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6화(3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6화
“경량화 마법이 걸렸는데 왜 무거워요!”
“경량화 마법은 방어구에 걸리는 거지, 지은 씨한테 걸리는 게 아니니까요?”
“……내려 주세요.”
“지금 내려드리면 어떻게 가려고요?”
“내리막길이니까 데굴데굴 굴러서 갈게요.”
“하하하. 미안해요, 안 무거워요.”
“이제 와서 무슨.”
“어? 깃털인가?”
“승즈흑 씨…….”
“깃털이 말을 하네?”
“혹시 레벨 1한테 맞아 봤어요?”
“그거참 희귀한 경험이 되겠네요. 지은 씨 손이 더 아플 텐데?”
“으윽…….”
그렇게 지은을 놀리면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는 주혁의 표정은 너무나 편안했다.
“영 도움이 안 되네요, 저.”
“왜 그런 말을 해요?”
“지금도 봐요. 제가 이렇게 주혁 씨한테 매달려 있으니까 속도가 엄청 빨라졌잖아요.”
산을 내려가기만 해도 성공적이라고 했던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산 하나를 더 넘어 [절망의 계곡] 1지대 초입까지 충분히 도착할 것 같다는 보고가 들려오고 있었다.
“오히려 저희가 지은 씨에게 도움이 안 된 것 아닌가요?”
지은의 말에 주혁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지은 씨가 제일 힘든 데요, 지금.”
“…….”
“넘어지고, 부딪혀서 다치고.”
“그건 제가 약하니까 어쩔 수 없죠.”
“아뇨, 길드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은 씨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겁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주혁의 얼굴은 진지했다.
고개를 들어 빤히 주혁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내 주혁이 내리막길을 거침없이 내려가면서도 지은과 눈을 마주쳐 왔다.
“아팠잖아요.”
“네, 엄청 아팠어요.”
“그런데도 5시간 동안 괜찮다고만 하셨죠.”
“비가 오기 전까진 진짜로 괜찮았으니까요.”
“그럼 비가 오고 나서부터는 명백한 제 실수네요. 마음이 급해서 재정비 판단을 빨리하지 못했어요.그러니까 다 제 잘못입니다.”
덧붙인 주혁이 잔가지가 많은 풀숲을 지나치며 지은의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머리에 손은 닿지 않았지만, 지은은 주혁의 자신을 보호하려는 그 손길이 ‘다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숨 주무셔도 됩니다. 지쳤을 텐데.”
그 말이 신호가 된 것처럼 오늘 심적으로 많이 지쳤던 지은은 스르륵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 * *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했다고 느끼며 지은은 왜 아직도 자신이 주혁의 품에 매달려 있는지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솔직히 탑승감(?)이 나빴던 것도 아니었다. 성진도 그렇고 주혁도 그렇고 천상계 헌터였기에 지은은 편안하게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잠들어 버리기까지 했다.
어찌나 푹 잠이 들었는지 한쪽 볼을 주혁의 가슴팍에 대고 새근새근 잠들었던 지은이 눈을 뜬 것은 산을 하나 더 넘어 2층의 초입인 [절망의 계곡] 1지대 초입에 들어왔을 때였다.
‘토벌전 끝나면 매일 운동을…….’
새삼스레 지은이 운동을 결심할 정도로 오늘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눈을 떴음에도 한동안 몸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아 눈만 깜빡이고 있는 지은을 내려다본 주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잘 잤어요?”
언제 씌웠는지 모를 챙이 넓은 모자가 주혁의 얼굴을 보는 것을 방해했다.
손을 들어 모자 앞부분을 슬쩍 들어 올린 지은이 주혁과 눈을 마주치고는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요.”
“엄청 잘 주무시던데요. 그렇게 탑승감이 괜찮았나요?”
“랭킹 1위는 다르긴 한가 봐요. 전혀 불편함이 없었는데 주혁 씨는 괜찮으세요?”
“저야 뭐 보시다시피.”
여기까지 지은을 안고 오느라 살짝 지치긴 했는지 주혁의 얼굴이 조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려주세요, 감사했어요.”
