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5화(3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5화
“으헥…….”
1층에서 2층으로 넘어가는 최단 거리를 따라 토벌대는 거침없이 행군해 나갔다.
문제는 던전의 최단 거리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토벌대의 진행 방향을 계속해서 가로막는 커다란 산맥들이었다.
1층의 주요 지형의 대부분은 높디높은 산.
1층 던전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 있는 가장 높은 산에서부터 시작된 지맥들이 손에 돋은 힘줄처럼 1층 전체에 퍼져 있는 험준한 산악 지형은 2층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다름없었다.
온갖 버프와 아이템으로 보정을 받았지만 보정받은 체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다.
쏴아아아.
바깥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던전의 시간 탓에 지금 던전 안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이었다.
거기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최악의 기상.
라이트 마법이 인챈트된 등불과 후방조에 속해 있는 마법사들의 지원으로 산을 올라가는 길은 밝힐 수 있었지만, 좁은 산길에서 불빛을 보고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토벌대의 레벨에 비해 한참이나 낮은 레벨의 몬스터들이었지만 길이 좁고 지형이 험준하다 보니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아악!”
거기에 비로 인해 땅이 진흙 밭이 되어 버려서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주르륵하고 한참을 미끄러졌다.
넘어지며 하필 툭 튀어나온 날카로운 돌에 무릎을 찧은 지은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등산 스틱은 손에서 놓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입고 있는 옷들의 보정 효과로 진흙이 묻거나 몸이 젖는 건 아니었지만 넘어질 때의 고통만큼은 빠짐없이 전달되어 왔다.
벌써 출발한 지 5시간째. 기동성을 올리는 데 집중되어 있는 아이템들은 그 쓸모를 다한 시점이었다.
지은이 넘어지며 미끄러지자 호위 팀이 급하게 지은의 손을 잡고 끌어 올렸다.
여러 번 넘어져 온몸을 부딪치고 구른 탓에 지은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방금 돌에 찧어 찢어진 무릎을 고통스럽게 잡고 몸을 떠는 지은에 대한 보고를 선두에서 지도를 보며 길을 찾던 주혁이 전해 듣고는 비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현 위치에서 재정비를 하고 다시 출발하죠.”
주혁의 지시에 따라 호위 팀장인 유라가 인벤토리에서 산악용 방어구를 꺼냈다.
회복 마법인 힐로 응급 처치를 받고 있는 지은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다친 부위는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넘어지거나 부딪칠 때 받은 충격은 계속해서 남았기에 지은은 지금 무척 심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게 아닌 고통에 질려 힘들어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호위 팀은 물론, 길드원들 모두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 잘못입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할 때 바로 재정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회복 마법으로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던 무릎과 여기저기 까진 손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며 주혁이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며 자책했다.
“호위 팀으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저희 책임입니다.”
유라를 비롯한 호위 팀의 표정이 가장 좋지 않았다.
레벨이 높은 헌터들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수목이 우거진 산길에서 지은을 보호하며 이동하기엔 제한 사항이 너무나 많았다.
“괜찮아요, 지은 씨?”
숨을 몰아쉬며 고통을 견뎌 낸 지은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가 끝난 무릎과 손은 다시 말끔해졌지만 고통은 아니었다.
“일단 방어구를 갈아입어야겠어요”
유라가 꺼내 든 방어구는 가죽이지만 경갑 아대를 대서 무게가 꽤 나갔다.
그래도 고통을 최대한 덜어 주는 보호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는 ‘방어구’였기에 넘어지거나 부딪칠 때의 충격은 없을 것이었다.
“신발도 등산화로 갈아 신게 도와드리고, 한유라 팀장!”
“네!”
“조치 완료되면 보고하세요. 현 위치에서 각 조별 몬스터 방어 진형으로 산개하고 호위 팀은 지은 씨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휴식 때의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진 주혁과 길드원들이 주혁의 명령에 바짝 각을 잡고 신속하게 흩어졌다.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비가 내리는 산 중턱에서 몸의 열기가 식기 전 지은이 빠르게 방어구를 갈아입었다.
미끄럼 방지와 경량 마법이 인챈트된 투박한 등산화를 신자 신발이 지은의 발에 맞게 알아서 줄어들었다.
“그새 젖었네…… 어떡해.”
최대한 비를 가렸지만 이미 방어구 안에 몸이 젖어 있는 상태였다. 곧바로 나운의 요청에 날듯이 달려온 마법사 이준형 헌터가 지은에게 보온 마법을 연달아 걸어 주었다.
날아갈 듯 가볍던 옷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방어구로 바뀌었다.
지친 지은은 부축을 받고 일어섰음에도 몸이 순간 휘청일 정도로 균형을 잡기 버거워했다.
“경량 마법도 좀 부탁해.”
유라의 요청대로 최대로 버프를 중첩시킬 수 있는 한계치인 3중 버프에 다다랐다.
체력 보정 마법, 보온 마법, 경량화 마법의 세 개의 버프가 보정되니, 문제는 이동 속도 증가가 어쩔 수 없이 누락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업고 간다.”
그런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던 성진이 등에 맨 배낭끈을 몸에 꽉 밀착시켜 조정했다.
배낭 안에 들어있던 수통, 건량 등을 모두 인벤토리에 다시 집어넣고 배낭에 달린 버튼을 누르니 배낭의 크기가 크게 늘어났다.
