오며 신도, 까망이도 인과율이라는 법칙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상태가 된 것이었다.
신격 존재인 그들은 감히 운명이라는 것에 매일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 또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래, 시스템. 넌 이미 자격이 충분했던 거야.”
끊임없이 변화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을 동경한 끝에 창조의 정령이 규정해 놓은 법칙을 스스로 깨부수고 자아를 찾게 된 시스템은 신격 존재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자신에게 정해진 운명에 저항한 순간부터 시스템은 인간의 정체성에 더욱더 가까웠던 것이다.
【이번 일이 잘 끝나면 나를 인간으로 창조해 주겠다는 그 약속은 꼭 지켜라, 주인.】
“그래, 물론이야.”
시스템에게 인과율을 연기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대리자일 때엔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것이 발동되었는데, 온전한 창조의 주관자가 된 지금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그대로 실현시켜 줄 능력이 충분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천문의 종이었다.
모두가 충격 받은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창조의 정령도 속이고, 신도 속이다니.”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와…… 우리 지은이 특훈 취소할게. 이 험난한 세상에서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겠는걸…… 우린 신격 존재에게 사기를 치겠다는 생각은 안 해 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