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1화(3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1화
“아…… 감사합니다.”
자신을 기적에 비유하며 한껏 치켜세워 주는 주혁의 말에 지은이 얼굴을 붉혔다.
“와, 정말 맛있군요.”
“많이 드세요.”
“네, 그럼 실례지만 저도 식사에 집중하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요.”
그렇게 말한 주혁이 정말로 자신의 식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이 홧홧해진 지은은 부러 손부채질로 붉게 물든 얼굴을 식혀야 했다.
‘칭찬 때문에 민망해 죽겠어!’
몬스터를 잡을 때보다 더욱 전투적이었던 식사가 끝나고, 그 어느 때보다 늘어진 모습으로 바닥에 앉아 오늘의 후식인 아이스크림을 먹는 길드원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내일은 되어야 2층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는 성진의 말을 멀찍이 떨어져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트럭에 안전 영역이 있다고?”
“네, 저쪽에 붉은 선 안의 영역은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는 안전 영역이에요.”
“허. 그것참, 대단한 스킬인데…….”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게, 오직 영업 관련으로만 적용되는 스킬이라서요.”
사실상 붉은 안전 영역 선은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문’의 역할을 했다.
손님이 아닌 몬스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주는 문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을 카운트해 주는 안전 영역.
“던전 안에서 몬스터를 토벌할 때 잠깐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은 되겠지만 그 이상은…….”
“어? 그럼 보스방에서 트럭을 소환해서 안에서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어, 좋은 생각인데요?”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스킬 설명을 듣던 길드원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지은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주변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잡아 보죠!”
생각지도 못한 사기적인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의 활용도에 신이 난 지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진과 주혁이 안전 영역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몬스터들을 향해 스킬을 날린 순간이었다.
쩌저저적!
“아아악!”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놀라서 벌떡 일어나야 할 정도로 안전 영역 안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넘어지려는 지은을 급히 부축한 주혁의 얼굴에서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이 흘렀다.
트럭까지 요동칠 정도로 정신없이 땅이 흔들리는 것에 당황하던 지은의 앞에 붉게 물든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경고! 가게 안에서 스킬을 사용해 난동을 부리는 무리가 있습니다.]– [스킬 : 이거 방탄 트럭이야!]의 특수 효과 ‘강제 추방’이 발동됩니다.
– 대상자 색출 완료. 스킬 발동.
“에에엑?”
방금 전까지 자신을 부축해 주던 주혁과 땅이 흔들려도 마치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편안하게 서 있던 성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안전 영역 선 바깥에 튕겨져 나간 성진과 주혁이 땅바닥을 데구루루 굴렀다.
랭킹 1위와 5위의 천상계 헌터가 헌터 생활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서 쫓겨난 것이었다.
“……이게 무슨.”
“내가 날아갔다고……?”
너무 세게 날아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튕겨져 나가 바닥에 고꾸라진 주혁과 성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툭툭 털었다. 그들이 황당한 얼굴로 안쪽에서 당황한 채 서 있는 지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그랬다냥!>
길드장과 부길드장이 날아가 버린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 길드원들은 갑자기 공중에 등장해 팔짱을 끼고 근엄한 척 서 있는 말하는 작은 검은 고양이를 보고 눈을 비볐다.
“까망아!”
“꺅! 까망이! 어디 갔었어!”
그새 까망이와 내적 친밀도가 한참 높아진 진성 고양이 덕후 유라가 ‘밥 먹은 후에 귀여운 고양이를 볼 수 있다니 우리 길드 복지 최고!’를 외치는 것과 다르게 지은은 까망이에게 버럭 소리쳤다.
“이게 네가 한 일이라고?”
<그렇다냥! 푸드 트럭은 내 영역! 내 영역에서 다른 마나가 사용되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냥!>
“아니, 그래도 까망아! 우리랑 같은 편이잖아!”
<주인과 같은 편인 거지, 나랑은 아니다냥!>
“그게 무슨!”
