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3화(3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3화
여유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기상 시간이 되었다.
5시가 되자마자 칼같이 기상하는 숙련된 길드원들을 보며 지은이 감탄을 터트렸다.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알람도 없이 일어나다니, 지은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킁킁…… 와, 좋은 냄새!”
“아니, 지은 씨!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요!”
“늦잠 자서 아직 다 못 만들었어요!”
“하하하! 천천히 해요, 지은 씨!”
“네에, 그래도 이제 고등어랑 계란프라이만 하면 돼요!”
“야, 들었어? 고등어구이랑 계란프라이래!”
“뭐래? 너만 몰랐어.”
아침부터 풍겨 오는 맛있는 냄새에 안전 영역 안에서 푹 자고 일어난 길드원들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그런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쓸쓸하게 밖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주혁과 성진은 한숨을 내쉬고 자기 몫의 텐트를 주섬주섬 걷었다.
녹차 향이 가득 밴 고등어를 기름에 달군 프라이팬에 여러 개 올려 두고 한 번에 굽기 시작하자 금세 연기가 피어올랐다.
치이이익!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고등어 살이 하얗게 익어 가기 시작했다.
생선구이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좋은 냄새가 금세 퍼져 나갔다.
“와, 진짜 맛있겠다.”
소리와 냄새로 청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아침 밥상.
영양과 맛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지은의 말대로 아침에 시원한 된장국과 생선구이를 메인으로하고 거기에 계란프라이에 비엔나 감자볶음까지 먹을 생각을 하니, 하루를 시작하는 데 힘이 불끈불끈하는 것이 느껴진 길드원들이었다.
지은이 요리에 몰두하는 사이 지은의 텐트까지 깔끔하게 접은 길드원들이 슬금슬금 조리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거의 다 했어요!”
노릇노릇 구워진 고등어를 뒤집개로 휙휙 뒤집으면서, 다 익은 고등어구이의 기름기를 키친타월로 닦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의 아침 배식조인 조철현 팀장의 지시에 맞춰 수색조원 6명이 신속하게 배식대를 만들고 지은이 앉을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지은아, 안녕~”
“유라 언니!”
하품을 하며 나타난 유라를 보며 지은이 활짝 웃음 지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편한 복장을 입고 나온 유라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아침 스트레칭을 간단히 마치고는 지은을 보며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언니! 완전 고마워요!”
주방에 들어와 익숙하게 손을 씻은 유라가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계란을 까서 넣기 시작했다.
“계란프라이 정도는 나도 잘하거든. 반숙이지?”
“네, 반숙이에요!”
호위 팀의 팀장으로 매일같이 붙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 지은과 유라였다.
거기에 부드러운 인상임에도 능력은 육체 강화형인 파이터가 주는 분위기 차이가 지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소금을 뿌리고 약 불에 익힌 계란프라이의 흰자가 다 익어 갈 때쯤 가스레인지의 불을 끈 유라가 뚜껑을 덮었다.
남은 열로 흰자만 완벽히 익을 프라이는 딱 좋은 반숙이 될 게 틀림없었다.
뚜껑을 닫고 옆으로 빼 둔 프라이팬 위에 금세 또 다른 프라이팬이 층층이 쌓였다.
“배식조 도와주세요!”
100번째 고등어까지 다 구운 지은이 배식조를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수색 팀원들이 사사삭 움직여 반찬통에 고등어구이를 살이 으깨지지 않도록 담았다.
수색을 전문으로 하는 수색 팀답게 주방 곳곳을 조사해 간장이나 고춧가루 등의 추가 양념까지 챙긴 수색 팀원들이 행여나 국이나 반찬을 흘릴까 조심조심 배식대로 아침 식사를 나르기 시작했다.
오늘 제일 먼저 줄을 선 것은 지은이었다.
배식조와 함께 움직여 누구보다 빠르게 줄을 선 지은의 모습에 길드원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서 지은이 손에 든 것은 식판 두 개였다.
“에엥? 왜 식판이 두 개입니까, 지은 씨?”
“저기 밖에 길드장님이랑 부길드장님 가져다드리려고요.”
“진상 손님인데 왜요!”
맛있는 아침밥이 차려진 이쪽과는 달리,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땅을 파고 있는 주혁과, 아닌 척하면서도 팔짱을 끼고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는 성진의 모습을 뒤돌아 확인한 지은이 쿡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안으로 못 들어오는 것도 서러운데 밥은 먹어야죠! 많이 주세요.”
어제 성진이 밥을 먹는 양을 봤던 지은은 그럴 필요 없다는 배식조원들과 다른 길드원의 장난 섞인 만류에도 식판에 가득 밥을 담았다.
잠시 테이블에 식판을 내려놓고 하나씩 식판을 들어 국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챙긴 지은이 종종걸음으로 안전 영역 밖으로 쫓겨난 주혁과 성진에게 걸어왔다.
“잘 잤어요?”
지은이 행여 넘어질까 봐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성진과 다르게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던 주혁이, 식판을 건네며 가까이 다가온 지은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쫓겨났더니 영 가슴이 아파 잠을 잘 못 잤네요.”
“얼굴에 베개 자국이 있는데요?”
“그래요? 불쌍한 척해 봤는데, 안 먹히는군요.”
“두 개 한 번에 가져오려 했는데 식판이 꽤 뜨거워서……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안 뛰어도 된다.”
성진의 말에도 본인은 뛴다고 생각했겠지만 상당히 느린 속도로 뛰어간 지은이 다시 식판을 들고 종종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에 주혁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
“아니, 그냥 웃음이 나와서.”
“뭐…… 웃기긴 하지.”
이번에는 성진에게 식판을 건넨 지은이 손을 뻗어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같이 수다 떨고 싶은데, 의자 좀 주실 수 있나요?”
