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화(3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화
하루 종일 1층의 몬스터들을 처치한 길드원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뚝딱뚝딱 숙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인벤토리에서 꺼내 이미 익숙한 듯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커다란 회의용 상황 텐트까지 치는 모습을 보며 지은도 주먹을 불끈 쥐고 기합을 넣었다.
“배고픈 사람이 없도록!”
지금 길드원들은 점심도 거르고 꾸준히 전투를 해 온 상태였다.
거기에 그동안 던전 안에선 상상도 할 수 없던 맛있는 식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숙영지를 꾸리면서도 자신을 향해 힐끗힐끗 선망에 찬 눈길들을 보내는 게 느껴졌다.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려 꽉 묶고 위생 마스크를 낀 지은이 손을 꼼꼼하게 씻은 지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유니폼이었다.
청명 길드 소속임을 증명하는 작은 배지가 달려 있는 새하얀 유니폼을 손으로 쓸어 보던 지은이 감동해 중얼거렸다.
“예쁘다…….”
모든 길드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명 길드 소속임을 드러내는 문양을 방어구나, 무기에 장식해 놓은 것처럼, 지은의 유니폼은 길드에서 직접 준비해 준 특별한 유니폼이었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재료나 양념이 묻을 수밖에 없는 조리복은 관리가 매우 힘들었는데, 조리복으로 단복을 맞추는 게 어떻겠냐는 주혁의 말에 진행된 지은의 유니폼은 하나부터 열까지 지은의 요구대로 만들어졌다.
던전에서 빨래를 할 순 없었기에 연금술 공방에 특별 주문을 넣어 만들었다는 유니폼은 방수는 물론이고 어떤 양념을 쏟아도 옷이 더러워지지 않았다.
거기에 불과 기름에 행여나 지은이 다칠 것을 배려해 입은 것만으로 화상 내성이 올라가는 특수 효과까지.
지은이 유니폼을 걸치는 것을 어느새 다가와 바라보던 주혁이 말했다.
“마음에 들어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다행이네요.”
새하얀 조리복을 입고 거기에 착용감이 편안한 조리 모자까지 착용한 지은에게 마지막으로 검은색의 깔끔한 디자인의 앞치마를 건네며 주혁이 말했다.
“던전에서의 첫 식사, 기대해도 될까요?”
주혁이 건넨 앞치마까지 완벽하게 착용한 지은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맡겨 주세요!”
[방어구 효과로 인해 화상 내성이 50 상승했습니다.] [추가 효과 : 쾌적한 상태가 적용됩니다.]방어구로 분류되는지 유니폼을 입으니 화상 내성과 함께 몸 상태가 쾌적한 상태로 유지된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불러 달라 덧붙인 주혁이 숙영지 정비에 합류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은도 본격적으로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하는 건 역시…… 밥이지!”
갓 지은 따끈한 쌀밥만큼 맛있는 게 또 있을까.
좋은 쌀로 잘 지은 밥을 짓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쌀을 꺼내니 역시나 자비 없이 30kg의 쌀가마니가 소환되었다.
한숨을 한 번 내쉰 지은이 쌀가마니를 세워 선반에 기대고 가위로 밀봉 부위를 잘라 냈다. 큰 사발을 넣어 쌀을 가득 퍼내 커다란 밥솥에 가득 부어 놓고 나니 양이 많다.
손등이 물에 닿아 찰랑찰랑할 정도로 밥솥에 물을 부어 쌀을 씻고 나서 쌀뜨물을 받기 위해 미리 체를 댄 싱크대에 붓는다.
행여나 놓칠세라 밥솥의 양쪽 손잡이를 꽉 잡고 쌀뜨물을 확보했다.
이 쌀뜨물은 오늘 저녁의 핵심인 돼지고기 김치찌개의 중요한 육수가 될 고마운 존재였다.
쌀을 씻는 걸 완료하고 다시 물을 채운 밥솥을 들고 이번에 새로 추가한 대형 업소용 취반기에 집어넣었다.
토벌전을 대비해 까망이의 힘을 빌려 내부를 개조한 조리대 안은 이것저것 많이 변해 있었다.
길드원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마음에 까망이에게 하나하나 세심히 설명해 주문한 대형 취반기와 찜기가 왼쪽에 자리 잡았고, 철판 오른쪽에는 대형 화구가 띄엄띄엄 배치된 가스레인지가 있었다.
