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9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8화(29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8화
“너…… 기분 나쁘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눈앞에 현신한 신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지은은 온몸에 피가 마르는 듯한 불쾌감을 느꼈다.
[왜 그러지? 이 또한 너의 계획 아니더냐.]“…….”
[너의 계획에 내가 기꺼이 어울려 주겠다는 뜻이다.]지금껏 단 한 번도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신의 현신.
무대에 신을 끌어내는 것까지는 지은이 바라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을 신이 미리 알고 있던 신이 자신의 모습을 선택해 현신한 지금 상황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지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표정이 마음에 드는군.]그런 지은의 표정을 보며 신이 즐겁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자신의 얼굴이 저토록 소름 끼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악한 미소였다.
“내 정신을 흔들어 놓으려는 시도인건 알겠어. 그런데…….”
[…….]“그 꼴을 보아하니 너도 그렇게 여유롭진 않은가 봐?”
직접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군대를 끌고 온다면 순식간에 전멸 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인간들이 생각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아니, 치열하게 싸울 뿐인가, 오히려 신의 군대를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본능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가 서렸던 헌터들의 마음에 더 이상 공포가 자리 잡고 있지 않게 된 덕분이었다.
[음…… 악마 군주가 당했나.]“……!!”
남운이 상대하기로 했었던 악마 군주 바알.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남운이 마침내 운명을 극복해 냈다는 뜻이었다.
지은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스쳐 지나가던 순간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뭐?”
악마 군주 바알이 이끄는 악마 군단이야말로 신의 군대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다.
핵심이나 다름없는 전력을 잃었음에도 동요하는 기색 한 점 없이 피식 미소 짓는 신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일순간 굳은 지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신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그 반응은 뭐지? 설마 내가 고작 악마 군단을 잃었다고 흔들릴 줄 알았나?]“태연한 척하지 마.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 너도 조급한 거잖아.”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런 소모품들 따위 어차피 곧 버릴 패였으니. 네가 소중히 생각하는 인간을 죽이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처음에는 그저 불리해진 상황에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태연한 척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정말로 신은 의연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번뜩이는 눈에 깃들어 있는 탐욕은 숨겨지지 않았다. 가진 모든 것을 소모해서라도 반드시 인간계를 집어삼키겠다는 그의 욕망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너…… 진짜 미쳤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지은이 신을 노려보았다.
신의 욕망 따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인간계를 제외한 모든 차원의 주인이라는 자리를 거머쥔, 태초부터 고귀한 존재.
그러나 그렇게 무수한 차원들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신은 단 한 번도 자신이 주인으로 있는 차원에 애착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네가 창조의 권능을 탐내지만 않았더라도…… 서로 다른 차원의 존재가 다른 차원에 개입할 일 따윈 없었어.”
[하,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냐?]“하나만 묻자.”
어째서 이렇게 인간계를,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고 싶어서 안달인지 그동안은 지레짐작했을 뿐이었다.
보장된 신의 직위를 걸고 신성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전 차원의 유일신이란 직위를 탐낼 정도로, 그에게 없는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고 싶어 한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너, 창조의 권능을 탐내는 이유가 설마 네 스스로…….”
섬뜩한 기운과 함께 넘실대는 살기에 지은이 하려던 말을 멈췄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신의 얼굴에 비치고 있는 것은 바로 광기였다.
“웃기고 있네.”
그러나 그런 신의 반응에도 지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딴 표정을 지어 보인다고 해서 두려움에 떨 그녀가 아니었다.
“선은 네가 먼저 넘었어.”
지은이 똑바로 신을 마주 보며 말했다.
이제 그 알량한 마음을 간파할 수 있었다.
“네가 스스로 창조한 세계를 가져 보고 싶었던 거구나, 너?”
[…….]“주인이면 뭐 해. 넌 다른 차원에 아무런 영향도 행사할 수 없었으니까. 맞지?”
막연히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까망이의 존재가 거슬려서? 아니면 유일한 신의 직위가 탐나서? 스스로 미물이라 표현했던 인간계까지 손에 넣고 모든 차원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그동안 생각했던 모든 이유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신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거기에 태초부터 이어진 영겁의 세월 동안 신이 관리하고 있었던 차원의 존재들이 모두 쓸려 나가고 있는 지금.
이 모든 것에 아무런 감흥이 없어 보이는 신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확신했다.
“네가 주관하는 세계의 그 어떤 것도 직접 만들어 내지 못했으니까 애정이 있었을 리 있나.”
붉게 변한 신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지은은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넌 한낱 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까망이처럼 인간 같은 존재를 창조하고 싶었던 거야. 샘나고 부러웠던 거지. ”
[그 입 닥치지 못해!]숨이 턱 하고 막혀 왔다. 순식간에 손을 뻗어 목을 움켜쥔 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은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토록 고고한 척 여유로운 척을 하던 신의 추악한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지은이 또박또박 말했다.
“헛된 짓이야. 넌 나를 지금 죽일 수 없어.”
신의 얼굴이 구겨졌다.
