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4화(29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4화
지은이 신을 포함해 모두를 감쪽같이 속여 넘겼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일행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마지막까지 천문의 종에 대해 물어보던 주혁은 고개를 젓는 지은의 얼굴을 보며 결국 방을 나섰다.
“후…….”
진이 쭉 빠지는 기분을 느끼며 소파에 몸을 기댄 지은이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지금까지는 계획해 둔 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일이 진행되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런 지은을 말없이 바라보던 까망이가 말했다.
<그래도 이번 건 위험하다.>
“…….”
인과 관계가 있는 한 인과율의 통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비록 창조의 권능으로 신을 속이고 깔아 둔 판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이번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지은 본인은 물론이고 인간계는 신의 손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도 신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잖아.”
<그건…….>
이렇게 인과율에 다시 자신을 집어던지지 않고서야 신을 확실하게 묶을 방법이 없었다.
함께 발목에 족쇄를 찬 채로 인과율이라는 물로 뛰어들었으니 신성 전쟁은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판을 깔아 두고 인과율에 자신은 물론이고 신까지 끌고 들어오는덴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신보다 먼저 족쇄를 풀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했다.
강제로 발동한 인과율에 묶인 신의 소멸. 더 이상 위협 받지 않아도 되는 인간계.
그 모든 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확실한 승리뿐.
“나라고 왜 몰랐겠어.”
<…….>
한 번 퇴장했고, 다시 돌아왔다. 그렇기에 인과율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전의 회차에선 회귀의 주체가 남운이었기에 동일한 인과율이 적용되었지만, 다시 돌아온 10회 차에서 지은이 각성을 하고 난 뒤부턴 새로운 인과율이 쌓여 가고 있었다.
주혁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기존엔 없었던 수많은 사건들을 쌓아 왔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쌓인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오직 지은이 새롭게 창조해 낸 인과율이었다.
그렇기에 1회 차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에도, 남운에게서 회귀자의 권한을 회수했을 때에도, 다시 1회 차로 회귀했을 때에도 지은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주인은 다시 인과율에 몸을 던지는 것을 선택한 거고.>
“맞아.”
새로운 꿈을 그리게 해 준 지금의 회차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지켜 내고 싶었다.
인과율에 묶여 있었으면서도 구도자의 자격을 포기하지 않았던 주혁에게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찾아 헤맸던 남운에게도,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할 각오까지 했었던 이태서에게도 떳떳하게 남고 싶었다.
“그러려고 1회 차로 다녀온 거야.”
<…….>
“이젠 도망치지 않고 같이 싸울 거라고, 그렇게 전하고 싶었어.”
다른 회차들에 남겨졌던 사람들에게 내가 다시 돌아왔다고. 나 또한 당신들과 같은 운명에 몸을 던졌다고.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천문의 종을 울리면 안 된다는 건 무슨 뜻이냐, 주인.>
“그건……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거야.”
천문의 종은 신성 전쟁의 승리자가 울릴 승리의 종 따위가 아니었다.
어쩌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그 책임을 오롯이 지은이 혼자 떠안을 수 있도록 배치한 마지막 안배였다.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이상한 생각은 무슨. 나 못 믿어?”
<…….>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지은의 입꼬리가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데 마지못해 거짓말을 할 때의 특유의 표정. 까망이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믿는다, 주인. 그것이 너의 선택일 테니까.>
[신성 전쟁까지 남은 시간 6시간 17분]<주인도 조금 쉬는 게 좋겠다.>
창문 밖으로 비치는 천문의 종과 함께 유예 시간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까망이 또한 정령왕들과 작전 회의를 하겠다며 사라졌다.
까망이가 사라진 허공을 잠시 응시하던 지은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마워. 민까망.”
* * *
[신성 전쟁까지 남은 시간 30분.]“월드 랭킹 1위가 된 소감은 어때?”
이제는 지은에 밀려 2위가 된 노아가 그렇게 말하며 등장한 지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인 노아를 빤히 바라보던 지은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소감이랄 게 있나요. 랭킹 같은 게 중요한 때가 아니잖아요.”
“나를 제치고 1위를 달성한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상당히 재수가 없는데.”
“그쪽도요. 이제야 말하지만 첫 만남이 그리 썩 유쾌하진 않았잖아요, 우리?”
“인재를 영입하고 싶어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길드장으로서의 직업병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지원군을 끌고 온 노아였다. 같이 온 사람들은 전부 월드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정예 중의 정예. 사실상 펜타곤 길드의 간판 헌터들을 모두 데리고 온 것이었다.
저마다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미국 헌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지은을 보며 노아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우리 사인 그때 다 푼 거 아니었어?”
“맞아요. 고맙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는 지은의 모습에 흠흠, 헛기침을 한 노아가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잠깐 못 본 사이에 엄청난 존재가 되어 버렸군. 신성 전쟁이라.”
