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화(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화
<보류는 무슨 보류!>
“끼야아아아악!!!”
갑작스럽게 들려온 커다란 목소리에 깜짝 놀란 지은이 비명을 질렀다. 황급히 뒤를 돌아본 지은이 목격한 것은 자기 마음대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운전석 문이었다.
“귀…… 귀신?”
<귀신이라니!>
“트럭에 귀신이 들렸어!”
<귀신 아니니까 진정 좀 해 봐!>
왜인지 모르게 당황한 듯한 알 수 없는 커다란 목소리였다. 곧이어 치지직 거리는 전파음이 섞이더니 이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다.
트럭에서 멀어지려 뒷걸음질 치고 있던 지은을 진정시키려는 듯 정신없이 열렸다 닫혔다 하던 운전석 문도 활짝 열린 채 멈춰 있었다.
“……누구세요?”
<지지직…… 아, 아, 아름다운 내 목소리.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원, 투.>
“……?”
<볼륨 설정이 너무 크게 되어 있는 거 아니냐, 주인? 이렇게 노래를 크게 듣는 버릇 안 고치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청력 나빠진다.>
확연히 작아진 목소리가 이제는 잔소리를 퍼붓는다.
여전히 푸드 트럭 사장님으로 각성한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데, 심지어 이젠 그 푸드 트럭이 자신에게 말을 걸기까지 한다.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습니까? YES/NO]거기에 방금 지은이 보류하기로 마음먹었던 튜토리얼을 진행하겠냐는 시스템 창까지 떠올랐다. 은근히도 아니고 대놓고 ‘YES’ 패널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튜토리얼을 진행하시죠! YES]“진짜 수상한데…….”
[튜토리얼을 진행해 주세요, 제발. YES] [튜토리얼을 진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YES] [이 정도로 했으면 궁금해서라도 YES 누르겠다.] [야이씨…… 푸드 트럭 장사 안 할 거야?]“나한테 화냈어?”
[……그럴 리가요.]“……갑자기 얌전해졌는데?”
[시스템 창에 오류가 생겼습니다.] [오류를 복구했습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습니까? YES]계속해서 지은이 고민하자 수상한 시스템창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 원하는 게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튜토리얼을 진행하라고 권유하는 시스템 창이 마치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 앞으로 장사해야 하는데 일단 튜토리얼은 진행해야지.>
“그렇게 말하는 그쪽은 대체 누구신데요!”
시스템창은 계속 빛나고 있지, 아직 정체를 모르는 목소리가 말을 걸지.
21년을 비각성자로 살았는데 갑작스럽게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는 말도 안 되는 클래스로 각성한 지은은 당황한 것도 잠시, 이젠 슬슬 짜증이 치솟기 시작했다.
<지은이네 푸드 트럭.>
“그래요, 제가 지은이인데요.”
<……아니, 네가 지어 준 내 이름이잖아.>
“으엑?”
<말 그대로야. 난 네가 이름을 지어 준 덕에 깨어난 정령이야.>
트럭에서 정령이 왜 나와?
당황한 지은이 눈을 깜빡였다.
헌터에 대해 별 관심 없었기에, 정령이 뭔지도 몰랐던 지은은 자신을 정령이라 밝히는 목소리를 듣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정령이라고요?”
<그래, 히든 클래스 각성자에게 종속 계약되어 있는 정령이야. 주인의 클래스가 너무나 황당하게도 푸드 트럭 사장이라 이 트럭에서 눈을 떴을 뿐이고.>
“……히든 클래스는 원래 정령을 부려요?”
<그런 클래스도 있고 아닌 클래스도 있지. 굳이 말하자면 일반적인 클래스가 아닌 각성자니까 가이드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하면 편해.>
그러니까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정령이 직업별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는 말이었다.
무슨 스킬에 먼저 스킬 포인트를 분배하고, 레벨 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일단은 튜토리얼 진행을 수락해.>
“……튜토리얼 수락.”
