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0화(3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0화
지은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헌터라면 다들 양성소에서 배식조 경험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조리대 안으로 들어온 길드원들이 선반을 뒤져 어묵볶음을 담을 커다란 스테인리스 반찬통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행여 조금이라도 국물이 흐를까 찌개 솥 손잡이를 잡고 옮긴다.
밖에서 테이블을 세 개 붙여서 배식대를 착착 설치한 배식조가 지은이 건넨 커다란 냄비 받침대를 제일 끝 테이블에 올렸다.
그 위에 커다란 찌개 솥이 올라가고 급식용 국자와 밥주걱, 집게들까지 세팅했다.
“밥은 저기 취반기에 있어요.”
“윽, 양성소 거랑 똑같이 생겼네요.”
익숙하게 취반기에서 대형 밥솥을 꺼내 옮기는 배식조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마침 찜기에서 수증기가 쭈욱 빠지는 소리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20분이 지나고 계란찜이 완성되었다는 소리였다.
붓에 참기름을 발라 앞뒤로 살살 바르며 김을 굽고 있던 지은이 완전히 연기가 다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찜기의 뚜껑을 열었다.
고소한 계란찜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두꺼운 오븐 장갑을 끼고 찜기 안에 들어 있는 계란찜 판을 꺼내 도마 위로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부들부들하면서도 좌우로 흔들면 갓 쪄서 탱글탱글한 계란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찜 판에 계란찜 그대로 칼로 네모나게 썰고 다시 뚜껑을 덮었다. 찜 판을 가져가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은과 시선을 교환한 정찰조원이 뜨겁지도 않은지 맨손으로 덥석 찜 판을 들고 내려갔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구운 김을 먹기 좋은 크기로 여러 장 겹쳐 한 번에 가위로 잘라 내고 반찬통에 담은 뒤 조리대 위로 반찬통을 올려놓았다.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김이 담긴 통을 가져가는 배식조원들은 프로였다. 이렇게 손발이 탁탁 잘 맞을 수가 없었다.
김치냉장고에 옮겨 둔 포기김치들을 꺼내 도마 위에서 자르고 반찬통에 옮겨 담았다.
마지막 반찬인 김치까지 배식대 위에 놓이자 지은이 빠진 음식이 없는지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들 하세요!”
“밥 먹고 합시다!”
우르르 몰려온 길드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질서 정연하게 움직여 줄을 섰다.
미리 정해 놓은 순번대로 줄을 섰기에 언성은 높지 않았지만, 문제는 줄을 서는 조만 정해졌지 조 안에서의 순번은 정해지지 않았는지 심심치 않게 같은 조원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던전 안에 들어와서 먹는 역사적인 첫 식사에 모두 식판을 가슴 쪽에 소중하게 들고 기대감에 차 있는 얼굴로 연신 냄새를 킁킁 맡으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은의 얼굴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야! 밀지 마라!”
“양은 충분하다고 하셨다! 그래도 맨 뒷사람 생각해라아아!”
“야 밥! 조금 더 안 줘?”
“뒷사람 생각하라고 하잖아!”
“너한테 이렇게 맛있는 어묵을 주는 건 사치다. 저리 꺼져.”
“배식조의 횡포다!”
“국물만 주는 게 어디 있어! 건더기! 건더기를 내놔!”
배식조의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심이었다고 한다)과 항의하는 길드원들을 보며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린 지은이 무적 수건으로 폭풍이 휩쓸고 간 듯한 조리대들 닦아 내기 시작했다.
금세 깔끔해진 조리대 내부를 둘러보며 흡족하게 미소 지은 지은이 불쑥 올라오는 얼굴에 깜짝 놀라 살짝 비명을 질렀다.
그런 지은을 보며 장난이 통했다는 사실에 뿌듯한지 주혁이 웃어 보였다.
“뭐예요, 놀랐잖아요!”
“지은 씨도 식사하셔야죠.”
“다 배식받으시고 나면 저도 먹으려 했어요.”
