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7화(3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7화
그렇게 잠을 잤음에도 한참을 편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불을 쐬며 먹고 떠들며 놀다 보니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연신 앉아서 하품을 하다가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지은을 바라보며 길드원들이 미소 지었다.
“많이 피곤했을 텐데, 그만 놀자고.”
“내일부턴 2층이에요. 생각보다 그렇게 행군 속도가 늦지는 않네요?”
“오늘 길드장이 어미 캥거루처럼 꼭 끌어안고 잘 달려 준 덕분이지!”
“솔직히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지은 씨 되게 귀엽지 않았어요?”
본인은 수치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구경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것보다 재미있는 광경이 없었다.
고된 산행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피곤했는지 배낭 안에서 얼굴만 쏙 빼놓고 잠이 들었던 지은을 떠올린 길드원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저주 포션 구했어요?”
새봄이 앞으로 꾸벅꾸벅 머리가 기울고 있는 지은의 이마를 손등으로 받친 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주혁을 향해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출발하기 전에 해맑게 트럭으로 몬스터를 한 번 받고 온다고 할 때도 얼마나 웃겼는지.”
“아까 게임할 때도 자기 운전 되게 잘한다고 자랑하셨는데, 지은 씨 진짜 트럭이랑 안 어울리는 거 다 알죠?”
“벌레도 못 잡을 것 같이 생긴 사장님이 트럭으로 몬스터를 들이받는 걸 엄청 기대 중이던데.”
게임을 하다가도 중간중간 저주 포션을 꼭 먹고 내일 평야 지대에 들어가면 운전을 하겠다며 선언한 지은이었다.
‘제가 오늘 뼈 빠지게 걸어 보니까 깨달았어요. 역시 사람은 차를 타고 다녀야 해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진리와도 같은 말이라서 다들 한참을 웃었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자 조용히 한 손으로 지은의 이마를 받치고 있던 주혁이 빙긋 웃어 보이며 다른 손을 품에 넣어 보라색 액체가 가득 담긴 포션을 꺼내 보였다.
“뭐 어떻게든 구하긴 했는데.”
“우와, 저걸 진짜 실물로 보다니.”
“예전에 나운 팀장이 먹어 보지 않았어?”
“생각도 하기 싫어요. 어떤 놈인지 잡히면 진짜 죽이고 싶었는데.”
순위를 겨루는 랭커들의 랭킹 싸움에서 한때 자주 등장했던 각양각색의 저주 포션을 이용한 비열한 행위들.
서로 적대적인 길드나, 사람 대 사람 사이에 비열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던 헌터들이었다.
주혁의 주도 아래 길드 연합이 출범한 5년 전부터는 그런 범죄 행위를 색출하는 데 혈안이 된 랭커들이 범죄 조직의 씨를 싸그리 말려 버렸지만, 아직도 암암리에 저주 포션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구하긴 했습니다만…….”
“먹고 기절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랭커가 먹어도 도저히 참기 힘들 만큼 생리적인 구토 반응이 올라오는 저주 포션이다.
지은이 레벨 업을 하면 안 되는 이유야 본인이 설명하지 않았으니 묻지 않는 길드원들이었지만, 과연 지은이 저 저주 포션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본인이 선택할 문제긴 한데, 저도 말리고 싶긴 합니다.”
구해 달라고 부탁을 받았으니 일단 구해 주긴 했지만 주혁도 과연 지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몰랐다.
바비큐를 했던 자리에서 마침 각 조별 팀장들과 길드원들이 많았기에 짤막한 회의가 이어졌다.
벌써 내일이 던전에 들어온 지 3일 차가 되는 날이었다. 내일은 기상과 동시에 1층을 돌파해 2층의 첫 던전 절망의 계곡을 지나 [네오 평야] 중심부에서 3차 숙영을 하는 것으로 했다.
“다른 길드와 대규모 파티도 숙영을 하는 거점 장소이니, 50명 정도의 인원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다들 생각보다 체력들이 너무 남아돌아요.”
“사방에 경계를 펼치고 2교대로 잠을 자야 했던 저번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관광 수준이죠.”
아침 출발 시간까지 설정 가능한 지은의 트럭이 주는 편안한 안전 영역.
주혁과 성진의 진상 손님 낙인이 사라지는 24시간이 지나자마자 지은이 소환한 트럭 덕분에 즐거운 바비큐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부 불침번만 운용하면 되니까 너무 좋네요.”
“솔직히 내부 불침번도 딱히 필요가 없어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너무 잘 먹고, 너무 잘 쉬고, 너무 잘 자고.
3박자가 고루 갖춰지니 대부분이 랭커인 토벌대원들은 오히려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평상시보다 훨씬 좋았다.
3층까지의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 정도야 그들에게 그다지 위협이 되진 못했다.
가장 기본 체력이 떨어지는 마법사인 준형과 형준 형제도 전혀 무리가 없이 마법을 운용하고 있을 정도로 지금 전체적인 토벌대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딱 한 사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주인공인 지은만 빼고서.
“진짜 피곤하셨나 봐요. 너무 잘 주무시네요.”
“말도 마. 아까 난 지은 씨 몸에 멍든 거 보고 울 뻔했다니까.”
“[네오 평야] 던전에 들어서면 호위 팀은 교대로 지은 씨를 보조하는 것에 집중하죠.”
호위 팀에게 무기 대신 최대한 흔들림과 충격을 줄이는 가벼운 방어구를 맡기고, 그런 호위 팀을 사방에서 다른 조가 감싸 평야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회의를 마친 길드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은 씨? 들어가서 주무셔야죠.”
아무리 불러도 이미 정신이 저 멀리 꿈나라로 날아간 지 오래인 지은은 전혀 미동도 없었다.
