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7화(29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7화
지은과 함께 길드 연합의 헌터들은 두 가지의 작전을 세웠다.
그중 하나였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신이 불러낸 모든 차원의 군대를 소멸시키는’ 작전 수행의 행동 대장을 맡은 것은 바로 남운이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게이트웨이를 통해 신이 불러낸 다른 차원의 군대가 차원의 벽을 넘는 순간, 지은은 미리 계획했던 대로 전력을 다해 일격을 퍼부었다.
게이트웨이를 통해 넘어오고 있었던 다수의 병력이 몰살되며, 미리 소환되어 있던 최정예 악마 군단은 절반이 휩쓸리는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거대한 빛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은 절반의 군대는 지상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헌터들의 앞에 쫓기듯 현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남운이었다.
새까맣게 물결치듯 지상에 현신한 악마 군단에 맞서 남운은 열 번째로 같은 자리에 섰다.
마치 바알에게 패배하고 회귀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정해진 것처럼, 남운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바알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위험하지 않겠어요?’
이미 아홉 번의 회귀 동안 남운이 어떻게 인과율의 장난에 휘둘려왔는지 알고 있었던 지은의 걱정을 뒤로하고 남운은 자신의 운명을 넘어서기 위해 마침내 이 자리에 섰다.
‘증명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이 있었기에 남운은 바알만큼은 자신이 반드시 쓰러트리겠다고 말했다.
인과율에 의해 반드시 일어날 바알과의 싸움을 남운은 이번에도 피할 생각이 없었다.
악마 군단의 마수들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집어삼킬 듯 진격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도 남운의 시선은 오직 그들의 수장인 바알을 향했다.
악마 군단이 지상에 현신한 것과 동시에 타락의 기운이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마치 폭발하듯 일어났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걸어가며 남운이 중얼거렸다.
“드디어…….”
스산한 바람과 함께 남운의 주변에 일어난 무형의 검격.
검을 휘두르지 않았음에도, 막 지상에 현신했던 수많은 악마들과 고위 마수들의 몸이 허공에서 사정없이 찢겨 나갔다.
아직 뽑지 않은 사인검이 계속해서 적의 피를 요구하듯 웅웅 울리고 있었다.
“바아아아알!”
남운의 외침에 바알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부른 인간이 누구인지 알아챈 바알의 붉은 눈동자가 섬찟하게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네놈은…….』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헌터였다면 당장 머릿속을 현혹시키는 정신 지배형 악마.
인간의 정신을 잠식하고 지배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쉽고 당연한 일이었다.
분명 저 남자 또한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두려움에 떨며 살려 달라 빌어야 할진대, 그럼에도 오직 시선을 부딪치며 걸어오고 있는 남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바알이 재미있다는 듯 씨익 미소 지었다.
『나의 고유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니. 재미있구나.』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겠지.”
『……뭐?』
“바알. 너는 날 단 한 번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는 너를 기억하고 있었다.”
『…….』
“드디어 다시 만났구나.”
오로지 자신에게만 시선을 부딪쳐 오는 남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바알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비틀렸다.
그의 정신을 잠식하려던 찰나, 남운의 정신계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자신과의 싸움을 확인한 것이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 위에서, 마수들에 둘러싸인 채로 자신에게 검을 겨누는 한 남자의 모습.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바알이 이내 붉은 눈을 번뜩이며 정말로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킥킥킥! 너의 기억이 보이는구나! 즐겁다 즐거워!』
“…….”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러 왔느냐,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 인간이여.』
“아니, 이번엔 다를 거다.”
『하하하! ‘이번엔’이라! 대용품 주제에 매번 분수를 모르고 덤벼드는 꼴이 가소롭구나.』
대용품.
바알의 말대로 그는 그저 지은의 대용품이었다. 바알에게 어떻게 패배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이 죽었는지 남운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지만, 정작 바알은 그를 매번 기억하지 못했다.
『쓸모가 다한 대용품은 언제나 버려지는 법. 아홉 번의 쓸모를 다했으니, 이제 버려질 차례다.』
“…….”
사아아아…….
강렬한 타락의 기운이 바알의 몸에서 피어났다.
검으로 수십 번, 수백 번을 난도질해도 끝내 베어 내지 못했던 두꺼운 결계가 기억 속의 두려움을 온몸에 각인시켰다.
『너와 나는 상성이 참 안 좋아. 그렇지 않나?』
“…….”
바알의 말대로였다.
물리적 피해를 모두 흡수하는 저 배리어를 남운은 단 한 번도 뚫지 못했다. 그저 대용품의 한계라는 조소를 잔뜩 받으며 이를 악물고 검을 내리쳐도 뚫리지 않았던 통곡의 벽.
번번이 지은을 찾지 못했던 지난 회차에서 끝없는 절망만을 안겨 줬던 존재.
『설마 이번에는 다를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비열하게 웃어 보이며 검의 결계를 뚫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성큼성큼 발을 내딛는 바알을 보면서도 남운은 검을 뽑지 않았다.
『대용품으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포기한 건가?』
바알의 조소까지 정확히 똑같았다. 그러나 남운은 지금껏 본능적으로 느꼈던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남운은 홀린 듯 지금껏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아니, 이번에는 좀 다를 거라 알려 주려고. 발밑 조심해.”