<난 정령이다냥! 정령이 던전 안에서 확보한 영역에 다른 마나가 개입하면 영역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냥!>
잔뜩 화난 까망이의 말에 따르면, 마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지은이 패시브 스킬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까망이 덕이라고 했다. 지은은 까망이의 마나를 빌릴 수 있는 덕에 스킬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고양이로 현신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무리를 하는 상황인데, 지은에게 마나를 공급하는 까망이 덕분에 반경 5m의 안전 영역을 설정하는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이 지속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주인과 나는 계약으로 묶인 존재라서 주인이 스킬을 사용하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주인과 다른 마나가 개입하면 스킬을 유지할 수 없다냥!>
“그럼 진작 알려 줬어야지! 왜 스킬을 쓰는 걸 보고만 있었어?”
<주인이 트럭 내부를 바꿔 달라고 달달 볶았잖냥!>
“어?”
<원래 설정되어 있던 영역을 바꾸는 게 얼마나 기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인데! 방금까지 자다가 놀라서 나온 거다냥!>
오늘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까망이였다.
트럭 조리대 내부를 지은이 원하는 대로 선뜻 바꿔 주기에 당연히 아무런 대가가 없는 줄 알았는데, 까망이의 모습은 꽤나 지쳐 보였다.
<주인의 클래스는 푸드 트럭 사장님인 거지, 헌터가 아니다냥!>
“아…….”
하늘에 떠 있던 까망이가 팔짱을 풀고는 지은의 어깨 위에 내려와 볼을 비비적거렸다.
깜짝 놀랐던 지은이 애교를 부리는 까망이에게 손을 뻗어 품에 안고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죄송해요. 까망이가 저한테 숨기는 게 많아요.”
<숨기는 게 아니고…… 난 많이 노력하고 있는 거다냥.>
지은의 품 안에서 비비적거리며 몸을 한껏 웅크린 까망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아직 힘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다시 자러 간다냥.>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까망이가 스르륵 자취를 감췄다.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까망이의 말을 납득한 주혁이 입을 열었다.
“마법사의 마법진이라고 생각하면 되실 것 같습니다.”
“마법진이요?”
“완성된 마법진에 다른 마나가 개입하면 기존의 마법진이 깨져 나가는 것처럼, 아무래도 이 트럭 전체가 그 정령의 마법진인 것 같아요.”
“그렇군요…… 진짜 몰랐어요.”
“아닙니다. 그리고 설령 안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지은 씨를 전투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지, 지은 씨는 요리하시는 것만 신경 쓰시면 돼.”
그러려고 길드에 영입한 거니까. 하고 덧붙이는 성진의 말에 지은은 그래도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안전을 보장받는 트럭의 영역 안에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튕겨져 영역 밖으로 쫓겨났던 주혁과 성진이 몸에 묻은 흙먼지를 모두 털어 내고는 다시 붉은 영역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음?”
“어엉?”
주혁과 성진 둘 다 갑자기 나타난 시스템창에 의해 발이 가로막혔다.
시스템창에 떠오른 내용을 확인한 주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대단한 정령이군요.”
“네? 왜요?”
“진상 손님으로 판단되어 하루 동안 가게 출입이 제한된다고…….”
“까…… 까망아!”
[시스템 : 진상 손님은 안 받습니다!]– 푸드 트럭에서 스킬을 사용해 진상 손님의 낙인이 찍힌 상태입니다.
– 앞으로 24시간 동안 푸드 트럭 영역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은의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가 졸지에 진상 손님이 되어 버린 길드장과 부길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길드원들이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와하하하하! 길드장, 부길드장이 진상 손님이래!”
“그러니까 가게 안에서 난동을 부리면 쓰나!”
“밖에서 몸소 불침번이나 서라!!”
“이것들이…….”
빠직,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성진이 주먹을 들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길드원들은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놀리기에 급급했다.
오직 스킬을 사용해 보라고 부추겼던 지은만이 주혁과 성진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모두가 합심해서 이때다 싶어 주혁과 성진을 놀리기 시작한 숙영지 내부에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하아…….”
붉은 선 바깥에 텐트를 옮기고 의자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며 불침번을 서고 있는 주혁과 성진의 뒷모습을 보며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한껏 쉬는 시간을 가졌던 길드원들이 모두 합심해서 쓰레기 분리수거는 물론이고 설거지에 식기 반납까지.