안전 영역인 붉은 선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말라는 주혁의 당부에 착실하게 선을 넘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의자를 펴고 앉은 지은이 재잘재잘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 메뉴 어때요?”
“환상적이에요.”
“에이~ 먹어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을 해요?”
지은의 말에 이미 젓가락으로 잘 구워진 고등어구이를 한입 베어 문 성진이 밥까지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먹고는 박수를 쳤다.
아침임에도 크게 성난 듯한 바위 같은 성진의 팔 근육이 움찔거리는 모습이 처음에는 그저 무서웠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한 지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보고 있자면 전형적인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면 속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험악한 얼굴과 더 험악한 몸을 가진 성진이었지만, 지은이 한 번 자신 때문에 기절하자 그 이후로는 지은을 대할 때 웬만하면 큰 목소리를 내거나 크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이제 안 무서워요.”
“응?”
“이제 성진 씨 안 무섭다고요. 진짜예요. 하나도 안 무서워요.”
“아아…… 그래?”
“그러니까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맨날 저한테는 단답에 목소리도 이렇게 작게 하시고.”
잠깐 목소리를 가다듬은 지은이 성진에게 속삭였다.
‘너무 목소리가 작아서, 여기서 잘 안 들려요.’
하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지은의 모습에 성진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와, 목소리 엄청 크다!”
“덩치가 있는데 당연하지! 어디서 이런 귀여운 게 굴러들어 왔어?”
“으엑, 나이 차이 얼마 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말하며 얄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에 성진은 물론이고 주혁까지 크게 웃었다.
사람 좋은 그들의 웃음에 지은도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참지 못하고 한참 동안 재잘재잘 떠들 수 있었다.
“빨리 가서 밥 먹어요.”
“으음…… 아침은 잘 안 먹긴 하는데.”
“밥은 세끼 잘 챙겨 먹어야지! 그러니까 그렇게 온몸에 힘이 없지!”
“네에~ 말 편하게 해도 된다고 했더니, 완전 잔소리꾼이었어.”
“잔소리가 아니라…….”
“으아악! 진상 손님이다!”
그렇게 말하며 의자를 건네고는 안으로 쪼르르 달려가 버리는 지은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 허! 하고 웃은 성진과 주혁이 이내 남은 밥을 전투적으로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지은아, 밥 먹어 밥!”
유라와 함께 이미 식사를 마친 다른 길드원들이 지은을 손짓하며 불렀다.
“아니, 진상 손님들하고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요?”
유라의 옆에 서 있던 후방조 팀장 박나운 헌터가 지은이 다가오자 마치 막냇동생을 맞이하는 큰언니처럼 의자를 빼 주었다.
“나운 언니…… 이거 양이 너무 많은데요…….”
아침을 거의 시리얼이나 토스트로 해결하던 지은에게 지금 식판에 가득 담겨 있는 밥은 너무나 많았다.
“지은아! 넌 더 먹어야 해.”
바로 등짝에 날아오는 스매싱.
힘을 줘서 때린 건 전혀 아니지만 마치 철없는 소리를 하는 막내를 대하듯 지은을 귀여워하는 나은의 애정 어린 손길이었다.
“언니, 아파요…….”
“미안, 미안. 아팠어? 완전 하는 말이 우리 막내랑 똑같아 가지고.”
“나운 언니! 지금 지은이 괴롭혀?”
“수영 언니!”
양치질을 하다 말고 다가온 수색조 팀원 최수영 헌터가 처음엔 지은의 말을 들어 주는 척하다가 이내 ‘밥 좀 팍팍 먹어, 지은아!’라고 잔소리를 퍼붓자 지은이 숟가락을 든 채로 얼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여기 내 편이 없어…….”
호위조나 몇몇 헌터들은 스스럼없이 지은과 어울렸지만 아무래도 다른 길드원들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아니, 우리도 잘 놀아 드릴 수 있는데…….”
“우리 쪽에서 말을 걸기가 좀…….”
“나는 지은 양과 이미 엄지를 교환한 사이인데!”
아침에 특급 주방 보조 역할을 해 준 규한과 지후를 제외하고는 사실 거의 지은과 말을 섞어 보지 못했다.
‘우리도 지은 씨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시선을 보내는 길드원들에게서 지은을 몸으로 가린 유라가 눈을 부릅떴다.
‘어딜 넘봐, 넘보길.’
‘순수한 애한테 때 묻을라.’
그렇게 길드원들이 자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모른 채 숟가락을 부지런히 들어 자신이 한 밥을 먹는 지은이었다.
“더는 못 먹어…….”
퍼온 것의 반절도 다 먹지 못했는데 배가 꽉 찬 지은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항복 의사를 밝혔다.
잔반을 버리고 뒤돌아보니 지은 몫의 오늘 아침 후식인 아이스커피를 담아 온 방패조 이새봄 헌터가 찡긋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배불러도 커피는 마실 거지?”
“커피는 사랑이죠.”
분주하게 배식 마무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수색조원들과, 설치해 놨던 임시 방책을 수거하는 방패조와 후방조원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후식 커피를 나눠 주는 정찰조원들.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철거하는 돌파조원들과 추격조원들.
식사를 마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저마다 다들 하나씩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모습을 커피 잔을 손에 든 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저도 저기 철조망이나 걷을까요?”
“지은아, 너는…….”
한참을 고민하던 새봄이 간신히 떠올린 듯한 말에 지은은 풀이 죽었다.
“일단…… 어제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을래? 오늘도 많이 걸어가야 하니까.”
“네…….”
아직 탈의실은 회수하지 않았기에 운전석에 놓아둔 짐 가방에서 옷을 꺼낸 지은이 터벅터벅 탈의실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