『……뭣!』
인상을 찌푸리던 바알의 발밑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단 일격에 배리어를 모두 벗겨 내는 거대한 마나의 파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뽑으며 앞으로 달려 나간 남운이 경악에 물든 표정을 짓고 있는 바알의 팔을 베어 내며 말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거든.”
『으아아아아악!』
팔을 베어 낸 자리에서 붉은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잘린 팔을 재생하기 위해 다급히 배리어를 두르는 바알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는 화염 구체가 나타났다.
무수한 숫자를 자랑하던 악마 군단에 맞서 이글거리는 불의 군대가 전장에 뛰어들었다.
“말이 너무 심하네. 대용품이라니! 별로 인정하긴 싫지만 저 남자도 지은이네 파티원이거든?”
중급 정령부터 최상급 정령까지.
근원을 이루는 순수한 마나를 온몸에 휘감은 불의 정령 군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하소연이었다.
[예로부터 악마는 불에 태워 죽여야 한다고 했지.]그런 하소연의 곁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등장한 것은 바로 이그니스였다.
순식간에 재생되려던 배리어 위로 작열하는 불의 구체들.
『끄아아아악!』
잘린 팔을 재생시키려던 배리어가 소멸된 틈을 타 남운의 발이 미끄러지듯 바알의 사방을 휘저었다.
수려한 보법과 함께 수천 번, 수만 번 내려쳤던 검이 이끄는 대로 바알의 몸을 사정없이 베어 내는 남운의 표정은 이글거리는 불과 다르게 매우 차가웠다.
전력을 개방한 하소연의 정령 군단이 통제를 잃은 악마 군단을 짓이기며 진군하기 시작했다.
한번 불이 붙은 악마에게 정화의 불길을 꺼트릴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약속했거든. 반드시 증명해 보이기로.”
위험할지도 모른다며 자신을 만류하던 지은에게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 다짐했다.
당신을 찾아 헤맸던 그 많은 시간들이, 시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자신 역시 두려움에 떨던 한 명의 인간이었지만, 인간이기에 반드시 운명을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
검이 두꺼운 바알의 피부를 베어 내고 지나갈 때마다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처를 재생하기 위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타락의 기운은 이그니스가 일으킨 불길에 그을려 그대로 소멸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 위로 다시 날아든 검의 궤적을 따라 붉은 선혈이 안개가 되어 뿜어지고 있었다.
『네놈! 네놈이 감히! 끄아아아악!』
기운을 끌어 올릴 새도 없이 거센 불길에 온몸이 휘감긴 채 온몸을 난도질당한 바알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나더러 대용품이라고 했나?”
『허어어어억!』
“대용품의 역할은 진짜가 나타났을 때까지만 버텨 주면 되는 거다.”
대용품 취급을 당해도 좋았다.
어차피 자신이 주인공이라 생각해 본 적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지은을 찾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쓸모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네 말대로라면, 나는 훌륭히 역할을 수행한 거겠군.”
『끄…… 끄어어억!』
자신의 앞에서 공포에 질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악마 군주 바알.
혼자서는 절대로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운명을 이렇게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군주를 잃고 겁에 질려 도망치는 악마들을 추격하는 불의 정령들과 길드 연합의 헌터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남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칭찬 고맙다. 네가 나의 역할을 인정해 주는구나.”
『네…… 네놈!』
서걱!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바알의 잘린 목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데구루루 굴러 갔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생각했던 바알의 목을 드디어 베어 냈다.
회귀할 때마다 지은을 찾아내지 못했을 때, 대균열을 막지 못하고 지상이 던전화가 되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그 모든 시간들.
“고생했어요, 남운 씨. 당신은 당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 거예요.”
어깨 위로 전해지는 따뜻한 손길과 귓가에 울리는 따뜻한 격려.
검 손잡이를 두 손에 쥔 채 눈을 지그시 감은 남운의 어깨가 이내 떨리기 시작했다.
혼자라고 생각했을 때 넘지 못했던 운명을 함께 싸워 극복한 순간이었다.
혼자서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맞서던 그 모든 노력들이 다 가치 있는 노력이었음을. 누구라도 좋으니 단 한 번만이라도 함께 싸울 수 있는 동료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졌음을.
지난 시간 자신이 감당해 오던 모든 것들이 다 허사가 아니었음을 마침내 보상 받은 남운의 눈가에 맺힌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감사…… 감사합니다.”
고개를 떨구고 울고 있는 남운의 모습에 잠시 말이 없던 하소연이 이내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울어요? 지금?”
“…….”
“울 시간이 어디 있어요? 빨리 저것들을 다 잡아 족쳐야죠! 지은이가 최대한 빨리 처리해 달라고 했잖아요! 그만 울어요!”
하소연의 핀잔에 남운이 눈물을 닦아 내고는 고개를 들었다.
무수한 마법과 포격이 터지고 있는 하늘에 유유히 떠 있는 천문의 종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 울었습니다.”
자신 역시 운명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증명했으니, 이젠 지은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길 때였다.
지은이 세워 둔 두 번째 계획을 위해서 아직 싸우고 있을 다른 곳으로 합류해야 했다.
검을 다시 쥐어 든 남운이 이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계획대로 신에게 혼란을 선사해 주러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