“사실 지원을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실망인데, 우리 동맹국이잖아. 당연히 정식 절차를 거쳐서 온 거야.”
그렇게 말하며 노아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지만, 사실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쏠려 있었다. 격변했던 월드 랭킹에 대한 이슈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지은의 신격 타이틀.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 타이틀을 건 신성 전쟁이 열린다는 사실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연히 왕의 역할인 지은이 한국에 있으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나라들의 수뇌부는 자국의 안전을 일단 우선시했다.
신성 전쟁에서 지은이 패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지 못해서였다.
“인간계의 멸망이 결려 있다고 해도 도통 믿지를 않으니. 멍청한 놈들.”
“……어쩔 수 없죠.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잖아요.”
“뭐 아무튼 이번 전쟁에서 이기면 한자리 챙겨 줄 거라 믿고 있어도 되겠지? 너 신이잖아.”
“푸하하하!”
“이참에 전쟁에서 승리하면 머리에 들은 것도 없이 지들만 생각하는 건방진 꼰대 놈들이나 숙청 좀 해 줘. 이거 미리 청탁 넣는 거야. 신벌의 느낌으로다가. 무슨 말인지 알지?”
“무시하십시오, 지은 씨. 허락하지 않은 식사 자리에 굳이 와서 숟가락을 들이미는 꼴 아닙니까.”
그 순간 주혁과 남운이 들어오며 말을 잘랐다.
“이래서 노란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래, 얘가 있는데 너희들이 없을 리 없지. 그런데 너희 나보다 랭킹 낮잖아?”
삐딱한 노아의 말에 남운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랭킹 낮은 우리에게 손 찍히고 벌벌 떨던 게 누구였더라.”
“좀! 도와주러 왔다잖아요, 기특하게!”
날 선 반응에 지은이 결국 나서서 노아의 편을 들었다.
과거가 어찌 되었든 노아는 같이 싸워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소중한 동맹이었다. 그런 지은의 말에 노아가 주혁과 남운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거 봐, 기특하다고 하시잖아. 이태서는 어디 갔어? 전쟁 전에 마법 좀 가르쳐 줘야 하는데.”
“그 말 이태서 씨 앞에서 하기만 해 봐요.”
엄중한 지은의 경고에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세 남자는 이내 자연스럽게 맡은 임무에 대한 브리핑을 나누기 시작했다. 까망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신이 타락시킨 악마들이 몰려오겠구나.>
“악마 군주들을 말하는 거지? 남운 씨에게 설명 들었어.”
신의 군대의 정체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간계를 제외한 모든 차원의 주관자인 신은 현대에만 마수를 뻗어 온 것이 아니었다.
그 시도들은 이미 수많은 기록들로 인간계에 남아 있었다.
사탄, 악마 등의 이름으로 호시탐탐 인간계를 위협했던 신화속의 존재들은 물론이고, 인간의 마음속에도 그런 존재는 자리 잡아 있었다.
신은 과거부터 꾸준히 인간계를 노려 왔고 그때마다 자신의 군대나 같은 인간들을 이용해서 까망이를 자극해 왔다.
자신을 대신해 회귀자의 임무를 수행했던 남운의 기억 속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악마 군주들.
그들의 특성을 설명하며 분노에 손을 떨던 남운의 모습을 떠올린 지은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들의 공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을 그의 심정이 지금 어떨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수많은 회차에서 남운이 실패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들끼리의 단합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강제 각성을 통해 신에게 정신 지배를 당했던 헌터들에게 당한 헌터들이 몬스터에게 당한 사람들보다 많았다.
“그래도 지금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악마 군주와 더불어 수없이 많은 악마 군단장들을 상대해야 할 테지만, 지은은 오히려 아무런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5분도 채 남지 않은 유예 시간을 보면서도 장비를 점검하고 임무를 숙지하는 헌터들의 표정에선 그 어떤 두려움의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늘이……!”
“갈라진다!”
신성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듯, 타락의 기운과 함께 밀려났던 거대한 신의 군대의 통로가 활짝 입을 벌리듯 하늘에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격변하는 하늘을 올려다보던 헌터들의 시선들이 스쳐 지나간다.
무수한 시선들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지은은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짊어졌다는 것.
그렇기에 더더욱 보여 주어야 했다. 10회 차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 밑에 모인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했다.
자신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서 있다고.
“나와라, 집행자의 심판.”
지은의 부름을 받은 전용 무기, 집행자의 심판이 허공에 찬란한 빛과 함께 떠올랐다.
긴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빛이 넘실거리는 검은 기운에 대항하듯 하늘을 향해 넓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빛조차 삼켜 버릴 어둠과, 그 어둠을 꿰뚫는 빛의 처절한 향연.
[타임 리미트.]그리고 마침내.
[신성 전쟁 개시.]신성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커다란 시스템 알림 소리가 하늘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