지은이 정리한 것보다 더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식기류와 조리 도구들.
[폐점 시간 연장]아침을 먹고 출발 예정 시간인 7시까지 폐점 시간을 연장했다.
반경 5m 안전 영역에서 쫓겨난 주혁과 성진이 졸지에 불침번 초번초가 되었다.
안전 영역 안에 최대한 텐트를 많이 펴기 위해 다닥다닥 붙은 텐트들은 처음 숙영지를 설치했을 때보다 숫자가 줄어 있었다.
원래 1인 1텐트를 썼지만, 안전 영역 안에서 편안히 쉬는 걸 더 원했던 길드원들이 텐트를 2인 1개 조나 3인 1개 조로 편성한 것이었다.
밖에 쫓겨난 주혁과 성진이 불침번 초번을 서는 동안 꿀잠을 잘 예정인 길드원들이 가운데에 피워 놓은 모닥불을 바라보며 지은은 조리대에 기대고 서서 턱을 괴었다.
“지은 씨도 좀 자요.”
“밖이 너무 밝아서 그런가, 잠이 안 오네요.”
내부 불침번이자 유일하게 형제가 나란히 청명 길드에 가입한 마법사이며 수색조 팀장을 맡고 있는 이준형 헌터와 같은 수색조 팀원인 랭킹 40위의 박무열 헌터가, 흔들리는 불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는 지은에게 말을 걸었다.
“아, 처음이라고 하셨지.”
“네, 바깥의 시간은 분명 밤인데, 던전 안은 이렇게 밝은 게 신기하네요.”
처음 던전 입구로 향했을 땐 아침이었는데, 던전 안에는 달이 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시간은 또다시 바뀌었다. 지은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분명 늦은 밤이었는데, 하늘에는 해가 창창하게 떠 있었다.
“오늘 너무 감사히 먹었습니다.”
준형과 무열의 감사 인사에 환하게 미소 지어 보인 지은이 커피포트에 끓인 물로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서 둘에게 건네며 말했다.
“피곤하실 텐데 드세요.”
“어우. 던전 안에서 커피까지. 진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이 다 꿈인 거 같습니다.”
“저도요, 지금 이거 꿈 아니고 진짜 맞죠?”
“하하하.”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말하는 두 사람 덕분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동안 던전 안에 항상 혼자서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렇게 대화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욱 즐거웠다.
“지은 씨 텐트 안에는 침대도 있어요.”
“텐트 안에 침대요?”
“주혁이가 직접 연금술 공방에 발주를 넣은 아공간 텐트거든요. 밖에서 보기엔 작아 보여도 안에는 엄청 넓습니다.”
“지은 씨가 편히 쉬셔야 한다는 게 저희 모두의 의견입니다.”
레벨 1에 기본 스탯도 낮은 지은이다.
던전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인 길드원들과는 달리 이번에 처음으로 던전 안에서 긴 일정을 함께하는 것이기에 길드원들의 주된 회의 내용은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지은 씨가 토벌 기간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인가?’
알게 모르게 엄청난 배려를 받고 있는 지은은 그런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참을 수 없이 행복해졌다.
청명 길드에 들어오길 정말로 잘했다는 생각이 지은의 가슴속에서 막 샘솟아 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편하게 주무세요.”
“으음…… 그러면 잠깐 잤다가 1시 정도에 일어날게요.”
“새벽 한 시요? 기상 시간은 5시인데요.”
“간단하게 이동하면서 드실 점심도 좀 만들고, 아침 재료도 미리 손질해야 해요.”
“에이, 무슨 점심입니까! 저희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요!”
“12시가 넘어야 다음 재료를 받을 수 있어서 그래요. 혹시라도 제가 안 일어난다면 깨워 주실 수 있으실까요? 꼭 좀 부탁할게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더 자는 게 좋다며 설득하는 두 사람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새벽 3시까지는 자겠다고 약속했다. 지은은 그 마음들이 너무 고마워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걸 느끼며 텐트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