널찍하게 깔린 도마는 물론이고, 뒤편에는 넓은 싱크대와 냉장고까지 배치되기까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말 그대로 밥차의 역할을 해야 했기에 지은이 고민 끝에 진열대와 쇼케이스를 빼고 새롭게 까망이에게 발주를 넣어 완성한 조리대였다.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취반기의 전원을 켜고 알맞게 시간을 입력했다. 이제 알아서 시간이 지나면 대형 밥솥 안에서 밥이 완성될 터였다.
한 판에 40~50인분 정도 되는 양이니 추가 배식을 위한 밥까지 두 개의 대형 보온밥통에 준비를 마친 지은이 손을 씻으며 다음 준비할 재료에 시선을 옮겼다.
밥 다음은 찌개를 준비할 차례다.
갓 끓인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칼칼하게 맛있지만 원래 모든 찌개류는 오래 끓여야 맛이 풍부해진다. 특히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하루가 지난 뒤가 더 맛있는 법이다.
야심한 시간에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냄비 뚜껑을 열고 한번 팔팔 끓여 낸 뒤 식은 돼지고기의 진한 육즙이 배어 나온 건더기의 유혹을 차마 참지 못하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고기만 쏙쏙 골라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처럼.
빠르게 준비해 오래 끓여 내야 하는 찌개부터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지은이 인벤토리에 들어온 오늘치 식재료를 조리대 위로 꺼내 놓았다.
지은이 제일 먼저 손에 집은 건 배추김치였다.
비닐 포장을 뜯고 김치를 한 포기씩 도마 위에 꺼낸 지은이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음, 새콤해!”
썰어 낸 김치를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한 조각 집어 들어 맛본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새콤한 맛이 느껴지는 알맞게 숙성된 신김치였다.
도마 위에 수북하게 쌓인 김치가 산을 이뤄갈 때쯤, 준비한 대형 접시에 김치를 수북이 담아 싱크대로 옮겨 두고 무적 수건을 꺼내 김치 국물이 흥건한 도마 위를 닦아 내었다.
언제 김치를 썰었냐는 듯 한 번 쓰윽 닦기만 해도 양념이 가득 묻어 있던 도마 위가 금방 깨끗해졌다.
이어서 양파와 대파를 와르르 도마 위로 쏟아붓고는 야채용 식칼을 사용해 빠르게 어슷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트럭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도마 소리에 텐트를 치고 간이 방벽을 설치 중이던 길드원들의 고개가 쭈욱 지은의 푸드 트럭 쪽으로 향했다.
“진짜 신기하지 않습니까?”
“던전 안에서 음식 준비하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칼질을 저희보다 잘하는 거 같은데요……?”
“냄새도 너무 좋잖아…….”
탁, 탁, 탁.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도마 소리.
칼질을 하는 지은의 모습은 마치 검사가 검을 빠르게 휘둘러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남달랐다.
순식간에 양파와 대파를 자른 지은이 커다란 두부가 가득 담긴 업소용 두부 판을 도마 위에 올리고, 칼을 세워 판 안에 있는 두부를 일정한 크기로 네모나게 잘라 칼집을 냈다.
두부를 클리어한 지은이 대망의 핵심 재료, 목살을 집어 들었다. 키친타월로 고기의 핏물을 흡수시켜 주고는 이내 큼직큼직한 크기로 썰어 내기 시작했다.
질기지도, 너무 연하지도 않은 딱 좋은 촉감의 선홍빛 목살이 순식간에 잘려 나간다.
커다란 고기용 식칼로 한 번도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오로지 고기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는 지은의 이마에 살짝 땀방울이 맺혔다.
커다랗고 널찍한 검은 솥뚜껑처럼 생긴 대형 무쇠솥을 가장 왼쪽의 대형 화구에 올려놓고 불을 틀자 화력이 빵빵한 대형 화구답게 금세 무쇠솥이 달아올랐다.
달구어진 솥 안에 방금 자른 목살과 다진 마늘을 와르르 쏟아부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김치찌개에 소울 향신료인 마늘이 빠질 수가 없었다.
그런 다음 마늘과 함께 목살의 잡내를 잡아줄 잇 아이템인 소주를 손에 들고 병뚜껑을 따자, 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독한 알코올 향이 훅 피어올랐다.
“으…… 술 냄새.”
아직 술맛을 잘 모르겠는 지은이 질색하며 코를 막고 소주를 콸콸 고기 위에 뿌렸다.
소주병을 다시 냉장고에 넣은 지은이 고기 위에 후추를 뿌리고 달궈진 솥 안에서 고기가 중간 정도로만 익도록 주걱으로 뒤집어 주었다.