밥과 반찬을 듬뿍듬뿍 담아 식판이 넘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양껏 받아 가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길드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밥을 다 받고는 꼭 지은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큰소리로 말하는 길드원들을 왠지 모르게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주혁이 크게 소리쳤다.
“지은 씨 밥도 주셔야죠!”
“길드장이 받으면 되겄네!”
“뭐혀? 빨리빨리 퍼서 안 갖다 드리고?”
지은은 길드장인 주혁에게까지 서슴없이 말을 놓는 길드원들을 보며 의아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길드장인데, 지은 입장에서는 회사 대표나 다름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격식 없이 대하다니.
그건 비단 길드장인 주혁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성진에게도 밥을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냐며 구박을 하는 배식조들을 보며 지은이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주혁이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
“신기해요?”
“네, 이렇게 다들 친해 보이는 게 신기해서요.”
“길드는 직장이 아니에요. 저나 성진이가 길드장과 부길드장을 맡고 있긴 하지만, 나이는 다른 길드원들에 비해 어린 편이고요.”
“아…….”
“던전 안에서 서로 목숨을 맡기고 함께 싸우는 처지들인데 딱딱하게 지낼 필요가 없죠. 그래도 좀…… 우리 길드원들은 자유분방하긴 하지만.”
“좋아 보이네요.”
“그리고 저도 한참 어린데 편하게 하잖아요.”
방금 전 길드원들에게 지은 씨 밥도 주라고 소리쳤던 주혁이였다.
소탈하게 웃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한 주혁이 지은 몫의 식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지은 씨, 식사하실까요?”
“네, 지금 내려갈게요!”
조리대에서 지은이 내려오자 밥을 먹고 있던 길드원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던전 안에서 처음 먹는 제대로 된 밥은 길드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성을 들으며 쑥스러워진 지은이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 보였다.
“환상적입니다!”
“우리 동네 맛집 사장님보다 요리를 잘하는 거 같은데!”
“아니, 어린 나이에 이렇게 요리를 잘혀!”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르는 맛입니다!”
“아, 이번 토벌전에 오길 정말 잘했어!”
연신 지은을 향한 길드원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을 담은 길드원들의 칭찬을 들으니 지은은 정말로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한 것을 실감하며 마음이 뿌듯해지는 걸 느꼈다.
“다들 맛있게 드시고 후식도 드세요! 오늘 후식은 아이스크림이에요!”
“오오오오!”
음식뿐만이 아니라 시원한 아이스크림까지 제공된다는 지은의 말에 또 한 번 길드원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은이 음식을 배식받기 위해 줄을 서자 길드원들이 하나같이 다들 비켜 주며 앞으로 가서 먼저 먹으라며 지은의 등을 떠밀었다.
“스탑! 주걱 내려놔라, 우리 지은 양 먼저 밥 받으시게!”
“앞으로 오세요! 지은 씨!”
“괜찮은데…….”
아직 남은 줄이 길었기에 맨 뒤에 서 있던 지은이 어느새 길드원들의 등쌀에 못 이겨 맨 앞에 섰다.
배식조원이 지은의 식판에 밥을 산처럼 퍼 주기 시작하자 지은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많이 드세요, 지은 씨!”
“저…… 이렇게 많이 먹으면 죽을 거예요.”
“네? 이 정도도 안 드신다고요?”
아무래도 이 사람들, 밥에 정말로 진심이 맞았다.
누가 밥을 이렇게 많이 떠서 먹어요? 하고 물어보려던 지은은 주위에 아무렇게나 앉아 연신 숟가락을 들어 올리는 사람들의 밥이 이것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제…… 제가 퍼도 될까요?”
산처럼 쌓여 있던 밥을 대부분 다 덜어 내자 밥 칸에 빈 공간이 생겼다.
너무 조금 먹는 거 아니냐며, 더 먹어야 한다는 길드원들의 잔소리 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은은 밥을 많이 펐다가 남기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자신의 양대로 꿋꿋하게 식판에 음식들을 담았다.
“야, 지은 양이 밥 남기면 다들 알아서 하라시니까 잔반 남기지 않는다!”