목이 졸려서 숨이 막혀 오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같은 신격을 가지고 있는 그녀와 신 사이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서로를 해칠 방법이 없었다.
“넌 그냥 화가 날 뿐이야.”
그녀의 숨이 막혀 오는 진짜 이유는, 고작 이런 음습하고 저급하기 짝이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신 따위에게 몇 번이고 인간들이 고통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끝까지 고고한 척, 품위 있는 척하지 그랬어.”
[……네놈!]“모든 차원을 네 손에 넣고 싶다는 헛소리라도 끝까지 주장했어야지. 신성 전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 싸울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했어야지!”
퍼억!
지은이 자신의 위에 올라탄 신을 향해 거침없는 발길질을 선사했다. 그녀가 멀찍이 날아간 신을 향해 다가가 멱살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스스론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주제에! 네가 뭔데 감히 인간들을 미물이라 칭하고 무시해?”
쌓아 뒀던 지은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동안 주인으로 있었던 차원의 존재들을 소모품이라 말하던 신의 얼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설령 이 전쟁에서 내가 지고, 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는다고 해도! 네가 미물이라고 조롱했던 우리 인간들보다 대단한 존재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너의 그 오만함이!”
[크, 크윽…….]“그저 열등감 덩어리인 모자란 놈 주제에, 지금까지 건방지게 이딴 짓을 벌여 와?!”
지은이 이를 악물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런 저급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적어도 들키지라도 말지. 1회 차부터 지금까지 막지 못한 희생이 얼마나 많았는데, 억울하게 시들어 간 목숨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고작 이런 놈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우리가…….”
너무 많은 피가 흘렀고, 지금도 흐르고 있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의 감정이 느껴졌다.
‘정신 차려! 눈 감으면 안 돼!’
‘병원! 병원으로 이송해!’
‘텔레포트 마법진이 포화 상태입니다!’
길드 연합의 헌터들은 물론이고,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각성자들.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부족함에도 망설임 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을 선택하고 자원한 민간인들.
사람이기에 사람을 살리겠다는 선한 의지가 전쟁터로 변한 지상에 가득 넘쳐흐르고 있었다.
수많은 차원의 이질적인 존재들과 싸우면서 절대로 꺾이지 않는 의지가 지금도 전쟁터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희생 없는 전쟁은 없었다. 어지러이 울리는 비명 소리. 부상당한 동료를 둘러업고 도움을 요청하는 간절한 목소리.
“고작 이따위 놈한테…….”
눈물이 지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째서 1회 차의 자신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제대로 부딪혀 보지도 않고 막연히 두려워서 이 세계를 떠날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미련과 후회들이 허상이 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쿨럭……!”
기침과 함께 튀어 오른 붉은 선혈이 바닥에 검붉은 자국을 남기며 스며들었다.
지은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권능을 사용해야 했다. 인간의 몸으론 신격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선 막아 낼 수 없는 강한 상대라고 생각했으니까.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그렇기에 지은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설령 자신이 희생한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다행이었다.
자신을 희생해서 강대한 적을 물리치고 인간계를 지켜 낼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면 환영이었다.
그렇기에 까망이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눈에 밟혀도 망설이지 않고 계획을 실행해 왔다.
인간이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준 신언에 따라, 이번 전쟁은 반드시 인간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이 종을 울리는 쪽이 어느 쪽이 될 것인지 기대하고 있겠다.]실체가 없는 인과율을 불러 온 척하긴 했지만, 시스템을 이용해 지은이 만들어 둔 판을 해석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천문의 종을 울리는 쪽이 승리한다는 인과의 서사는 이미 쌓인 지 오래였다.
인과의 서사를 아무런 의심 없이 쌓는 것을 성공했으니, 이제 그 결과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일어나야 했다.
결국 천문의 종을 울리는 쪽이 승리하는 결과만이 남은 상태란 소리였다.
그렇다곤 해도 지은은 애초에 천문의 종을 울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신성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건 전쟁에서 승리가 약속된 진영은 신도, 창조의 권능의 주인인 그녀도 아니었다.
‘그래, 이건…….’
오직 인간에게만 약속된 승리였다.
애초에 천문의 종을 울리고 약속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인간.
그렇게 설정한 승리의 종을 울릴 자는 신격 존재가 된 그녀도, 그녀와 함께 영원을 약속한 까망이도 아니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인간의 몸으로 신의 바로 아래 단계인 사도의 칭호를 얻었으나, 아직 인간의 격을 잃지 않은 유일한 존재.
“지은 씨.”
검은 코트를 울고 있는 지은에게 건네주며 주혁이 말했다.
“밤바람이 아직 찹니다.”
“주혁 씨? 여긴 어떻게…….”
그녀의 몸 위로 덮인 커다란 코트.
방금까지 입고 있었던 것인지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
다른 구역에서 신의 군대를 맞아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줄 알았던 주혁이었다. 그가 지금 자신의 앞에 나타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놀란 지은을 향해 주혁이 살며시 웃었다.
“……저는 지은 씨의 길잡이이자, 사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