그렇다고 잠을 깨우긴 싫었던 주혁이 괜히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흠흠! 헛기침을 하고 모두가 들으라는 듯 부러 큰소리로 말했다.
“지은 씨 잠을 깨울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안아서 옮겨야겠습니다.”
마치 스타카토 부호가 있는 것처럼 어색하게 한 글자씩 말했다는 게 문제지만, 어찌 됐든 지은을 조심스럽게 안아 든 주혁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였다.
“어딜 가시려고요? 지은 씨는 제 등에 업어 주시죠.”
주혁의 계획은 유라의 돌발적인 기습에 저지당했다.
“아, 그렇죠,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안고 있던 지은을 조심스럽게 유라의 등으로 옮기는 주혁의 얼굴이 시무룩했다.
“불침번! 내일 지은 씨 기상 몇 시야?”
“내일은 꼭 3시에 깨워 달라고 하던데요?”
“불침번 말전, 말번 누구였죠?”
“정찰 1팀, 수색 1팀이요!”
“4시에 깨우고 오늘 아침처럼 말번이 식사 준비 도와주면 되겠네.”
“예예. 알겠습니다, 누님!”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무슨 누님이야!”
지은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나이 차이가 나는 길드원들에게 배식조나 회의 끝에 오늘 아침부터 맡은 주방 보조는 지은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였다.
길드원들의 의견으로 시작된 주방 보조, 지은 전용 테이블, 아공간 텐트까지.
알게 모르게 길드원들의 배려와 관심을 넘치게 받고 있는 지은이 행복한 꿈이라도 꾸는지 배시시 미소 지었다.
* * *
“으아아…….”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던 지은이 눈을 뜬 것은 새벽 3시 30분이었다.
분명히 어제 게임을 하면서 3시에 일어나서 재료 준비를 할 거라고 말을 했었는데. 다들 즐겁게 노느라고 까먹었나 싶어 지은은 빠르게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는 텐트 밖으로 나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잘 먹고, 잘 잔 지은의 몸 상태는 다른 길드원들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보온 마법까지 침대에 걸어 뒀으니 비에 젖은 몸이었지만 따뜻하게 잠을 자고 일어난 지은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는 조리대로 올라갔다.
오늘의 아침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3단 햄치즈토스트에 신선한 과일을 아낌없이 갈아서 만든 딸기주스와 키위주스였다.
재료를 쭈욱 살펴보며 뭐부터 할지 고민하던 지은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온 수색1팀의 황지석, 강민혁 헌터가 말했다.
“도와 드릴 건 없습니까, 지은 씨?”
지은에게 명령만 내려 달라며 막 불침번을 교대한 수색 팀원들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모습에 지은이 미소 짓고는 말했다.
“혹시 키위 껍질 까실 줄 아세요?”
황지석 헌터와 강민혁 헌터가 당연히 깔 줄 안다며, 키위는 물론이고 딸기까지 씻겠다며 수북이 담긴 과일을 가져갔다. 트럭에 연결된 호스를 틀어 과일을 씻어 내기 시작한 수색 팀원들을 바라보던 지은과 수색 팀원의 눈이 마주쳤다.
“최고!”
엄지를 척 들어 보이는 지은의 행동에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화답해 준 길드원들 덕에 아침부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지은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과 함께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딸기는 씻어서 꼭지를 따고, 키위는 최대한 알맹이가 잘려 나가지 않게 잘 깎아 온 지석과 민혁이 믹서기를 하나씩 잡고 과일을 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낌없이 생과일을 갈아 우유와 꿀을 듬뿍 넣은 생과일주스가 금세 음료 기계에 가득 담기기 시작했다.
향긋한 버터 냄새가 진동하는 철판과 프라이팬에서 잘 구워진 식빵과 햄들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거기에 양배추를 썰어 살짝 숨을 죽이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듬뿍듬뿍 뿌려 잘 버무려 주면, 지하철역 앞에서나 시장에서 파는 옛날식 토스트 속 재료가 금방 완성된다.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햄과 치즈, 양배추 속을 넣고 3층으로 층층이 쌓아 포장하면 3단 토스트 준비는 끝.
거기에 아침 특별 메뉴인 우유와 시리얼까지.
매일 밥을 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침 식사로 빵이나 토스트 종류를 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모두의 의견을 균등하게 반영한 아침 메뉴인 토스트와 시리얼이 식단표에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다 만들어진 생과일주스를 한 잔 종이컵에 따라 마신 황지석 헌터가 엄지를 척 추어올리며 말했다.
“전 항상 아침에 길드 본청 앞 지하철역에서 파는 토스트랑 생과일주스 꼭 하나씩 사 먹고 오거든요. 그래서 오늘 메뉴가 너무 좋네요.”
“기본적인 식단은 제가 짰지만, 그래도 각자 먹고 싶은 거 먹는 게 제일 기분 좋잖아요. 최대한 반영해 봤어요.”
출발 전에 길드원 개개인의 선호 메뉴를 적어 갔던 지은의 말에 감동한 지석과 민혁이 다시 한번 엄지를 척 들어 올려 보였다.
이번에는 지은이 두 손을 들어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 것으로 화답하자, 아까와는 반대된 리액션에 눈이 마주친 세 명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또 뭐 준비하세요?”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때맞춰 들린 소리와 함께 대형 밥통을 열어 잠시 밥을 식히고 있던 지은이, 물음에 화답하듯 김밥을 마는 시늉을 해 보였다.
“오늘은 소불고기 김밥이요!”
“세상에…….”
“인당 두 줄씩 드립니다!”
“만세! 지은이네 푸드 트럭 복지 만세!”