이내 고기가 알맞게 익자 불을 약하게 줄인 지은이 국물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까나리액젓을 콸콸콸 뿌렸다.
이어서 김치와 함께 국물 색을 더 진하게 만들기 위해 고춧가루까지 팍팍 뿌린 지은은, 손을 쉬지 않고 놀려 네모난 찜 판에 계란을 깠다.
찜 판 세 개에 계란을 까는 걸 완료한 지은이 양파를 찌개 솥 안으로 투하했다.
양파가 잘 볶아지는 동안 까 놓은 계란을 노른자를 터트려 잘 풀어 주면서도, 지은의 시선은 찌개 솥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제 미리 준비해 놓은 쌀뜨물을 부어 줄 차례였다.
커다란 찌개 솥 안에 가득 쌀뜨물이 담겼다. 전분기가 약간 남은 쌀뜨물을 국물 요리, 특히 찌개류에 사용하면 국물 맛이 더욱 걸쭉해지며 입에 착 달라붙는다.
여기에 너무 톡 쏘는 신맛을 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설탕을 살짝 붓고, 15분에서 20분 정도 끓여 주기만 하면 김치찌개가 완성된다.
이제 반찬을 준비할 차례였다.
잘 풀어진 계란물 위에 다시마 육수와 잘게 썬 당근과 파를 넣고 잘 섞이도록 휘휘 저은 뒤 소금을 조금 뿌려 간을 맞췄다. 노릇노릇한 계란물을 기름을 살짝 바른 찜 판 위에 부었다.
찜기 뚜껑을 여니 모락모락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계란찜 판을 층별로 차곡차곡 넣고 시간을 20분으로 설정한 지은이 다시 찜기의 뚜껑을 닫았다.
찜기 안의 후끈한 열기로 부드럽게 익을 계란찜을 생각하니 지은도 배가 고파졌다.
다음은 어묵볶음을 할 차례였다.
“에이, 다 쓰자!”
어묵 포장지를 들어 양을 가늠해 본 지은이 비닐을 모두 뜯어 도마 위에 어묵을 올려놓고 빠르게 썰었다.
다음은 청양고추였다. 썰 때마다 매운 향이 훅 올라오는 청양고추는 김치찌개에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어묵볶음에 들어갈 양보다 미리 많이 잘라 둬야 했다.
썰 때마다 매운 향이 훅 올라오는 청양고추를 준비하는 것으로 어묵볶음 준비가 모두 끝나자 지은이 선반에서 커다란 프라이팬 두 개를 꺼내 양손에 들었다.
보글보글 맛있는 냄새를 내며 끓고 있는 김치찌개 옆에 대형 프라이팬 두 개를 턱턱 올려놓고 각각 어묵과 양파를 넣었다.
물을 조금씩 부어 어묵이 적셔지자, 이내 다진 마늘과 함께 간장과 설탕을 넣고 중불에서 볶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익은 어묵이 간장 소스와 함께 졸아들기 시작했을 때, 곧바로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후추와 참기름을 넉넉하게 뿌렸다. 그대로 주걱으로 섞은 뒤 약불에 조금 더 졸이기만 하면 끝.
간단하게 간장어묵볶음도 완성이었다. 알맞게 졸아든 소스에 버무린 어묵과 야채를 조금 맛보았다. 쫄깃한 어묵의 식감과 함께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조름한 소스에 야채의 식감까지 살아있는 어묵볶음은 밥과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맛있게 잘 됐네.”
딱 맞춰서 김치찌개가 알맞게 푹 끓여진 것을 확인한 지은이 썰어 두었던 두부와 대파, 청양고추를 솥 안으로 텀벙텀벙 부어 넣고 조금 더 끓여 주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자로 국물을 떠서 살짝 맛본 지은이 소금을 조금 더 넣어 간을 맞춘 것과 동시에, 취반기와 밥솥에서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딱 지은이 계산한 대로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칼칼하게 끓여진 김치찌개는 시큼하면서도 달큼한 감칠맛이 맴돌았다. 갓 지은 밥에 큰 덩어리째로 고기와 김치를 올려 한 숟갈 떠먹는 것만으로 소소한 행복이 느껴질 맛이었다.
뿌듯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두 손을 모아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배식조! 도와주세요!”
“야 배식조! 지은 씨가 도와 달라고 하신다!”
“밥! 밥이다!”
우르르 뛰어오는 오늘의 배식조는 토벌대의 제일 선두를 책임지는 정찰조 5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