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0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99화(30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99화
“지은 씨를 저대로 두실 겁니까.”
<…….>
침묵하는 까망이를 바라보며 주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인간이 승리할 조건을 만들어 뒀다는 지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였지만, 주혁은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지은이 1회 차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서사에서 어떤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인간계의 승리를 보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지은 씨가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약속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약속했으면서 저런 생각을 하는 주인을 보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으냐?>
비참한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까망이의 말에 주혁은 뭐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 가장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 존재는 자신도 지은도 아닌, 어쩌면 까망이일지도 몰랐다.
“실망…… 하신 겁니까?”
그렇기에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벌써 여러 번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은에게, 까망이는 언제나 자신의 1순위가 그녀라고 밝혀 왔다.
그럼에도 지은은 이번에도 역시 까망이와의 약속이 아니라 인간계를 지키는 것을, 그녀 주위의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선택했다.
그 사실에 까망이가 느낄 감정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던 주혁은, 이내 까망이의 눈에 깃든 지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주인에게 실망 같은 거 하지 않아.>
“그럼…….”
<주인은 너희 인간들에게 이길 방법을 선사해 준 것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까지 이미 한참 전에 제시해 줬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의아한 주혁을 향해 까망이가 입을 열었다.
<주인이 ‘유일한’ 신격 존재가 되겠다고 한 번이라도 말을 한 적이 있었더냐.>
“……!!”
<난 주인에게 인간계를 주관하는 창조의 권능만 넘겼을 뿐, 내 신격을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무런 권능 없이 신격을 유지할 수 없는 내가 아직도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느냐?>
“설마…….”
까망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챈 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지은은 신도, 자신도 천문의 종을 울리면 안 된다고 했다. 그 종을 울리는 것은 오직 인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격을 가진 상태로는 종을 울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과연 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러니, 주인도 나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그 역할은 네가 맡아 줬으면 하는데.>
그제서야 주혁은 남운이 아니라 자신이 마침내 까망이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 * *
지은에게 덮어 준 코트 깃을 여며 주는 주혁의 눈에 슬픔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주혁이 알아챘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며 말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어요.”
“……압니다. 당신이 신격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요.”
주혁의 말대로 지은은 절대로 신격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천문의 종을 울리는 역할은 인간에게 돌아가야 했다.
인간의 승리 조건은 오직 하나, 신의 군대를 모두 처리하는 것. 신언에 묶인 대로 절대로 패배하지 않을 인간들은 언젠가 반드시 신의 군대를 모두 처리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권능을 쏟아붓다시피 했으니까.
그렇지만 지은 역시 아무도 천문의 종을 울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 방법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걸었던 신언이 유언이 되어 계속해서 지속될 것이라는 것만 확신할 수 있을 뿐이었다.
지은이 쓰게 웃었다.
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육체가 얼마나 버텨 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이 모든 신의 군대를 상대로 승리하는 것 까지는 보고 싶었는데.
“끝까지 함께 싸워 주진 못할 것 같지만.”
“…….”
“마지막의 마지막에 천문의 종을 울릴 때까지, 유지로나마 함께할게요. 하하, 아쉽네요…… 진작에 자신이 패배한 줄도 모르는 멍청한 놈 때문에…….”
미처 내뱉지 못한 뒷말은 아쉬움이었다. 지은 또한 거창한 신격을 가진 창조의 주관자가 아니라, 함께 승리를 거머쥘 한 명의 인간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을 바라기엔 그녀가 지은 죄가 너무나 많았다.
기억할지 못할지라도, 이미 아홉 번이나 고통을 받은 것도 모자라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속죄를 반드시 해야 했다.
“그러지 말고 신격을 포기하십시오.”
“……!!”
“지은 씨의 희생 위에 이루어질 승리라면 저에겐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주혁 씨?”
“당신을 잃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저는 당신의 사도이니까요.”
지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자신의 유지를 이어받아 인간계를 지켜 내야 할 주혁이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신격을 포기하십시오. 지은 씨의 유언이나 다름없는 유지를 이어 갈 생각은 없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가 신격을 포기한다면 인간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은과 신 둘 다 승리 조건을 달성할 방법이 없이 패배 조건의 인과에 빠져 버린 이 판에서, 그녀가 신격을 포기한다고 해도 바뀔 것은 없었다. 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런 지은의 거절을 거절한다는 듯 주혁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
다음 순간, 지은은 눈앞에 있는 천문의 종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이 자신을 이곳으로 인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혁 씨……?”
