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2화(3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2화
“호텔……?”
텐트 지퍼를 열고 들어간 지은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당황했다.
분명히 좁은 텐트 안에 도대체 어디에 이런 공간이 숨겨져 있는지 모를 정도로 널찍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는 바닥에 놓인 앙증맞은 핑크색 슬리퍼, 거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푹신함이 느껴지는 퀸 사이즈 침대까지.
“화장실도 있어……?”
밖에 설치한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이 아닌, 마치 진짜로 호화로운 호텔에 들어왔다는 착각이 드는 넓은 텐트 내부를 둘러보며 넋이 나간 지은이었다.
“연금술…… 대단해…….”
고민하던 지은이 폴짝 점프를 해 넓은 침대에 풀썩 뛰어들었다.
푹신한 이불이 곧바로 몸을 감싸 오는 게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일어날 수 있을까…….”
좋은 침대에서 단잠에 빠질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믿을 수 없이 넓은 아공간 텐트의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을 생각해 주는 길드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가장 좋게 느껴졌다.
뜨거운 물까지 콸콸 나와 만족스럽게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은 지은이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침대에 누웠다.
“아침은…… 고등어구이니까…… 점심용으로 만들 주먹밥부터 먼저…….”
내일 할 일을 중얼거리던 지은이 이내 스르륵 눈을 감고 푹신한 베개에서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깊은 단잠에 빠진 지은은 누가 봐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 * *
“아아악, 늦었어!”
3시 반에는 준비를 시작해야 하니 3시에 깨워 달라고 했었지만 지은이 눈을 뜬 것은 4시였다.
급하게 양치를 하고 화들짝 놀라 머리를 묶으며 슬리퍼를 신은 채 뛰어나와 트럭으로 달려가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불침번인 길드원들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들어와서 깨우시지!”
“푹 주무시는 것 같아서 차마 깨우질 못했습니다.”
“그래도…….”
지은은 몰랐지만, 사실 지은은 불침번을 선 길드원들이 딱 한 번 이름을 부르자마자 눈을 떴던 거였다.
3시에 깨워 달라는 지은의 말을 전해 들은 길드원들이 만장일치로 더 자야 한다고 의견을 통일한 덕에 불침번들이 지은을 4시에 깨운 것이었다.
그 덕분에 충분히 잠을 잔 지은의 컨디션은 버프 효과까지 있어서 최상이었다.
아침 메뉴인 고등어구이와 계란프라이, 햄감자채볶음과 버섯 바지락 된장국의 재료들을 와르르 꺼내 놓은 지은의 앞에 쭈뼛거리며 다가온 길드원들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저희가 도와 드릴 거라도…….”
“음…….”
껍질도 벗겨지지 않은 많은 감자들을 내려다보았다가 이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지은이 부탁한다는 듯 말했다.
“혹시…… 감자 껍질 깎을 줄 아세요?”
* * *
중갑옷을 입은 헌터 두 명이 목욕탕 의자에 앉아 넓은 고무 대야에 담군 감자 껍질을 벗기는 모습은 귀한 광경이었다.
“제 일인데……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시켜 주셔서 감사한데요. 불침번 근무를 서면 시간도 안가거든요.”
“50명인데 80인분이나 준비하시잖아요. 덕분에 어제저녁을 너무 배불리 먹었습니다.”
“맞아요, 저희가 요리는 젬병이지만 이런 건 할 줄 압니다!”
“와, 진짜 껍질 잘 까시네요?”
특히 결혼해서 중학생 자식이 있다는 40대의 헌터인 방패조의 팀장, 임규한 헌터의 손길이 매우 능숙했다.
“와이프랑 함께 요리를 하다보면 재료 손질 같은 건 전문가가 되죠.”
유부남의 숙명 같은 일!
“아…… 그래서.”
“이 정도도 안 하면 미안하죠. 만날 던전에 들어가면 기본 한 달에서 두 달은 집을 비우는데 애를 둘이나 거의 와이프 혼자 키웠으니까.”
‘와이프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니까, 저랑 함께 있을 때는 누구보다 편하게 해 줘야죠.’ 하며 웃어 보인 임규한 헌터가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껍질을 까 준 덕에 지은은 생각보다 아침에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의외로 임규한 헌터 말고도, 같은 방패조인 20대의 한지후 헌터는 칼질을 잘했다.
“햄감자채볶음이었죠?”
“네? 네, 맞아요. 식단표 보셨어요?”
“멍청하게 안 가져온 놈들에겐 절대 안 보여 주는 소중한 식단표죠. 아침 메뉴가 기대돼서 벌써부터 배가 고픈걸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그럼 이 감자는 제가 썰게요.”