[튜토리얼 진행을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 : 영업 준비가 진행됩니다.]– 최초 한 번만 진행되는 클래스 전용 퀘스트입니다. 이후의 영업 준비는 각성자의 스킬에 영향을 받습니다.
[영업 준비 1단계 : 메뉴 선정]– 오늘은 어떤 음식을 팔아서 돈을 벌…… 손님들을 먹일 것인가? 메뉴 선정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음 보기에서 각성자 본인이 자신 있는 메뉴를 선정해 주세요.
1. 한식
2. 양식
3. 일식
4. 중식
5. 분식
6. 패스트푸드 EX) : 햄버거, 샌드위치
7. 디저트
8. 베이커리
시스템창이 쏟아 낸 메뉴를 하나하나 살펴보던 지은의 얼굴이 방금 전과 다르게 꽤 진지해졌다.
푸드 트럭 공모전에 응시했을 때 애초에 하나의 메뉴로만 푸드 트럭을 운영할 생각은 없었던 지은이였다. 그래서 당선자의 주문대로 맞춤 제작되는 이 푸드 트럭에 작은 화덕과 철판, 가스레인지까지 설치해 놨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레시피를 개발한 상태인 지은이었지만, 지은의 주력은 한식이었다.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가는 음식 대부분은 할 줄 알았고 또 잘했다.
거기에 일식과 중식은 물론이고 최근엔 양식도 유튜브나 다른 전문 요리 채널을 보며 연습했다.
자신 없는 분야는 오직 디저트와 베이커리. 그나마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요리 학원에 다니며 연습한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경험과 손맛에 의존하는 요리보다 계량된 만큼의 정량으로만 만들어지는 제과 제빵도 매력이 넘쳤기에, 요즘 한참 빠져 있는 것은 당연 제과 제빵이었다.
그러니 선뜻 8개나 되는 보기 중에서 딱 하나를 고르기가 힘들었다. 지은이 답답한 마음에 시스템창을 꾹 누르고 마치 마우스를 드래그하듯 1번에서 8번까지 한 번에 내렸다.
[퀘스트 : 영업 준비 1단계 과정 메뉴 선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모든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보유 중인 스킬 [오늘의 추천 요리(Lv.1)]에서 제공되는 재료가 전 범위로 확대됩니다.
“어?”
그냥 뭘 고를지 몰라서 전부 한 번에 드래그해서 선택해 봤는데 아무래도 대박이었던 듯했다. 스킬을 통해 제공되는 재료가 한 분야로만 제한됐다면 굉장히 아쉬웠을 텐데, 방금 시스템창의 말대로라면 이제 사실상 거의 모든 재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주인의 통찰력이 훌륭하다. 장사꾼의 기질이 보여.>
“아니, 그냥 다 할 줄 알아서 그런 건데…….”
어찌 되었든 1단계 메뉴 선정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분명했다. 그날그날 정한 메뉴에 맞는 신선한 식재료가 바로 공급되는 원재료 절감 수준이 아닌 원재료 무상 제공 치트키!
만들어서 팔리기만 하면 팔리는 대로 100퍼센트의 순수 이익이 창출되는 기적을 위한 첫 발판이었다.
[퀘스트 : 영업 준비 2단계 재료 손질]– 만들고자 하는 메뉴를 선정하면 그에 맞는 재료가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생성됩니다.
– 매일매일 가장 신선한 재료가 공급됩니다.
<메뉴를 정해라.>
메뉴를 정하라는 말에 지은은 내일부터 판매하기로 정했던 음식을 떠올리고는 빙긋 웃었다. 마침 재료 손질하기도 간편한 메뉴였다.
“B.L.T 샌드위치.”
B.L.T 샌드위치.
순서대로 베이컨(Bacon), 양상추(Lettuce), 토마토(Tomato) 3가지 속 재료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샌드위치다.