“남길 게 어딨어! 국 얼마나 남았어! 더 먹어야 해!”
“계란찜 얼마나 남았어!”
양껏 가득 가져가고도 처음에 배식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미 식판을 싹 비우고 추가 배식을 위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서 있었다.
50명 중 30명 정도가 배식을 받았는데 이미 40~50인분의 대형 밥솥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 엄청난 광경을 보며 앞으로는 밥솥 두 개에 밥을 해야 하는 건가? 고민하기 시작한 지은의 뒤에 은근슬쩍 붙어 함께 밥을 받은 주혁이 웃으며 말했다.
“왜요, 지은 씨?”
“진짜 다들 엄청 잘 드시는구나, 싶어서요.”
“던전 안에서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으면 저라도 배가 터질 때까지 더 먹으려고 할 겁니다.”
“그거참, 밥해 준 사람으로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네요.“
“테이블에서 식사하시죠, 지은 씨.”
오로지 지은의 몫으로 길드원들이 따로 펴 둔 테이블과 편안한 캠핑 의자.
숙영지를 펴느라 정신없었을 길드원들이 보여 주는 따뜻한 배려에 지은이 활짝 웃으며 테이블에 식판을 올려 두고 의자에 앉았다.
“으아, 편하다…….”
흙바닥에 앉아서 식사해 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하지, 걱정했었는데 편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니 밥을 앞에 두고 잠이 쏟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안락함을 만끽하는 지은을 보며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온 주혁이 그런 지은의 옆에 식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같이 먹어도 될까요?”
“그럼요! 혼자 먹는 것보단 같이 먹어야 더 맛있잖아요.”
“그럼 감사히 옆에 앉겠습니다.”
넓은 테이블 사이에서 굳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겠다는 주혁을 보면서도 아무런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 지은이, 숟가락을 집어 들어 자신이 만든 국을 떨리는 마음으로 떠서 먹었다.
“음!”
“맛있나요?”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역시 제가 요리를 좀 잘하는구나 싶어서요.”
“하하하! 샌드위치만 해도 엄청 맛있었는데요. 당연하죠.”
“맞다, 샌드위치 가격이요 하나에 100만 원이나 하는 금화로 샌드위치 한 개를 사 가는 사람이 어딨어요?”
“정확히는 게이트석을 돌려받았으니 샌드위치 10개를 금화 9개로 산 거죠.”
“그러니까요! 저 경매장에서 금화 가격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100만 원이 아니고 200만 원이었어도 샀을 겁니다.”
“아, 맞다. 주혁 씨 엄청 부자였지…….”
“제가 부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마음일걸요?”
“에이, 그거야 그냥 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죠.”
계속되는 부정에 피식 웃어 보인 주혁이 진지한 얼굴로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은 씨, 제가 말씀드렸죠. 지은 씨는 지금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사람이라고.”
“네?”
“던전이 나타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던전에서 헌터들이 힘을 쓰지 못한 것은 ‘식’과 ‘주’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서요.”
“아…….”
맞는 말이었다.
먹다 보면 고무를 씹는 건지 싶을 정도로 턱이 아픈 바싹 말린 육포와 맛이 다 날아간 건조 과일류, 먹어 보진 않았지만 끔찍한 맛이 난다는 포션.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그런 것밖에 없는 이 던전 안에서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파티를 맺어 들어와도 당장 언제 몬스터가 습격해 올지 몰랐기에 항상 긴장하면서 잠을 청해야 했다. 잠에 빠져 몬스터가 다가왔을 때 대처가 늦어지면 목숨이 위험해지니까.
가장 기본적인 먹을 것과, 잠자는 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한 영역을 확보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지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주혁은 이 기회에 꼭 지은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그 누구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해내지 못한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지은 씨는.”
“어…… 그러니까 그게…….”
“지금까지의 그 어떤 헌터들보다 지은 씨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제…… 제가요?”
“지은 씨의 등장이 믿을 수 없이 놀라운 기적이라는 말을 꼭 해 드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