감자 껍질을 벗기는 것도 모자라서 감자채볶음을 하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기까지!
지은은 단칼에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을 처치하던 헌터들이 몬스터의 손가락보다 작고 연약한 감자를 세심하게 다듬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렇다면 나도 감동을 드려야지!”
바깥에 놓인 테이블 위에서 장비까지 벗고 본격적으로 손을 씻은 채 감자를 써는 임규한 헌터와 한지후 헌터를 보며 지은이 다짐했다.
오늘 지은이 준비한 것은, 이동하며 점심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참치마요 주먹밥이었다.
단무지와 쪽파를 쫑쫑 잘라 볼 안에서 버무려 주고는 대형 업소용 참치 캔을 따서 채반에 걸러 기름을 쭉 빼 줬다.
기름기가 없어야 주먹밥을 만들 때 밥이 질퍽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그렇게 주걱으로 눌러 기름기를 쭉쭉 빼 준 참치를 단무지와 쪽파가 썰어진 볼에 부어 넣었다.
그리고는 마요네즈를 듬뿍듬뿍 넣고 거기에 후추와 간장, 깨소금을 뿌리고 비닐장갑을 낀 채 열심히 버무려 주었다.
참치와 단무지, 쪽파에 마요네즈가 다 버무려질 때까지 손으로 비벼 주니 볼 세 개 분량의 주먹밥 속이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대용량 밥솥에 쌀을 씻어서 물을 채우고는 취사를 시작했다.
만들어진 주먹밥 속은 볼 위에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둔 지은이 ‘제발! 제발!’ 하며 마음속으로 빌며 인벤토리를 확인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짭조름한 밥도둑! 씻어 나온 안동 간고등어]– 간이 되어 있어 편리해요!
“구이용 손질 고등어!”
심지어 내장과 머리가 깔끔하게 손질된 구이용 고등어다.
표장지에 적힌 글을 보며 지은은 또 한 번 감동했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고기랑 쌀은 한 뭉텅이로 주는데, 생선은 손질해 주는 이 아이러니한 스킬은 뭐지?’
찜찜한 마음은 뒤로하고, 일단 손질된 고등어의 개별 포장을 하나하나 벗겨 내 커다란 통에 담았다. 그리고 통 안에 물을 가득 부은 지은이 녹차 티백을 아낌없이 넣기 시작했다.
고등어구이의 핵심인 비린내를 잡기 위해 녹차 티백을 물에 30분 정도 넣어 두면, 비린내 없이 은은한 녹차 향이 나는 맛있는 고등어구이를 만들 수 있었다.
비린내 대책을 완료한 지은이 다음으로 시작한 것은 된장국용 멸치 육수를 내는 일이었다.
조개와 느타리버섯을 아낌없이 넣고 팔팔 끓일 된장국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커다란 솥에 물을 가득 채우고 거름망에 멸치와 다시마를 아낌없이 넣고 거기에 무까지 큼직큼직 썰어 담아 물에 담근 뒤 화구의 불을 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 화력에 팔팔 끓어오르는 육수를 보며 일어나는 거품을 뜰채로 떠서 없애 준 지은이 다음으로 준비할 재료는 싱크대 위에 올려 둔 바지락이었다.
물에 담겨 해감이 된 포장으로 나와 있는 바지락은 깨끗하게 씻겨 있기까지 했다.
귀찮은 해감을 생략하게 되어 기뻤지만 그래도 10분간 넓은 냄비에 찬물을 담아 바지락을 가득 넣어 놓았다.
탱글탱글한 지붕을 자랑하는 느타리버섯은 흐르는 물에 국에 넣을 용도에 맞게 알맞게 손으로 찢어 씻어 주었다.
생각보다 간단해진 아침 준비에 자기도 모르게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뒤돌아선 채로 버섯을 찢으며 씻고 있던 지은에게 임지후 헌터가 불쑥 말을 걸었다.
“노래 잘하시네요.”
“으악!”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의 귀가 붉어졌다.
‘아, 여동생 놀리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그 모습에 깨달음을 얻은 임지후 헌터가 채 썰은 감자가 담긴 통을 도마 위에 올려 두고 다시 내려갔다.
“놀리지 마세요!”
“넵! 죄송합니다~”
“아니, 왜 지은 씨를 놀리고 그려!”
하지 말라며 지은의 편을 들어 주는 줄 알았던 임규한 헌터까지 이내 지은이 불렀던 노래를 따라서 흥얼거리자 지은이 와아악! 하면서 귀를 막는 걸 보고는 이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방패조 콤비였다.