주변에 모든 길드원들이 주혁과 자신 쪽을 보지 않고 저마다 열심히 숙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저녁이라고 하기엔 이른 17시였지만 빠르게 식사 준비를 해야 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뭐였죠?”
“오늘은 안심스테이크랑 버섯구이, 그리고 마늘빵하고 크림수프요.”
“마침 메뉴도 적당한데, 지은 씨 혼자 준비하지 말고 다 같이 불 피워 놓고 바비큐 파티를 하는 건 어때요?”
“다들 힘드시잖아요. 저녁은 제가 준비하는 게 맞죠.”
“길드원들 의견을 좀 물어보죠.”
비도 맞았고, 다들 옷도 방어구도 배낭도 많이 젖은 상태였다.
해가 떠오르려면 아직 조금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텐트보다 불을 먼저 피우고 있던 길드원들은 주혁의 깜짝 바비큐 제안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바비큐 좋지! 다 같이 불 피워 놓고 맛있게 먹자구!”
“그래도 수프도 끓여야 하고…….”
“수프야 불 위에 양푼으로 끓이면 되는 거죠! 지은 씨도 같이 고기 구워 먹으면서 쉬어요!”
“와이프랑 딸이 그렇게 캠핑 좀 가자고 했는데, 오늘 내가 여기서 먼저 캠핑을 하게 생겼네 그려~”
다행히 길드원들은 오늘 마침 저녁 메뉴가 스테이크였으니 직화로 구워 먹자며 한껏 들떠 있었다.
던전 안에서 바비큐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불을 피워 건빵을 물에 끓여 먹었던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사람들도 종종 나왔다.
“라떼는 말이야.”
“악! 규한 아재! 그만그만!”
한번 물꼬가 터지니 끊임없이 쏟아지는 라떼 토크로 괴롭히는 임규한 헌터와 질색하며 도망가는 조원들.
수건을 꺼내 불 옆에 서서 머리를 말리는 헌터들.
돌을 세워 그릴을 놓을 바비큐장을 즉석에서 바로 세팅하는 길드원들의 웃음을 바라보던 지은이 중요한 걸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주혁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저 왜 안 내려 주세요?”
“쳇.”
잠깐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정신이 팔려 있던 지은이 발버둥 치기 시작하자 혀를 한 번 찼다. 아쉽다는 얼굴로 묶었던 지퍼를 풀어낸 주혁이 배낭을 벗으려다가 고민하고는 지은에게 말했다.
“으음…… 잠시만요.”
지퍼를 먼저 풀은 탓에 배낭을 벗다가 지은이 땅으로 쏟아질 것이 걱정된 탓이었다.
워낙 딱 맞게 조여 놓은 가방끈 때문에 한 번에 팔을 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답지 않게 쩔쩔매는 주혁을 바라보던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팔을 위로 번쩍 들어 보이며 말했다.
“손 넣어서 빼 주실 수는 있어요?”
“네?”
“겨드랑이에 손 넣고 무 뽑듯이 쑥! 뽑아 주세요.”
매달려 있는 높이가 꽤 됐기에 발을 쓸 수 없는 지은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은도 마찬가지로 주혁이 가방을 벗다가 앞으로 쏠려서 땅에 볼품없이 쏟아지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 ‘빨리 해치웁시다!’라며 주혁을 재촉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고민하던 주혁이 이내 지은의 겨드랑이를 손으로 받치고 힘을 주어 지은을 쑥 들어 올려 땅에 내려 주었다.
몇 시간 만에 배낭에서 나와 땅을 다시 밟은 지은이 기지개를 켜는 것을 바라보던 주혁이 지은에게서 말없이 등을 돌렸다.
“일단 좀 따뜻한 물로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어요.”
“네에~.”
자신이 어제 잠들었던 텐트를 발견한 지은의 주위로 빠르게 호위 팀원들이 모여들었다.
그중에서 특히 유라가 정말 미안하다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은은 연신 다 나았다고 강조하며 웃어 보였다.
그런 지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주혁에게 성진이 다가왔다.