단숨에 성진의 의도를 파악한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 하나 업고 1층을 통과 못 할 정도로 약하진 않아.”
“아뇨, 아무리 그래도…….”
확실히 성진이라면 고유 능력인 방호 효과 덕분에 등에 업힌 지은이 나뭇가지나 돌에 부딪칠 걱정도 없었다.
그래도 호위 팀과는 다르게 최전방에서 길을 뚫는 궂은일을 하는데 자신까지 업으면 행군 속도가 더 느려지지 않을까 걱정하던 지은은 다음 성진의 행동에 기겁해야 했다.
“자.”
“네?”
“들어와.”
성진이 왜 그렇게 배낭에서 물건을 빼내고 배낭 크기를 늘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지은이 손을 들어 성진이 들어오라고 지퍼를 쫙 펼쳐 보인 배낭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 배낭에요?”
“아공간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는 배낭이라 비좁을 걱정은 없어. 다리도 쭉 펼 수 있을 거고.”
“아뇨,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지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은은 배낭 안에 들어가 얼굴과 팔만 간신히 내민 채 성진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의 모습을 힐끗힐끗 바라보는 길드원들의 시선에 얼굴을 감싸 쥐어야 했다.
“왜 뒤로 안 업고 앞으로 안아요…….”
“등 뒤에 매달려 있으면 네가 떨어지는지 안 떨어지는지 바로 반응을 못 하잖아.”
성진의 말에 어디 하나 틀린 부분이 없었기에 지은은 머리로는 납득했지만 가슴으로는 지금 이 상황을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캥거루도 아니고!’
가뜩이나 2m가 넘는 피지컬에 지은의 몸보다 두 배는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성진의 배낭에 들어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지은은 진짜 새끼 캥거루 같았다.
그런 지은을 품에 품은 엄마 캥거루가 된 성진의 걸음은 거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 산맥의 정상을 모두 통과한 토벌대가 완만한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씻은 듯 그쳤다.
비는 멈췄지만 지면은 미끄러웠고, 이동 속도 증가 버프가 사라진 지은은 그 뒤로도 한참을 성진에게 안겨서 가야 했다.
“저 자신이 이렇게 한심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에요…….”
휴식 시간.
성진이 고른 땅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배낭 안에서 무릎을 세우고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은이었다.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참을 수 없이 웃겨서 길드원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이제 내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지퍼가 열리지 않게 묶어 놓은 탓에 혼자 힘으론 배낭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해탈한 지은의 말에 수통의 물을 쭉 들이켠 성진이 지은에게도 수통을 건네며 말했다.
“안 돼. 이제 내리막길이야. 산은 내리막길이 더 위험한 거 몰라?”
“그래도 지금 너무 답답한데요.”
“팔은 빼게 해 줬잖아.”
“이게 더 이상해요!”
수통을 건네받은 지은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수통을 기울이다 물이 얼굴에 그대로 쏟아지는 걸 본 성진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물도 먹여 줘야겠는데.”
“아, 진짜!”
“괜찮아.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안 해.”
오히려 자신이 배낭 안에 고이 들어가 있는 지금, 진행 속도가 믿을 수 없이 빨라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지은이었기에 힘겹게 물을 마시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새끼 캥거루 님은 몸 상태가 어떠신가요?”
거기에 주혁이 모두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캥거루를 언급하자 지은의 얼굴이 삽시간에 불탈 것처럼 빨갛게 타올랐다.
“제발…… 모른 척해 주세요…….”
비가 완전히 그치고 해가 떠오를 것처럼 하늘에 푸르게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우의를 모두 벗은 길드원들이 젖은 몸을 보온 마법으로 말렸다. 장비를 재정비하고 출발 준비를 마치자 주혁이 다시 토벌대 전원에 명령을 내렸다.
“날이 완전히 밝기 전까지 [절망의 계곡] 1지대 초입, 2차 숙영지에 도착해야 한다!”
“네!”
* * *
‘아, 이제 출발하려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감았던 눈을 뜨자, 지은은 자신이 들어 있는 배낭의 어깨끈을 각각 하나씩 잡고 말다툼을 하는 주혁과 성진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떠야 했다.
“이제 내가 지은 씨를 맡을게.”
“무슨 소리야. 길드장이 할 일이 아닌데? 넌 전체 대형이나 신경 써.”
“아니, 너 힘들까 봐 그래.”
“나 힘들까 봐 걱정해 주는 놈은 네가 처음인데?”
“아냐, 넌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금 넌 힘들어.”
“그래?”
“그래, 그리고 선두가 가장 중요한데 이제 내리막길이잖아. 선두에서 안전하게 본대를 유도하는 거에 집중해.”
“내가 힘이 들었던 건가?”
“좀 가! 네 몸도 챙기고 해. 친구로서 걱정돼서 그런다.”
그렇게 말하며 성진이 잡고 있는 배낭끈을 힘을 주어 뺏어 든 주혁이 성진이 그랬던 것처럼 지은을 몸 앞쪽으로 들춰 안아 배낭을 멨다.
“일부러 바꿨죠?”
“일부러라뇨?”
“저 놀리려고 지금 일부러 바꾸신 거잖아요!”
“그렇게 티가 났습니까?”
지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보게 된 주혁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이내 크게 웃어 보였다.
“지은 씨.”
“네에…….”
“보기보단 조금…… 무겁네요?”
“아아아악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