버섯을 다 씻어서 알맞게 찢어 놓고 채반 위에 올려 둔 지은이 애호박과 양파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내기 시작했다.
된장국에 들어갈 야채는 조금 큼직하게 썰어서 건더기가 별로 없는 된장국에 씹는 맛을 첨가해 주는 게 좋았다.
거품이 올라오는 것이 멈추자, 육수도 준비가 끝났다.
거름망을 건져 팔팔 끓는 육수에 된장을 크게 떠서 풀어 낸다. 새끼손가락으로 된장을 살짝 찍어 맛을 보니 어느 정도 간이 괜찮은 찌개용 된장이었다.
된장을 커다란 국자를 이용해서 잘 풀어 주고 난 뒤 해감한 바지락을 와르르 쏟아 넣었다.
된장과 바지락은 정말로 잘 어울리는 재료였다.
된장의 깊은 맛과 조개 육수가 주는 시원한 맛이 어우러지면 아침에 딱 먹기 좋은 된장국이 된다.
뜰채로 조개에서 올라오는 거품을 걷어내 주고 썰어 놓은 양파와 애호박도 집어넣었다.
애호박이 어느 정도 풀어져 부드럽게 변할 때쯤에 마지막으로 잘라 둔 느타리버섯을 넣고 푹 끓여 주면 맛있는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국자에 덜어 국물을 조금 먹어 본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자신을 바라보는 규한과 지후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다음 재료를 준비하러 냉장고를 열자, 평소 생각했던 햄이 아닌 비엔나소시지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지은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재료 손질하기엔 이게 더 편할 수도…….’
줄줄이 이어진 소시지를 보고 다음에는 비엔나소시지로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 지은이었다.
뜨거운 물에 칼집을 낸 비엔나소시지들을 넣고 담가 두어 어느 정도 짠맛과 기름기를 빼고는 방패조가 잘라 준 감자를 찬물에 담가 전분기를 제거했다.
전분기가 알맞게 제거된 채 썬 감자를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 넣고 삶아 주고 넓은 프라이팬을 2개 꺼내 식용유를 넉넉히 둘렀다.
달궈진 팬에 간 마늘과 함께 썰어 놓은 양파를 넣고 주걱으로 저어 빠르게 볶았다.
그 이후 물기를 탈탈 턴 삶은 감자를 프라이팬 두 개에 나눠 담아내고, 칼집을 송송 낸 비엔나소시지와 함께 볶기 시작했다.
소시지와 감자가 익어 가며 내는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거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하고 불의 세기를 더 올려 볶아 내면 비엔나소시지 감자볶음도 완성이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예상했던 감자채볶음이 너무나 빠르게 완성되어 감격한 지은이었다.
그런 지은의 표정을 보고 순찰을 돌던 규한과 지후가 이번엔 먼저 엄지를 척! 올려 보였다.
지은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크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이내 아직 사람들이 자고 있다는 걸 깨닫곤 입을 헙! 하고 막았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그사이에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취반기는 이제 보온으로 설정해 두고 점심에 먹을 주먹밥용 밥은 보온 밥솥을 이용하기로 했다.
두 개의 보온밥통 밥을 모두 넓은 볼에 나눠 담고 다시 쌀을 씻어 밥을 안쳤다.
“으아, 뜨거워.”
막 지은 밥은 아직 뜨거웠기에 냉동실에서 얼음을 담아 싱크대에 붓고는 그 위에 밥을 담은 스테인리스 볼을 올려서 빠르게 식혀 주었다.
부채질을 하며 식혀 준 밥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의 온도가 되자, 참기름과 소금을 조금 뿌려 버무린 뒤 삼각김밥 모양으로 밥을 말았다.
미리 만들어 둔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 속을 밥 안에 넣고, 살짝 구운 김을 밥 가운데에 둘러 주니 만화에서 흔히 보는 세모난 주먹밥이 완성되었다.
주먹밥을 정성스럽게 하나씩 랩에 감는 건 오늘의 아침 보조 방패조 콤비와 함께하니 금방 끝났다.
“배가 너무 고픈데, 하나만 먼저 먹어도 됩니까?”
임지후 헌터에게 웃으며 주먹밥을 하나 건네 주니 감동한 표정으로 크게 주먹밥을 베어 문 임지후 헌터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된장국도, 밥도, 감자볶음도 완료하고 계란프라이와 고등어구이는 따뜻하게 해 주고 싶었기에 기상 시간인 5시에 맞춰 시작할 생각이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4시 5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10분의 여유 동안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마시니 던전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석양이 진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봐도 던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