“야!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난 그때 전혀 힘들지 않았거든?”
“아냐…… 너 힘들었어. 나도 힘들었거든.”
“그래? 네가 힘이 들었다고?”
“어, 좀 많이 힘들었어.”
“그래서 얼굴이 그렇게 빨개?”
“뭐?”
“지금 아주 전력 질주한 것 마냥 얼굴이 빨간데?”
“그럴 리가.”
그렇게 말한 주혁이 성진의 어깨를 툭툭 쳐 주고는 배낭을 벗어 건넸다.
그런 주혁의 뒷모습을 보며 성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랭킹 1위라고 기초 체력 단련을 통 안 하더만, 쯧쯧쯧…….”
* * *
“저 이렇게 다 같이 바비큐는 처음 해 봐요!”
“다 같이 구워 먹으니까 더 맛있지!”
“네! 완전 좋은데요, 지금!”
처음으로 남들과 어울려 불을 피워 놓고 하는 바비큐는 무척이나 재미있어서 지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한 손엔 오늘 저녁 재료였던 버섯과 안심, 파프리카를 함께 꽂아 구운 꼬치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탄산음료를 들고 환하게 웃는 지은의 얼굴을 바라보던 주혁의 옆에 유라가 앉으며 말했다.
“아까 방어구를 갈아입을 때 봤는데 지은씨 온몸에 멍이 들었더라고요. 다 제 잘못이에요.”
“그게 왜 한유라 팀장님 잘못이에요.”
호위 팀 팀장으로서 지은의 온몸에 든 멍을 보고 영 마음이 좋지 않았던 유라였다.
그렇게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아플 텐데 괜찮다며 등산 스틱을 절대 손에서 놓치지 않고 자기 힘으로 가기 위해 애쓰던 지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빠르게 정상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괜찮다는 지은이의 말에 합리화를 했어요. 행군 속도가 계속 늦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애초에 4층의 [아리아드네의 천칭]까지 도착하는 기간을 넉넉하게 잡았지만, 평소와는 다른 행군 속도에 조바심을 낸 건 유라뿐만이 아닌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데 저도 모르게 저희 입장만 생각해서…….”
“지금부터라도 실수하지 않으면 됩니다. 항상 지은 씨의 몸 상태를 최우선에 두고 행동해 주세요.”
던전 안에서 안정적으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에 정신이 팔려 지은의 합류를 전적으로 찬성했던 길드원들은 지은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사실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이 토벌전에 지은이 합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혁도 길드장으로서 충분히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먹지 못하고, 잠들지 못하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지은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상징성은 너무나 컸다.
이번 토벌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욕심에 지은이 토벌전에 합류하는 것을 길드 가입 계약 사항 1번에 적었다.
지난번 태백 길드가 5층 던전을 열지 못하고 4층의 미개척 던전 하나만 토벌하고 복귀했을 때부터 여론이 좋지 않았다.
연일 길드의 자율적인 토벌에 계속 던전을 맡겨야 하냐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시점에서, 대부분의 전력이 랭커들인 청명 길드까지 5층 토벌에 실패한다면 사람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했다.
“다 제 욕심이었습니다.”
자신의 품에 기대어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던 지은은 계속해서 끙끙 앓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를 끌어안고 내색조차 하지 않았던 지은이었다.
“우리 욕심으로 끌어들인 사람입니다. 그러니 미안한 마음을 담아 다들 잘 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토벌대의 분위기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처음엔 지은의 놀라운 능력과 맛있는 밥에만 관심 있었던 길드원들이었다.
그러나 출발한 지이틀 만에 지은의 주위에 자연스럽게 몰려들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함께 웃고 있는 길드원들에게선 이제 지은의 능력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가죠, 저희도.”
“네?”
“보아하니 지은 씨가 게임을 잘 못하는 거 같은데, 지금 놀리러 가야죠.”
주혁의 말에 딸기 게임에서 박자를 못 맞추고 탈락한 지은이 얼굴에 숯검정을 묻히며 즐거워하는 길드원들의 모습을 본 유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 대해 주라면서요, 왜 놀리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