호밀 식빵이나 호밀 바게트에, 밑에서부터 양상추-베이컨-토마토-베이컨-양상추를 끼워 만드는 간편한 요리였다.
[메뉴 선정이 완료되었습니다.]알림과 함께 인벤토리가 자동으로 켜졌다.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식재료가 제공된다는 스킬 설명대로 호밀 식빵과 바게트, 그리고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 치즈, 그리고 각종 드레싱에 기본이 되는 소스들이 들어와 있었다.
“와…… 미쳤다.”
정말로 미쳤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각 재료의 오른쪽 하단에 적힌 숫자를 확인한 지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200개 분량은 될 거 같은데……?”
첫날에 200개나 되는 샌드위치를 푸드 트럭에서 팔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절대 해 보지 않았다.
애초에 지은 혼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속도가 있다. 그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갓 만든 샌드위치가 주는 풍미는 미리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만들어 파는 즉석 판매를 고민 했었다. 지은의 기준으로는 200개나 되는 샌드위치는 절대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그런 지은의 생각과는 달리 시스템창은 가차 없었다.
[퀘스트 : 영업 준비 2단계, 재료 손질을 시작합니다!]메뉴 : B.L.T 샌드위치
– 토마토를 4등분 슬라이스 썰기 (0개/50개)
– 양상추 손질하기 (0통/20통)
– 빵 반절로 자르기 (0장/100장)
– 베이컨 굽기 (0kg/15kg)
– 계란 삶기 (0알/200알)
– 소스 만들기 (0L/5L)
– 치즈 자르기 (0장/200장)
– 진행률 (0%)
– 모든 재료 손질이 완료되어야 퀘스트가 종료됩니다!
“이걸 다…… 하라고?”
꼼짝없이 갇혔다.
200개 분량의 샌드위치 재료 손질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튜토리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줄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순식간에 트럭 조리대로 쏟아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재료들을 바라보며 황망하게 중얼거렸다.
“미…… 미친.”
<하하하하하! 혼자서 200인분이라니!>
마치 대형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순식간에 조리대 위는 물론이고 싱크대와 바닥까지 차지한 수많은 샌드위치 재료들을 보며, 푸드 트럭의 정령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생각 넣어 둬.>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알고?”
<난 튜토리얼을 도와주지 못해.>
“아니, 정령이라며! 마법으로 어떻게 해 봐!”
<장사가 잘돼서 대박 난 푸드 트럭의 사장님이라 생각하고 재료 손질해 봐.>
그래, 물론 200인분의 샌드위치는 솔직히 말하면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지은은 이렇게 많은 양의 재료를 손질해 본 적이 없었다.
판매의 기본은 정량!
어떤 샌드위치는 크고, 어떤 샌드위치는 작고. 안에 들어가는 속 재료가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손님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당연하다.
같은 값을 냈는데 왜 양에서, 크기에서 차이가 날까? 이런 항의가 들어오는 순간 사업은 순탄치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정해 놓은 크기대로 자를 틀까지 준비했었던 지은이였다.
“와아…….”
그래도 지은은 지금 상황이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토마토는 껍질에 흉이 있거나 옆구리가 터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종류가 아니었다. 갓 따온 것처럼 싱싱하고 씨알도 컸다.
거기에 빵도 갓 구워온 것처럼 따뜻했다. 치즈도 고소한 냄새가 풍겼고 베이컨은 너무 지방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와 적당한 크기였다.
거기에 계란 껍데기는 오돌토돌해서 신선했다. 양상추는 끝부분을 손으로 조금 떼어 입에 물자 아삭! 하는 식감은 물론이고 아삭아삭한 소리도 꽤 크게 들릴 정도로 신선했다.
정말이지 최고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재료들을 매일 제공받으면서 요리를 할 수 있다니.
어느새 감동에 찬 지은이 중얼거렸다.
“최고야…….”
준비된 최고급 재료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무상 제공!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렇게 의도치 않은 지은의 첫 푸드 트럭 영업 준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