[하, 그런 거였나?]지은이 어떤 판을 만들어 뒀는지 그제야 깨달은 신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승리 조건인 지은의 죽음이 달성된다 하더라도, 행성 주관자로서의 지은의 신언은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그 유지가 이어져 지은이 죽는다고 해도 결국 신은 인간에 의해 모든 차원의 군대가 전멸당하고 꼼짝없이 패배하는 결과만이 남는다.
[어리석은 선택을 했구나. 창조의 주관자여.]“…….”
[나를 이기려고 스스로 희생하려 하다니. 넌 너의 신격을 포기할 수 없게 되었을 테고.]반드시 인간이 승리한다는 신언은 지은이 신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희생해야 이뤄질 약속이었다.
약속을 이행할 대상이 사라진다면, 약속 역시 사라지는 법.
그렇기에 지은은 스스로 자신을 인과율에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약속된 파멸이 예정된 인과. 오직 인간의 승리만을 위해서 신과 함께 사라지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이대로 너와 함께 사라질 생각이 없다. 애초에 인과율에 개입한 것은 너이지 나는 대상이 아니었을 테니까.]“……그걸 어떻게?”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아무리 네가 창조의 주관자라 할지라도, 실체도 없는 인과율을 어떻게 창조할 수 있겠나.]신이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과율이 등장했을 때부터, 이것이 지은이 만들어 놓은 판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내가 신격을 포기한다면 나 또한 네가 집어넣은 인간처럼 다른 존재가 되어 승리 조건을 달성할 수 있겠지. 인과율에 너의 격을 걸어 버린 너와는 다르게 말이야.]신격을 포기하는 것.
오직 그것만이 예정된 패배를 막고 새로운 변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다.
창조의 권능으로 지은이 정해 둔 신과 창조의 주관자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 다른 존재로 전쟁의 대상을 바꿀 수 있을 터였다.
[비켜라, 인간.]같은 신격을 가지고 있는 지은과는 달리 인간인 주혁은 신의 권능 앞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천문의 종에서 멀찍이 날아가 허공에 온몸이 구속된 주혁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은 씨! 신격을 포기하십시오!”
“신격을 포기…….”
하지만 그런 주혁의 외침과 지은의 대답보다 신의 선언이 빨랐다.
[나는 나의 신격을 포기하고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을 선택하겠다. 이 순간부터 나는 태초의 신이 아니라, 그저 다른 차원의 주인이라는 권한을 가진 전혀 새로운 존재가 된다.]신격을 포기한다고 할지라도, 태초부터 정해진 인간계를 제외한 다른 차원의 주인이라는 신의 권한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른 차원들의 주인이라는 신의 고유 권한은 유지한 채 신격을 갈아탈 뿐이라고 생각했다.
신이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창조할 수 없는 허울뿐인 신격 따위는 앞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얻게 될 창조의 권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인간도, 신도 아닌 새로운 존재가 되어 신성 전쟁이 이어질 명분을 없애 버리는 것.
그렇게 생각하던 신의 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신격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상에게 태초의 신의 신격이 양도됩니다.] [뭣?] [새로운 태초의 신격을 얻게 될 대상은 창조의 정령입니다!]– 현재 신성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 신성 전쟁을 유지할 창조의 주관자와 태초의 신의 격이 유지 중이므로 전쟁이 지속됩니다.
사라질 줄 알았던 신격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까망이에게 옮겨 갔다는 알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신의 머리 위에 까망이가 나타났다.
<너에게 그걸 설명해 주지 않았구나.>
[너……!]<나와 주인은 애초에 계약으로 묶인 상태라는 것을.>
[그게 무슨 말이냐!]<주인에게 권한을 양도했다고 해도, 주인이 살아 있는 한 나는 신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그겁니다, 지은 씨.”
신이 자신의 신격을 포기함에 따라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 주혁이 지은의 앞에 자신의 창을 들고 서며 말했다.
“처음부터 지은 씨는, 우리 모두가 이길 방법도, 창조의 정령과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방법도 만들어 두신 겁니다.”
‘<주인은 너희 인간들에게 이길 방법을 선사해 준 것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까지 이미 한참 전에 제시해 줬으니까.>’
이미 10회 차에 다시 등장해 까망이와 다시 계약을 했을 때부터, 지은은 까망이와 같은 신격을 공유하는 유일한 계약자였다.
“아아…….”
그제야 지은은 이것이 까망이와 주혁의 합작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까망이가 창조의 주관자의 권한을 양도했음에도 존재가 소멸되지 않았기에, 신 역시 신격을 포기하고도 권한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것이 내가 다시 등장한 주인에게 계약을 강요한 이유였다,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